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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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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7-02 22:27:45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Lean Lean - KOREASAVAGE (2019.6.22)


 Lean Lean은 하나마루, NMNB 크루 쪽의 앨범을 듣다보니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앨범 감상에 앞서 나름의 조사를 해보니 Cavin (한국사람)이 "검은해적단"이란 이름을 쓰던 초창기부터, "Orgasm"이란 랩네임으로 같은 크루로 활동하였으며 (무슨 크루인지가 은근 안 나오네요), 2016년 쯤 결성된 Ant Field Label이라는 소규모 레이블에도 소속되어있었군요. 최근 활동 이력을 보면 하나마루나 NMNB의 멤버인가 싶긴 한데 일단 하나마루의 정식 멤버는 아닌거 같고, NMNB는 멤버 리스트를 몰라서... 암튼 여기까지.


 하나 더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Lean Lean이 이때까지 피쳐링했던 곡들은 엥간해서는 그의 벌스가 어디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습니다. Lean Lean은 이제 한국 씬 안에서 트랩 뮤직 속 하나의 계파가 되버린 스타일의 오토튠 싱잉 랩을 구사하며, 이는 그의 '측근' (위에서 말했듯 같은 크루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인 WONJAEWONJAE나 Kimchidope와 매우 유사합니다. 앨범 역시, 잔뜩 발라놓은 오토튠으로 표현하는 애절함, 흘리는 발음, 은근한 스웩을 담은 가사 등, Lean Lean만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게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나름의 변화구라 생각할 수 있는 랩 트랙 "파도"에서 보여주는 플로우도 Kimchidope와 많이 닮아있죠. 앨범을 다 듣고 WONJAEWONJAE의 새 싱글이 있어서 이어서 들어봤는데, 그마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로 (Lean Lean 피쳐링이긴 합니다a)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Lean Lean의 앨범에 감흥을 못 느끼는 건 단순히 제가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 다음으로 들었다는 점일지 모릅니다. 억울한 점일 수 있으나, 현재로써는 "KOREASAVAGE"만이 가진 매력을 저는 발견할 수가 없군요. 우선은 평가를 이정도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보류해야겠습니다.



(2) CNBA TRAP BOY & 바다코끼리 - EVIL TWIN (2019.6.22)


 정보가 많은 신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팔로알토와 헉피의 "P2P"에 언급된 이후로 약간의 인지도를 가지게 된 (+스탭으로써 약간 신경쓰일 정도로 LE 게시판에서 어그로를 끈) 바다코끼리의 새 앨범이라 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다코끼리는 이 조합을 한국의 Zillakami & SosMula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 소개글만으로 연상되는, 소음 가득하고 혼돈스러운 트랩 메탈이 이 앨범의 장르입니다. 국내에선 사츠키 때문에 조금 더 알려진 장르이지만, 작년에 나온 바다코끼리의 믹테 "Trap Typhoon"만 봐도 이 스타일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물론 사운드클라우드를 뒤져보면 "트롯튠" 같은 해괴한 것도 나오지만).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하나같이 라임이나 메세지, 딜리버리 따위 개나 줘버리고 오직 본능에 맡긴 무책임한 질주를 해나갑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특히 음성 변조에 가까운 오토튠을 구사하면서 다이나믹한 플로우를 끌고 가는 바다코끼리의 퍼포먼스가 눈에 띕니다. TRAP BOY도 나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담백(??)하다보니 조금 임팩트가 덜한 건 사실이죠. 트랩 메탈은 미친듯 내지르는 파워가 거의 전부인 바, 어느 정도의 기복을 허용하면서도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그 텐션을 나름대로 잘 끌고 간다는 점도 박수를 보낼만 합니다. "악동 Freestyle"처럼 그나마 여유로운 곡에서는 Uneducated Kid가 살짝 연상되기도 하는군요. 한 가지, 내용에 신경 쓴 앨범은 아니나 그래도 소개글에서는 "7대 죄악을 음악으로 표현하였다"는 말이 있었는데, 딱히 7트랙의 내용이 7대 죄악하고는 무관하게 거기서 거기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안타깝군요 - 차라리 그런 의도가 없었으면 좋았을듯. 이런 장르는 어차피 다수의 호감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저 역시 퀄리티와 무관하게 즐겁게 들을 수 있던 앨범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찾아서 들어볼 가치는 있을 것 같습니다.



