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Uno Dos Tres Quatro!' 6개월의 노력, 돌아온 한요한의 정규 3집 [초희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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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19 21:47:05

 

오버클래스의 기타맨, 스윙스와 버벌진트 뒤에서 무대를 꾸미던 기타리스트, 지코 이슬라이브 뒤에서 기타를 치던 원숭이. 발라드와 알앤비 장르로 EP를 두 장이나 내고 다이어트에 성공하고서야 저스트뮤직에 입성할 수 있었던 아티스트.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았다. 작사, 작곡은 물론 본인 앨범의 전반을 만드는 메이킹 능력이 뛰어났으나 아직 그의 색채가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신선했던 그의 등장에 반가움을 드러낸 리스너들도 많았다. 어쩌면 한요한의 등장 자체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었을지도. 그에 이어 2017년 1월에 발매된 '훅잽이'는 그를 더 거세게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EP 앨범 [칼춤]은 한요한의 음악 역사를 뒤집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저스트뮤직 컴필레이션 [우리효과]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깜짝 역작. 기타를 기반으로 모든 곡이 알차게 구성됐고 락과 힙합의 결합이 완벽에 가깝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솔직한 가사와 락의 퓨전은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어색함'의 대명사였던 한요한은 확고한 자기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이듬해엔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싱글 <범퍼카>를 발매한다. 이는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계기가 된 한요한의 대표곡. 그는 당시 최고의 루키였던 양홍원과 노엘의 피처링을 받아 '한요한' 장르의 절정을 찍은 음악을 발매해낸다.



이어 새로운 컴필레이션 [Series]와 [청룡쇼바]는 한요한이 씬에서 완벽히 자리를 잡는 기반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음악적으로 의심할 수 없는 확고한 캐릭터가 되었고, 음악 안팎으로도 다양하게 활약했다. 딩고 시리즈는 물론 개인 SNS를 통해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확립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한요한을 웃겨라' 시리즈를 재밌게 보기도 했다. [외나무다리]처럼 개그 요소의 음악도 훌륭하게 소화하지만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에 비해 생각보다 음악에 진중한 편이다. 특히 앨범 모드에 들어가면 오로지 앨범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요한은 JM에 첫인사를 건네던 기타리스트에서 JM을 먹여 살리는 독보적인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기본적으로 기타에 능하기 때문에 일렉트로 힙합이나 얼터너티브 락 장르를 위주로 곡을 소화한다. 저스트뮤직 입단 전 [Selfmade]는 물론 '따릉이', '12:00' 등 잔잔한 트랙에서도 그만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편이다. [외나무다리] 이후에는 '불꽃'과 '반복' 등 락 발라드 장르에도 발을 들였다. 그러나 정규 2집이었던 [원기옥]부터 한요한 음악에는 '자가복제'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다. 물론 이전부터도 이야기가 많았지만 본격적으로 리스너들이 그의 음악적 구성에 지루함을 느끼던 시기. 음악의 퀄리티 문제는 아니었다. 단지 비슷한 사운드에 점점 고조되며 샤우팅을 지르는 멜로디 구성이 반복됐기 때문에 느껴진 피로감이었다. EP [올인]이 퀄리티에 비해 뜨지 못한 이유도 이와 같았다.

 

그렇게 그는 다시 앨범 모드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전보다 음악에 진중한 모습이었다. 단지 이미지 관리를 위했다고 할지언정. 이번 앨범에 100%를 쏟는 모습이 눈에 훤하게 들어왔다. 국내 힙합 씬에서 유일무이했던 '한요한'이라는 캐릭터. 그가 일명 '잠수'를 타자 잠시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흘러서는 그 빈자리도 잊혔다. 잊혀짐이란 슬프고 아쉽게 느껴지곤 하지만 때로는 잊혀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한요한은 자신의 음악 안팎의 캐릭터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면 자가복제를 다시 들고 올지라도, 신선함을 줄 조금의 계기가 필요했다. 가진 것을 잠시 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음악에 열정을 쏟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높게 평가할 것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평가가 중요하긴 하지만, 과정과 보여지는 것이 결과와 보여지지 않은 것을 가리게 된다면 더 아플 것이기에.

 

본인도 그 시간에 대해서 "스스로 업그레이드하고 노력하고 모든 면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노력했다"라고 라이브에서 회상했다. 관심받고 사랑받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던 아티스트, 한요한. 그는 음악적인 발전과 동시에 자신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자신을 되찾는 시간을 보냈다. 반년이 지나 켠 유튜브 라이브 속 한요한의 모습은 '솔직함' 그 자체였다. 진중함이 진실되게 보였고 정말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이 보였다. 코로나 이후 음악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에 힘을 실었다면 잠시 6개월간은 '아티스트' 한요한으로 삶을 열심히 살다 왔음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한 리스너였던 내게도 앨범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가 노력했음이 느껴져서랄까. 실제로 그의 이번 정규 3집 [초희귀종]은 단지 노력이 느껴져서가 아니라 노력의 결과물로써 증명을 이뤄냈다.



