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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함께 설레는 빅나티의 버킷리스트, 첫 EP [Bucket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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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3-02 17:36:25

지난 '쇼미더머니 8'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아티스트, 서동현(BIG Naughty). 그는 특유의 개성 있는 톤과 학창 시절을 보내는 10대의 가사로 많은 공감을 얻으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중독적인 멜로디의 전개나 그의 다재다능함은 크러쉬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이후 방송에서 연을 맺은 기리보이와 '을', '휴(休)'를 합작해 좋은 성과를 거뒀고 자신이 주목받기 시작한 예선전 벌스를 활용해 '시발점 Remix'를 발매하며 커리어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1년은 그가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수많은 피처링과 하이어뮤직 컴필레이션 발매로 서동현은 다시금 '천재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특히 솔로곡 '잠깐만'은 서동현이라는 장르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VVS (H1GHR Remix)'와 '격리해제', '말을 마' 등을 통해 타 아티스트들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평소 존경하는 빈지노와 재지팩트, 지드래곤 등의 색채를 자신에게 입혀서 벌스를 채웠다. 일부 리스너들은 너무 빈번하고 과한 면이 있다는 피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쇼트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오마주를 통해 스스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비트를 소화하는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장치를 빌릴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한다. 즉, 그가 오마주의 순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한 번의 오마주에도 신중을 기하고 자신이 발전하는데 활용함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영리한 행보는 곧 기대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올해 초부터 첫 정식 EP를 예고했던 그에게 적지 않은 기대감이 쏟아졌다. 지난 2019년 9월, '쇼미더머니 8'이 종영한지도 어느덧 1년 반의 시간이 흘렀기에 개인 작업물에 대한 관심은 당연했다. 10대 아티스트에 대한 큰 관심은 명암이 확실하게 공존한다. 관심은 자신을 채찍질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때로는 무거운 부담감으로 작용해 아티스트를 망치기도 한다. 그가 예고했던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 '관심'이 빅나티라는 아티스트에게 어떻게 작용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2월 25일이 찾아왔다.

 

서동현의 [Bucket List]는 10대 아티스트의 절정에 서 있었다. 한 차례 앨범을 들었을 때는 '듣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 앨범을 다시 들었을 때는 '10대만의 감성을 잘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차례 더 들어보면서 깨달았다. 그가 이제껏 관심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꾸며내기보다 순수한 10대의 모습 그대로를 EP에 담아냈다. 지금의 감성과 생각을 담아 만든 EP는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나올 그의 작업물들이 더 기대됐다. 즉, 가까운 미래에 서동현이 보여줄 음악적 성취에 대한 예고편 같았다.

 

관심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차별성을 갖고, 흔히 말하는 '스타'가 되기 마련이다. 이번 [Bucket List] EP는 방송 출연 이후 진정한 아티스트의 면모를 갖고 성장하는 빅나티의 마중물처럼 느껴졌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음악적 성취와 멜로디 전개, 넓은 스펙트럼과 캐치한 훅까지 인상적이었다. 일부 피드백은 가사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의 음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10대가 쓸 수 있는 첫 사랑, 학교에 대한 저항심, 10년 후 미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우울함과 위로, 수많은 버킷리스트까지. '쇼미더머니 8'을 통해 주목 받았던 10대만의 색채를 다시금 느껴볼 수 있었다.

 

이처럼 무엇보다 [Bucket List]가 좋았던 이유는 공감됐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학교 생활을 착실히 해 나가는 수많은 10대들에게 한 줄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돌아보면 이제껏 수많은 10대들의 힙합 음악이 쏟아졌지만 정작 10대만의 공감대를 지킨 음악이 다수가 아니었다는 점. 이것이 더욱 이번 EP의 색채를 완고하게 만들었다.

 

 

00. [Bucket List]

 

영화 '버킷리스트'를 보면 당장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것만 같다.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이 수십년이라고 할 지라도 늘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동현은 이 영화를 보며 인생의 가치관을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누군가 10대는 '꿈을 꾸는 시기'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이 수없이 많고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수없이 많은 나이다. 필자 역시 20대가 됐지만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때로는 무모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들에 도전하며 시간을 보내보고 싶기 때문이다. 무모함은 '도전'을 통해 무모하지 않게 되곤 한다. 버킷리스트는 늘 쓰기 시작할 때가 가장 설레기 마련이다. 버킷리스트를 써 내려간 서동현을 지켜보며 함께 설레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난 꿈을 이뤄가는 중이고 하나부터 계속 채워 내 List, 아무 고민하지 마 그냥 Move'

TITLE | 01. Joker (Feat. JAMIE)

 

