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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해석] 서울과 진주 사이에서의 고민, 샤크라마의 정규 2집 <진주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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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7 15:14:42

 

지난 쇼미더머니 8을 통해 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비췄던 샤크라마. 당시 영비와 팀 배틀을 통해 대립구도가 생겼고 방송 후 '안상구'라는 디스곡을 발매하며 이슈가 됐다. 그에게 있어서 '쇼미더머니 8'은 마냥 달갑지 않은 타이틀이지만 어쨌든 첫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의 여론들은 샤크라마로부터 분노의 감정을 이끌어냈다. 특히 '랩을 못한다'라는 평가에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고 지난 4월, '정육점'과 '666'을 타이틀로 한 첫 정규 앨범 <666>이 발매됐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짧은 이야기들과 방향성이 제시됐지만 초점은 '랩 스킬'이었다. 뭔가 서사를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커리어에 제대로 발을 들이는 하나의 입문 과정이 됐다. 무엇보다 쇼미더머니 때보다 발전한 스킬들을 온전하게 평가받고 싶었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솔직히 제가 정규앨범을 낼 때도, 내기 전에도 쇼미더머니라는 꼬리표를 안 좋아했습니다. 그보다는 앨범 아티스트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Errday(얼돼)라는 래퍼가 있는데 그 형이 "그것도 너 자신이고 그것도 너의 무기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이후 인식을 바꿔서 그런지 쇼미더머니 샤크라마도 저니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저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지난 6月, 김동현과의 인터뷰

 

그 시점에서 쇼미더머니에 대한 악감정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 '쇼미더머니 샤크라마'도 자신임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즉, 앨범 발매를 통해 랩 스킬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으니 다음 단계가 필요해진 상황. 당시 그는 곧바로 정규 앨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제는 악감정도 줄었고 랩 스킬을 증명했으니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할 차례가 된 것이다. 4개월이 흘러 지난 8월 11일, 정규 2집 <진주특별시>가 발매됐다. 사운드적으로도 크게 발전됐고 앨범의 유기성이나 서사적인 흐름이 훨씬 나아졌다. 그가 말했던 '래퍼'가 아닌 '아티스트'로 거듭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발전한 게 눈에 띄는 앨범이다.

 

제목부터 특별한 기운이 감돈다. 경상남도 진주시를 '진주특별시'라고 칭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인 진주와 서울에 대한 서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먼저 앨범 전체의 서사와 제목의 해석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이 살았던 고향, 진주에는 좋은 기억과 사랑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특히 '래퍼'로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주에 남아있기 두렵고 불안하다. 반대로 서울에는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래퍼'들과 만나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공연에 설 기회도 많다. 그러나 래퍼들 사이에서 불안함도 생기고 불안정한 삶이 있다. 즉, 사랑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이 생긴 것이다. '사랑'의 도시 '진주'와 '이성'의 도시 '서울'. 이는 앨범 소개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설명된다. '사랑과 이성 그 사이 어딘가에'

 

 

01. 단말마

 

단말마란 '인간이 죽을 때 느끼는 최후의 고통'이라고 한다. 말마는 육체의 치명적 부분인 급소를 뜻하고 말마가 끊어지면 죽게 되는 상황이 온다. 따라서 죽기 직전에 괴로워하는 것을 '단말마의 고통'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이 곡에서는 자꾸 단말마의 순간과도 같은 마지막 순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묘사한다. 자신이 느끼는 욕심과 세상을 돌아볼 때 찾을 수 있는 사랑을 그려낸다.

 

'생각해보면 욕심 많은 삶, 이룬 것보다 잃을 것에 고집하던 나'로 트랙이 시작된다. 샤크라마는 평소 불안함을 자주 느낀다. 특히 앨범을 발매하기 전이면 잘 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아티스트다. 그의 불안함은 욕심으로부터 온다고 할 수 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기 땜에 불안해지고 이 불안함은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욕심은 반복된다. '또다시 욕심부려 시간을 돌려달라는 죄목'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욕심은 '뇌리에 박힌 순간의 사랑을 찾아내고'라는 상황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때의 시간들이 그리울 것이고 다시 돌아가고 싶음을 가사로 표현했다. '그 시간들의 너에게', 즉 그 당시의 샤크라마에게 '나 한 번 더 닿기를'이라 말한다.

