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리뷰] 돕플라밍고 <무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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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2-09 15:19:23

 “카오팟, 사케동, 보쌈정식

 "부쩍핸섬속 비트를 뚫고 지나오는 젓딧과 넉살의 목소리가 돕플라밍고 비트와의 제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 때 한창 마이크 스웨거로 주가 상승을 달리던 젓딧과 미친 발성의 넉살이라는 화려한 피쳐링 진에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래퍼들이 들러붙어도 구린 음악은 구리기 마련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이 음악을 듣게 한 건 인트로 부분의 메인 멜로디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간단한데 직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가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저를 따라가게 만들었습니다. “이거 누구 비트야?” 오왼 “City” 도입부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들더군요. 그 때의 기억으로부터 무려 5년이 흘러갔습니다. 지금은 이 노래를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그런 추억 속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돕플라밍고의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어보게 되더군요. 수수께끼같은 앨범 구성이라 해석을 하는 데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얄팍한 지식으로 해석해봤습니다.

1. 앨범 속에서의 여러 장치

<무문관>

 이번 앨범의 제목이자 주제입니다. 무문관이란 불교에서 집착을 단칼에 끊어버리는, 결단을 내려라라는 주제를 심겨주기 위해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 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돕플라밍고 역시도 이 주제의식을 우리에게 심겨주기 위해 앨범의 여러 트랙들을 이어놓은 듯 합니다. 나중에 설명을 계속해드리겠지만 이 점을 기억하시고 해석을 봐주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적혀있지 않는 피쳐링진>

 테이크원의 녹색이념에도 아티스트에 의해 의도적으로 피쳐링진이 노래 제목에 붙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도 의도에 의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은 후술하겠지만 영화 형식을 모방하여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영화의 제목을 기억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신세계친구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황정민의 신세계장동건의 친구라고 얘기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보통 배우 이름이 붙기보다 감독 이름이 붙기 마련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처럼요. 프로듀서도 앨범을 누구의 노래가 아니라 돕플라밍고의 무문관으로 생각해주길 바란 것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타이틀 곡>

 이 앨범은 차붐, 화지, 저스디스, 팔로알토, 딜라, 맫씨, 더콰이엇 등등.. 진짜 짱짱한 라인업의 래퍼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럼 이 래퍼들의 피조물들 중 한 곡이 타이틀 곡이여야 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텐데 전혀 아닙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은 첫 트랙인 “Theater 4 is on your right. Enjoy the Movie”입니다. 들어보시면 그냥 영화 좌석을 찾아 앉는 노래도 아니고 사운드입니다. 무슨 의미 일까요? 사실 아무리 좋은 영화가 개봉한다 한들, 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헬스장 같은 개념이죠, ‘운동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긴 쉬울지 모르나, 막상 해야하는 건 헬스장에 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가장 어려운 법이죠. 이 곡이 타이틀 곡인 이유는 이 앨범을 들어주겠다는 선택을, 그 과정을 행해준 이에게 보내는 감사입니다. 앨범이란 아티스트가 사회와 관객들에게 보내는 대화의 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이들에 대한 감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씬이 중요하니까 타이틀곡이 이 곡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럴 바엔 타이틀곡을 여러 곡 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이 곡을 택한 것을 보면 이런 의미가 있지 않을 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씬과 챕터>

 이 앨범은 영화같은 구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분명 서사를 띄고 있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돼서 결론적으로 이렇게 되었다 식이죠. 이 앨범은 하나의 듣는 영화같습니다. 무문관 스토리에 따라 전개되는 바가 있죠. 그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아리송한 챕터를 통해 영화의 서사성을 이어나갈려고 함이 보입니다. 그러므로 챕터는 이 앨범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챕터는 다음 트랙에 대한 힌트입니다. 이 곡이 여기서 왜 나오는가. 또 이런 가사적인 의미가 있다. 라는 간접적인 얘기들입니다. 그렇기에 챕터를 듣고 유추하여 아 이곡이 이런 의미구나를 찾는 재미를 유발하게 해주었습니다. 트랙을 하나씩 쪼개서 듣기보다, 앨범을 통으로 유기적으로 듣게 만드는 것도 이 챕터의 효과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2.앨범 트랙 해석

01. Theater 4 is on your right. Enjoy the Movie

 별 의미 없는 트랙입니다. <타이틀곡>에서 서술했던 저의 해석처럼 이 앨범을 들어주겠다는 우리에 대한 감사이죠. 이제 영화가 시작합니다. 집중해주세요 !