(3) Roof Top - UNFAIR (2019.6.23)


 Roof Top은 Coogie의 출신 크루로 유명한 HIVE 크루에 속해있는 Blase ("Bla$e Kid"에서 이름을 줄인 건가 싶네요. 아닌게 아니라 이 앨범을 들으면서 검색해보니 스트리밍 사이트의 아티스트명이 바뀌었군요)와 Dive In Purple이 만든 팀입니다. 작년에도 두 개의 싱글을 발표하였지만, 이번에 드디어(?) 세 곡 짜리 앨범을 발표하여 제가 발견하게 되었군요. 과거 Bla$e Kid의 "0"은 Coogie와 차별화되는 매력이 없는 트랩 랩 앨범으로 기억이 남아있었는데요, "UNFAIR"는 그때보다 훨씬 세련된 매력을 제공합니다. 이는 세 곡을 전부 프로듀싱한 "GXXD"의 몫이 큽니다. GXXD의 비트는 세 곡 전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감각적인 바이브를 놓지 않습니다. 사실 Roof Top 두 멤버의 랩은 아직 투박함이 느껴집니다. 한 사람씩 떼놓았을 땐 눈에 띄는 무기는 없이 무난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보이죠. 그러나 GXXD의 비트, 그리고 여유로운 Blase와 힘이 들어간 Dive In Purple의 보이스의 조화, 플로우의 합 등은 앨범을 듣는 재미를 충분히 제공해줍니다. 짧은 앨범이라 많은 걸 해내진 않지만, 그래도 둘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예고편으론 괜찮아보이네요.



(4) ODEE & QM - VS (2019.6.25)


 올해 초부터 두 번의 선공개 싱글과 함께 예고되었던 그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하드코어 힙합의 이미지가 짙은 VMC에서, 의외로 오랜만에 나온 앨범 규모의 하드코어 붐뱁 앨범이기도 하며, 특히 QM의 전작 "HANNAH"에서 보여준 예상치 못한 말랑한 모습에 찜찜한 찬사 (말마따나, "HANNAH"는 좋은 앨범이지만 누군가에겐 QM에게서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을 것입니다)를 보내야했던 팬들로써는 갈증을 해소시켜주기 좋은 앨범입니다. 더불어 이제 막 VMC에 합류한 Freddi Casso와 HOLYDAY가 비트를 제공함으로써 레이블 내 자리매김을 확고히 해준다는 전략적인 면도 갖고 있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더욱 더 파괴력이 있었다면 좋았겠다 하는 면도 있지만, 과거의 스타일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요즘의 스타일과 조화시키는 과정에서 희생된 것이라 생각하며 퀄리티를 해친다기보다 방향성의 차이였다 생각합니다. 소위 '먹통 힙합'을 충분히 재현한 "맛집" "QOD Freestyle" 같은 곡의 존재만으로도 저 같은 붐뱁충을 만족시키는 건 합격입니다. 다른 장치를 모두 걷어낸, 순수히 랩에 모든 걸 집중시킨 두 래퍼의 퍼포먼스는 말할 필요가 없으며, 특히 QM은 이따금 언급되던 약한 라임을 잘 보완해냈습니다. 다만, ODEE의 랩이 점차 패턴화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한 가지 예로, "맛집"의 후렴은 바로 그의 첫 EP 수록곡 "Open Ending"이 생각나더군요. 쇼미더머니 출연 때부터 느끼던 찝찝함이 여기에 있나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앨범은 깜짝 선물 같은 느낌이 듭니다. ODEE와 QM의 콜라보는 아마 프로젝트성일 것이며, 하드코어 붐뱁은 둘의 개인 커리어를 봐도 이벤트성 회귀 같았고, 앨범 구성은 기승전결보다는 믹스테입스러웠죠. "Ghostwriter" 같은 재밌는 설정도 그래서 가능했겠고요. 이때문에 이 앨범만 갖고 VMC가 늘 하드코어 힙합으로 남아줄 거란 기대는 섣부를 겁니다 - 당장 직전에 나온 BIGONE의 앨범만 보더라도 말이죠 (물론 우리에겐 Deepflow의 "Foundation"이 있긴 합니다). ODEE와 QM의 미래 계획도 이와 별개로 그려둔 그림이 있을테고요. 그러나 역으로, 하드코어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이런 깜짝 선물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리스너로써는, 복잡한 생각 집어치우고 일단은 주어진 선물을 즐기면 될 것 같네요.



