OutKast (아웃캐스트) - Stank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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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18:05:43

 

이견 없이 작금의 힙합은 남부의 색이 지배적입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옷가지와 번쩍거리는 체인과 보석을 두르고 트랩 비트에 신나게 랩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2010년대부터 한국에서는 더티 사우스 (Dirty South)로 알려진 이런 과격한 스타일이 진화를 거듭해 아틀랜타 트랩 (Atlanta Trap)으로 거듭났습니다. 비트는 더 단순해지고 파괴력은 줄여 절제된 세련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빌보드 상위권 힙합 음악이라 하면 이런 스타일의 트랩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남부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90년대 초반 동부와 서부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겉돌고 있던 지역이 바로 남부입니다. 지금이야 아틀랜타는 남부의 수도로서 힙합의 메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남부 자체가 무시당하니 막말로 어중이떠중이들의 도시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지만 남부는 결코 음악적으로 부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과 색은 많이 다르지만 남부는 그 때부터 조용히 실력을 키우고 있는 재야의 고수들이 많았습니다. 휴스턴의 UGK부터, 멤피스의 Three 6 Mafia, 미시시피의 David Banner 등등의 래퍼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부상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아티스트는 바로 아틀랜타 힙합 그룹 OutKast입니다. 래퍼 Andre 3000Big Boi로 이루어진 이 듀오는 변방에 머물던 남부의 음악을 힙합 문화의 중심으로 만든 주역입니다. 예술적인 면에서는 남부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을 하면서 2000년대에 트랩이 힙합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그룹입니다.

 

끈적한 훅과 가감 없이 사용하는 남부 사투리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출중한 랩 실력으로 OutKast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듀오라는 점도 OutKast의 다이나믹한 음악에 한 몫을 했습니다. Andre 3000이 보헤미안적인 신비주의를 표방한 지적 페르소나였다면 Big Boi는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직설적인 갱스터의 이미지를 담당했습니다. 남부의 삶에 대한 이런 양가적인 접근이 OutKast로 하여금 일차원적으로 소비되는 음악을 넘어서 복합적인 서사를 구축하게 된 원동력입니다.

 

프로덕션 측면에서도 서부의 G-Funk의 색을 참고해서 소울과 펑크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거기에 808 드럼을 얹고 알앤비의 색채를 더 받아들여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물론 라이브 세션을 많이 사용하는 등 지금의 트랩과는 거리가 멀지만 남부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최초로 남부 힙합이라 칭할 수 있는 음악이 탄생시켰다고 평가 받습니다.

 

국내에서 2010년대 초반 유행하던 웅장한 트랩 리듬의 음악을 지칭할 때 흔히 더티 사우스 (Dirty South)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틀렸습니다. 더티 사우스는 당시 OutKast가 몸 담았던 Dungeon Family 크루의 멤버들이 구상했던 소울과 펑크의 영향을 받은 색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애당초 더티 사우스라는 표현도 Dungeon Family의 또 다른 그룹 Goodie Mob1995년작 Soul Food라는 앨범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 이후로 남부의 음악을 더티 사우스라는 스타일로 뭉뚱그려서 지칭했고, 현재의 아틀랜타 트랩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이전까지 이 용어를 썼을 뿐입니다. 왜 국내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OutKast는 가사적으로도 남부의 정체성을 확립시켰습니다. 가감 없이 남부만의 슬랭을 과시했으며, 자기 자랑 등 클리셰를 벗어나 남부 거리의 삶과 본인들의 인생철학을 음악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1 Southernplayalisticadillacmuzik은 남부 힙합의 출사표를 던졌고 힙합 씬은 남부와 동부로 나뉜 이분법적 시각의 대안으로 OutKast와 남부 힙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OutKast ATLiensAquemini 등 명반들을 꾸준히 발매하며 남부 힙합은 물론 90년대 후반 힙합의 살아있는 전설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남부 힙합의 틀 안에서 OutKast는 꾸준히 실험성과 대중성을 함께 담아낸 음악들을 발표하였고 평단과 힙합 팬들 모두에게 사랑 받는 그룹으로 자리잡습니다. 그들을 따라 수많은 남부 힙합 아티스트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고 아틀랜타는 LA, 뉴욕 시와 나란히 힙합의 거대한 메카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힙합의 전설로 자리잡은 이들의 화려한 커리어는 지금 돌아보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4집 앨범 StankoniaOutKast는 남부 힙합을 초월해 미국의 명실상부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남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앞장섰던 OutKast는 이 앨범을 통해 본인들이 확립한 정체성을 스스로 깨부숩니다. 3Aquemini에서 선보였던 전자 악기를 전면적으로 앞세웠고, Andre 3000은 랩 이외에 노래에도 도전장을 내밉니다. 그리고 느린 템포의 래이백으로 대표되는 남부 힙합의 특색에 도전하듯이 더 빠르고 공격적인 곡들을 발표합니다.