00. 초희귀종

 

한요한은 예전부터 자신에게 '초희귀종'이라는 호칭을 써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이 미워졌던 한요한. 그는 인스타그램과 팬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서 떠나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끝에서 그가 깨달은 바는 무엇이었을까. 예전에 낸 자신의 작업물들을 들어보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며 무엇을 느꼈을까. 그가 겪은 지난 6개월은 나름대로 인내와 고뇌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즉, 자신의 영혼을 되찾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에 걸맞은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겪은 것. 그는 잠시 어둡고 외롭게 살아온 시간들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만큼 값어치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결국 돌고 돌아 '그대' 트랙에서 말하기도 하지만, 앨범 소개에서도 비슷한 논조의 이야기를 짧게 들어볼 수 있다. '초희귀종'이라는 한요한의 자아를 들어볼 리스너들에게 소개하는 한 마디. '내 유일하고도 미약한 재능을 사랑해 준 그대들에게 제 영혼을 바칩니다'.

 

01. 황소 Flow (Feat. Jimmy Paige)

 

비장함에 깜짝 놀랐다. 사실 첫 트랙을 들으면서 감상의 40%는 마친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귀를 사로잡았고 끝까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상에는 '한요한'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첫 곡부터 샤우팅을 하며 마치 히트곡을 신경 쓴 것 같은 트랙 배치가 그동안의 한요한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라이브에서도 말했다시피 더 이상은 히트곡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동시에 조금 더 음악적으로 고뇌하고 리스너의 감흥을 최대한으로 고려한 것이 눈에 띄어 매우 좋았다.

웅장하다. 이 표현이 제일 이 트랙에 걸맞은 것 같다. 잔잔하게 깔려오는 인트로는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인다. 앨범을 다 듣고 나서도 가장 많이 돌려듣고 계속 누르게 되는 트랙은 이 '황소 Flow'였다.

 

가사 역시도 그 웅장함에 큰 도움을 준다. 'Shout out to 내게 기타를 판 낙원상가 아저씨, 덕분에 이 판 뒤집어 까고 벌어재껴 몇 억씩', '영동중 때 선생님 나를 음악하는 딴따라라면서 뺨을 날렸지, 이제 1년이면 벌어 그 선생님 연봉 10년 치, 선생님 제가 이 가사를 적기 위해 15년을 기다렸습니다'. 감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요한의 음악적 시작점, 학창 시절은 물론 스윙스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팬에 대한 감사함까지 표현한다. 앨범을 내고 조만간 돌아올 것이라고 표현하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웅장한 'Uno dos tres quatro!'.

 

초반 가사에 대해서 한요한은 이렇게 말한다. 영동중학교를 다닐 시절, 어울리던 친구들 때문인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물리 선생님으로부터 미움을 많이 받았다고. 음악 한다고 하면 무시하고 이유 없이 미워했던 선생님. 더 이상 밉지는 않지만 여전히 생각나는 것을 보면 한 번쯤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가사를 썼다고 했다. 이걸 듣는 학생들도 그냥 가볍게 공감하기를 바라면서.





02. 이게 나야 (Feat. CHANGMO (창모))

 

사실 앨범을 듣기 직전, 내게 리스닝 포인트는 '신선함'이었다. '과연 이번에는 한요한이 신선한 음악을 들고 왔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전곡 재생을 눌렀다. 특히 타이틀곡이었던 '이게 나야'에 관심이 컸다.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타이틀곡의 큰 변화는 없었다. 앞서 서론에서 말했듯 비슷한 구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느껴지는 감흥이 달랐다. 때로는 잊혀짐이 필요하다고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잊혀졌던 한요한의 재등장, 그리고 그는 이미 자신에 대한 음악적 고뇌를 마친 뒤였다. 여기서, 저기서 난리치지만 나는 나다라고 외칠 줄 아는 사람. 특히나 1번 트랙에서 느껴진 감흥 탓에 2번 트랙으로 넘어가며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결국 한요한은 한요한으로 회귀했는데 그로 향하는 과정에서의 스토리텔링이 너무나도 완벽했던 것이다.

