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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HIPHOP-TALK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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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 12:55:23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원래 월요일마다 올렸었는데

이제 인스타에 만들어지는 대로 올리는 와중에

여기도 굳이 날짜 지켜서 옛날 글을 올릴 필요는 없다 생각이 들어서

10개 모이면 바로바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다음 것도 곧 올릴게요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대상: 

대체로 이 시리즈가 한 번 끝을 맺었던 2018.7 이후로 나온 앨범들

여기에다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다뤘는데 다시 들으니 감상이 바뀐 앨범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만. 싱글까지 포함하자니 너무 많아서..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Danclock - LIFE (2019.1.10)


 Cream Villa 2집과 Ban Blank와의 콜라보 앨범을 듣고 가졌던 이미지를 바탕으로 감상을 할 때, "LIFE"의 첫인상은 '당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까지 Cream Villa가 보여줬던 스타일과는 정반대에 위치해있기 때문이죠. "LIFE"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로 이루어져있으며, 싱잉랩도 비중 있게 등장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오토튠 싱잉랩과는 달리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트랙은 팝적이고, 어떤 트랙은 얼터너티브 락 같은 색깔 (타이틀곡 "A.D.H.D."는 후자에 해당합니다)을 띄고 있습니다. 이 당황은 몇 트랙만 듣다보면 금세 풀어지고, 새로운 무드의 곡을 편안하게 즐기게 됩니다. 진솔하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은 주제 전개와 감각적인 악기 운용 (특히 "Vacation at Earth"와 "호구"는 단연 비트가 곡을 120% 살려주는 예), 그리고 통일성 있는 앨범 진행 등 흠잡을 곳이 쉽게 보이지 않는 앨범입니다 - 개인적으로 아예 Cream Villa 외부의 프로덕션을 썼다 생각했는데, 보니까 Doplamingo와 Scary P의 비트가 주류더군요. 둘의 스펙트럼에 놀라는 부분입니다. 물론 Danclock의 랩은 무난함 그 정도로, 귀를 확 잡아끄는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비트와 멜로디 라인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다지 그런 허전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 애초에 그걸 포커스로 하는 앨범도 아니니까요. 약간 궁금한? 거라면, 이 앨범이 향후 Cream Villa의 활동 방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도겠군요. 오랜만에 좋은 앨범 발견한 기분.



(2) Shirosky - The Seed (2019.1.11)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여성 비트메이커인 Shirosky의 제일 최신작인 EP입니다. 무난하고 재지한 샘플링을 통한 이지 리스닝 앨범일 뿐이었던 첫 앨범 "The Orbit" 이래로 Shirosky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 "The Seed"은 전작 "La Lecture"와는 정규와 EP란 차이 때문일지, 랩 피쳐링은 없으며, 단 두 곡 뿐인 보컬 피쳐링을 기용한 트랙에서도 보컬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는 등, 앨범 전체적으로 인스트루멘털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래퍼의 눈치를 보는' 일 없이 한층 더 촘촘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는 샘플들이 귀를 잡아끕니다. 그나마 타이틀곡인 "From Inside"는 꽤 대중적인 코드를 가진 곡이지만, 나머지 곡들은 드럼 라인 하나도 곡 자체의 분위기를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 게 눈에 띕니다. 몇몇 곡은 신디사이저의 주된 운용으로 '재즈'보다는 뉴에이지나 일렉트로니카 느낌도 나더군요. 인스트루멘털 앨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내공 약한 저로썬 어려운 일이고 잘 찾아듣는 종류도 아니지만 그래도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듣는 재미가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3) 김새한길 - Coup De Coeur (2019.1.11)


