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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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19:57:37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타이밍의 문제로 '그 앨범'은 다음 연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흑인 음악만 다루자 싶어서 안 넣었지만 SUMIN 앨범도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KATIE랑 황소윤 앨범 잘 들었는데 여기 쓰진 않았죠

KATIE는 흑인 음악 맞지 않냐고요? 그러게요...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jcneverlonely - Home (2019.7.7)


 정보는 거의 없는 트랩 래퍼이지만 아무래도 BILL STAX의 이름이 보여 들어본 분들이 있을 겁니다. 붐뱁충으로써 트랩을 섬세하게 구분하고 듣는 귀는 없지만, 마치 주정을 하는 듯 흐느적거리고 중얼거리는 플로우가 꽤 인상적으로 들었습니다. 이것이 클라우드 랩의 정의가 아니려나요? 곡 길이가 전부 1분 40초 대를 넘지 않아, 네 곡 전부 합쳐도 7~8분에 지나지 않는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크게 단점이라고 생각되진 않고 나름 여운을 더해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피쳐링 파트가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다는 특징은 있군요. 묘한 기운 (?)이 있어서, 더 많은 걸 궁금케 하는 앨범입니다. 트랩 좋아하는 분들도 비슷한 의견일지 모르겠네요.



(2) PK - The PK (2019.6.25)


 PK는 P.ZONE과 KL로 이루어진 듀오입니다. 스트리밍 사이트의 디스코그래피만 보면 대략 5년 차이죠. Fuzik이라는 크루 소속이었다는데 최근 기록에는 이름이 보이진 않네요. 2016년까지 두 장의 EP를 발표한 후 군입대로 2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가, 최근 세 장의 선공개 싱글을 발표 후 이번 EP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화나 (그리고 제 경우엔 DJ Shinin'stone이란 이름으로도 유명했던 JAZZMAL)의 참여 때문에 이 이름을 알게 된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The PK"를 듣고나서 연상되는 앨범으로 Rare & Blasta "Truman Show", Tee Time "What Time Is It" 등이 있었습니다. 그 두 앨범도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들어본 분들은 아마 "The PK"가 무슨 느낌인지 거의 예상이 가시리라 믿습니다. 샘플링 기반으로 된 붐뱁 비트 위에 안정적으로 뱉어내는 둘의 랩, 요약하자면 10여년 전 한국 힙합씬에서 주류 아닌 주류로 자리 잡았던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스타일이 너무나도 전형적으로 구사되고 있습니다. 재지한 느낌의 샘플링을 활용한 BPM 90대의 비트와 현실에 맞서 순수한 힙합 열정을 전하는 가사 뿐만 아니라, 발성과 리듬감, 서스펜스와 타이트함을 연출하는 방법까지, 듣다보면 옛날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앨범 내내 유지되는 이 스타일은 PK의 음악이 어느 정도 굳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앨범 내내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트랙은 "Get It On"으로, 그나마 나머지 트랙에 비해 달리는 느낌이 있어 색달랐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메세지, 플로우, 스킬이 전부 틀 안에 있다보니 ("Get It On" 정도를 제외하면) 전곡이 마치 한 곡 같은 느낌입니다. "Let Me Free" 같은 트랙은 비트가 약간 변주를 시도하지만 래퍼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 케이스였으며, "니 뺨을 후려치는 날이 오길 매일 빌어"는 위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둘의 스킬이 뻔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일 심드렁하게 듣게 됩니다.


