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살펴보기 019. 언오피셜보이 [그물,덫,발사대기,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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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2-20 22:03:52

 

 

언오피셜보이(unofficialboyy) & 하이프하이프(HAIFHAIF)

[그물,덫,발사대기,포획]

2021. 04. 12

 

 

 

언오피셜 보이의 두 번째 정규

<그물,덫,발사대기,포획>, 줄여서 그덫발포입니다

 

1집 드럭온라인 피지컬은

나오는데 1년 걸렸는데

이 앨범은 빨리 나와서 좀 좋다??

  

 

  

그리고 이 음반 발표 이후에

<이수린ackermann>의 피지컬도 발표했으니

올해 정규 3장의 CD를 릴리즈한 셈입니다

 

데단해...

 

 

 

심플 그 자체인 내부구성

 

 

 

1집 드럭온라인 피지컬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붉은 바탕에 거미줄이 쳐진 차이가 있는 CD프린팅

 

 

 

CD를 꺼내면 등장하는 D.O.G

 

 

 

부클릿..이라고 하기 힘든

낱장의 커버

 

나중에 수린쿤 만났을 때 사인은

뒤에다 받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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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구잡이로 이어진 듯한 거미줄은 알고 보면 굉장히 수학적인 하나의 작품입니다. 크게 테두리를 만들며 전체적인 뼈대를 지은 후 바깥 부분부터 원형으로 한 땀 한 땀 줄을 연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그물 위에서 거미는 먹잇감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이수린, 배디호미, 루다, 이제는 언오피셜보이라고 불리는 그의 의 두 번째 정규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의 모습은 거미줄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우리가 언오피셜보이에 대해 막연하게 가졌던 이미지는 '트리피함' 이었습니다. 지난 정규 1집 <drugonline>은 트랩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몽롱한 무드, 그리고 이 안에서 약에 취한 듯 무심하게 뱉지만 뼈 있는 가사들로 언오피셜보이를 본격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가 1년 후 다음 정규작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비슷한 결의 앨범이 나오나 싶었지만.. 작품의 소개문에서 언오피셜보이는 'drugonline을 기대한 팬들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라는 메세지를 던졌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변했길래??라고 생각하며 앨범을 튼 순간..

 

아.. 양해 구할 만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의 분위기와 주제는 정신없을 정도로 휙휙 변합니다. 첫 곡 "그까이꺼"는 우리가 언오피셜보이에게서 으레 기대했을 법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이윽고 이어지는 "돈내"는 비트박스 헬캣(beatbox hellcat)의 비트박스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언오피셜보이와 감마의 투박한 랩이 곡을 채워나갑니다. 앞의 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죠. 2000년대 초반 붐-뱁 스타일을 오마주한 트랙입니다. 이렇게 트랩에서 붐-뱁을 거친 다음엔 잔잔한 팝-랩, 거기에 싱잉을 좀 곁들인 "mmm"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묘사한 이 곡은 허밍(혹은 이와 비슷하게 주조한 사운드)을 중심으로 팝적인 터치가 살짝 가미되었습니다. 언오피셜 보이의 톤다운된 느긋한 랩-싱잉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변화로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는 듣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습니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마지막 트랙 "bother2021"에 당도합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구성을 보여줌에도 앨범이 난잡하다거나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프로듀서 하이프하이프(HAIFHAIF)의 공이 큽니다. 잘 들어보면 팝! 하고 튀는 느낌의 스네어가 앨범 전체적으로 깔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사운드가 작품 속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한데 묶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거미줄의 뼈대, 중심점과 연결된 테두리가 이 사운드인 셈입니다. 곡마다 디테일한 질감은 달라질지언정 처음부터 끝까지 그 존재감을 보이고 있기에 앨범의 흐름을 안정감있고 매끄럽게 만들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을 의식하지 않아도 전체적인 프로덕션이 꽤나 인상적입니다. 언오피셜보이의 변화무쌍한 랩 퍼포먼스 그 이상으로 하이프하이프는 온갖 사운드를 앨범에다가 욱여넣었고 이를 깔끔하게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의 큰 강점은 '듣기 편하다'는 점입니다. 프로덕션 상의 기민한 장치가 앨범을 한번 돌려 듣는 데 부담감을 덜어준 덕분에 언오피셜보이의 랩 퍼포먼스도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mmm"처럼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트랙들은 물론 타이틀곡인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의 중독성 있는 훅이나 "bother 2021"의 감각적인 멜로디 라인처럼 듣는 사람들이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중독적인 구간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언오피셜보이의 개성이 희석되진 않습니다. 단순히 2000년대 힙합 사운드의 구현이나 이지리스닝을 노린 것에 머물지 않고 발음을 흐리는 듯하면서도 타이트한 랩 퍼포먼스를 통해 하이프하이프의 비트를 자기 식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단순한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기발한 비유로 진행되는 가사 역시 인상적입니다.