 Basick이 새로 만든 레이블 Outlive의 첫번째 주자이며, Basick과는 매우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R&B 싱어죠. 2012년 나온 "She" 이후로 앨범 단위로는 첫 작업물이며, 본래 싱어 송라이터로써의 재능을 보였던 바 이번에도 전곡 프로듀싱에 대부분의 악기 연주까지 담당하였습니다. 그의 하이톤의 감미로운 보컬이 반갑기도 하지만, 제가 즐겨 들었던 "She"와 비교해볼 때 다소 감흥은 덜합니다. "She"와 비교하자면 프로덕션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샘플링 기반 (으로 생각되는?)의 풍부한 악기의 화음들이 존재했던 그때와 달리 이번 앨범은 최소한 악기와 멜로디로 곡을 진행하면서 분위기로 승부를 보고자 합니다. 어떤 면으로는 소위 '베드룸 송' 같은 느낌도 들고, 어떤 면으로는 '히피는 집시였다'가 생각나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허나 김새한길의 가냘픈 목소리는 비트를 힘있게 끌고 가기엔 너무 약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때문에 "Love"나 "Freefall" 등, 터져줬으면 하는 부분에서 답답하게 넘어가는 순간이 종종 들립니다. 나쁘지 않은 시도이긴 했지만, 이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좀 더 인상적인 퍼포먼스가 되었을 것 같네요.



(4) Leellamarz - Marz 2 Earth (2018.12.29)

    Leellamarz - Marz 2 Moon (2019.1.11)


 일명 "Marz 2" 시리즈의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장식하는 두 앨범은 꽤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Marz 2 Earth"는 그가 'back to the rap shit'을 외친 앨범으로 그만큼 랩의 비중이 높으며, "Marz 2 Moon"은 앞서 보여줬던 부드러운 싱잉 랩 스타일의 짧은 앨범입니다 - 앞서 나온 앨범 중 "쉼표"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rap shit'을 내세웠지만 "Marz 2 Earth"는 그가 전에 냈던 "Y"랑은 매우 다른 바이브입니다. "Y"는 붐뱁에 기반을 뒀지만 이제 Leellamarz는 어엿한 트랩 래퍼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볍고 미니멀한 비트 위 발음을 흘리며 긴장 없이 흘러가는 랩은 조금 아쉽습니다. 한 가지 얘기로, 차 몰면서 음악 틀어서 듣는 경우가 많은데 "Marz 2 Earth"는 전체적으로 음악이 의도적으로 약하게 짜인 면이 있어서 비트가 안 들리고 랩만 들은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이건 제 잘못인가요...) 허나 "adi"처럼, 너무 과하게 힘을 푼 거 아닌가 하는 순간들이 간간히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멜로디컬한 음악을 하는 Leellamarz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런 요소가 빠진 음악을 듣는게 다소 심심해진 것도 같고요. 한편으로는 그냥 제가 붐뱁충인 걸 증명하는 것도 같군요. 허나 "Marz 2 Moon"에서 다시 보여주는 감성은 좋았습니다. 이 역시 큰 임팩트를 두지 않고 만들어진 곡들이지만 앞선 앨범과 포커스가 다르다보니 이지 리스닝 앨범으로썬 손색이 없었네요. 여튼 이 이후의 활동을 보면 두 가지 색깔을 다 가져가려는 거 같은데, 리스너로써 굳이 과거의 모습에 집착하는 것도 좋진 않으니 새로이 적응해봐야죠.


(5) 얼돼 - YORI (2019.1.14)