 

이런 급격한 전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은 B.O.B. (Bombs Over Baghdad)입니다. 100 BPM을 넘기는 힙합 음악은 당시 없다시피 했는데 B.O.B는 무려 155 BPM의 파격적으로 빠른 곡입니다. 힙합 비트보다는 오히려 테크노나 드럼 앤 베이스 프로덕션으로 보는 시각도 꽤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VyVIsvQoaE&list=OLAK5uy_m6JI43ppTeuJV9jeLze5De1Rp7nAECZAc&index=11

 

바그다드 폭격이라는 소재를 가스펠 합창단에게 맡기는 훅도 충격적이었고 Andre 3000 Big Boi의 경이로운 속사포 플로우까지 B.O.B.는 지금 들어도 앞서가는 곡입니다. 가사도 OutKast답게 특이했습니다. 범국가적 슬럼 연합 지하 조직을 대표하는 백 만 마리 코끼리와 은색 오랑우탄이라는 정신 나간 이미지가 캐딜락 세단의 고급진 매력과 동시에 언급되는 건 오로지 OutKast라서 가능할겁니다.

 

B.O.B.Stankonia의 또 다른 음악적 특징을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바로 강렬한 펑크 영향인데, 70년대의 Sly & The Family Stone이나 Parliament/Funkadelic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앨범 전반적으로 깔려있습니다. B.O.B.의 태풍 같은 테크노 속에서 휘갈기는 펑크 기타의 요란함은 Stankonia의 특이한 사운드 팔레트를 보여줍니다.

 

, Stankonia는 기존 자신들이 구사하던 색깔의 뿌리인 소울과 펑크를 힙합 씬에서 아무도 제대로 건들지 않았던 전자 음악 장르와 결합시키는 독특한 시도였던 셈입니다. 심지어 힙합 최초의 아프로 퓨처리즘 (Afrofuturism) 시도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런 방향성은 타이틀 곡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블루지한 기타 비트에 강렬한 전자 신스가 추가되어 있는데, 주술에 가까운 Andre 3000의 보컬 퍼포먼스가 환상적인 화음과 섞이면서 경건함에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여기에 토크박스 변조로 처리된 간단한 훅과 피쳐링한 Sleepy Brown의 끈적한 보컬, 그리고 Big Rube의 성을 시적으로 표현한 벌스까지 아름답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자 음악의 영향이 컸어도 Stankonia의 주축은 역시나 펑크입니다. 신나는 펑크도 있겠지만 War Sly & The Family Stone으로 대표되는 선동적인 스타일나 Parliament/Funkadelic의 싸이키델릭함까지 펑크의 다양한 색채에서 골고루 영향 받은 듯합니다.

 

Gasoline Dreams가 좋은 예시입니다. 사실상 앨범의 포문을 여는 트랙인데 인트로부터 이전까지의 OutKast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펑크를 넘어 거의 Jimi Hendrix가 구사했을 법한 강렬한 기타 리프와 퍼지는 드럼, 그 위에 Andre 3000의 파괴적인 훅은 청자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휘발유로 태워버리자고 설파합니다. Big Boi는 속사포 엇박으로 부패 경찰에게 대한 적개심, 피쳐링한 KhujoOutKast의 흑화한 버전이라고도 불리는 Goodie Mob의 일원답게 흑인들이 미국에서 쫓겨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립니다. 작렬하는 기타와 랩이 어우러져 파괴 본능을 이끌어내는 쾌감 있는 트랙입니다.