많이 본 영화로 '조커'를 꼽은 서동현. 노래의 내용이 영화 '조커'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한 여성에게 끌린 서동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의 이면적인 모습을 보고도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이 다뤄졌다. 그는 '나는 너를 절대로 이길 수가 없어, 너는 조커니까, 나는 이미 그런 너한테 푹 빠져들었으니까'라고 말한다. 마치 그녀는 카드 게임을 하며 조커를 손에 들고 있고, 이미 성패가 갈린 듯 하다. 곡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봐도 재밌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 듯한 서동현과 한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는 여성과의 행복한 추억이 있지만 이면적인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가사처럼 마치 그녀에게 이끌려 무언가를 조건으로 감옥에 수감되는 모습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꼭 함께 시청하길.

 

한편으로는 느와르 장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노래 자체가 재즈와 힙합이 혼합돼 서동현의 바이브를 잘 살려주고 있고 복잡한 속사정을 전달하고 있다. 제이미의 피처링까지 잘 어울리며 서동현의 두 번째 파트에서 웅장함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밤이 오며 게임은 시작돼' 라인은 노래를 듣고 여운이 남아 따라 부르고 싶어진다.

02. Frank Ocean (Feat. SOLE)

 

두 번째 트랙인 'Frank Ocean'은 첫 트랙에서의 사랑 이야기가 더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동현은 이 트랙이 첫 사랑과의 기억을 갖고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Joker'에서처럼 갑과 을이 존재하는 사랑을 했던 서동현. 그를 떠나간 그녀를 향한 곡이다. 버림을 받았지만 그에게는 아름다운 기억이었던 것 같다. '너는 내게 너무 멋진 사랑이었던 거 같아', '너는 내게 너무 멋진 사람이었던 거 같아'. 한편 그녀는 바다를 건너서 떠나갔다. 전해지기로, 그녀가 떠나기 전 서동현에게 '프랭크 오션'이라는 아티스트를 알려줬다고 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겹치며 제목과 곡이 만들어졌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내가 보고 싶니, 잘 살고 있니'

03. 커피가게 아가씨 (Feat. 원슈타인)

 

평소 원슈타인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냈던 서동현. 결국 이번 곡을 통해 콜라보가 성사됐다. 이 곡은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됐던 트랙이며 피제이의 프로듀싱 위 편안한 사운드로 주목받았다. '우리 동네 커피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라는 훅과 일부 샘플은 가수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차용했다. '우리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라는 라인을 서동현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트렌디하게 디자인했다. 담배가게가 커피가게가 된 것은 10대 다운 발상이기도 했다. 그는 평소 옛날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듣는다고 한다. 김광석, 유재하 등을 좋아하는데 존경의 의미로 송창식의 곡을 오마주했다고 했다. 이번 오마주를 통해 그가 말했던 '순기능' 중 하나인 재조명 기능을 통해 '담배가게 아가씨'가 조명을 받기도 했다. 샘플 클리어 이야기도 재밌다. 전화를 걸어서 바로 허락을 받았다고.

 

이 가사처럼 실제 경험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번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았냐며 능청스럽게 이야기했다. 한편 이어지는 원슈타인의 중독적인 벌스도 인상적이다. '데자뷰, 이건 데자뷰'

TITLE | 04. 멋진 신세계 (Feat. Rohann)

 

앨범 크레딧에 등장한 '서태지'의 이름. 놀란 마음으로 들은 '멋진 신세계'는 1994년에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를 오마주했다. 메탈 사운드에 랩을 한 '교실 이데아'는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것만 집어넣고 있어'라고 말하는 반항적인 트랙이었다. 서동현이 생각하기에 여전히 교육과 학교 시스템은 변한 것이 없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교실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제목도 '2021 교실 이데아'로 할까 고민했다고. 어쨌든 지난 20년 전과 비슷한 고민을 담아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트랙이다. 한편으로는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SF 소설 이름인 '멋진 신세계'를 가져오기도 했다.

 

'머리가 왜 이렇게 길어, 다음주까지 밀어, 교복은 그게 뭐야 바지도 너무 길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꿈도 없고 뭣도 없는 병신새끼들이 키보드로 꼭 까불어'

  

그의 반항심은 소극적인 반항심으로 드러나지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라며 '20년전이랑 바뀐 게 대체 뭐야'라고 외친다. 이어진 '자퇴생' 이로한의 이야기. '학교서 개성 찾는 게 멍창한 거라 했던 Stupid mo' fuckin' 꼰대', '자퇴했을 때 기분 X발 Thank you so much'. 피제이와 함께 이전과는 다른 사운드에 시도했던 서동현의 도전. 또 하나의 스펙트럼을 늘리고 다양한 장르에 다가가게 된 곡이 아닐까 싶다.