 둘이 랩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뭐가 됐든 톤은 탄탄하게 잡혀있고, 박자를 못 타는 것도 아니죠. 특히 Big Size라는 비트메이커가 전곡 프로듀싱한 비트는 옛날 느낌이 날지언정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땜핑과 바운스가 좋았습니다. 예전 스타일을 차용하는 것 자체가 단점이 아닙니다. 그안에서 안주하는 것이 지적 받을 부분이죠. 순수한 힙합 열정은 좋으나, 그것이 인정 받고 성공하려는 욕구가 있다면 그에 부합하는 실험 정신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3) dkash & Y1lee - TKM (2019.7.12)


 Holmes Crew 소속의 둘이 만든 앨범입니다. dkash로써는 6월 발표한 EP "shydevilkid" 이후 2주 남짓되는 기간만에 신작을 내놓은 셈이죠. 앨범은 레게톤, 브라질 펑크 등 남미 음악으로 구성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짧은 간격을 두고 나왔음에도 "shydevilkid"와는 다르게 들을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Holmes Crew의 지난 컴필레이션에서 느꼈던 그 스타일을 좀 더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게 흠을 잡을 부분은 없어보입니다. 통일성 있는 분위기로 캐치한 멜로디로 곡들을 구성했으며, Y1lee (의 것으로 생각되는)의 보컬도 나름 감미롭고 좋습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억에 잘 남지가 않네요. Holmes Crew 컴필 때도 느꼈던 2% 부족함을 이번에도 느낍니다. 본인들 앨범에선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었던 21 Century Boyz와는 대조적이죠. 뭔가 더 터져주면 좋겠다는 갈증인건지, 정확한 지적 포인트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Holmes Crew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앨범 역시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4) Euroko Pizza - Pizza Break Vol.2 (2019.7.14)


 Vol.1 이후 3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Pizza Break"입니다. 일견 볼때, Vol.1처럼 다섯 곡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마찬가지로 한 곡을 제외하곤 랩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Vol.2에 이르니 이 컴필레이션의 진가가 느껴집니다. 적당히 인지도가 있지만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는 조합의 래퍼와 프로듀서, 보컬들이 한데 어우러져있는 것이 첫번째 재미이며, 첫번째 컴필 때와 마찬가지로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으로 정갈하게 어레인지된 동시에, 각 트랙마다 다른 비트메이커를 채용하여 프로듀서 간의 스타일을 비교해보게 하는 것이 두 번째 재미입니다. 이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은 아마 이번 편도 GROSTO의 Loky Beatz가 총 프로듀서를 맡았단 것과 무관하진 않을 것입니다. 특히 ODEE X VIANN의 조합의 경우 "Open Monday" 때보다 훨씬 부담 없고 시원하게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히려 Legit Goons의 곡 "해머링"은 그들의 최근 앨범 "GTA"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라 좀 아쉬웠달까요. 한편, 최근의 발견이었던 형선의 트랙은 나머지 트랙과 제일 차별화되는 아스라한 분위기로 앨범을 마무리지으면서 제일 흥미로운 트랙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쯤 되니 이 시리즈에 대해 기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Vol.3이 언제 나올지, 또는 나올지 확신은 없으나 나온다면 또 기쁜 마음으로 찾아들을 수 있을 것 같군요.



(5) sAewoo - A (2019.7.15)


 그동안 IMJMWDP 안팎으로 비트를 제공하면서 넓은 스펙트럼과 출중한 감각을 보여왔던 sAewoo였기에 솔로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sAewoo는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의외로 솔로 앨범은 본인이 보컬을 담당하기로 결정하였군요. 이 부분에서 Coa White가 약간 연상되었습니다.