 전작 "28"에 이어 1년만에 나온 EP인 "YORI"는, 생계를 위해 요리를 하면서도 음악을 놓지 못하는 괴리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되었다고 합니다. 전곡의 주제가 돈과 관련되어있으며, 이를 독특한 화법으로 전개해나가는 모습에선 QM의 'WAS' 앨범을 연상케 합니다. 한편 랩 스타일에 있어서는 무리한 랩스킬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얼핏 유쾌한 센스를 담아내려하는 것이 산이가 떠오릅니다 (공교롭게도 QM과 산이 둘 다 피쳐링진에 있군요). 얼돼는 평범하지 않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평가 받아왔는데, 이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곡 비트를 제공한 C.Why의 몫이 커보입니다. 막 신나지도 어둡지도 않은 그 중간에서 어떤 오묘한 무드를 캐치해내는 C.Why의 비트는 자조적이면서도 유쾌한 얼돼의 가사와 찰떡 궁합입니다. "컨셔스 랩" 음반으로써, 괜찮은 완성도를 갖춘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구석이 석연치 않은 것은 어딘지 모를 언밸런스함입니다. 사실 이것이 정말 문제인지 그저 제 취향 탓에 그랬는지 몰라도, 앞서 '유쾌함'이라고 표현한 면들은 종종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짜내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총"의 후렴에서 '쏴~'하는 코러스나, "아이언맨" 초반부의 어투 등이 이런 예로 생각됩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얼돼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저번 앨범보다도 훨씬 진중하고 우울해진 이번 앨범에서는 유독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또 앞서 '무리한 스킬을 시도하지 않는'을, 부담 없이 듣는 것으로 해석도 가능하지만, 별다른 임팩트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가사에서 임팩트를 주었으면 했고, 실제로 "총"이나 "세 끼" 같은 곡의 아이디어는 재치가 돋보이긴 하지만, 대체로 가사들은 마디와 마디 사이의 비약 및 엇갈리는 비유들로 인해 무슨 얘기를 하고자하는지 확 와닿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28"까지는 큰 단점 없는 스타일과 독특한 분위기에 기대어 크게 할 말이 없었지만, 두 번째 작품을 들으니 점점 리스너로써 욕심이 많아지는 거 같군요. 이 앨범을 보아서는 "순한 맛 QM"스러운 고유의 영역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한데향후 어떻게 발전해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죠.


(6) Lowkey - BEYOND (2019.1.17)


 Lowkey는 NewArea 크루 소속 래퍼로 2014년 첫 믹스테입을 발표한, 이미 짧지 않은 경력을 보유한 뮤지션입니다. "BEYOND"는 다섯 곡이 수록된 EP로, 트랩 스타일이지만 "누가 더" "Woo-Ya"를 들어보면 붐뱁에 살짝 발을 걸친 느낌도 납니다. 스트리밍으로 듣다보니 랩에서 어떤 파트가 Lowkey인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알고 나서도 존재감이 그렇게 선명한 편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난 위로 가야돼"는 Futuristic Swaver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있으며, 솔로 트랙인 "긍정의 힘"은 마지막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길이와 더불어 그런 특징 때문에 다른 트랙들에 비해 기억에 비교적 옅게 남는 것 같습니다. 시원하고 에너제틱하게 달리는 랩은 크게 뭐라할 건 없지만, 사실 요즘 난무하고 있는 여느 트랩 랩과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사운드적으로도 피크가 떴을 때처럼 고음에서 찢어지는 느낌이 나는데 저만 그런가요? 사실 "누가 더"는 꽤 맘에 들어서 몇 번 더 들었지만, 이마저도 비트 때문이지 Lowkey 덕분이 아니었던 거 같아 유감입니다.



(7) Mckdaddy - I'm in Trouble But It Feels Like Everyday (2019.1.19)