 

Xplosion도 비슷한 맥락의 곡입니다. 공포스러운 신스와 일그러지는 효과음에 어딘가 몽롱한 기타 멜로디, 그리고 피쳐링한 Cypress HillB-Real까지 서로의 실력과 가사적 우위를 날아다니는 프로우로 풀어낸 랩이 인상적입니다. 괴기스러운 화음도 많이 섞여있는데 호러 요소가 많은 펑크 음악과의 연결고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펑크의 공격적인 성격보다는 더 매끄럽고 캐치한 면모가 Stankonia의 주를 이루긴 합니다. So Fresh, So Clean이 대표적인데 전자 건반과 베이스가 주축인 비트가 OutKast의 트레이드 마크인 매끄러운 슬로우 잼을 완성시킵니다. 서로의 맵시와 스타일이 깔끔하다는 것을 과시하는데, Sleepy Brown의 가성 코러스와 멜로트론을 연상시키는 현악 신스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시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fEJq56IwI&list=OLAK5uy_m6JI43ppTeuJV9jeLze5De1Rp7nAECZAc&index=4

 

We Luv Deez HoezAllen ToussaintWorldwide에서 드럼을, Chocolate MilkAin't Nothin' but a Thing에서 펑크 기타를 샘플합니다. 둘 다 1975년작이라는 면에서 다시 한 번 이 앨범의 음악적 근원을 알 수 있습니다. Andre 3000은 참여하지 않은 트랙인데, Big BoiDungeon Family 동료들과 외모에만 신경 쓰는 여성을 멀리하라는 가사를 썼다는 점에서 맥락이 이해됩니다. 외모를 가꾸는 방식이 훨씬 보편화된 지금은 뭔가 낡은 사고 방식처럼 비춰지는 면이 있지만 훅부터 세 명 각자 다른 다채로운 플로우까지 뛰어난 트랙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OutKast는 이처럼 본인들의 삶의 지혜를 청자에게 전해주기도 합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이런 내용을 교조적으로 설파하지 않아 거부감을 줄였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Andre 3000의 솔로곡 ‘?’는 술을 경계해야 함을 설파하지만 가사 전체가 제목답게 직접 결론을 내리지 않고 거의 변증법적인 질문 형식으로 전개되어서 청자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게 합니다.

 

‘?’는 돌진하는 짐승 떼와 같은 드럼과 거친 기타, 그에 맞춰 마구 랩을 뱉어대는 Andre 3000의 퍼포먼스가 일품입니다. 훅은 없어도 거의 모든 라인을 동일한 어구로 시작해 뇌리에 남습니다. 이런 기괴한 박자에 정형된 구조 없이 컨셔스한 메시지를 캐치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곡으로 승화시킨 Andre 3000의 역량에 감탄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OutKast의 곡 중 하나인 Humble Mumble도 다분히 정치적인 성향이 드러납니다. 멜로디컬한 대중성과 실험적인 구조, 그리고 변주를 잘 결합시킨 훌륭한 곡입니다. 미국 동요 Little Engine That Could을 재구성한 Andre 3000의 장난스러운 인트로, 일정한 라임 모티프로 설계된 가사 구조에 Erykah Bude의 화음까지 얹혀진 훅, 몰아치는 심벌과 서정적인 신스가 대조되면서 독특한 곡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Andre 3000의 벌스에서 급격하게 박자가 바뀌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Big Boi의 투박한 거리 이야기와 Andre 3000의 양당체제에 대한 비판과 존재론적 갈등, 그리고 힙합에 대한 사회적 고정 관념을 다루는 벌스가 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거기에 후반부에 Erykah Badu의 고무적인 보컬 퍼포먼스와 화음, 통통 튀는 펑크 기타 솔로까지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여성 서사의 면에서도 Stankonia는 특이한 면모를 보입니다. 여전히 남부의 음악답게 노골적인 성 묘사는 그대로지만, 기존의 성적 대상화를 뒤로하고 자신들을 굉장히 낮춰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ll Call Before I Come이 대표적입니다. Come이라는 단어는 도착을 뜻하기도 하지만 오르가즘 뜻하기도 합니다. 이 점을 언어유희로 사용해 단순히 자신만의 성적 만족을 추구하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성관계를 지향하겠다는 다짐과 상대방의 사생활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한 번에 다룹니다. 무엇보다 피쳐링한 여성 래퍼들 Gangsta BooEcoOutKast보다 과감한 벌스를 제공하면서 당시의 고정관념적 성적 역할을 뒤집습니다. 남부의 노골적인 성적 문화를 성 해방적인 측면에서 다룬 위트가 충만한 곡입니다.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익살스러운 훅과 통통 튀는 펑키한 비트 위에 탑재해 진입 장벽을 낮춘 것도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세심한 디테일이 Stankonia가 다루는 많은 무거운 주제들이 교조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Stankonia의 이런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 바로 메가 히트를 쳤던 Ms. Jackson입니다. 결국 파국을 맞이한 상대방과의 결혼 관계에서 당사자는 물론 장모에게까지 사죄를 구하는 내용의 곡입니다. Andre 3000은 이별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사회가 연인에게 가지는 기대감, 이혼과 양육의 상관관계, 그리고 조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합니다. 그리고 이혼한 상대와도 어떻게든 앞으로 지킬 것은 전부 지키겠다는 내용까지 당시에는 파격적인 가사를 썼습니다. 특히나 고부 갈등이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에서 자라서 그런지 제게는 더 감동적으로 들렸습니다. 한 술 더 떠서 Big Boi는 불륜과 가정 폭력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풀어내며 더 어두운 내용까지 다룹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YxAiK6VnXw&list=OLAK5uy_m6JI43ppTeuJV9jeLze5De1Rp7nAECZAc&index=5

