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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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19 23:06:32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큼지막한 앨범들이 많이 나와서 살짝 @_@ 한데 다음 시리즈에 다 들어가게 되겠군요.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BIGONE & Tommy Strate - Flame Blossom (2020.4.4)


 BIGONE은 VMC에서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는 쉰 떡밥보다는, 전에 발표한 "Peach Blossom"이 우리가 아는 VMC의 이미지와 상반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목에서 뭔가 후속편 같은 느낌이 나는 Tommy Strate와의 콜라보 앨범 "Flame Blossom"은 조금 더 완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Tommy Strate가 프로듀싱한 미니멀한 비트 위 두 MC가 들려주는 오토튠 랩은 매우 절제되어있습니다. 워낙 Tommy Strate의 음악이 그래왔죠. 반면 BIGONE은 전작들을 살펴보면 그래도 여백을 남기지 않는 노래를 해왔습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BIGONE에 있어서 어느 정도 도전이었는데, 이를 생각보다 잘 소화해내서 완숙한 모습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둘의 랩은 사실 좀 비슷해서 대충 들어선 구분이 잘 안 가긴 하지만, 살짝 두꺼운 톤의 BIGONE과 얇은 톤의 Tommy Strate, 조금 더 힘이 들어간 BIGONE과 더 힘을 뺀 Tommy Strate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괜찮은 밸런스를 가진 조합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죠.


 전반의 두 곡이 에너제틱하고 후반 두 곡은 차분한데, 개인적으로는 미니멀한 비트가 차분하면 꽤 졸리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이는 취향 탓일테지만, 여튼 그런 이유로 "ㅁㅓㅅ" "f♥ck" 두 곡이 제 귀를 잡아끌었고, 사실 이 두 곡이 뮤비도 꽤 괜찮게 뽑혀서 맘에 들더군요. Tommy Strate는 이미 자신이 하는 스타일이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뮤지션이라 생각하기에, 이번 EP는 BIGONE의 커리어에서 더 의미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해서 편파적이지만, BIGONE이 향후 어떤 음악을 내놓을지 기다려보겠다는 말로 끝을 맺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Tommy Strate는 이미 Santa Paine과 3곡 짜리 새 싱글을...).



(2) Suwoncityboy - BENZTRUCKGOFAST (2020.4.7)


 작년에 나온 비트 테입을 제외하면 Suwoncityboy의 첫 앨범 단위 결과물인 "BENZTRUCKGOFAST"입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이상하게 거의 피쳐링 표시가 안 되어있지만, Bradystreet, Ponyromo, Yawah 세 명이 참여했죠. 일반적으로 트랙마다 다른 피쳐링진을 초대하는 컴필레이션 형식의 앨범과 달리 Suwoncityboy는 이 셋에게만 피쳐링을 전담하여 특이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Bradystreet은 인스트루멘털 한 곡을 포함한 10트랙 중 6트랙을 참여해서 앨범의 객원 아티스트랄만한 지분을 보여주죠. 이런 적은 수의 피쳐링진 구성은 앨범이 통일되고 깔끔하게 보이게 해줍니다.


 그런데 반전은 음악 스타일이 완전 정반대라는 것. 스타일이 들쭉날쭉하다는 건 아닙니다. 근데 이 앨범, 상당히 raw한 맛이 있습니다. 보통 붐뱁에서나 쓸만한 이 형용사는, "BENZTRUCKGOFAST"에서는 매우 거칠게 믹싱된 악기들과 어느 정도의 불협화음 따위 무시하고 달리는 랩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깨끗한 미성이라고 표현할만한 싱잉 랩을 주로 보여왔던 Bradystreet은 여기에선 거칠게 변조된 톤도 사용하고, 특히 대부분의 곡에 포커 중독자 같은 컨셉 (알고보니 실제 포커 플레이어라든지는 확인을 못 했습니다a)을 이어가 반전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 덕분에 Yawah랑 좀 구분이 안 가긴 했습니다. Ponyromo도 전에 Suwoncityboy랑 한 앨범에선 꽤 깔끔한 랩을 선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서는 저음 톤을 유지하면서도 trippy한 바이브가 있는 기묘한 조합이었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때문에 비트마다 한두 가지의 악기가 매우 귀 속 깊숙히 와닿습니다. 비슷한 듯한 트랩 비트이지만 이런 식의 차별화가 꽤 재밌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Suwoncityboy란 이름을 들은지는 오래 된 듯하지만 아직 그의 특징을 뭐라고 잡아낼지 몰랐는데, 이번 앨범으로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히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그의 곡을 듣는게 더 재밌는 경험이 되겠네요.