 

처음 태어났을 때 자신을 바라보던 '사랑들의 얼굴들'은 물론 진주에서 살던 시절의 어떤 것일 수 있다. 무엇이든 사랑의 기억들을 그리워한다. 아마도 진주를 떠나 서울로 온 샤크라마가 느끼는 무언가의 감정일 수 있다. '인생의 마무리 유언까지 예술로 풀어내자'라고 외치지만 상처들이 생기고 더 깊게 파인다. 특히 '일상의 고통이 그리웠었던 단말마'라고 말하는데 단말마를 느끼는 마지막 순간에는 진주에서의 사랑과 진주에서의 일상이 그리울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이 가사 후에는 조용히 <진주특별시> 中 '파동'과 <666> 中 '샤크라마' 등이 샘플링되어 나온다.

 

그러나 심판의 날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떳떳하며 기개가 있다. 자신의 '삶 한 짝'을 단말마로서 외치겠다고 말한다. '내 세상의 끝에서 돌이켜보면 사랑뿐, 좋은 꿈이었단 듯이 깨기 아쉽지만 가야겠군'여기서 심판의 날은 샤크라마가 숨을 거둘 날을 의미한다. 그는 평소 <666>처럼 신을 부정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이 있다면 사후세계에서 샤크라마는 천국과 지옥 사이의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외친다.

 

 

02. 말소신고

 

아마도 샤크라마의 곡 중 가장 개인적이고 아픔을 드러내는 곡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을 적었다고 말했다. 그날은 자신이 새롭게 태어난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전까지의 삶은 죽었기 때문에 주민등록 말소신고가 되고 지금은 다시 태어난 것과도 같다고 한다. 딱히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곡으로부터 감정이 전달된다. 담배를 피다가 기침을 하면서 곡이 시작되는데 트랙 전체에 그날에 대한 장치들이 들어있다. 물론 가사를 통한 표현이기 때문에 완전하게 사건에 대해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샤크라마가 느낀 증오와 분노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 곡에서는 생명보험과 특정 사건들에 대한 묘사가 장치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선 생명보험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온다. '나의 이름으로 된 생명보험, 자살까지 보장해준다라고'라는 표현이 있다. 생명보험을 들고 죽으면 그에 걸맞은 돈이 나온다. 그 돈에 대한 고민과 그 돈을 두고 이뤄지는 사건들이 표현된다. 첫 번째로 '사랑이라 속이고 나를 다 뺏어가던 그 사랑 덕분에 이제는 죽어도 돈으로나마 효도해'라며 누군가의 거짓 사랑과 죽으면 받을 보험금에 대한 표현을 하고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 보험금으로나마 '효도를 한다는 것'. 즉, 두 번에 걸쳐 언급되는 '생명보험'의 존재가 다른 가치를 갖고 있다. 지금의 첫 번째 생명보험은 자살을 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이후 자신의 상경과 특정 사건에 대한 묘사가 있다. '나의 두 번째 생일', '수십 통의 전화 후에 04하고 1 아니면 3의 번호로 전화와 문자가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다는 말' 등의 가사는 청자로부터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다만 041과 043은 충청남도와 충청북도의 지역번호다. 진주가 경상남도이고 서울은 지역번호가 02인 만큼 041과 043의 존재는 개인적인 사건에 대한 암시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샤크라마를 인터뷰했다.

 

그는 "2주 뒤의 날 이전까지 정신이 죽은 삶을 살며 자살시도도 하고 그런 생각들을 했던 날들을 표현했다"라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1집 앨범을 만들자고 마음을 먹음으로써 정신이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두 번째 생일'이라고 표현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041과 043'에 대해서는 "당시 친구들에게 유서와 비슷한 문구들을 남겼었고 한 친구가 충청도 어딘가에 근무 파견을 나간 상태였다"라며 "정확히 충청남도인지 북도인지 모르겠어서 그에 대한 부정확한 기억과 동시에 친구가 신고했던 경찰서에 대한 지역번호를 암시한다"라고 말했다. 즉, 자살을 고민했고 친구들에게 암시했던 자신과 그 이후 정신적으로 새롭게 태어난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뒤에는 '그놈에 전화해 안심을 하고 떠나자는 결론'을 말한다. 무언가 위험해 보인다.

