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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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5-07 18:16:14

지난 바빴던 세월 동안 이름만 알고 제대로 못 들었던 앨범을 다 듣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감 안 되는 매우 주관적이고 편협한 시야로 그려낸 감상문 (리뷰라고 하지 맙시다 리뷰어들 화내요)들이니 재밌게 읽어주시면서 토론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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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2 - Reborn

 저는 또 Dok2랑도 그리 친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붐뱁충인 저의 스타일과 코리안 사우스 힙합을 표방하는 그의 스타일이 맞물리지 않았던 탓이 제일 크겠죠. Reborn은 나왔을 당시 Groovy Room의 비트가 Dok2와 스타일이 잘 안 맞는다고 좋지 않은 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덕분인지 저에게는 가장 잘 맞는 Dok2의 앨범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Dok2가 원래 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임팩트가 적습니다. Groovy Room의 비트는 머더뻑킹개쉬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통 힙합은 아니고, 미묘하게 우리가 가요라 부르는 것에 걸쳐있습니다. 나름의 고민이 있었겠지만 달리 이번 앨범에서 그러한 스타일을 숨기려 하진 않았습니다. 그것이 평소 Dok2를 듣던 사람들에게는 김빠진 느낌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반대로, 어떤 음악에서도 Dok2는 역시 랩을 잘 하는구나를 증명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그래서 앨범 제목이 Reborn인가요?ㅋ


나얼 - Sound Doctrine

 나얼이 노래 잘 한다는 건 Dok2가 랩 잘 한다는 것보다도 더 뚜렷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바람기억을 냈을 때보다 이번 앨범의 반응은 다소 조용합니다. 그것이 왜인가 들어봤더니, 이번 앨범은 홍보 자료대로 본인이 하고 싶던 음악에 120% 치중한 느낌입니다. 선공개곡들이 하나둘씩 나올 당시, 'Gloria'가 이벤트성으로 해본 '일탈'인가 싶더니, 웬걸, '기억의 빈자리'가 오히려 앨범의 컨셉에서 튈 정도입니다 (그래서 멜론에선 빠져있는 건가..). 이전의 작품에 비해서도 이 앨범의 소울은 마카롱의 단맛만큼이나 찐합니다. 대중들에겐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껴졌을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아무튼 객관적으로 의미는 상당한 앨범 같습니다 - 이렇게 소울풀한 앨범이 2018년에 나오다니? 라는 느낌으로요.


Basick - Foundation vol.4

 붐뱁충인 저의 Basick에 대한 평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후합니다. 저는 Basick의 스타일을 '적절'이라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딱 랩 그 자체에만 집중하여 100이 필요한 곳에 90도 110도 아닌 딱 100을 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그의 첫 정규 "Classick"이 비평적으로 실패하게 만든 요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랩 말고 다른 것을 찾는 사람들에겐 재미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쇼미더머니 후 가요계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일부러 80을 시도한 그의 행보는 저 역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 후 WTF 프로젝트라든지, 여러 군데 피쳐링에서 끊임없이 이전의 폼을 회복하려고 시도했고, 개인적으로 "Foundation vol.4"는 100 (혹은 좀 더 짜게 생각하면 '반올림해서 100')을 오랜만에 보여준 앨범 같습니다. 이 앨범의 구성은 매우 뚜렷하게 세 가지 파트로 이루어져있는데, 역시 붐뱁충인 저는 첫번째 파트가 제일 좋았고, 'Mask'를 기점으로 돌입하는 트랩 위주의 두 번째 파트는 조금 갸우뚱하지만 이건 주관적 취향의 탓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Real Life'를 선두로 가는 마지막 세번째 파트는 앨범의 마무리로썬 좀 힘이 약하지 않았나 하는게 ('Goodbye'가 아웃트로써 나쁘진 않긴 한데..) 마지막 아쉬움입니다.


Django - 서울재즈

 "재즈 힙합"이란 단어에 대해 이견은 많지만 어쨌든 이것이 표방된 한국 힙합 앨범은 재즈에 힙합을 얹거나, 힙합에 재즈를 얹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자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Deegie, BLEE, Kumapark 등이 생각나는데, Django는 전자에 가깝군요. 사실 재즈 문외한이라 얘기가 길어지면 저의 무식함이 탄로나겠지만, 앨범을 여는 초반 부분 재즈 특유의 각 악기들의 생동감이 마음에 듭니다. 다만 이 경우 힙합을 감상하고자 했던 이들은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그것은 랩이 의외로 재즈에 잘 안 묻기 때문입니다. 워낙 악기들이 뒤에서 난장을 피우니 랩이 껴들 자리가 없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초반 몇 트랙을 지나 뒤로 가면서는 반주의 힘이 약해지면서 밸런스가 맞아가는 느낌이었는데... 모르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게 저는 아쉽네요. 왜냐면, 힙합에 재즈를 얹는 건 너무나 흔하거든요. 그냥 부담을 주든 말든 그 폼을 끝까지 유지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Owen Ovadoz - changes

 Problematic을 낸지 1년도 안 되어 두 번째 정규로군요. 역시 인터넷을 줄이니까 허슬의 속도가 빨라지는 건가...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왼입니다. 오왼은 90년대 스타일, 붐뱁 래퍼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의 음악이 전통적인 붐뱁 스타일에 부합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붐뱁에 기반을 두었을지언정, 색깔은 다분히 요즘 트렌드의 것을 잘 섞었죠. 이 배합은 오왼의 감각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앨범 changes는 Problematic에 비해서 조금 더 잔잔한 느낌인데, 덕분에 1집에 비해 조금 더 그의 고민과 목소리가 음악에 잘 묻어납니다. 앨범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탓은 기대하던 임팩트가 전 앨범에 비해서도 더 잘 안 느껴지는 탓인가 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조롱하며 지적하는 그의 특유의 한영혼용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볼 때 이것은 오왼 혼자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비록 제 취향에선 멀어졌대도 그의 음악 세계를 탄탄히 하는 것에 있어선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Speaking Trumpet - Speaking Trumpet