(3) 하회와 모아이 - 흥과 뽕: 뽕 Part (2020.4.7)


 트로트와 트랩이라는 기발한 조합 아래, "H.U.N.C.H.O."와 "Silly"로 소소하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하회와 모아이가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보아하니 "흥 Part"가 후속작으로 예정되어있나보군요.


 둘은 그들의 첫 작품에서 보여줬던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나갑니다. 오토튠 싱잉 랩을 기반으로, 간드러지는 바이브레이션과 뽀샤시 블러 효과라도 뿌린듯한 리버브에 태진아, 송대관과 마리화나 (정확히는 '뽕'이죠)와 경찰을 같은 곡에 두는 뻔뻔함, 그런 유머러스함이 모두 하회와 모아이의 무기입니다. 한 번 보면 그들의 컨셉은 1부터 10까지 아주 잘 짜여진 상품이라할만 합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기발한 이 컨셉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만약 이 스타일에 대해 호감이 좀처럼 가지 않는다면, 아마 장르에 대한 취향 탓이 크겠죠. '카와이 트랩'이라고 불리는 (것 같은) 음악이 일단 저변에 깔려있는데, 때문에 앨범 내내 거의 비슷한 템포와 밝은 느낌의 코드, 그리고 단조로운 탑 라인이 걸립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과연 이들의 음악이 기발하긴 한가 라는 고민에 부딪치게 되는거죠. 허나 "풍선" 같은 노래 때문에 이들이 아무런 시도도 안 하고 있다고 폄하할 생각은 없어지는군요 (더불어 JIRIM IN PANT$의 비트에 들어가있는 드랍 부분이 분위기 환기시키는데 되게 좋더군요).


 정말로 이들이 트로트를 한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하고 있진 않을 겁니다 - 진지 빨면 트로트하고 차이점은 얼마든지 댈 수 있긴 하죠. 뭐가 됐든 캐릭터 구축은 정말 성공적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기반을 잘 닦은 건 알겠으니, 그 안에서 좀 더 다양한 것으로 가지치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뽕" 파트는 다소 몽환적이었으니 "흥" 파트는 좀더 힘 있고 리듬감 있게 가려나요? 들어보면 알겠죠.


PS 하회와 모아이의 과거 활동명은 Rapideal과 Lowkey였다고 합니다. Rapideal은 사실 거의 모르는 래퍼였어서 할 말은 별로 없는데 Lowkey는 이 시리즈에서 한 번 다룬 적 있었죠. 가히 Joystick -> 키츠요지 급의 충격이군요...



(4) Chaboom - UFO (2020.4.7)


 "UFO"는 "Sour"와 "Sweets & Bitters" 사이의 미수록곡과 신곡 "UFO"를 담은 앨범으로, 네 곡이지만 싱글로 분류되어있습니다 - 유기성을 고려하고 곡을 조합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작은 미공개곡 모음집이라고 보면 되겠죠. 매우 재밌는 것이 네 곡이 전부 다른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로열젤리"와 비슷한 감성의 오토튠 트랙 "UFO", 정말 옛 시절 그것의 느낌을 살린 붐뱁 "Chaboombap", 슬로우 잼에 가까운 오토튠 트랙 "Cha the Smoothing King Boom", 그리고 랩 트랩 "왕 (Remix)", 음알못인 저로썬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에 맞춰 트랙을 채우면서 본인다운 느낌을 잃지 않는 모습은 마치 뭐든 갖다줘도 소화해내겠다는 자신감의 표명을 보는 듯합니다 (더불어 이 비트를 전부 지원한 마진초이도 참... 마진초이 좀 쉬게 해주세요...). 가볍게 즐기는 용으로 나온 앨범이지만 Chaboom의 음악 스타일 및 역량을 확인하기엔 충분하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입니다.