 

02. Chapter #1 Heading for the Lighthouse / 03. Therapy

 이 앨범의 첫 씬입니다. 너의 걸음은 누구나 걷지만 나의 걸음은 누구도 걸을 수 없다.”라는 게 첫 번째 힌트입니다. 무슨 의미일지 3번 트랙 Therapy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곡에서는 돈에 대한 자신의 행보를 자책합니다. 과거에 본인도 사람보다 돈이었는데, 이제는 그 돈으로 사람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죠. 아이러니 합니다. 이제는 그 의미를 깨달아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곡 처음에서 너에게도 들리냐고 묻는 신호들은 전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듣는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신호이죠. , 소리로는 그 위치를 알기 쉽지 않습니다. 정말 막연한 신호인 것이죠. 이 신호들이 들린다는 의미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깨달았는 가?’를 우리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신호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어두운 바다란 자신이 내딛을 앞길입니다. 막연한 신호들을 쫓아 앞길을 내딛겠다는 의지죠. 화지는 과거의 젊은 날의 자신처럼 신호가 들리지 않아 걸어나갔던 과오들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 앞으로는 사람을 위해 또 사람과 함께 소중한 가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죠. 여기서 너의 걸음과 나의 걸음이 무엇인지 유추가 됩니다. 너의 걸음은 뒤쫓아가는 것일 뿐이죠. 이 곡에서 돈이란 남을 쫓아가는 것에 불과합니다. 신호가 들리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반면 반대되는 의미인 사람이란 나의 걸음에 해당됩니다. 나만이 나의 신호를 듣고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04. Scene #2 A Villain like that / 05. 쩜오

 이번 씬에서는 조커의 한 장면이 인용됩니다. 아서 플렉이 머레이쇼에 나와 자신의 불만을 미친 듯 토로하고 그 결말엔 기득권의 상징을 총으로 쏴죽이죠. 이 장면과 5번째 트랙은 어떤 식으로 이어져 있을까요? “쩜오에서는 Spike Lee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분은 흑인과 백인 사회를 동시에 비판하는 영화감독이십니다. 차붐은 그에게 옳은 것을 말해주신 분이라고 리스펙을 표합니다. 단순히 저항이념적인 영화의 창조자로 리스펙을 표한 것이 아닙니다. 스파이크 리는 첫 시작때 할리우드의 부름을 거절합니다. 백인 중심의 제작과 배급 시스템을 거부하겠다는 자기 신념 때문이었죠. 타고난 반골기질덕분에 첫 영화는 배급업자를 만나지 못하여 배급을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수상을 함으로써 인정받는 계기가 되죠. 차붐이 그를 리스펙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줏대로 밀고나가 결국 빛을 보는 사람이라는 점 말입니다. 노래 속에서 차붐은 앞으로도 자신의 행보를 굳히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사실 자기도 어떻게 하면 돈을 쓸어 담을지 알고 있습니다. 카피캣과 기믹질과 아는 척과 같은 위선들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내딛을 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난 나만 믿고 악당이 되더라도 그 소수로써 앞장서 이 씬을 바꿔보겠다는 일념을 부르짖습니다.

 이제 감이 오시나요? 힌트로 등장하는 씬의 다음 장면은 고담 시티에 큰 폭동이 일어납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도시 전체에 변혁이 일어나죠. 배트맨 스토리 전체를 보더라도 이 폭동 속에서 발생한 토마스 웨인의 사망이 배트맨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커라는 한 사람이 스토리 전체를 만들게 된 것이죠. 차붐은 자신을 조커에 대입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아니라 외쳐도 꿋꿋이 내 길을 가 파동을 만들겠다. 파도에 타기보다 자신의 파도를 만들겠다. 정말 독고 다이그 자체를 말하고 있습니다. 돈에 굴하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는 일념.그것이 이 앨범에 이 트랙이 자리한 이유입니다.