 

여기에 Andre 3000의 캐치한 훅과 애틋한 비트가 만나며 히트를 할 요소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밝은 건반 코드에 활공하는 전자 신스, 묵직한 펑크 베이스에 가사에 맞춰 삽입된 다양한 효과음까지 예술적으로 많은 공이 들어간 티가 납니다. 특히 Wagner의 결혼 행진곡을 Big Boi 벌스 중간에 배치하는 건 웃기면서도 들을수록 눈물이 날 것 같이 묘합니다. 이런 무거운 주제의 곡이 빌보드에서 1위를 했다는 점에서 새삼 OutKast의 재능에 감탄하게 됩니다. 좋은 곡임을 떠나서 Ms. Jackson의 빌보드 성적은 힙합 역사에서 손꼽히는 위대한 성취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이혼한 Erykah Badu와 꾸준히 좋은 사이를 유지하면서 결국 아들을 잘 키워 대학까지 보냈다는 사실을 알면 곡이 또 다르게 들립니다. 온갖 권모술수가 사랑과 인간성을 말소시키는 할리우드에서 Andre 3000Ms. Jackson에 새겨놓은 다짐을 전부 지켰습니다. 정말 멋있습니다.

 

Slum Beautiful도 특이한 서사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맘에 드는 이성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종교적인 비유로 여성의 신체를 더 고귀하고 숭고한 것으로 비춰냅니다. 피쳐링한 Goodie Mob Cee-Lo Green의 벌스에서 이런 점이 강조됩니다. 이런 자잘한 면에서 확실히 Dungeon Family는 남부 힙합에서 상당히 다른 서사를 가진 기념비적인 단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랩 보다는 노래에 치중한 면에서도 Stankonia의 실험적 특성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이고 양지에 있을 법한 젠더 서사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Toilet TishaPrince가 연상되는 우주적인 신스를 주축으로 설계된 펑키한 비트 위에 Andre 3000의 가성과 Big Boi의 이례적으로 차분한 플로우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14세에 임신을 해버린 여자아이의 비극적 결말을 담은 트랙인데 중간에 어머니의 절규가 들리는 등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폭로성 코멘터리를 제공합니다. 창자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Big Boi는 상황 설명을 현자적 시각으로 서술하며 뛰어난 음악으로 비극적 여운을 남깁니다.

 

이렇게 Stankonia OutKast답게 남부의 일상과 문제점을 촌철살인으로 담아냅니다. 가사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 앨범의 수많은 스킷에서도 그런 면모가 보입니다. 아마 힙합 역사에 있어 가장 웃기고 잘 짜인 스킷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 같이 남부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앨범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OutKast는 이 스킷들을 곡과 연결시키며 남부의 일상을 전지적 시점의 옴니버스 시트콤 같이 서술합니다. 리뷰에서 모두 다루지는 않겠지만 이 스킷들은 꼭 넘기지 않고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Snappin & Trappin은 당시 Dungeon Family의 새로운 루키였던 Killer Mike Big Boi가 벌스를 주고받으면서 실력을 과시하는 트랙입니다. 미니멀한 비트에 꽉 차있으면서도 여유로운 플로우가 지금 왜 이 사람들이 베테랑인지 알려줍니다. 특히 현재 씬의 최고 랩 테크니션 중 한 명인 Killer Mike는 이 때부터 혀를 내두르게 되는 실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가사에 서로 과시하는 방식 자체는 뻔한데 특정 지명이나 남부에서 왔다는 것이 자명하게 드러나는 언어 선택이 트랙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So Fresh, So Clean Ms. Jackson 같은 감성적인 트랙 다음에 배치되어었어 환기적인 역할도 합니다.