 뜬금없이 옛날 앨범입니다. 꽤나 주목받는 크루였음에도 시기를 잘 타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 아닌가 전 생각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너무 비하적인 발언이려나요. 아무튼 수록곡 제목은 뭔가 사회 참여 앨범이 될 것 같은 느낌으로 되어있지만 평범한 힙합적인 테마로 이루어진 EP입니다. 뭐가 됐든 달리 흠 잡을만한 부분 없는 랩으로 이루어져있고, 특이한 거라면 신나고 밝은 분위기 하나쯤은 넣을 줄 알았더니 다들 심각하고 강한 곡이네요. 그 다음해에 나온 Passport 같은 트랙이 있었어도 나쁘지 않을거 같은데.. 안타깝게도 여섯번째 트랙에 이를 때쯤엔 좀 질리기도 하고, 거기에 D.Theo나 강산여울의 랩이 등장하면 집중력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는거 같긴 합니다... 생각해보면 4년 전인데 요즘의 앨범하곤 많이 다른 느낌이네요. 한국 힙합의 유행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느껴보는 대목입니다.


Cosmic Boy - Can I Cosmic

 우주비행 크루에 대해선 아직도 제가 알아야할게 많지만, 이들이 하는 음악. 퓨쳐 베이스라고 하던가요. 개인적으론 매우 취향 저격입니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듯하면서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게 있어요. 분명 제가 들은 트랙 중 몇 개는 Cosmic Boy였겠지만, 어쨌든 이번 앨범은 처음으로 그의 음악을 집중해서 들어볼 기회였던 거 같습니다. 4트랙 밖에 없는 EP인게 제일 아쉽네요. 만약 좀 더 트랙이 많은 앨범이었다면, 동서남북은 좀 더 뒤로 배치되었겠죠. 4트랙을 순서대로 듣고 있자니 동서남북 이후에는 뭔가 밍밍하게 느껴졌던건 제가 내공이 부족해서였을까요. 아무튼 이번 앨범은 Cosmic Boy에 대한 평가를 나쁘게 만들진 않았지만, 다른 것은 보류. 그나저나 딩고 라이브에서의 OLNL 랩은 느낌이 좀 다르네요?


Don Mills - Mills Way

 트랩 앨범에 대한 제 소감을 말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워낙 트랩 쪽 취향은 아니라서 말이죠. 그래서 짧게 줄이자면, Don Mills는 뭔가 묘하게 개그 캐릭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면서도 음악을 할 때는 진중하게 잘 하는 것 같아요. 도리어 그 개그 컨셉 때문에 음악성이 낮게 평가되는 것도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번에 어떤 분이 말한 대로 그 후로 나온 "Living in the Dream"이나 VMC 컴필에서 보여준 모습들도 저는 간간히 놀라면서 듣고 있습니다... 여튼 오토튠으로 떡칠된 트랩 앨범을 재밌게 듣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저에게는...


얼돼 - 28

 어느 순간부터 믹스테입, 그리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등장하는 신인들을 챙겨 듣는 걸 저는 못 하고 있습니다. 생활이 바빠지기도 했고, 너무 많은 신인들이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돼는 제가 그렇게 되던 초창기(?)에 등장한 신인 중 한 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앨범을 골라 듣게된 건 최근 힙합보부상 연재하시는 LCM 님이 인터뷰 후에 추천하는 글을 보고 골라 들어봤습니다. 그전까지는 QM - 열등감의 벌스만 들어봤던 터였는데, 앨범 초반에는 '"열등감"이 특이했던 건가? 듣긴 좋은데 막 별나고 그러진 않네'라고 했다가, '일방통행', '대화'로 가면서 묘한 바이브를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감정사진'부터는 아주 약간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이 당황은 제 주관적 취향에 의한 것일거고, 시도 자체가 폄하될 필요는 없다 생각합니다. 특히 얼돼 특유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문학적, 그리고 음악적 스타일은 때로는 초창기의 노창이 생각날 정도로 꽤 흥미롭습니다. 앨범이 제 마음을 뺏진 않았지만 앞으로 눈여겨볼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드는건, '그러면 앨범 초반에 있던 "평범함"은 뭐였지?'라는 찜찜함이 남는 앨범 구성 탓입니다.


염따 - MINA

 염따 역시 과거에는 개그 컨셉이 매우 뚜렷했던 아티스트입니다. 그와 반대로 음악적으로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죠. 그러던 그가 '스타렉스' 앨범부터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MINA' 앨범은 비평적으로 호평을 받고 2017년의 가장 과소평가된 앨범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앨범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입니다. 힙합이라고 국한하기엔 참으로 감각적으로 짜여진 멜로디 라인이 언뜻언뜻 Post Malone이 떠올랐습니다. 이 앨범이 나왔을 땐 싱잉 랩이나 멈블 랩 같은 단어가 흔하지 않았는데, 이 앨범엔 그게 다 있습니다. 가사적인 면에서, 친한 친구의 넋두리를 옆에서 듣는 것 같은 구수한 묘사는 염따의 스타일을 더욱 확고히 해줍니다. 여러모로 이 앨범은 가장 과소평가됐던 앨범이 맞긴 한 것 같습니다. 과장을 보태면, 한국 힙합이라는 게 있냐고 묻는다면 이 앨범이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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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8-05-04 14:18:02

얼른 파트3를 내놓으시라~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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