 최근 Grandline에 합류하게 된 트랩 래퍼 Mckdaddy가, 합류가 있기 전 냈던 정규 앨범입니다. 전에 QWER x KILLTH4TKIM 앨범을 얘기하면서 언급된 hnml (하나마루) 크루이기도 하고 Changstarr가 최근 조직한 Vagabonds 크루의 멤버이기도 하죠. 또, 저도 Tommy Strate와의 합작 앨범 "Blitz"에 대해서 감상을 적은 적이 있군요.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 자연스레 "Blitz"와 비교하게 되었는데, 이로써 떠오르는 첫 단어는 '건조하다'입니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을 제외하면, 앨범 비트는 대부분 붐뱁충인 저는 구별하기 쉽지 않을 미니멀한 바이브를 가지고 있으며, 이 위에서 Mckdaddy의 허스키하고 조곤조곤한 톤이 이번에는 오토튠이나 멜로디를 상당 부분 배제한 상태로 오직 스킬만으로 몰아칩니다. 랩스킬 면에서는 수준급이라 할지라도, 이런 바이브는 (특히 저에게는) 단조로워 졸음을 유발하기 십상인데, 이를 방지하는 것이 첫째로 Mckdaddy의 톤 특징상 그러한 비트에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것 ("Blitz"를 떠올려볼 때 이는 의도적인 컨트롤이었을 것도 같습니다), 두 번째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Mckdaddy와 정반대의 면에서 매력을 떨치는 피쳐링진입니다. 또 미니멀함 속에도 은근히 차분함과 파워풀함을 교대로 배치하는 앨범 구성도 한몫한 거 같습니다. 취향 탓에 개인적으로 그 단조로움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 했지만, 정규 앨범으로썬 손색 없이 만들어진 듯하군요.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저에게 베스트 트랙은 "Sneak"입니다 - 이건 트랙에 참여한 세 명이 다 트랙을 죽여놨음.



(8) 기리보이 - 땡큐 (2018.12.28)

    기리보이 - kgvovc from wybh vol.1 (2019.1.24)


 "땡큐"는 여러모로 기리보이의 커리어에서 외전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앨범 제목처럼, 작은 선물 같은 기분입니다. 기리보이 (특히 최근의) 가 하는 음악을 생각할 때 쉽게 연상되지 않는 음악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다른 바이브'는 기존의 기리보이가 하는 '독특하고 본능적인' 음악과 달리 매우 감정적이고 따뜻합니다. 다섯 트랙 중 세 트랙은 기존 트랙의 리믹스 개념으로 이미 3년 전 발표된 곡들이라, 더더욱 과거의 기리보이 스타일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vv 2"는 그런 면에는 맞지는 않지만, 꽤 전형적인 붐뱁 비트에서 랩을 한다는 점에선 '외전 느낌'이란 말에는 부합할 거 같습니다 (사실 여기서는 Coa White의 비트였다는 점이 더 놀랍긴 했습니다). "땡큐"에 담긴 따뜻한 감성도 좋지만, 밴드 버전으로 편곡된 "하루종일"과 "2000/90"에서 그가 예전에 내세우던 찌질 감성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폭발하는 감정선은 진국입니다. 더더욱이, 기리보이의 프로듀싱으로 (한요한도 공동 작곡으로 되어있지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에 대해 경탄을 보내게 됩니다. 예전에 이 글을 쓰면서, "졸업식" 이후의 기리보이는 낯설어져 잘 안 듣는다는 리플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더욱 크나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kgvovc from wybh vol.1"는 기리보이의 이름으로 나온 앨범이고, 실제로 전곡 기리보이가 참여했지만, 누구나 이를 '우주비행 컴필레이션'으로 보고 있을 것입니다. 퓨쳐 바운스라고 부르던가요? 쇼미를 거치면서 더더욱 굳건히 자리매김을 한 우주비행이 크루 단위로써 구사하는 음악은 분명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고유의 영역이 있어 그들만의 앨범에 대한 기대는 컸습니다. 허나 정작, 처음으로 우주비행 컴필이라 부를 수 있는 이 앨범이 나온 후 반응은 좋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그 고유의 스타일에 대한 기대치였을 것입니다. 늘 감각적이고 포인트 있는 멜로디 라인과 악기의 운용은 이번 앨범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이는 비트를 대부분 '외부'에 맡겨 우주비행스러움을 살려주지 못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 물론 앨범 제목이 우주비행이 아니라 'kgvovc'니 그 멤버 다섯 명만 참여하면 되는 거였긴 하지만, 완전히 정반대 색깔을 가진 "에쿠스"를 굳이 리믹스한 것은 끝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랩적인 퍼포먼스는 전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중에는 기리보이의 그루브감 부족한 랩이나 김승민의 "Pick Up the Phone" 레퍼런스 등을 얘기하지만 개인적으론 각자 하던만큼의 실력은 잘 보여줬다고 느꼈습니다 ("Pick Up the Phone"은 시원하게 내찌르는 고음이 포인트라 생각해서 딱 리듬만 비슷한 "스톤"의 후렴이 크게 대입되진 않았어요). 플렉싱만 너무 해서 아쉽단 얘기도 있었는데, 그 뻔한 주제를 각자의 특이한 표현 방식으로 풀어내는 게 이들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이 앨범을 정말 "우주비행" 컴필레이션으로 본다면 그저 반쪽짜리라는 평을 내릴 수 밖엔 없을 거 같네요 - vol.1이 있으니 vol.2도 있을텐데, 나머지 반쪽을 채워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9) 최엘비 - 오리엔테이션 (2019.1.25)