(5) oceanfromtheblue - 출국 (2020.4.7)


 올해 들어 벌써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또 새로운 EP입니다. 헌데 "출국"은 전작들과 결이 많이 다릅니다. 앨범 소개글에는 "출국"을 '우울하고 어두웠던 자신과의 결별'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누군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로 "intro"가 끝나고 본 트랙들이 시작됩니다.


 이성에게 전하는 일반적인 사랑 얘기가 주를 이뤘던 전작들과 달리 "출국"의 이야기들은 몹시 솔직합입니다. 그리고 그 얘기들은 거의 대부분 우울합니다. 비유나 돌려 말하는 것 없이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듣는 이들에게 공감을 구하는 한편, 과연 oceanfromtheblue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앨범을 만들었나 물어보고 싶게 할 정도로 그의 심경 내로 깊숙히 청자를 초대합니다.


 저는 직설적인 얘기는 이런 R&B, 발라드에 담기엔 거친 결을 가진 소재라 생각합니다. 이런 장르에 부드럽게 묻게 하기 위해선 예쁘장하게 말을 줄이고 꾸미는 노력이 필요하죠. 근데 이번 앨범은 그런게 거의 없는 '날것'입니다. 해서 전작의 감성을 원했던 분들은 약간 낯설 수 있겠지만, 다르고 어색할 뿐 여전히 oceanfromtheblue의 기량은 뛰어납니다. 단순히 창법과 기교, 멜로디 뿐만이 아니더라도, 후반부로 가면서 랩으로 변하는 "여행을 떠나요"나, 몇 번이고 소리를 지르고 난 후마냥 탁해진 목소리로 '저 요즘 목소리가 안 나와요 점점'이라고 부르는 "고해" 등의 장치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총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장치를 통해 oceanfromtheblue는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며 앨범을 끝맺고 있습니다. "출국"은 새출발까지 다다르는 고통스러운 기간을 생생하게 담아낸 '체험적'인 앨범입니다. 부디 그가 새로이 시작하는 여정이 순탄하고 아름답길 기원합니다.



(6) Sharkrama - 초월인류 (2020.3.19)


 사실 Sharkrama의 "초월인류"는 작년 10월에 나온 EP입니다. 원래 사운드클라우드에 4곡 짜리로 공개된 앨범이었는데, 이번에 "Cigarette Freestyle"을 제외한 세 곡을 새로운 인스트루멘털로 리믹스하고, 신곡을 추가하여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린 것이 2020년 버전 "초월인류"입니다.


 때문에 "I'MMATURITY"에서 느껴졌던 Sharkrama의 변화가 살짝 빠져있습니다. "초월인류"와 "아류감정"은 비트가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옛날 (이래봤자 5개월 전이지만 여튼) 그의 스타일이 살아있기 때문에, 그때 있던 단점도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 그루브감을 살리지 못하는 지나친 속사포로 요약할 수 있겠죠. 이는 두 곡 사이에 있는 "누락"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박자를 밀고 당기는 요소가 있습니다. 


 짧은 인스트루멘털인 "반전" 후에 등장하는 두 곡은 새로운 느낌이 많이 납니다. 재밌는 건 "이제는 떳떳하다"의 경우 랩은 그대로 가져왔는데, 비트에 통통 튀는 느낌이 많이 살다보니 곡이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는 겁니다. 더불어 원래는 인트로였던 곡이 아웃트로로 오면서, "초월인류"의 메세지가 역으로 뒤집힌 듯이 들리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과연, 같은 앨범이면서도 완전히 반대의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걸까요?


 사실 Sharkrama가 들려주는 노래의 포커스는 기교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있습니다. 다만 속사포 랩이라는 너무나 눈에 띄는 스타일이 양날의 검이 되어 (동시에 Vinxen과의 유사성 얘기도 비슷하게) 그런 메세지를 가려버릴 따름이죠. 즉, 메세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결국 음악이 재밌어야 한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비록 과거의 작품을 그대로 계승하기에 완전히 새롭지 않지만, 그때와 대조하여 Sharkrama가 보여주는 음악적 발전을 좀 더 뚜렷하게 해준 작품인 거 같습니다. 여담으로, 이때만 해도 EP 하나 내고 그만두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정규 "666"을 작업 중이라고 하네요.