                    

'안심을 하고 떠나자는 결론'의 표현은 경찰서에 신고를 한 친구에게 거짓말로 안 죽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킨 상황에 대한 표현입니다. 그 이후 '떠나자'는 삶을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 샤크라마

                                   

그러나 '욱일이 형'의 존재는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켰다. 해가 떠도 변한 건 없었고 결국 결론은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로 났다. 이후 '죽어도 내게 쓴 돈은 갚아드리잔 결론'이라며 특정 빚에 대한 갚음을 기약한다. 이후 두 번째 생명보험의 존재가 나온다. 할아버지의 인증번호, '이거면 갚을 돈 깎이니 선방이긴 하네'라는 이유로 삼성생명에 가입한다. 아마도 이 두 번째는 자살을 위한 보험이 아니라 '보험' 그 자체의 의미가 아닐까.

 

이후 특정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너'라는 대상은 샤크라마가 음악을 해야 하는 '숙명'이 됐다. 샤크라마는 '역시 인류는 교활하더군'이라며 그와의 사건을 묘사했다. 이후 가사들 역시도 그러한 것들을 표현한다. '절대 목적 없는 사랑이' 없다며 돌아보는 샤크라마. 'X같은 가족사업 안 하지'라는 말은 또 한 번 궁금증이 생기게 만든다. 그래서 직접 물어본 결과, 그는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며 진짜 피가 섞은 가족이 아니고는 아무도 못 믿는다고 느꼈다"라며 "패밀리 비즈니스랍시고 내게 들이미는 컨택이나 위선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03. 시가렛 (Feat. Khundi Panda)

                                

여유가 없는 인디펜던트 래퍼의 삶을 표현한다. '돈 밑바닥으로 찍고 다음 날에 일자리 pick up'이라며 피곤해도 돈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초라한 정신과 실험적 인생을 살 수 없는 이유로 '여유'를 말한다.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시도하기 어렵고 초라해지고 있다. 한편 가사에 대한 고민도 찾아볼 수 있다. '가사해석 말아 어차피 듣기 좋음 끝, 근데 내 고집 못 버려 속썩이지'라며 심도 있는 가사를 쓸 자신의 고집을 표현한다. 의미 없는 가사의 곡도 잘 팔리는 시대가 왔다. 자신의 고집은 여전하지만 트랙 중간중간에는 의미 없는 가사도 썼다. 즉, 의미 없는 가사와 가사에 대한 고집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우리 무리들이 돈 버는 법'이라며 자신과 비슷한 여유가 없는 아티스트들을 말하고 있다. 아르바이트하다가 쓰러지고 그 사이에서 생긴 고통을 없애기 위해 술을 먹는다. 나중에는 소주가 아닌 돔 페리뇽을 먹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후에는 쿤디판다의 피처링이 이어진다. 쿤디판다는 이 곡에서 <가로사옥>을 쓴 자신의 이야기와 그 이후의 이야기, 그리고 '시가렛'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04. 맥거핀

                                

맥거핀이란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와 연관이 없는 장치를 의미한다. 즉, '복선'의 개념과는 반대되는 역할이다. 복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러한 것처럼 앨범 전체를 보았을 때 트랙이 갖는 의미가 크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맥거핀'처럼 묘사했지만 역설적으로 앞 트랙들과 5번 트랙을 연결 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플로우 구성과 랩 스킬들이 <666> 앨범과 유사하다. 샤크라마에게 있어서 잘 알려진 정형화된 스타일을 일부로 담았다. 그러면서도 <666>에서의 감정들은 이제 자신에게 있어서 '맥거핀'과도 같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HYPEKDIS we - em all'이라며 자신의 크루에 대한 샤라웃으로 트랙이 시작된다. 이후에는 '악의는 제꼈지 악의는 맥거핀'이라며 <666>에서의 감정인 '악의'를 맥거핀으로써 설명하고 있다. 이어 '내 시기는 시기를 제꼈지'라며 자신의 노력과 인기를 얻게 된 시간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는 시기, 질투를 이겨냈다고 말한다. 한편 '변경 주체부터 conquer, 약봉은 손절'이라며 주체를 변경하고 힘을 얻게 된 상황도 말하고 있다.