(5) DJ Noah - DRIVE (2019.6.25)


 재즈 밴드 Kumapark의 멤버이자 오래 전부터 디제잉 활동을 해왔던 DJ Noah의 앨범입니다. 프로듀서로써는 첫 앨범이라고도 하는군요. Kumapark의 음악 스타일을 생각하고 멜로우한 음반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힘 있으면서 리듬감 넘치는 곡들이 포진해있습니다. 아니 사실, 멜로우한 음반은 맞아요. 제대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곡은 "Nextmission" "Peace"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래 깔아둔 드럼 라인의 땜핑이나 악기 배열, 꽉찬 사운드, 래퍼와의 시너지 덕분에 그런 텐션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붐뱁 스타일의 곡 사이에 온전히 트랩 사운드로 채운 "Move"나 EDM 사운드를 활용한 "Peace" 등은 흥미로우며, 다른 곡들도 비트가 반복적으로 들릴 때쯤 적절한 변주로 귀를 계속 잡아끕니다. 참여진들은 엄청 신선한 조합은 아니지만 그 위에서 제몫을 충실히 하고 갑니다. 간만에 꽉찬 프로듀싱 앨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점이라면, 이런 류의 프로듀싱 앨범이 으레 그렇듯 타이트한 곡을 초중반에 배치하고, 칠링하는 곡을 후반부로 두었기 때문에 후반부가 좀 쳐지는 느낌이 드는 것 정도를 꼽을 순 있겠군요. 그래도 기본적인 수준의 텐션은 놓지 않아서, 따분함의 정도가 크진 않습니다. 전통적(?)인 스타일로써는, 교과서적인 앨범인 듯합니다. 특히나 붐뱁충인 저에겐 상당히 취향 저격이었고요.



(6) Fisherman - Well Being (2019.6.26)


 사실 우주비행 크루의 멤버라는 것 이상은 크게 지식도 관심도 없던 비트메이커입니다 (심지어 Gentleman과 헷갈리기도;). 그래서 이번에 들을 때 생각보다 많은 디스코그래피가 있어서 놀라기도 했죠. 결론적으로 매우 즐거운 충격이었던 앨범입니다. 피쳐링진이 있긴 한데, 기리보이를 제외하면 보컬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기도 하지만, Fisherman이 비트를 통해 보여주는 과감하고 다이나믹한 에너지가 워낙 뚜렷합니다. 재밌는 점은 그가 사용하는 악기는 피아노, 기타 등 일반적으로 대중적인 음악에 쓰이는 악기들이라는 거죠. 그 친숙한 음들이 제멋대로 왜곡되고 편집되어, 예측 불가능한 멜로디와 코드로 배열되어 전혀 친숙하지 않게 전개되는 광경은 엄청난 반전을 제공합니다.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어있는 "금"에서, 그야말로 혼돈에 가까운 음표들이 정갈한 드럼 위에 전개되면서 나름의 코드를 갖춰나가면서 청자를 몰입하는 과정은, 제가 근래 들었던 어떤 인스트루멘털보다도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7곡이지만 평균 2분 여 정도의 길이로 짧은 리스닝 타임을 갖고 있는데, 그때문인지 마지막 곡을 듣고 나서도 깊은 여운이 남더군요. 그의 타 앨범 참여곡들에선 이 정도까지의 감흥은 없었는데, 이젠 제대로 주시해야겠구나 란 반성에 가까운 다짐을 해봅니다.