(7) Bill Stax - Detox (2020.4.8)


 Bill Stax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대마초 합법화 지지를 하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 합법화된 국가가 꽤 많으니 전세계에서 제일 진지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단순히 객기에서, 혹은 자유로운 권리 주장의 차원을 넘어선 그의 스탠스는 처음 Bill Stax란 이름을 지을 때보다 더 큰 변화를 맞이하게 해주었습니다. "Detox"는 그런 변화를 거쳐 도달한, 한국 힙합씬 전대미문(?)의 영역에서 나온 작품으로 당연히 호기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앨범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앨범에 미덕은 무작정 대마초에 우호적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가장 마리화나에 열려있다는 힙합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찬성파와 반대파 간의 논쟁은 끝이 없으며, 저 역시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입장은 반대 쪽에 가깝습니다. 허나 "Detox"는 이 소재를 노골적으로 꺼내어 어느 한 사이드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단순하게 생활의 일부로 포함을 시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앨범은 앨범 커버부터 트랙 제목, 가사 등 어느 것 하나 대마의 영향이 안 간데가 없으나, 실제로는 "TNF" 같은 크루의 출사표나 "Lonely Stoner" "답답해" 같은 감성적인 고민도 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앨범은 사이드 A "Sativa"와 B "Indica"로 나누어져있는데, 각각 기분을 업시키거나 긴장을 완화시킨다는 설명대로 각 사이드는 텐션이 오른 트랙과 풀어지는 트랙으로 나누어 실려있습니다. 때문에 사이드 A에서는 Bill Stax의 랩이 들려주는 그루브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B는 감성적인 면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리듬을 자아내는 동시에 처절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그의 허스키하고도 몽환적인 목소리는 정말 대단한 무기입니다. 이런 두 가지 면으로 듣는 사람을 몰입시키기 때문에, "Detox"의 흡입력은 전곡이 재생되는 내내 높게 유지되며 일부에게는 '약빤 감상'까지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지적받는 단점으로 피쳐링진과 비트가 있는데, 공감하는 편이긴 합니다. 확실히 피쳐링 벌스들이 Bill Stax의 바이브를 끊는 편이 많아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 그만큼 Bill Stax가 독보적인 아티스트란 뜻이기도 하겠군요. 비트의 경우 심심하다는 건데, 아무래도 전작 "Buffet"의 Jay Kidman이 비교 대상이 되니 그런 것도 있겠고, "Indica" 사이드가 좀 쳐지는 곡들만 모여있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죠. 뭐, 더 좋은 비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적당한 느낌으로 잘 초이스했다고 생각합니다.


 단체곡 "TNF"를 들으면서 신예 래퍼들에게도 꿀리지 않고 늘 프레쉬함을 유지하는 Bill Stax에게 감탄을 하게 됩니다. 특히 믹스테입이었던 "Buffet"와 비교되어서 그런지, 한 가지 컨셉을 정해놓고 치밀하게 설계된, 그러나 그 치밀함이 티나지 않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앨범이라 호감이 많이 가네요. 그의 대마 관련 주장에 무조건 뜻을 같이 할 수는 없더라도, 음악이 나오는 건 앞으로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 Jasin - Power of Tower (2020.4.8)


 개인적으로는 이도 더 나블라의 팀이었던 "흠"의 멤버로 알게 된 비트메이커입니다. _nderbar라는 크루에 속해있기도 하고요, 참고로 이 크루는 예전에 인스타에서 한 번 글 쓴 적 있는 Van Noir도 속해있더군요. 이름이 귀에 익은 분이 별로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작년 4월부터 꾸준한 활동으로 이미 스트리밍 사이트에 여러 장의 앨범을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 이 "Power of Tower"는 (스트리밍 사이트 분류대로라면) 무려 9번째 EP이죠.