 

 언오피셜보이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급진적인 변화를 보여준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는 2021년 발매된 장르 앨범 중 질적인 면에서 최상위권에 꼽을 만한 빼어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트랩 일변도라는 이미지를 넘어 여러 스타일을 자기 식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뮤지션이란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여기에는 그의 개성을 한껏 끌어올리도록 프로덕션을 제공한 하이프하이프가 있습니다. 두 뮤지션은 견고하게 짜 놓은 거미줄 위에서 청자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앨범을 플레이하는 순간 우리는 보기 좋게 그들에게 포획당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okonechu/22253715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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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12-20 22:08:36

가격대비 구성품이 똥이지만 그래두 시디만은 이뿌니까.. 꾸준히 앨범 내주니까.. 이수린 멋진자식..

WR
2021-12-20 22:12:40

음악이 좋으면 알판에 시디만 끼워 내도 만족합니다.. 핳핳

1
2021-12-20 22:33:39

가격대비 피지컬 내용물이 아쉽긴 하지만 그 만큼 좋은 앨범이어서 만족했었네요...

WR
2021-12-21 08:16:05
음악이 좋으면 알판에 시디만 끼워 내도 만족합니다.. 핳핳

얼레 위에 이 댓글 쓴거 같은데??!

1
2021-12-20 22:43:30

이 앨범 진짜 너무 좋죠…

WR
2021-12-21 08:14:08

지금 머릿속에서 여러 앨범이 AOTY각축전 벌이는중인데 그덫발포가 쫌더 앞서나가는즁...,

1
2021-12-20 23:46:47

거의 뭐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수준..ㅠ 

WR
2021-12-21 08:16:54

가내수공업이면 오히려 좋아 하하핳

1
2021-12-20 23:50:55

언오피셜보이는 이름만봐도 정상수땜에 넘 웃김 ㅋㅋㅋㅋㅋㅋ

WR
2021-12-21 08:16:28

오피셜 아니면 연락하지마라...

1
2021-12-21 04:38:10

간단해서 이쁘네

WR
2021-12-21 08:17:19

님 마음씨 만큼 이쁠까요 찡긋

1
2021-12-21 15:10:44

블로그에선 예전에 올리셨는데 힙플에는 이제 올리셨네요! 다시 봐도 재밌는 리뷰 감사합니다!

WR
Updated at 2021-12-21 15:24:08

넹넹 히플에 올리는 리뷰는 내용을 좀 다듬은 리마스터(?) 버전입미다

연말을 기념해 히플엔 올리지 못한 굵직한 음반 글을 정리해서 올릴 것 같워요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미다!! ♡

1
2021-12-21 15:15:00

그덫발포는 기대를 너무 하고 들어서 그런가 좋긴 한데 처음 들었을 땐 조오금 아쉬웠네요.. 전 오히려 아커만을 더 좋아하는 편

WR
2021-12-21 15:23:22

확실히 아커만도 좋은 앨범이져 ㅋㅋㅋ 둘 중 하나 굳이 고르라면 갠적으로는 듣기 편한 이유로 그덫발포를 좀 더 좋아합니당

2021-12-21 20:02:49

크 엄청 좋은 행보를 보여주는 언오피셜보이.. 앨범 다 좋아요

2021-12-21 23:05:10

드럭온라인이랑 느낌이 확 다르면서도 좋았어요!

2021-12-25 19:00:22

잘봤슺니다

2021-12-25 23:16:54

구성ㅠ

2021-12-26 01:05:22

?x3은 불리를 대상으로 쓴 가사 같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2022-01-17 22:28:15

마이크 스웨거에서 루다?때 젠가라인때 부터 좋게 생각하고있었는데 최근 딩고에서 하는거 보고 반했습니다. 리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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