(7) 은지원 - G1 (2019.6.27)


 은지원의 씬 안 위치는 특이합니다. 아이돌 출신이면서 Movement 크루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힙합씬에 출사표를 냈고, 그렇다고 아이돌을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사실 제 생각에 제일 큰 특징은 한국 씬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놓고 고스트라이터를 쓴다는 점으로, 이는 그가 보여주는 음악이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을 여지를 보여줍니다. 오랜만의 정통 힙합 앨범이라는 이번 앨범 홍보 문구가 그리 와닿지 않는 원인도 거기에 있습니다. 달리 은지원의 힙합 열정을 의심할 생각은 없으나 이는 리얼함을 논하기에 앞서 분명 큰 약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나름 회사에서는 'YG스러움'이란 비난을 인지하는지 저번 송민호 앨범이나 이번 앨범이나 Teddy는 빠지고 Future Bounce나 Bigtone 같은 인지도가 덜한 작곡가들이 참여했는데, 덕분에 송민호 앨범과 상당히 유사한 바이브가 흐릅니다 - 저는 솔직히 "불나방"은 "아낙네"의 후속곡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문제는 이번에 은지원을 프로듀싱한 것은 힙합 레이블이 아닌 대중 연예 기획사라는 겁니다. 수록곡들은 귀에 꽂히(기를 기대하)는 브릿지와 훅에 크게 기대고 있으며, 벌스는 8~12마디의 규모로 뒷전으로 밀려나있습니다. 플로우는 하나 같이 느긋하고 비어있는데, 만약 톤의 그루브감이 충분히 받쳐주었다면 이것도 좋은 선택이었을 테지만 은지원의 약한 발성과 평탄한 목소리로는 허전함밖에 안 느껴집니다. 이는 "쓰레기" "비슷비슷해" 같은 싱잉 트랙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사실 YG스러움을 벗어났는가도 의문스럽습니다. 어차피 늘 써오던 신스와 브라스 세션인 듯한데 말이죠.


 스스로의 스타일이 서있지 않던 상태였기에, 이번 앨범에 대한 실망은 '랩 디렉팅은 YG보단 Movement나 Tyfoon이 잘했나보다'란 이상한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굳이 이 음반을 하드코어 힙합 음반 듣듯이 듣는게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가요 앨범으로 큰 매력이 있는지도 전 잘 모르겠군요. 꼰대스러운 말일지 모르지만, '절실함'이 없는 결과일까요? 좋게 들은 분들도 많긴 하던데, 저는 '은지원'이란 이름 세 글자 외에는 "G1"의 특징을 찾는데 실패한 듯합니다.



(8) Big Banana - L.A. (2019.6.28)


 이 앨범은 Hi-Lite Records의 서브 레이블로 최근 론칭된 Airplane Mode에서 처음 발표하는 앨범입니다. Airplane Mode는 국가, 언어에 한계를 두지 않는 음악을 모토로 하고 있으며, 마침 Big Banana의 활동 기반도 LA인만큼 앨범은 높은 영어 비중이 눈에 띕니다. 동시에 일반적인 랩 앨범에 비해 보컬의 비율이 높게 디자인되어있고요. Big Banana는 그동안 다양한 스타일을 해왔지만 MKIT Rain과의 콜라보를 통해 트랩 뮤직을 많이 선보여왔고, 이번 앨범을 두 장르 중 하나로 규정 짓는 건 너무 속편한 일일지 몰라도, 전체적인 스타일은 트랩에 가깝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보컬의 비중이 높고, 칠링하는 느낌의 곡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붐뱁충인 저에게는 약간 임팩트 부족한 음악처럼 느껴졌지만요. 참여진들은 과하지 않게 적당한 수준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개인적으로는 Bradystreet의 보컬에 갈수록 놀라게 되는 거 같습니다. 음... 솔직히 말해서 특별한 인상이 많은 앨범은 아니었네요. Airplane Mode의 향후 활동을 주시해봅시다.