 

06. Chapter #2 / 07. Grind

 7번 트랙에서는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듣는 이들에게 질문을 날리죠.

우리는 돈을 왜 버는 걸까요?” 사실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입니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 나의 앞날을 위해. “나를 위해라고 생각하며 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나를 버릴 때가 많습니다. 나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나를 버린다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나를 위해가 아니라 남을 위해, 남에 의해 돈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비싼 차와 비싼 옷이 탐나보이고, 누군가의 성공이 부럽습니다. 나의 필요란 결국 남의 영향을 받은 것이 대부분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내가 정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돈을 벌기보다 남과 같은 삶,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돈을 쫓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행복에 다가갈 방법이 맞을까요?

 이제 역으로 6번 트랙의 힌트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에게 성경이, 십자가가, 예수가 있다면 예수를 주겠다. 허나 너에게 불상이, 등불이, 부처가 없다면 부처를 가져가겠다.” 무문관의 이어질 챕터는 불교를 믿는 스님의 화자들이 등장합니다. 그것들과 이어서 배치시키자면 예수가 있다는 존재의 인정은 스님으로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면 얻어갈 수 있으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가 없는 데 그것을 원하는 척하면 결국 모든 걸 빼앗기게 됩니다. 이는 돈과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버는 옳은 이유 없이 쫓아가다 보면 결국 성공을 이룩해도 불행하게 됩니다. 이 트랙에서는 리가 왜 돈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우리의 과오를 찾아 인정하자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인정이 옳은 길로의 첫 발걸음이 될테니까요.

 

08. Chapter #3-A / 09. 멀리 안 나갈게. 연락 줄게

 챕터 #3-A,B는 무문관 31칙에 대한 인용입니다. 31칙에 숨겨진 의미는 누군가 하라고 해서 움직이는 삶이 아닌 스스로 영위하는 삶을 살자는 것에 있습니다. 챕터가 A,B로 나눠진 이유는 A는 아직 그 물음이 풀리지 않은 상태이고, B는 그 물음이 풀려 의미를 얻은 상태라는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9번 트랙에서는 물질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친구)은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1절에서는 과거에 안 좋았던 친구에 대한 스토리를 말해주며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내비칩니다. 반면 2절에서는 돈벌이에 대한 회의감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마치 동전의 양면 같습니다. 1절 벌스에서는 친구에 대한 불쾌함을 통해 정서적인 것에 대한 회의감을 내비칩니다. 이는 물질적인 것()에 가까워진 자신을 상징합니다. 동시에 2절 벌스에서는 돈을 버는 자신에 비해 초심에 대해서 잃고 있는 듯한 자신을 얘기하며 돈에 대한 회의감을 말합니다. 이는 동시에 정서적인 것에 가까워지려는 자신을 상징합니다. 또한, 훅에 넌 구분하지 못하지 그 들과 날이라는 가사는 같은 구절이지만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들1절에서는 다른 친구들 2절에서는 돈만 쫓는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여기서 3-A라는 의미를 정확히 얻지 못한챕터 다음 곡으로 이 곡이 위치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저스디스는 자신이 가진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즉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죠. 스스로가 영위하는 삶과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는 삶 그 사이의 과도기적인 태도가 의미를 정확히 얻지 못한것입니다.멀리 안 나갈게. 연락줄게라는 말이 자신이 또 어떻게 변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리네요.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하겠다. 또 저렇게 하겠다. 처음에는 패기있게 시작하나 여러 영향들로 인해서 바뀌고 바뀌다보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최근에 씬에서 저스디스에게 변절자다 뭐다 그러는 비판들이 많지만. 그도 하나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변화들은 당연히 마주할 숙제들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추가적인 느낌으론 2절에 굳이 돈에 대한 회의감을 표현한 것을 보니 자신이 느낀 시간순서대로 벌스를 구성한 것이 아닐까라고 느껴집니다. 지금 그는 돈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요?