 앨범은 눈에 띄는 설계 하에 만들어졌습니다. 1분 대의 러닝 타임을 가진 초반 4곡과, 2분 대의 러닝 타임을 가진 후반 3곡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첫번째 곡은 후반부랑 비슷하긴 하지만). 초반 곡들은 트랩 느낌으로, 실험적이란 생각도 듭니다. 보컬은 여러모로 이펙트가 가해졌고, 가사도 상당히 단순하여 어떤 노래라기보단 악기의 하나로 활용되었단 느낌이 듭니다. 반면 후반 곡들은 팝 음악의 코드를 갖고 있으며,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합니다. 앞 곡에 비해 호흡이 좀 더 편안한 것은 러닝 타임만 비교해도 알 수 있죠. 이런 반전 효과를 어떻게 느끼느냐가 이번 앨범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할 것 같네요. sAewoo의 설계대로 앨범은 잘 만들어졌습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음악, 그리고 하고 싶은 음악을 구분해서 선보이는 느낌도 들고, 비트 내 악기들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촘촘하게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마 저와 비슷하게 감상을 한 분들이라면 후반부의 반전에서 김 새는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앞서 나오던 요란한 바이브에서 평화롭고 희망찬 후반부의 분위기는 약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며, 최소한의 음악적 요소만 가지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려 하는 sAewoo의 보컬은 청각적 쾌감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이때까지 그가 다른 앨범에서 보여줬던 비트들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의 두 가지 모습 다 약간 의외인 면도 있습니다 - 특히 저는 Kid Milli "LIFE" 앨범에서의 비트가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서 말이죠. 이것도 약간은 Coa White를 연상시키는군요. 이것은 개인적인 감상이고, 어쨌든 앨범 자체는 sAewoo가 의도한 대로 깔끔하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제가 별로라고 들었다고 앨범이 나빠지거나, 지금까지 제가 좋아한 sAewoo의 비트가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니, 저는 그의 앞으로의 활동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기대하며 지내겠습니다.



(6) Coa White - s h o j o . e x e (2019.7.15)


 ...솔직히 말하면 Coa White 앨범은 늘 당황스러움만 안겨주었으니 새로 나오면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자 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듣게 되었고, 뭔가 또 신선한 감성이라 썰을 풀게 되었습니다. 트랙 제목과 커버에서 덕후 컨셉을 유지하는 건 여전하지만, 트랩이나 테크노 느낌의 신스 난무하는 곡을 써왔던 것과는 별개로 이번 앨범은 상당히 실험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XXX에서 FRNK가 "낯익은 소리를 낯설게 만든다"고 했던 표현이 이 앨범에도 상당히 어울리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곡마다, 피아노나 기타 등으로 만든 단순한 멜로디 루프가 존재하는데, 그 멜로디 자체는 친근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코드입니다. 근데 그 멜로디를 반복시키면서, 소리를 극단적으로 왜곡하고 편집하여 마치 공포 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만든 것이 이 앨범의 특징입니다. 심지어 "hisa holiday"에서는 멜로디가 아니라 독백이 소재로 쓰였는데 마찬가지의 이펙트로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 납니다. 지금까지 Coa White가 낸 앨범들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실험적이었지만 이번 앨범은 개중에서도 기묘하고 아방가르드한 기운이 가득하군요. 특히 트랩 분위기의 장난스러운 전작 이후 나온 것이 이거라서, 종잡을 수 없는 Coa White라는 인물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7) Dbo - Sticky ire (2019.7.18)


 대략 8개월 전쯤 "So Chill"에 대해 글을 적을 때만 해도 Dbo의 방법론에 대해선 그저 '유일한 바보 기믹이라 먹히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러니까 내가 트랩을 이해 못하지 라는 건 부수적인 생각이 따라왔던 건 여담. 세월이 지나 그런 기믹은 요즘에 들어서는 힙합씬, 특히 한국에서 강조가 되는 무기가 되었고, 바보처럼 박자, 내용, 발음 전부 무시하고 랩하는 트랩 힙합퍼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걸 많이 듣다보니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면서, 비호감만으로 대하지는 않게 된 거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다시 접하는 Dbo의 음악은, 그 속에서도 여전히 특별합니다. 올리는 것만으로 인스타 정지 먹을 것 같은 커버 사진처럼, 여전히 Dbo는 본인 삘 가는 대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대개 트랩 뮤지션들이 정해진 단어와 표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반대로, 본능적인 듯한 Dbo의 표현과 라이밍은 꽤 다채롭고 신선합니다. 장르 편식에 상관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프로덕션입니다. 이는 확실히 "So Chill" 때와 비교해서도 풍부해진 면으로, Dbo의 음악이 단순 장난으로만 들리지 않게 합니다. 처음 턴업되는 곡에서, 나름 진지하고 차분한 곡으로 마무리하는 후반부까지,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 것이나, 최소한으로 유지한 피쳐링진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다만 그 장난스러움이 차분한 곡 분위기와 만났을 때, 내가 이 곡을 들으면서 저 어색한 바이브레이션에 피식하는 것이 의도된 것인지부터, 온통 깨져있는 음정과 화음에 좀체 몰입되지 않는 무드를 몇 곡째 듣다보면 좀 질리는 건 사실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랩에 대해 좀 더 귀가 열린 후 들으니, Dbo가 Dbo인 이유를 알 거 같아서 흡족합니다. 그것을 떠나, 노력하지 않은 듯 노력하여 갖춘 퀄리티는 그의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 같습니다. EP로 표시되어있던데, 솔직히 정규 앨범이라고 보는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네요. 여전히 제 취향은 아니라서 극찬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신 싫습니다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렵니다.