(9) POY Muzeum - Boom Bap King (2019.6.28)


 언뜻 생각했을 때 POY Muzeum이 아직 히트를 치지 못한 이유는 대기 어렵습니다. 나름 탄탄한 발성과, 일명 '레게톤 붐뱁'이라는 이름을 내세웠던 특색 있는 톤, 타이트한 플로우 등 나름대로 래퍼로써의 기본기는 모두 갖췄으며, 전부 싱글이긴 했어도 요근래 발표한 결과물은 허슬러라고 부르기에 부족해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Super Rookie Challenge 우승 및 Mic Swagger Season 4의 최종 MC 선정 등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나름 쇼미더머니 시즌 7에선 3차 예선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Boom Bap King"은 근래 트랩, 싱잉 랩 등 다른 분야의 작업물을 보여주던 그가 붐뱁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낸 EP입니다.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어있는 "Swamp"는 3년 전에 발표했던 곡을 재수록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큰 단점을 찾을 수 없는 앨범이지만, 뭔가 모르게 신선함이 부족합니다. 몇 차례 듣고 나면 POY Muzeum의 랩은 큰 변화구 없이 기본에만 충실한 직구 뿐입니다. 앞서 말한 요소들은 수준 미달이라 할 순 없지만 앞서 여러 래퍼들이 이미 보여줬던 스킬들의 테두리에 있는 듯합니다. 특히 라임과 메세지 등 가사적인 면에서는 평타 그 이상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붐뱁으로 오랜만에 회귀했다고는 하나, 그가 일전에 보여준 싱글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테크닉에서 그는 크게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오토튠과 멜로디가 있냐 없냐의 차이 정도였달까요. 거기다, 2000년대 국내에서 유행하던 하드코어 음악을 계승한듯한 비트는 앨범의 아쉬움을 배가시킵니다. 어쩌면 앨범의 약함에 비트의 몫이 생각보다 클지도 모르겠는데, 나머지 곡들에 비해 좀 더 템포가 빠르고 텐션 있는 "MIC SWG"는 다섯 곡 중 그래도 귀를 잡아끌었거든요.


 '히트 치지 못한 이유'로 글을 열고 이런 앨범 얘기를 했지만, 사실 그래도 지금보다 인정을 못 받을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성공이란 것이 음악적인 이유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닌게 현실이죠. 다만, POY Muzeum은 현재까지 보여줬던 변화는 외적인 변화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 이번 앨범으로 예전 스타일로 돌아왔다고는 하나, 역설적으로 실제로는 벗어난 적이 있었나 싶군요. 그에게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좀 더 기초적인 단계에 있어보입니다. 좀 더 틀을 깬 그의 음악을 듣길 기대해봅니다.



(10) Northfacegawd & Flavordash - Blue Dream 2 (2019.6.26)


 STAREX 크루의 두 멤버가 뭉쳐 낸 믹스테입입니다. Northfacegawd는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제대로 들어보게 됐고요. Flavordash는 "Meteor"를 듣고 큰 기대가 없었는데, 이번 앨범은 "Meteor"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첫 트랙 "일로와봐"부터 거의 호러코어에 가까운 무서운 가사들을 쏟아내며, 앨범 전체에서 Uneducated Kid, Lo Volf 등으로부터 볼 수 있던 마약, 폭력, 여자에 관한 과장된 가사들이 이어집니다. 음악적으로 매우 단순하고, 슬슬 질려가는 기믹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재미 있게 들었습니다. 특히 거드름 피우는 듯한 Northfacegawd와 찔러대는 보이스톤의 Flavordash가 조합이 꽤 괜찮더군요. 뭐, 애초에 취향 탓에 이 앨범은 제가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첫 한두 트랙에서 보이던 파워가 뒤에 가선 많이 깎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어젯밤"은 Flavordash가 저번 앨범에서의 스타일을 계승하여서 한건가 싶은데, "Meteor" 트랙들보단 잘 들었어요). 이쪽 장르 팬 분들에겐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으려나요? PS BD Freestyle에서 "브래디" 얘기가 나오길래 Bradystreet인가 했더니 Northfacegawd의 옛날 이름 Bredy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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