 

Spaghetti Junction은 기존 OutKast의 음악에 약간의 전위적인 요소를 추가합니다. Organized Noise라는 프로덕션 팀의 샘플링 센스에 기가 막히는 대목입니다. 평소에 만들던 매끄러운 펑크 비트에 Simon Harris FX & Scratches라는 효과음 콜라주를 잘라서 삽입하는데 이 작은 샘플이 공간감을 키우면서 살짝 서늘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Sleepy Brown의 훅도 남부가 위험한 곳임을 역설하고 Andre 3000 Big Boi 모두 코케인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자연스레 마피오소적인 곡이 완성됩니다.

 

Red Velvet Spaghetti Junction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Kate Bush 1978년작 The Saxophone Song에 나온 돌고래 소리를 변주한 다음에 비트의 요소로 사용하는데 곡의 주제에 맞게 약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흩어지는 전자 신스도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거듭니다. 남부에서 자신의 소유물을 쓸데없이 과시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곡인데, 취한 듯이 부르는 Andre 3000의 훅이 기억에 남습니다. 피치를 변주시킨 벌스들도 신선한 대목입니다.

 

Gangsta Shit Stankonia의 유일한 단체곡인데, 제목과 훅 그대로 남부에서의 갱스터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곡입니다. 비록 남부만의 특수성이 더 부각되었으면 좋겠지만 인원 전부 목숨 걸고 토하듯이 랩하는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고 최소한의 골격만으로 바운스 감을 주는 비트도 재밌었습니다. 특히 비트가 지금의 트랩 스타일의 전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흥미로웠습니다. 가사에서 갱스터하면 떠오르는 차종과 총기들이 나와 제목에 충실한 곡이 만들어집니다.

 

올해 10 31일은 Stankonia 20주년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Stankonia의 영향을 찾아보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트랩 음악의 세속과 파괴적인 면모도 적잖이 영향을 받았으며, 현재 얼터너티브 R&B 장르에서 혁신을 가져온 Frank Ocean이나 Janelle Monae의 음악에서도 이러한 방법론이 보입니다. 사회 곳곳의 문제를 건드리는 소재, 소울과 펑크를 전자 음악과 결합시키는 스타일, 랩과 노래를 오고 가는 퍼포먼스까지 Stankonia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을 찾는 게 더 힘듭니다.

 

Stankonia는 정점을 맛본 아티스트들이 과감하게 다른 것을 시도하면서 오히려 더 높은 곳으로 비약한 눈부신 성취입니다. 힙합 역사에 이런 실험성은 Stankonia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파격적인 변신이 이렇게까지 상업적으로 보상 받은 경우는 언뜻 생각나지 않습니다. 실험성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행보지만 아마 Stankonia 같은 전례가 있기에 아티스트들이 변화라는 코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Best Tracks: N/A

Worst Tracks: N/A

 

CLASSIC/10

 

7
Comments
1
2020-11-02 22:18:51

이런 클래식 리뷰도 넘 좋네요

WR
2020-11-03 13:29:07

20주년이라서 다뤘습니다. 이번 주에도 25주년 앨범이 두 장 있습니다. 그 중에 한장은 이 리뷰에도 등장하네요ㅎㅎ

1
2020-11-03 12:26:48

와우 정독했습나다....

B.O.B 힙합1도모를때 빠른랩이 재밋어서 들었는데...
나중에 이현도의 리빙레전드에서 버벌진트가 아주 똑같은 느낌으로 랩해놨더군요

WR
2020-11-03 13:29:40

맞아요. 저도 이현도의 리빙레전드 처음 들었을 때 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1
2020-11-03 12:28:47

Andre3000 읽는버
앙드레삼천 인정???

2020-11-03 12:29:36

ㄹㅇㅋㅋ
앙드레삼천 오십센트 국룰

WR
2020-11-03 13:30:16

본토 팬들은 길어서 그냥 3 Stacks라고 많이 부르더라고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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