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살펴보기 008. DPR IAN [Moodswings In This 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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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4-22 23:10:41



 

음악은 이를 물리적으로 표현하는 음반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 DPR 이안의 CD는

제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음반이기도 합니다

 

 

 

 

음반의 띠지

 

음반 사이즈 때문에 보호용 빵봉지에도 들어가지 않다 보니

보관에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 음반에는 특별한 장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열에 반응하여 케이스가 변한다는 점입니다

체온만으로도 케이스의 색이 변합니다

DPR 공식 계정에서는 라이터를 가지고

음반을 손수 지져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드라이기로 한 번 지져보겠습니다

스위치 온!!! 

 

 

으으으으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부아ㅏㅣㅏㅏㅏㅏㅏ앙

 

 

쫘쫜

 

드디어 본보습을 보여주는 케이스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옵니다

원리는 리뷰 본문에 설명해놨서요

 

 

 

옆면 뒷면 모두 골고루 익혀주면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총탄에 깨진 거울을 표현한 부분

깨진 앨범 왔다고 클레임 넣지 마세요

어차피 품절이라 못 구함

 

거울코팅 처리되어 있고

깨진 부분도 보호코팅 되어 있어 안전합니다

 

하지만 안전하지 못한 건 내 얼굴이었고..

앨범 열어보니 으악 이 이상한 건 뭐야! 했는데

그 이상한 건 내 얼굴이었고...

 

  

 먼저 음반 이야기부터 시작합시다. 앞서 사진으로도 보여드렸지만 DPR IAN의 첫 앨범이기도 한 <Moodswings In This Order>의 피지컬에는 특별한 기믹이 담겨 있습니다. 음반의 케이스가 온도에 감응하여 색이 변한다는 점입니다. 원래는 검은색 일색인 케이스이지만 만지거나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면 앨범의 색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Thermochromic printing, 보통 시온 안료라 불리는 안료를 활용하였습니다. 이 안료는 실온에서는 본래의 색을 유지하다 일정 온도 이상에 반응하여 투명하게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색감을 띤 상태를 유지하다 설정된 온도 이상의 열을 받게 되면 그 구조의 결합력이 떨어져 액체 상태로 분리가 되고 이때 결합 구조를 통해 형성한 색을 잃어버리며 투명해지는 것입니다. 다시 온도를 낮추면 원래의 색이 돌아옵니다. 위에서는 보여드리지 않았는데 시험 삼아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보니 바로 시꺼멓게 변하더군요. 다른 음반에서는 여태껏 보기 힘든 방식을 통해 DPR IAN이 음악 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는 멋진 장치입니다.

 

 <Moodswings In This Order> DPR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색입니다. 이전까지는 DPR LIVE를 메인으로 다채로운 색감의 음악들을 보여줬지만 이번 작품은 무겁게 눌러앉은 무채색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휘감고 있습니다. DPR IAN이 겪는 조울증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손길이 닿을 때마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음반처럼 이안이 겪는 감정의 기복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우울한 감정을 지녔을 때의 자신을 마이토(MITO)라는 또 하나의 캐릭터로 표현합니다. 앨범의 모든 곡 하나하나는 자기 안에 함께하는 '또 다른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었으며 그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냅니다. 특히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큰 스토리 줄기 안에서 마이토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TMI로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는 "Scaredy Cat"입니다.

 

 이렇게 종횡무진 날뛰는 마이토로 인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려내면서도 앨범의 구성이 단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에는 이안의 보컬이 전달하는 무게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후하면서 호소력 짙은 이안의 보컬은 전체적인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줘 작품의 분위기가 갑작스레 튀어나가는 것을 방지합니다.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라인은 덤입니다.

 

 DPR IAN은 이 안에서 마이토를 결코 부정적인 존재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초반 마이토의 등장 이후 트랙을 지날수록 그를 차츰차츰 이해하다 후반부에 가면 이안은 마이토가 자신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합니다. 산뜻한 사운드 위에서 마이토의 기분이 고조된 기분을 그려내는 "Scaredy Cat"과 최후반부에서 마이토가 사라졌다는 것을 암시를 보여주며 또 하나의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듯한 허탈감을 그려낼 때 이러한 감정은 고조됩니다. 곡 하나하나를 단편적으로 보면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를 이해하는 순간 <Moodswings In This Order>는 또 하나의 자신을 위한 DPR IAN의 헌사임을 알게 됩니다.

 

 <Moodswings In This Order>에서 이안만큼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바로 앨범의 프로덕션을 담당한 DPR CREAM입니다. 라이브의 앨범에서 다채로운 색감의 비트를 선사한 그가 이번에는 무겁게 눌러앉은 음악을 선사합니다. 이 앨범이 알앤비보다는 모던-락에 가까운 인상을 풍기는 데는 이안의 보컬과 더불어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여 연주를 만들어낸 크림의 역할이 큽니다.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산뜻한 휘파람으로 중심 멜로다라인을 만들어내며 마이토의 등장을 그려낸 "So Beautiful"과 통통 튕기는 라인으로 한껏 고조된 마이토의 high한 텐션을 표현한 "Scaredy Cat"처럼 중후한 분위기와 산뜻한 바운스감이 아슬하게 줄타기하는 프로덕션이 이 앨범이 무겁지만 마냥 우울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려내는 듯합니다.

 

 음반과 음악, 그리고 뮤직비디오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DPR IAN의 <Moodswings In This Order>를 빛내고 있습니다. 분명 음악만으로도 침잠한 멋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매체까지 접했을 때 이번 작품에서 그려내고자 한 이안(혹은 마이토)의 모습이 한 층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나의 체온을 통해서 음반을 만졌을 때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귀를 통해 음악을 들었을 때 그가 겪는 우울이라는 감정을 이해하며 눈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통해 마이토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DPR 이안과 DPR 크림이 만들어낸 퀄리티 있는 음악이 기본베이스입니다. <Moodswings In This Order>는 이안이 전면으로 나왔을 때 느낄 수 있는 중후한 멋과 솔직함이 담겨 있는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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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1-04-22 23:56:45

 드립과 진지 토크를 롤러코스터처럼 넘나드는 어조가 참 인상적인 글이네요

하지만 그 차이조차도 엘이에서의 님 스타일과 비교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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