 힙합 앨범이라는 가정 하에 이 앨범을 듣게 되었지만, 사실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일렉트로니카로 분류되어있습니다. 아니 사실, 스트리밍 사이트 분류에 따르면 Jasin의 앨범은 '재즈'로 분류된 게 더 많습니다. 예상이 가듯, Jasin은 다양한 장르를 퓨젼하여 음악을 만들고 있으며, 그에 따라 나온 결과물들은 자유로운, 혹은 난해한 색을 공통적으로 띄고 있습니다. 해서 저와 같은 음알못에게 Jasin을 소개할 때는 비록 부정확할지언정 '앱스트랙트 힙합 프로듀서'라고 설명하는 것이 감이 잘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Power of Tower"는 여러 활동 준비를 앞두고 떨어져나간 곡들을 모아서 낸 앨범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그의 예전 곡들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듣는 터라 단편적인 감상이지만, 드럼이 매우 곡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쩌면 드러머였다는 그의 과거를 알고 들어서 선입견이 자리해서일지도요. 대개의 노래는 멜로디를 중심 요소로 삼고 드럼이 서포트를 해주지만, "Power of Tower"의 수록곡들은 멜로디 요소가 극도로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대신 드럼이 광적인 전개를 보여주면서 곡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애초 앱스트랙트 힙합이라고 얘기를 한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한 가지, FRNK를 위시하여 이수호, 희재? 등 노이즈를 악기로 삼는 것이 앱스트랙트 힙합 프로듀서들의 일종의 트렌드였다면, Jasin의 비트 자체는 단촐한 멜로디 외에 미니멀한 소리를 가진 드럼만을 구성 요소로 가지는 터라 담백하고 가볍게 들립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 앨범을 돌리는 건 부담이 덜합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들었던 Jianni의 "Undercurrent"가 예상되는 흐름이었고, 엉뚱하지만 Fisherman의 피아노 소리와 드럼이 좀 닮아있단 생각도 들었네요. 유일한 래퍼 피쳐링 곡인 "Chainsaw"는 이런 특징에서인지 나머지 곡들에 비해 꽤 이질적인 느낌이 있긴 합니다.


 여러 앨범 소개글을 통해 현재 그가 "Blue City"라는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접했습니다. 워낙 여러 장르를 퓨젼하여 작업하는 탓인지 소개글마다 장르 설명하는데 애를 먹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네요. 마찬가지로 리스너 입장에서도 굳이 장르를 규정하지 않고 듣는게 편한 듯합니다. 저는 이 앨범을 힙합으로 들었고, 그래서 구성 요소들의 조합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준비 중인 활동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더 많은 걸 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9) FameUs - God FameUs (2020.4.9)


 최근 들어 비교적 잠잠한 활동을 보였던 San E가 "FameUs"라는 새로운 레이블의 대표로써 컴필레이션으로 돌아왔습니다. 멤버는 지난 "Ballad Rap Song"에서 이미 멤버임이 알려졌던 Errday, 그리고 "쇼미가버린 에잇"에서 최종화까지 진출했던 Malkey와 BE'O로군요. San E, Errday는 말할 것도 없고, "쇼미가버린 에잇"이 랩 실력보다 캐릭터를 강조했던 이벤트였음을 고려할 때 네 명의 멤버가 가지각색의 개성을 갖고 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앨범의 비트를 모두 네 명이서 만들어,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멤버들임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레이블의 컴필레이션을 만드는 방향은 멤버 하나하나의 개성을 소개하고 강조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방법 또는, 하나의 방향을 정하여 공통된 색깔 안에서 어렴풋하게 멤버들 색이 배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가만 떠올려보면 컴필은 대개 후자가 많았고, 이번 "God FameUs"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록곡들은 전부 chilling하는 느낌의 트랩 비트를 주축으로 만들어져있으며, 곡 구성도 크게 차이나지는 않습니다. 하다못해 멤버들의 비중도 누가 딱히 튀는 것 없이 공평하게 나눠진 느낌입니다.


 이러다보니 따라오는 일률화된 느낌은 좀 아쉽습니다. 당연히 여기서 "살아"의 Errday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다른 이들과 같은 용도로 소비된듯하달까요. 더 나아가 Malkey와 BE'O는 아직 귀로는 구분이 완전히 되진 않더라고요. 해서 앨범은 조금 템포가 빠른 "피에스타" 정도를 빼고는 비슷비슷한 느낌이고 (특히 1번에서 3번까지가 유독), 멤버들도 지나치게 튀하는 걸 피한 듯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구간이 없습니다.