  

05. 10년 후 (Feat. Paloalto)

  

미닛의 프로듀싱이 이뤄진 트랙이다. 곡을 들어보면 미닛 스타일이며 그 특유의 감정이 잘 전달되고 있다. 서동현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젊음'이란 29살까지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는 이번 트랙에서 10년 후의 자신을 생각하며 젊음의 끝자락에서 10대 시절을 돌아보고 있다. 이 구성 자체가 독특하진 않았지만 괜히 감정 이입이 되는 요소였다. 누가 생각하기에도 '어린'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서동현이 10년이 지나 28살이 됐다니. 그 자체로 이 곡을 듣는 누구나 자신의 10년 후를 생각해보게 된다. 대부분의 리스너들은 10년 뒤, 서동현이 생각하는 젊음의 기준을 넘어섰을 것이다. 일부 팬들은 10년 뒤, 젊음의 절정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자체로 신선한 감흥을 주고 있다.

  

그가 돌아보는 10년 전의 기억은 아름답다. '열여덟 살의 나는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고 너를 보고 싶었을 거야'. 괜시리 마음이 아리고 감성에 젖게 되는 가사들이다. '엄마 아빠 코노가서 미안, 수많은 밤을 채웠던 Rhyme'. 많은 것들을 제껴둔 채 앞만 보고 달렸던 자신에 대한 반성도 이어진다. 과연 지금 드는 생각일까, 아니면 앞으로에 대한 반성일까, 또는 10년 뒤 자신을 생각해봤을 때 든 생각일까. 이어 팔로알토가 쓴 비슷한 무드의 가사들. 다시 한 번 가슴이 아려온다. 한편으로는 옆에 있는 서동현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

  

'10대는 어리숙했고 20대는 아름다웠어, 30대를 멋지게 살고 있다는 게 난 너무 신나, 다가올 Forty, 근심 고민보다는 걍 Go 질러봐'

'우린 모두 선택을 해야 돼, 넌 어떤 길을 갈 건데'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 앞으로 나아가지'

  

06. 부라보 (Feat. Coogie, GSoul)

  

19살 소년이 말하는 '살기도 빡세', '내 삶은 외로워', '18살이 보는 세상은 너무 답답해'. 누군가가 보기에는 귀여운 푸념일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누구나 고민이 있고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서동현은 공감되는 가사들을 나열한다. '공부해라 빨리', '일해라 빨리', '또 절해라 빨리'. 그리고 나서 새삼스럽게 건너는 위로와 격려가 이어진다. '앞길이 안보이고 그냥 막막할 때, 삶이란 게 너무 힘들고 답답할 때, 괜스레 나 혼자 남겨진 거 같을 때 Just sing this song girl'. 공허한 쿠기의 고민과 수많은 이들에 대한 격려를 남긴 지소울. 누구든지 힘을 내길 바라며.

  

'Bravo Bravo, Bravo Brabo, Live your lige And be yourself, It's gon' be alright'

  

07. Bucket List

  

비트를 잘 안 주기로 소문난 'DPR CREAM'의 프로듀싱. 그런 탓에 많은 이들이 7번 트랙인 'Bucket List'에 실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곡이 없었다면 이 EP가 [Bucket List]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이 트랙을 통해 EP를 매듭짓고 앞으로 다음 작품까지 나아가는 원동력을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 언제든지 버킷리스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서동현은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것이다. 대학에 가고 싶었고, 대학에 가야 한다는 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트랙에서도 재밌는 라인이 등장한다. 'Seoul National University, 그게 뭐라고 이 난리인지 Uh uh'.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건낸다. 'Till we die, Till we fly', 'B B B B BUCKET LIST'. 꿈을 이루고 채워가는 서동현의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힘을 얻는다. 함께 설레고 앞을 내다본다.

 

'네가 어떤 길을 가던 응원해, 한가지만 기억해, It's about god damn Love'

   

글 / HIPHOPPLAYA EDITOR 김동현 (gunners2537@hiphopplaya.com / @kimd0nghye0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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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03-04 01:20:30
멋진 신세계 소름돋게 좋았어요. Bucket List 가사도 잘 쓴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좋게 들었습니다.
WR
2021-03-04 13:47:14

저도 빅나티 그 자체였던 것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D

2021-04-07 15:18:23

2번 째 트랙에서 코러스부분에 solo solo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it`s alone 이라고 교차되어서 들렸네요 ㅎㅎ 이런 사운드 적인 부분도 퀄이 높은 앨범이 아닌가 싶네요
앨범 리뷰 잘 보고있습니다~

WR
2021-04-07 15:25:01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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