 

훅의 멜로디 역시 익숙하지만 새로웠다. 특히 중독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어쩌면 한요한은 그동안 자신의 모습에 발목이 잡혀 있던 것은 아닐까. 유명세는 때로 그를 얽매이고 목매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잊어가게 되겠지. 하지만 잠수를 타고 돌아온 한요한은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나고 이게 나야'라는 깨달음. 앞으로도 이렇게 흔들리지 않을 자신의 의지와 신념, 멘탈을 위해 바로 이 곡을 타이틀로 정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 막바지 한요한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딱히 자신의 멋이나 화보 같은 모습을 뮤직비디오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보다 즐겁게 미친 듯이 기타를 친다. 음악에 미친 한요한의 진짜 모습.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음악은 음악 그 자체의 본연일 때 가장 빛이 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걸 읽고 계신다면, 앞으로 자가복제나 어떤 평에도 흔들리지 마시길. 그저 한요한은 한요한일 때 빛이 납니다. 리스너나 팬들도 이 앨범을 제대로 즐겼다면 그 진심을 이해할 테니까요.

 

03. Akrapovic

 

아크라포빅은 자동차 튜닝 회사이다. 즉, 한요한의 람보르기니 배기음 소리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가사에서 자신을 망할 것이라 말하던 사람들에게 배기음 소리를 들려준다. 한요한은 과거 자신을 미워한 사람들을 미워했다고 한다. 들어보지도 않고 들어봤는데 별로라고 말하거나, 노력을 한 사람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미웠다고. 그러나 그런 한요한에게 어머니는 늘 말했다. '엄만 내게 말해 그 녀석을 사랑하래'. 한요한은 입술과 잇몸을 깨물고 용서와 복수 사이에서 갈등했다. 악마의 속삭임은 복수를 상징하고 어머님은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가 공존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악마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이다. 'Arkrapovic'을 외치는 속삭임, 그 안에서도 고뇌하는 한요한의 모습이 그려진다.

 

'내 2인승에 악마 년들 속삭이는 중, All ma fake 래퍼들 신고해라 우르르'. 이 트랙에는 이스터에그로 재밌는 에피소드도 들어있었다. 한요한과 다른 동료 아티스트의 관계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이는 랩하우스 온에어를 통해 나온 이야기였는데 이를 통해서 들어보길 바란다.

 

04. Daft Punk (Feat. ZENE THE ZILLA)

 

다프트 펑크는 전설적인 일렉트로닉 뮤직 듀오 그룹이었다. 이들은 헬멧을 쓰고 등장했으며 마치 가면을 쓴 듯한 아티스트들이었다. 전자 음악을 선도했던 그룹은 왜 한요한의 곡명으로 등장했을까. 우선 한요한은 다프트 펑크의 큰 팬이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며 해체하게 된 다프트 펑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다프트 펑크를 마치 헤어지는 연인들에 비유했다. '이제 Daft Punk처럼 해체, 잘 가, Bye bye'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연인 역시도 서로 가면을 내려놓자는 이야기. 한요한은 헤어짐 속에서 솔직해지자고 이야기한다. '너에게 썼던 내 가면들을 하나둘씩 벗어 버리네'. 즉, 연인 관계가 끝을 달리면서 서로 쓰기 시작했던 가면을 그 끝에서는 벗어보자는 것.

 

'너희 집 가던 버스 색깔 번호 하나둘씩 잊어버리네'. 제네더질라의 가사 역시도 이 맛을 더 해준다.

 

05. 오늘부로 (Feat. 스윙스)

 

선전포고 같은 트랙이다. '돈 많이 벌어뒀니 이제 거지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너무 아쉽죠'. 한요한이 잠시 없었던 사이, 그 자리를 꿰 차려고 등장한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한다. 앨범에 유기적인 구성을 깨는 트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요한이 왜 앨범에 이 트랙을 넣었을까를 고민해 보면 재밌다. 이것 역시도 한요한이기 때문이다. 그냥 시원하게 이 트랙을 즐기면 된다.

 

06. 1:00

 

한요한의 감성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올해 가장 좋아하고 있는 감성은 '12:00'였다. '지나가는 내 젊음에, 제법 어른이 보여 거울에'와 같은 솔직함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먹먹함을 잘 대변한다. 이번 1:00은 12:00에서 이야기하던 사람과 잘 됐다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를 상상한 트랙이라고 한다. 감성적이고 먹먹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듯이 시타팝으로 소화했다. 아직 면허 없는 대학생이지만, 마치 내게 차가 있었다면 밤에 차를 타고 도시를 달리며 잔잔하게 틀어놓고 싶은 음악이다.