(8) YunB - Wasted 20s (2019.7.19)


 YunB의 음악은 늘 'chill'이란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급하지 않은 템포 위에 과하지 않은 싱잉과 랩, 그리고 조화롭게 어레인지된 신스 위에 딱 어울리는 오토튠 보컬까지, 전작 "S.O.S."는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한 YunB의 음악 세계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빠른 템포에 턴업되는 분위기가 트렌드인 국내 씬에서 역설적으로 느긋한 바이브는 오히려 무거운 음악으로 다가왔던 사람도 몇 있을 겁니다. 이럴 때 그의 음악과의 거리감을 좁혀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음악 외적 - 즉 인스타나 방송, 유튜브에서 보여준 각종 코믹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미리 접하고 나서인지, "Wasted 20s"의 음악들은 훨씬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분명 "홍대헌팅"이나 "Alcoholic" 같은, 전작과 비교하여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가벼워진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음악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ONS"나 "Rebound Girl" 같은 곡들은 일전에 그가 뿜어내던 진한 바이브가 그대로 실려있습니다. 이번 앨범의 특징은 이 분위기를 좀 더 소화하기 편한 형태로 바꾼 것이죠. 뮤직비디오로 보여주는 유머 코드나, Ted Park, 뱃사공 등의 피쳐링진이 그러한 기술 중 하나입니다. 랩의 비중은 전작에 비해 줄었고, 싱잉의 비중이 늘었는데, 익히 보여주던 대로 음역대가 넓지 않으면서도 듣기 편안하게 짜인 멜로디는 이번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처럼(!), YunB의 음악이 다소 어렵고 가볍게 듣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 앨범은 "입문용"으로 적당할 거 같습니다. 다만 제가 그렇게 느꼈던 것과 별개로, 앞으로도 완전히 무게중심을 잃지는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하면 시어머니 스타일 오지랖인가요?ㅎ



(9) Young Kay - Time Lapse (2019.7.19)


 앨범의 첫 트랙을 틀고 나서 저는 Woodie Gochild 트랙을 잘못 틀었거나, 피쳐링진에 그 이름이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앨범을 다 듣고 나서 든 감상을 짧게 요약하면, '누가 Young Kay였는지 모르겠다'입니다. 이는 심지어 그에게 가장 큰 인지도 상승의 기회였던 고등래퍼 때까지 포함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당시 경연에서 특색은 부족하지만 나름 깔끔한 랩을 선보였던 그였는데, 이번 앨범에선 오토튠 싱잉 랩을 꽤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보컬 색을 돋보이게 하기보단 오히려 더 지운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는 본래 Young Kay가 엄청 개성파 래퍼는 아니었던 데서 기인하는 듯합니다. 물론 깔끔하게 랩으로 승부하는 트랙들도 있지만, 거기서도 Young Kay의 존재감은 희미합니다.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호화로운 피쳐링진에 있습니다. 그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몰아치는 사이, Young Kay의 퍼포먼스는 뚜렷한 인상이 없고, 트랙마다 변동을 심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덕분에 트랙들을 듣다보면 본 주인이 누구였는지 기억에 안 남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불리한 입장이었는데, 심지어 어떤 트랙들은 Young Kay의 벌스 길이가 더 적기까지 합니다. 어째서 이런 본인의 입지에 해로운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Leellamarz가 최근 낸 "MARZ 2 AMBITION"에 쏟아졌던 '피쳐링에 가린 본인'이란 평은 사실 그 앨범보다 이 앨범에 매우 적절한 평입니다 - 공교롭게도 이번 앨범에 참여한 Leellamarz의 랩은 매우 인상적이더군요. 앨범의 흐름이란 걸 따로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왔다갔다 하는 분위기도 문제이지만 앞서 말한 문제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부분입니다. 역설적으로 곡들을 따로 떼어 하나씩 놓고 보면 전부 들을만 합니다 - 주로는 앞서 말한대로 피쳐링진들의 분발,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힘 있는 프로덕션 때문입니다. 오직 앨범의 주인공만이 박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심각한 일입니다. 부디 다음에는 본인의 영역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군요.