10. Chapter #4 / 11. 바퀴벌레

 챕터 4에서는 유명한 일화인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얘기의 결론은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는 겁니다. 과연 어떤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까요? 11번 트랙 바퀴벌레는 맫씨의 자기 회의로 벌스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예쁜 여자로 여겨지는 인물은 사실 타인이 아닙니다. 바로 자기입니다. 인기와 부를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버린 자신의 모습이죠. 그래서 이 여인은 진짜 나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10년 기르던 개가 죽었어도 이쁘장한 말들을 늘어놓아야하죠. 이러한 현실 속에 매드클라운은 도피하고 싶어합니다. 가식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자신은 추해지지만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니까요. 그래서 바퀴벌레처럼 도망치겠다고 합니다. 또한 2절 딜라의 벌스에서는 자신이 아는 형에게 연락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마 그 대상은 매드클라운이 아닐까 추측은 해봅니다. 많이 유명해진 형에 대해서 축하한다고 하지만 그의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원래 형이,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텐데 그것과 다른 길로 올라선 그에 대한 아쉬움 말입니다. 그렇기에 형을 유명인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을 바퀴벌레보듯이 합니다. 저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거든요.

 여기서 바퀴벌레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음을 말합니다. 남들은 싫어할지 모르나 내 것을 하며 행복한 자신이란 의미, 남들은 좋아할지 모르나 자신의 가치와 반하여 싫어한다는 의미. 이 두 의미 모두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남들의 생각과 반하여 자신의 생각대로 가고자 함에 상반되어 있지만 바퀴벌레라는 단어가 사용되죠. 프로듀서도 이를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누가 뭐라하던 간에 휩쓸리지 말고 나의 의지를 찾아 나서자, 모든 건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

 

12. Intermission/ 13. 08-18 Freestyle/ 14. Hard like this

 인터미션이 뭔지 모를 사람들을 위해서 12번째 트랙에서는 이를 재치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미션이란 긴 공연 사이에 잠시 화장실 갈 수 있게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한국말로는 막극이라고 하죠. 늘 먼저 오는 트랙이 뒷 트랙의 의미를 대변하듯이 13,14 트랙은 크게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두 곡 모두 자신에 따라오는 인기와 돈, 명예에 대해 말하고 있죠. 개인적으로 처음 들었을 때는 굳이 이 인터미션을 왜 넣었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돈보다 우리의 의지를 쫓아가자는 시사점을 던저주는 앨범 구성이었는데, 이 두 트랙은 그와는 딱히 어울리지 않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의미가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미션을 통해 우리는 영화 속(앨범 속) 세계에 집중하던 우리의 시선을 현실이라는 곳으로 돌려놓습니다. 결국 13-14 트랙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우리 현실 속의 모습을 보여주려 배치시켜 놓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됩니다.그렇다고 13,14 트랙의 벌스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들은 없습니다. 여전히 보이비의 폼과 더 콰이엇, 릴러말즈의 음악적 세련됨은 수준급이었습니다. 무거운 주제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게끔 만든 트랙이지만, 동시에 깊이 생각하면 여전히 무거운 짐을 들게끔 한다는 것에서 프로듀서의 영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5. Chapter #3-B/16. After that

 챕터 3-A와 이어지게 되는 얘기 속, 큰 스님은 노파의 생각을 간파하여 B 챕터를 통해 다른 스님들의 의문을 해결해줍니다. 노파는 애초에 진실된 얘기를 스님께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장난을 치고 있던 것이었죠. 그 증거로 암사의 큰스님을 알지 못하고 똑바로 가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만약 그 노파에게 스님들이 좌지우지 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정말 넝쿨 속을 헤집고 가다 큰 낭패를 봤겠죠? 바로 이 점이 교훈입니다. 남의 말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나아가라는 것이죠. 그래서 위해서 말했듯 누군가 하라고 해서 움직이는 삶이 아닌 스스로 영위하는 삶을 살자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B에서의 명쾌한 깨달음을 16 트랙에서 던 말릭은 노래합니다. 결국 자신이 행했던 모든 일들이 나의 거름이 되었다.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하는 일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배운 그의 각오를 갈고 닦아 앞으로 나아갈 것을 선언합니다. 던 말릭의 랩을 들으면 항상 가난과 우울하며 치열했던 과거들에 대해 이빨을 꽉 깨물고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딱 챕터 3-B 이자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는 랩퍼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곡들은 전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바꾸고, 맞추고 하려하였다면. 이 곡에서 던 말릭은 박자를 가지고 놀다보면 자연스럽게 돈이 굴러들어온다고 말합니다. 이게 모든 이들이 바라는 바인 것입니다. 무엇에 변질되지 않고 깨끗하게 줏대대로 성공하는 것. 또 그럴 수 있다는 것.돕플라밍고가 우리들에게 말하고 싶은 바입니다.

