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힙부심과 긍정적인 변화
제가 고3이고 시험기간이라서 오랜기간 동안 힙플에 못들어오고 인터넷 할 시간도 없어서 아예 이런사건(상당히 뒷
북치는 것이라고 느껴지시겠지만)이 있는지 몰랐네요. 막 락라디오 동영상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한번 풀어봅니다.
게시판을 한번 훑어본 뒤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힙합을 좋아해서 힙합커뮤니티에 가입해서 힙합에 대한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힙부심이라는 것을 극단적인 부정적인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에 말입니다. 이승훈님이 처음 등장했
을 때도 제가 글을 써서 \"힙부심이 왜 나쁜 거죠?\" 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똥글 취급을 해버리시고 아무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지 못했는지 안했는지 어쨋든 대답은 없었습니다.(지금도 그 대답이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것과 자부심이라는 것이 반드시 결부될 필요는 없습니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
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자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부정해버립니다. 아예 이 씬에 대한 리스펙을 갖추고
있지 않단 말이죠. 물론, 특정 사건에 대한 관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힙합이라는 테두리 안에 모였
을 때는 제 생각에는 적어도 그 동안 힙합이 이뤄왔던 것, 아무리 미미할 지라도 그 결실들을 남들이 아닌 우리들이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다르다고 남의 의견을 깔아뭉겠던 MC들도 (그 분들의 열성팬이긴 하지만)
잘하신것은 없지만, 10년 이상을 이 씬에 열정을 다해왔던 사람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어린애의 투정으로 치부해버
리는 것도 나쁘고 도리어 자신들이 비판한 현상을 자신들이 재현하는 심각한 자기 모순에 빠졌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
다.
이것은 기존의 \'꼰대들의\' 기득권들을 지켜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들에게 리스펙을 표하자는 것 뿐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남들이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느끼면 얼마나 비참할 지 어린 저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변화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변화가 항상 발전을 야기시켜왔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변화 없이 발전도 없다고 하지
만, 기존의 것 없이 발전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기존의 것이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시대에 뒤쳐졌다고,
시대가 변했다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새로이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쇼 미 더 머니가 우리 힙합 씬의 좋은 등
용문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잃어버릴 것도 많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힙합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왔던 것이 우리가 열
렬히 지지한 변화로 인해서 상실된다면 그만큼 비극적인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분개해야 할 것은 M.net의 무신경함보다는 우리 자신들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되는 힙
합씬이 반갑기도 하지만, 우려도 되는 것은 우리 자신들의 태도가, 힙합을 들으면서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그
것을 표현하면 \"다른 음악들을 무조건 배척하는 유교 힙합꼰대, 쓸데 없는 힙부심\"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데 치
중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힙합에 변화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열린 마음을 유지한 채, 자신의 것을 잃어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끄적거려서 횡설수설 했습니다만, 단지 제 의견을 쓸데없는 힙부심으로 간주해버리지 말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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