 

나의 고향 여긴 없네, 이성이 but 서울살이 어지럽네

나의 고향 여긴 없네 VV T F 서울살이 어지럽네

                                   

- Sharkrama <진주특별시> 中 맥거핀

                                   

05. 주체변경

                                

주체변경 트랙은 1집과 2집을 연결 지으면서도 둘을 차별화시키고 있다. 1집에서의 주체는 샤크라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었다. 특히 '구린 랩 안 쳐준대'라는 가사처럼 그를 향해 랩을 못한다고 평가했던 이들을 위해 1집을 만들었다. 즉, 랩을 못한다는 평가에 시선을 맞춰서 모든 행동을 만들었다. 그러나 2집에서는 자신이 기준이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들려주지도 않고 자신이 좋은 곡들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1집과 달리 2집에서는 주체가 변경됐음을 알린다. '주체변경 뒤로 청사진, 더 많이 변했지만 방향성은 여전하지'

                                

 그 방향성과 주체의 변경 자체로 의미가 상당히 크다. 앨범에서 갖는 위치가 상당하고 샤크라마 커리어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한 번 더 훅 파트를 반복하며 '날 몰라'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이어 자신에 대해 존중이 없는 아티스트들을 향해 '존중 없는 씬의 무게 버텨'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샤크라마는 힙합 씬 안에서 래퍼들이 생각보다 상호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힙합 씬의 무게를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가사는 '10만 원에서 100으로 바뀐 나, 주체변경'이었다. 이 역시도 다른 이들에게서 자신으로의 주체변경을 의미하는 가사였다. 샤크라마는 첫 EP <I'mmaturity>에서 '초록 색상 종이 10장을 지갑에 넣으면서'라는 가사를 썼다. 당시 어머니의 사랑으로부터 살아갈 의지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번의 100은 자신이 직접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다. 즉, 주체가 변경된 것이다. 그는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를 20년 만에 봤을 때 안겨주던 10만 원이 내가 살아갈 이유였지만 이제는 아르바이트로 번 100만 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나의 온전한 의지로 내 인생의 주체가 변경되었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06. 1945

                                

1945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것은 '해방'을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다. 샤크라마는 그중에서도 '독립운동가'의 존재를 중심적으로 트랙을 풀어간다. 우선 여러 주변인들과 사람들의 '당연한 시기 질투'를 말하기도 하고 작은 성공에도 연락을 보내는 친구들에 무시하는 자신을 표현한다. 이어 1945년의 '그들처럼 내 신념 자체부터 무기'라며 지금의 신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I'm movin' like a 독립운동가, 육체의 고통엔 고집 안 꺾네'라고 한다.

                                

'난세에 영웅, 가벼운 간신배 쳐내고 나면 또 다른 봄이 오겠지 눈 녹아내려'라고 말한다. 보통 '봄이 온다'라는 표현은 1945의 해방을 기다린 표현이기도 하고 좋은 시기가 올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즉, 자신의 행보는 난세의 영웅이 될 것이고 좋은 시대가 올 것이라는 표현이다. 물론 자신이 실패해도 실패가 아닐 것이다. '국가발전 패망해도 싹은 틔워지네, 그게 내 유일한 숙명'이라며 실패해도 그 길이 숙명일 것임을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새겨질 비석 속 내 탄생일은 기념적'이다. 많은 이들이 길을 잃은 지금 상황에서 '새 시대의 리더'는 자신이다. 자신이 난세의 영웅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탄생일이 기념적인 것이다. '모두 안 믿어 의심의 시선, 판단은 그저 역사가 해'

                                

 

'작년 말쯤 협상타결에서 말했지'로 이어지는 가사. '협상타결'이라는 곡에서 샤크라마는 자신의 신념이 담긴 가사들을 뱉었다. 당시 '그저 혁명가, 개인이 집단을 부수는 모습이 불씨가 되어서 중심에 설꺼야'라며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써 적당한 타협 없이 혁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를 인용해 '난 전례 없던 혁명가 단박에 위로'라고 말한다. 여전히 혁명가가 되겠다고 말한다. 그러한 의지를 담아 트랙을 만들었다.