 제 머리 속 초단순화된 공식으로는 최엘비는 오르내림의 감성과 기리보이의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는 래퍼입니다. 과연, 그의 첫 정규 앨범인 "오리엔테이션"은 풋풋함으로 가득합니다. 20대 초반의 이야기들을 소재들로, 최엘비는 진솔하고 부담 없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으며 그의 생목을 쓰는 듯한 발성과 오토튠이 빠져있는 일부 싱잉 랩은 이런 진솔함을 보태주는 장치가 됩니다. 앞서 "오르내림의 감성과 기리보이의 퍼포먼스"라는 얘기는 앨범을 좀 더 자세히 듣다보면 섣부른 일반화인 것이 드러납니다. 앨범이 진행되면서, 사랑 이야기와 "불" 등의 트랙에서 그의 어조는 사뭇 진지해지며, 나머지 유쾌하고 유머스러운 곡들에서도 말 속에 숨긴 가시들이 느껴집니다. 쉬우면서도 뛰어난 표현력은 스토리텔링의 몰입도를 키워주며 우주비행의 전형적인 감각적인 비트들과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굳이 개인적으로 느꼈던 단점을 꼽으라면, "개미" 정도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다운된 분위기가 예상보다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이 흐름이 어색했다는 점 정도. 그 외엔 글쎄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소재 범위가 약간 좁았다는 (특히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이 세 트랙 연속으로 나와서 더 그랬던 거 같습니다) 투정스러운 아쉬움이 있군요. 바로 직전 kgvovc 컴필을 얘기하면서 그들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던 점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을 적은 바 있는데, 이 앨범은 우주비행 크루가 만든 색깔을 재확인시켜주는 기분 좋은 앨범입니다. 근데, 말하고보니 최엘비 개인의 앨범을 '우주비행 크루의 색깔'로 일반화시키는 (혹은 시키게 만드는?) 점은 옳은 것인가 생각이 들긴 하네요. 뭐, 어쨌든 앨범 잘 들었으니 일단은 고민을 접기로.



(10) Just Music - Series (2018.6.30) [Re-리뷰]