(10) Bona Zoe - YBDJ: 下 (2019.7.22)


 한달 반의 간격을 두고 나온 YBDJ 하편입니다. 전체적으로 상편과 바이브는 거의 똑같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목소리가 찢어지도록 내지르는 창법과 감정 표현이 상편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개성을 더 공고히 해주기도 하고, 살짜기 락 음악 듣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서 좋은 점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이 스타일은 그렇기 때문에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큽니다. 상편과 마찬가지로 비트는 전형적인 STAREX 크루 스타일 트랩 비트를 사용하였는데, 비트의 멜로디가 강한 건 아니다보니 Bona Zoe의 목소리에 묻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주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Bona Zoe의 '절규'에 끌려다니다보니, 일반적인 내지르는 창법을 들을 때보다 훨씬 귀가 빨리 피로해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장점에 가깝다고 말한 저조차, 수록곡들이 대부분 3분 미만이라는 걸 보고 조금 놀랐는데, 그 이유는 곡들이 전부 길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이게 피로의 한 증상인지도 모르죠. 이 와중에 곡이 11곡 정도로 많아서 한 번 돌리는게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더군요. 그나마 "Mariana Bay Sands" 한 곡이 좀 여유를 두는 포인트라 숨을 돌리게 해주지만, 전체 호흡을 고르는데는 역부족입니다. 상편에서 지적하였던 영어 사용에 대한 의견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글의 비중이 좀 늘긴 했지만 여전히 영어의 비중이 높고 아예 영어로만 된 곡들도 있는데, 여전히 영어의 경우 억양과 라이밍이 한글에 비해 어색해지고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나름 문법적으로 유창한데 "Mariana Bay Sands"를 보니 외국에서 산 경험이 있었나보군요.


 상, 하편을 이어서 20곡이 넘는 곡을 듣다보니 Bona Zoe의 강점과 약점이 좀 더 명확해져 보입니다. 리미터를 해제한 듯한 발성은 분명 개성적이고 (Kimchidope가 연상되긴 했지만) 뇌리에 강하게 박히긴 하지만, 한 번에 소화하기엔 좀 자극적입니다. 한 가지 원인은 비트와의 조화가 부족한 탓입니다. 앞서 말했듯 비트가 약해서 제대로 서포팅 멜로디 역할을 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Bona Zoe가 짠 탑 라인 자체도 얼핏 보기엔 다이나믹해보여도, 음역대 자체가 바뀔뿐 한 토막을 떼어 보면 멜로디는 단조롭습니다 - 이 역시도 피로의 숨어있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것 같군요. 영어는 뭐, 제 취향 탓일지 모르겠습니다. 영어는 노래 가사로 쓸 때 은근히 단어를 끊어 읽고 억양을 가하는 부분이 정해져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비교적 사소한 단점이긴 하죠 - 어쩔 수 없는게, 저는 곡 중 등장하는 싱가포르 호텔 "Marina" Bay Sands를 "Mariana" Bay Sands로 쓴 것마저 매우 불편한 사람이라서...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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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21:09:15

'그 앨범' 오면 들으려고 귀 씻고 기다리는 중..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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