 

17. Chapter #5 Rooftop / 18. 떨어 (Father's falling)

 이제 무문관의 스토리는 끝이 났고 결말을 맺을 차례입니다. 그런데 챕터 5는 이상한 소리로 시작합니다. 계단을 올라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듯한. 그리고 냅다 뛰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소리입니다. 갑자기 이런 트랙을 왜 우리에게 들려주는 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18번 트랙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번 앨범에 속해있는 음악 중 압도적으로 우울합니다. 비극적 결말을 시사하는 듯 합니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못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Sep이 노래합니다. 그 특유의 우울한 바이브가 더더욱 비극을 강조하네요. 우리는 18번 트랙의 부재에 집중해야합니다. 아빠의 추락. 역시 챕터 5의 모습은 누군가가 추락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럼 실제로 아버지가 투신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8번 트랙에서 그는 죽고 싶지만 죽지 않았습니다. 단지 죽어가고 있을 뿐이죠. 여기서 투신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아버지들이 마음속에 품고 살던 것들입니다. 우리 세대가 이렇게 돈에 대한 아이러니와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나갈 것이라는 선언 그 바탕에는 윗 세대들의 희생이 존재했음을 얘기하는 듯합니다. 아버지들도 역시 우리처럼 어떠한 야망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나, 그 책임감이라는 옥상에서 야망을 투신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장면들을 통해 우리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존경을 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앨범을 보면 계속해서 양면적인 것으로 의미를 많이 부여합니다. “바퀴벌레라는 의미도 그러하고, 저스디스의 노래 속에도 말입니다. 떨어역시도 비극적이고 말라비틀어짐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주면서 역설적으로 한 대상에 대한 대단함을 느끼게 만드는 양면적인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19. Ending credits / 20. Skit / 21. 변곡점들

 이제 영화가 정말 막을 내렸습니다. 19번 트랙을 통해 커튼콜을 유쾌하게 치고 있네요. 여기서 쿠키 영상이 나옵니다. 그게 20번 트랙입니다. 21번 트랙이 정말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 졌는 지는 모르지만, 버벌진트와 돕플라밍고와의 전화 내용은 충분히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 뭐가 또 있다고?’ , 하나 더 있습니다.

 21번 트랙 변곡점들에서는 제목에서부터 두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이 나옵니다. 첫 번째는 피쳐링진인 버벌진트에 맞추어 변곡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버벌진트의 최근 앨범 명이 변곡점이라는 사실은 우리 높은 수준의 리스너들께서 미리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곡 제목처럼 진짜 비트의 흐름이 계속 바뀝니다. 진짜 미쳤다고 생각하는 건 쉴 틈없이 바뀌는 흐름 속에서 그걸 다 커버치는 버벌진트의 실력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이 사람 뭘까..? 싶었습니다. 돕플라밍고는 또한 단순히 쿠키영상이라 하여 아무런 의미 없이 이 곡을 배치시키지 않았습니다. 변곡점들의 비트를 잘들어보면 힙합의 초기에서부터 현대로 거슬러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투박한 비트에서 마지막에는 버벌진트가 오토튠으로 랩을 해버립니다. 우리가 계속 들어오던 힙합 문화의 주류는 바뀌어 왔습니다. 그렇다고 그 주류가 전부 비슷하게 흘러갔나요? 전혀 아닙니다. 때로는 이렇게 또 때로는 저렇게, 정말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하게 흘러갔습니다. 정말 새로운 파동이 우리의 문화를 이끈 것이죠. 바로 이 점이 이 쿠키영상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의 흐름에 맞추어 계속 우리가 행동했다면 과연 변화무쌍한 우리의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멸종하고 말았겠죠. 여태 이 앨범 전체에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파도를 만들겠다는 이들에 의해 우리 문화는 이끌어져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 곡은 창조자들에 의한 리스펙과 자신도 열심히 뛰겠다는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또한 버벌진트는 자신의 인생의 흐름대로 비트에 맞추어 벌스를 작사하였습니다. 정말 자신의 삶 속에 힙합이 고스란히 스며들어있는, 이 문화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정말 멋있는 피날레이자 쿠키영상이네요.