 앨범이 나올 당시 Just Music은 위기였습니다. 메인 플레이어였던 Bill Stax, C Jamm, Blacknut이 자꾸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앞으로의 활동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졌으며, 노창은 잠적하고, 새로 영입한 Goretexx와 Osshun Gum은 생각처럼 터져주지를 않았습니다. "Series"는 그러한 배경에서 우리 아직 건재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시도였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들의 약해진 모습만 드러냈던 컴필레이션이 아닌가 합니다. 당연하게도, Just Music의 모든 컴필레이션은 앞서 큰 성공을 거둔 "파급효과"와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파급효과"는 플레이어들의 랩스킬도 그랬지만 앨범 전체의 흐름을 휘어잡는 노창의 거대한 존재감이 성공에 큰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Just" "Rain Showers" 같은 막 달려가는 트랙과 "더" "소문" 같은 차분한 트랙을 공존시키면서 동시에 한 가지 색깔로 묶어낼 수가 있었죠. "우리효과"는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반대로 전 트랙에 참여한 Blacknut의 존재감이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Series"는 그러한 주축이 없습니다. 앞서 말한 셋은 JM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Bill Stax는 공식적으로 나가버렸고, C Jamm은 존재감이 희미하며 (붐뱁충은 이것을 싱잉 랩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Blacknut이 그나마 참여한 트랙마다 자리매김을 해주지만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피'였던 한요한, Goretexx, Osshun Gum 중 결국 임팩트를 남긴 것은 한요한 뿐이며, 특히 Osshun Gum의 방황이 심각합니다. "2"라는 트랙은 분명 그를 위해 마련된 것이었음에도 비트가 약해서 그런지 그의 특유의 스타일이 묻히고 있고, 그 외의 다른 트랙에서는 어느 파트였는지 기억에 잘 남지 않을 정도입니다. 메인 프로듀서가 없으니 비트는 대부분 외부 프로듀서 비트이며, 메인 플레이어가 부족해지니 외부에서 데려온 랩퍼들이 많습니다. 이는 "Series"를 Just Music의 컴필레이션이 아니라 마치 과거 유행했던 "대한민국" 시리즈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kgvovc 곡을 대놓고 넣는 건 앨범 전체의 흐름을 만드는 데 있어서 상당한 악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Series"의 발표 의도를 대략이나마 추측해보았지만, 사실 저는 이 앨범이 왜 나와야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파급효과"와 "우리효과"는 3년 간의 텀이 있었죠. 물론 생각보다 늦어졌고 원성도 있었지만, 그 정도를 기다릴 수 있었던 터, 1년만에 나온 이 앨범은 여러모로 급조된 느낌이 납니다. 원래 '후속 컴필레이션은 더 낫길 기대합니다'라고 마무리지어야하는데... 현황을 봐선 나올지 안 나올지가 좀 불투명하네요; 뭐 그래도 IMJMWDP 아닙니까... 노창도 돌아왔고 하니 뭐라도 보여주기를...

  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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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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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03-22 13:03:04

세상 마상에,,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닥터

1
2019-03-22 14:26:44

리뷰쓸거 겁나 밀렸는데..ㅠㅠ
저에게 채찍질을 해주시는 듯 합니다.

댄클락의 앨범은 아직 돌려보지 않았는데,최근에 같은 크루인 빌리 카빈(구 로벤)의 앨범도 나왔더군요.
돌려볼 앨범들이 자꾸 쌓여버리는군요..

WR
1
2019-03-22 14:53:49

요즘 나오는 속도들이 다 빨라갖고..ㅋㅋ 뭐 씬의 성장 덕분이니 좋게 봐야죠

1
2019-03-22 15:44:55

속도보다도 저의 게으름과 스케줄의 문제인듯 합니다.
일주일에 하나는 써야지 하고 생각중인데,그게 잘 안되는게 현실..ㅠㅠ

1
Updated at 2019-03-22 15:14:57

요리 저도 구매해서 들엇는데..
가사도 그렇지만 저는 믹싱이나 강약조절이 아쉬웟던
예를들어 총같은경우 쏴아아아 하는 코러스를 큰 임팩터없게 두니 후렴구가 텅 비어버리고

장난스럽다고 말한부분은 전 맘에 들더라구요

WR
1
2019-03-22 20:49:19

크 저도 사운드알못만 아니면 이런 얘기도 하는건데ㅜ
근데 확실히 그 부분은 가사보면서 '어디가 쏴 인거지?'했는데 알고보니 뒤에 아아~하는 부분이었어서 공감이 가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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