                                

곡의 제목처럼 표현들이 당시의 독립운동가와 같은 색채를 내고 있다. '봄이 오겠지', '싹은 틔워지네'는 물론 '조국', '역사에 획을 긋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와 비슷하군' 등의 가사들이 그렇다. 그런 표현들을 이용해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이 원했던 길을 가겠다고 주장한다. 한편 '같은 음악 해도 different', '내 태도 살아남아 있어'라며 이런 혁명가적 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이어 'DPGEM 그리고 보석집, 누가 살아있어 현재'라고 말한다. DPGEM은 저스디스, 일리닛, 던말릭과 피타입 등의 집단이다. 또 보석집은 QM, 테이크원, 이현준 등의 신념 있는 크루이기도 하다. 그 두 크루 말고는 신념을 가진 래퍼들이 많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살아있어'라고 질문을 하지만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그 뒤를 잇고자 하는 샤크라마의 의지가 드러난다.

                                

07. 디지털전쟁 (Feat. Don Malik)

                                

제목부터 '디지털전쟁'이다. 디지털과 미디어 시대에 반항적인 것 같지만 사실 지금 현시대에서는 디지털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 트랙의 의도 자체가 디지털에 조금이라도 얼굴을 들이밀기 위해 노력하는 래퍼들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 디지털은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 같은 방송일 수도 있고 사운드클라우드와 어떤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다. 이 디지털에는 래퍼들의 수명이 달렸다. 그러니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래퍼들은 지금도 전쟁을 펼친다.

                                

'떠났네 soundcloud flavor 내 열등감의 원천', '평론에 목메댔던'처럼 디지털에 대한 지친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한 디지털과 미디어는 '내 역할은 boom bap actor'처럼 샤크라마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역할을 고정시켰다. 하지만 샤크라마의 방향성은 다르다. 'But I'm all arounder, just makin' and chasin' masterpiece'라고 표현한다. 결국 '매스컴 미디어 매스꺼운 cereal' '다 digital war'를 동반하고 있다. 이 전쟁은 '숫자 두 개'를 포함하고 이것은 0과 1로 볼 수 있다. 전쟁을 0과 1로 하는 세대가 온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인정을 받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난 필요하지 더 많은 인정, 모든 매체가 미디어니 나를 넣어'. 즉, 작은 매체더라도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비추는 상황을 말한다. 던말릭 역시도 피처링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한다. 그는 'I do this for the gram'이라며 인스타그램에서의 경쟁과 조회 수 전쟁을 말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급을 증명하고 가치를 설명하며 생존 경쟁이라고 한다.

 

08. 씨사이

 

'씨사이'란 진주와 경상남도 지역의 방언이라고 한다. '씨'란 '쓸데없다'를 말하고 '사'는 '행동, 동작', '이'는 '-하는 사람'을 말한다.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쓸데없이 실실 웃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실없는 사람이다. 작년 이맘때의 샤크라마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라면 씨사이처럼 얼굴에 철을 깔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난 웃음 팔아야만 Top dog 된다면 그저 팔고 살아남지란걸'이라며 '그래서 나도 철판을 깔았어 same boy'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나란히 설명되어 있다. 크게 두 가지인데 '어차피 가치를 다 몰라뵈는 대중' 'but 더 큰 놈 앞에선 떨어질 현실 앞에 K.O'기 때문이다. '대중들 멍청한 만큼 영리하고 간사하니'라며 어차피 겪어야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 화 이젠 버리고 다 웃어넘겨, 그랬더니 날 호구로 봐도 어쩔 수 없지'. 아마도 이런 상황이 어쩔 수 없지만 샤크라마에게는 비판 의식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역시도 웃어넘기고 있다.

 

09. 한 (Feat. 십선비)

 

마지막 타이틀곡이다. 앞서 말했던 '사랑과 이성 사이'라는 앨범 소개와도 적합하게 어울리는 트랙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한강을 의미하고 두 번째는 원한과 욕구의 한을 의미한다. 서울에 상경해 사랑이 없는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샤크라마에게 담기는 감정들이 설명되고 있다.

'피폐해지는 내가 두려워서 이 도시로 왔고'라며 서울 상경의 이유를 말한다. 이어 '다들 강을 끼고 살려 해 집값은 오르고'라며 이성적이고 경쟁적인 서울이라는 도시를 설명한다. 그런 도시에서는 '낄 자리를 찾아도 어림없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도 흔적이 없는 이 도시에서 매 순간을 혼자 버티며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가늠하기보단 달리지 이 대로 위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삶과 죽음 사이에서'라며 한강에 있는 여러 대로 위에 있는 자신을 표현한다. 동시에 삶과 죽음 사이에 있다고 말하며 자살을 고민했던 날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한강에 흘러가는 수많은 저 염원 속에, 내 기대를 담아 보내 아직까지는 조용해'. 한강에 자신의 한이 담긴 염원을 빌어본다. 여전히 그 한은 풀리지 않았으나 기대를 담아보냈으니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을까. 그 염원을 이루기 위해 매일 자신을 옥죄어 간다. '지금 행복을 봉쇄해야 내일 행복하지 않을까', '안주하다 뒤쳐지고 달려가길 반복'하면서 '사람 냄새가 점점 사라져만 가는' 상황에 있다. 사랑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성의 땅에서 사랑을 그리워한다. 그러니 사랑과 이성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10. 나이테 (Feat. 십선비)