 반대의 시선으로 보면 곡들이 편안하게 듣기 좋게 만들어진 건 사실입니다. 4인 전부가 거의 싱잉 랩을 위주로 곡에 참여했는데, 탑 라인 짜는 능력이 다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임팩트는 약할지언정, 훅 하나는 중독적이고 기억에 남긴 합니다. 더불어 San E의 팬 분들이 이 앨범을 많이 반기시더군요. 워낙 극과 극의 곡만 보여주다가 무난한 랩을 하니 부담 없이 그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멤버들이 어떤 뮤지션인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는 컴필레이션은 그만큼 부담해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Malkey, BE'O는 물론이거니와, FameUs의 Errday는 "살아"의 Errday가 아니고, San E도 그렇습니다 (San E는 워낙 이 모습 저 모습 다 보여줘서 사실 감이 잘 안 잡히는 케이스;). 이 상태에서 멤버들의 개성을 통일하여 나온 이번 앨범은 FameUs의 방향을 짐작케하는 동시에 감질맛을 심하게 남깁니다. 아무튼 스타트를 끊었으니 추후 멤버들의 활동을 보고 그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이 앨범도 다른 감상을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0) DeVita - Creme (2020.4.9)


 결국 AOMG의 새 멤버는 8BallTown 소속으로 AOMG와 여러 차례 협업한 바 있는 Chloe DeVita였습니다. 하는 음악이 그리 난해하진 않았지만 활동 범위가 크지 않았고, 영어로 활동한다는 점 때문에 음악에 비해 매니악한 면이 있던 아티스트였죠. 이번의 대대적인 신인 티저와, 이름을 DeVita로 줄인 것은 AOMG와 함께 좀 더 대중에게 친숙해지겠다는 포부 같습니다. "Creme"은 이와 함께 나온 5곡짜리 미니 앨범입니다. 음... 랩 아닌 앨범 평가하는데에 실력이 딸리는 관계로 긴 얘기를 하긴 어렵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청아한 음색이 잘 담겨있고, 부담 가지 않는 것이 매력이군요. 그냥 한 가지만 얘기하면, 타이틀곡 "EVITA!" 같은 에너제틱한 곡은 그 곡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게 좀 아쉬웠지만, 나머지는 크게 흠 잡을게 없이 무난하게 들었습니다. 뭐... AOMG에서 이제 제작하는데 어련히 잘 하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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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020-04-19 23:37:53

엇 그러네요 그런 아이돌 그룹이 있었을 줄이야;

실은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San E, errday, Malkey, BE'O 이렇게 각각으로 써있어서 아티스트 표기를 어떻게 할지 좀 고민했거든요

1
2020-04-19 23:44:51

Jasin 님은 힙플에서 보이는 그 분과 다른 분이겠죠?
설명에 나온 스타일과 약간 거리가 있어보이는군요.
듣기만도 벅찬 앨범들을 리뷰까지 쓰신다는 건
정말 대단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밖에 할 수 없군요!

2
2020-04-20 02:01:34

그 Jasin님 맞아요 !

1
2020-04-20 04:10:46

아 그래요?
그럼 힙픓러로서 홍보 좀 하시지 ㅎㅎ
힙플 하지도 않던 사람들은
미친듯 홍보글도 잘 남기던데...
가서 들어봐야겠어요!

1
2020-04-21 01:59:22

커뮤니티가 제 부족한 앨범 홍보글로 덮이는 건 싫었습니다.. ㅋㅋㅠㅠ

 

애초에 옆동네같은데에서는 금지하니까 그냥 안 하려고 해요 ㅎㅎ

1
2020-04-21 05:04:18

샘플기반 붐뱁하시는분으로만 생각했는데
들어버니까 일렉트로닉 계열로 하시더라구요!
어제 마침 잘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힙플에라도 홍보해주세요~
누군가 들으라고 만드는 게 음악 아닙니까 ^^

1
2020-04-21 22:05:31

감사합니다! ㅎㅎ :)

2020-04-20 11:00:26

와 80,,, 진짜 음악 많이 들으시네요 ㄷㄷ 바쁘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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