 

07. Ctrl C + Ctrl V

 

이 트랙을 들으면서 먼저 느꼈던 것은 한요한이 앨범을 정말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 그동안 한요한의 2~3년이 모두 담긴 앨범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근거로 그동안 한요한의 좋았던 음악 스타일이 골고루 담겼다는 점이다. 히트곡 스타일의 '이게 나야', 강하고 다크한 음악인 'Akrapovic'과 '오늘부로', 웅장한 '황소 Flow'에 '12:00' 스타일 감성 '1:00'까지. 이어서 Ctrl C + Ctrl V는 그가 시도했던 신나고 EMO 성향의 음악들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가 앨범을 계획하면서 많은 음악을 만들고 엎고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트랙은 '좋아하면 닮는다'는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복사 +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말투도 닮게 되고 음악과 전시 등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게 되고 영화 장르와 하는 짓까지 비슷하게 되는. 음악만 들으면 장르는 한요한이고 가사와 함께 들으면 잔잔한 감성까지 오기도 한다.

 

08. Long Run (Feat. 호미들)

 

7번 트랙에서 잠깐 다시 신날 뻔했지만 금새 잠재우는 8번 트랙. 인트로부터 감성적일 내용을 예고하고 있다. 보통 롱런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음악을 열심히 하는 아티스트들을 상징한다. 한요한 역시도 롱런하면서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롱런을 하며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모양이다. 마지막은 흔들의자 서로 마주 보고, 꿈을 이루고 주름까지 같이 보며 늙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피처링에는 누구보다 '함께'에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함께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함께 늙어갈 팬들에게.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꿀 수 없는 꿈. Long Run.

 

'나 그땐 웃으면서 말하겠지, long run, long run, 이제 해냈구나, long run, long run, 이제 이뤘구나, long run, long run, 꿈이 아니었구나, long run, long run'.

 

09. I'm Not Okay (Feat. NO:EL)

 

일반적인 '한요한' 장르. 그러나 재밌는 것은 마지막 파트다. 세 번째 샤우팅을 외친 뒤에 기타 솔로가 마치 한요한의 샤우팅처럼 느껴진다. '이게 나야' 뮤직비디오에서 느꼈던 전율이 앨범의 마지막을 향하면서 다시금 되찾아지는 포인트. 한요한이 자신을 위해 자신을 놓고, 자신을 위해 너를 놓는 어려운 결정 속에서 외치는 절규가 음악적으로 소화되며 화려하게 날아오른다. 그는 그동안 음악의 히트를 위해 부수적인 것들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말한다. 솔로 연주나 밴드적인 요소를 뺀 적이 많다고. 이번에는 달랐다. 한요한의 솔직한 외침.

 

그리고 앨범 내내 이어지는 자신에 대한 고뇌의 결과가 눈에 띈다. '나를 놓겠어, 이젠 나를 위해서'.

 

10. 터벅터벅 (Feat. 버벌진트)

 

버벌진트와 통화를 하며 시작되는 마지막 트랙. 꽤 긴 거리를 걸어갈 생각인 한요한의 머릿속에는 많은 고민이 있는듯하다. 가끔 괜히 이런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만약 유명해진다면 어떨까? 어렸을 때는 마냥 좋을 것 같이 느껴졌다. 유명해지고 싶고 유명해지면 행복할 것 같으니까. 사실 지금도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가끔은 그들이 괜시리 힘들어보일 때가 있다. 특히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은 지금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유명인들이란. '내가 이곳에서 언제까지 갈까', '조금 실수하면 모두 다 떠날까 와', '기사 몇 개들이 나를 지 맘대로 판단하네'. 견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위치. 그냥 생각이 많지만 생각을 비우고 걷듯이. '터벅터벅 터벅터벅'.

 

초록색 자전거를 타고 밟던 28살의 한요한이 지나가면서 이상하게 쳐다본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집에 가자 요한 좀 이딴 웃어야 해'. 한요한의 감정은 진짜 한요한의 감정일까.

 

11. (Bonus Track) 그대

 

한요한의 팬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의 앨범을 즐기는 다양한 맛 중 하나는 보너스 트랙에 있다는 것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보너스 트랙인 '그대'는 앨범의 마지막을 짠하게 장식한다. 이번 앨범을 들은 많은 팬들이 울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트랙이다. 마치 한요한이 단독 콘서트를 연다면 마지막 장면이 될 것 같은 곡.

 

그대에게 한 마디 위로를 건네는 한요한. 어쩌면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중딩 때 우상들에게 메세지 보내고 노래 잘 들었다고 했던 자신처럼 지금 자신에게 디엠을 보내는 학생들. 마치 자신의 모습이 겹치면서 이제 팬들을 지켜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앨범 소개에 말했듯 '내 미약한 재능이 니 방어막이 되게'라고 말한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듣고 싶은 노래. 그냥 다른 것 필요 없이 가사를 곱씹으며 들었으면 하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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