 

마무리

돕플라밍고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트를 한국에서 가장 잘만드는 사람이 누구냐? 라고 하면 후보군에 그의 이름이 올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앨범 전체를 유기적으로 서사를 담아 만들 수 있는 가? 혹은 그 안에 얘기하고 싶은 것을 담아 낼 수 있는 가? 에 대해선 의문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으로 그 궁금증을 없애버리네요. 정말 보이스 샘플링을 이용한 비트를 좋아하는 저로써 너무 재밌게 들었던 앨범 인 것 같습니다. , 한 비트와 다른 느낌의 비트를 연결시켜 하나의 곡으로 만든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걸 변곡점에서 옷 갈아입듯이 해내는 것을 보고.. 진짜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래퍼와 비트메이킹 실력에 감탄했던 곡은 변곡점이 될 것 같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곡은쩜오바퀴벌레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곡들도 하나 같이 완성도가 너무 좋네요. 리뷰를 보시면서 다시 한 번 앨범 전체를 곱씹으며 들어보시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리뷰를 처음 써봐서 많이 실력이 모자라지만 열심히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긴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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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12-09 16:41:40

해석 리뷰 잘 봤습니다 응원해요 !

WR
2021-12-09 16:46:55

잘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2021-12-09 17:14:26

네 화이팅 !!

1
2021-12-09 18:07:19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버벌진트가 참여한 변곡점들은

올해의 트랙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신발언띠ㅋ

2021-12-10 00:13:55

인정합니다. 개인적으론 버벌진트의 1219 EMPHATY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도 생각합니다

2021-12-10 01:20:33

이 곡 듣자마자 진짜 감탄했습니다...
많이들 들었으면 싶은

2021-12-09 19:18:53

 변곡점들 노래듣고 컨셉되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앨범인거 같애요

2021-12-09 22:07:32

저도 이건동의하는바22

2021-12-10 01:21:06

돕플라밍고 전 앨범도 진짜 좋았는데 이번 앨범도 최공

2021-12-09 22:07:19

힙합을 단지청각적인것뿐만아니라 가사로 느낄수있는 충격이나 감동을 비교적최근에서야 느끼기시작했습니다 참.. 대단한장르죠

2021-12-10 12:19:40

저도 오랜만에 나온 돕플라밍고의 앨범을 밤에 집중하며 들었는데요,

메시지가 있고 철학이 있는 건 좋은데 스킷이 너무 길고 무겁다보니

음악을 듣고 있는 느낌이 아니라 좀 강제로 철학 강연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2021-12-10 17:57:38

와.. 느낀점을 제대로표현하셨네 아직 힙린이라 멋있습니다

2021-12-10 21:53:56

이게 맞네요... 장점도 있으면 단점도 있는법이랄까...

2021-12-22 00:18:02

스킷 내용이 궁금했던 앨범 ㅋㅋ 나름 신선해서 좋았던거같아요! 특히 마지막트랙 변곡점들이 진짜 좋았음!!

Updated at 2021-12-25 23:06:3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옆동네에 돕플라밍고님이 직접 작성하신 글 있는데 혹시 안 보셨으면 보시는 것 추천 드려요~

2021-12-26 02:47:30

리뷰 잘 봤습니다 !!

2021-12-26 11:25:53

잘 읽었습니다

2021-12-26 13:19:03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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