 

샤크라마가 고향으로 내려갔다. 익숙한 풍경과 냄새에 코부터 반응하는 상황. 오랜만에 알던 식당에 들어가니 여전함에 사랑을 찾는다. '똑같던 밥에 목메니 사랑이 조미료인 걸 알아챘지'라며 똑같이 밥을 원해도 사랑이 있어야 더 맛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랑이 있는 이 도시가 좋은 이유가 아닐까. 이어 친구들을 불러내 술도 마신다. 친구들의 기대하는 눈빛 앞에서 거짓말을 치고 잘 살고 있다고 말하는 자신. 그러나 친구들도 다 알고 있다. 그들 앞에서 샤크라마는 '내년에 돌아올 땐 진짜로 더 벌어올 테니'라며 성공을 기약한다.

                                

술을 먹고 취했는데 서울에서의 취함과는 다른 본질을 갖고 있다. '육체만의 고통으로 힘든 게 얼마 만인가 참 재밌지'라고 말하며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즉, 서울과 달리 진주에서는 정신이 온전할 수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불편할 것도 없고 웃어넘긴다. 행복한 시간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진주에서는 나아가기 어렵다. 'but 여기선 걸음이 더뎌져, 사랑은 있어도 어려워'라고 표현된다. 그래서 샤크라마는 다시 가야 한다. 진주에는 사랑이 있지만 나아갈 수 없고 변할 수 없기 때문에.

 

11. 파동

 

지하철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트랙. 아마도 고향에 내려갔던 샤크라마가 다시 서울로 올라온 듯하다. 이어 예술가로서의 가치들을 되새기고 기억한다. 1번 트랙에서도 오버랩됐던 '멈추지 말고 달리자고 친구야, 지금 할 걸 나중에 못하는 게 치부야'라는 가사가 이어지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자고 다짐한다. 감정에 지쳐 감정들을 제거했지만 그렇게 살면 재미가 없다. 또 '아름다움의 상실은 곧 세상이 뻔해져'라는 가사처럼 '청춘들은 그렇게 살아선 안 돼서' 감정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감정들에 아프면 '술 한 병 들이부어'.

 

결국 '우린 공존하기에 살아갈 수 있지, 결국 소소함이 내게 큰 거였던 거야, 같이 바라볼 미래'라고 말한다. 이어 '그대의 시간이 나를 만들고 오는 청춘', '그 시간 안에 나를 뿌려 자랄 나의 것들'이라며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다. '우리들은 나일 먹고 살아가지만 그 속에 타협하지 않아 예술가니까'. 이러한 작은 정신들이 모이고 모여 전파될 파동은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진동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위로 멀리 퍼져나갈 테니까.

 

12. 주마등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주마등'은 1분 34초로 매우 짧다. 그만큼 짧은 주마등처럼 자신의 앨범과 커리어, 삶을 짧게 요약하고 있다. '기억할만한 그 몇 가지 사건들, 그리고 남아있는 몇 가지 상처들'이라며 앞선 사건들을 기억한다. 이어 그 광경들을 지나 보내고 2번의 죽음의 위기도 모면했다. 그러한 삶들 끝에 얻은 결론은 '주인의식'이었다. '감정과 물질 모두에게 주인이 되었어'라며 주체가 변경된 삶을 말하고 있다. 이제는 떳떳하다. 이어 '그저 남겨두는 이름, 2개 중 뭐가 됐든 그저 가치가 있기를'이라 말한다. 샤크라마와 옥수현, 그 중 무엇이 되었든 가치가 있길.

 

 글 / HIPHOPPLAYA EDITOR 김동현 (gunners2537@hiphopplaya.com / @kimd0nghye0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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