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고민) 지나가다 한 번씩만 읽어주시고 조언이든 댓글이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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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2-06 21:32:07

저는 18살 여고생입니다. 이름만 말하면 알 정도로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자사고에 다니고 있고, 공부를 무척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과목에서는 늘 전교 1등을 하기도 하고 인서울 좋은 대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친척을 통틀어서도 제가 뭐 로스쿨 가라는 소리를 듣는 등 진로나 앞으로 대학 진학에 있어서 가장 기대를 받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공부를 하면서 단 한번도 재밌다거나 즐거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 흔한 지적 호기심도 들어본 적 없었고 그저 잘 하는 것이 없으니 공부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은 왜인지 딱 저만 빼고 거의 모두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게 공부든 예체능이든 뭐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꿈이라고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진지하게 꿈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공부에 대한 강박이 컸기에 계속해서 공부는 했습니다... 별 흥미 없이요.

 

그런데 결국에 제가 느낀 건 5년 이상 꾸준하게 제 인생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다름 아닌 플레이리스트 속 힙합 음악들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pH-1부터 시작해서 재지팩트와 빈지노, 더콰이엇, 릴보이, 리쌍, 이센스, 프라이머리, 다듀, 비프리, 씨잼, 기리보이, 한요한, 토일, 스키니브라운, 제이씨 유카, 원슈타인, 애쉬아일랜드를 거쳐 믹스테잎부터 UGRS까지 모든 곡들을 들은 창모까지 온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공부를 하며 빈지노의 노래를 듣고, 쉬는 시간에는 비프리의 코리안 드림을 들은 뒤, 야자 시간에는 리쌍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하는 제 모습을 바라보며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갑작스럽게 깨달은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수식어가 따라붙든 음악이 제 삶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공부에 대한 강박이 남들보다 몇 배는 심합니다. 아무래도 18년 동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었던 것 같고, 조금이라도 놀면 죄책감에 쉽게 시달리는 편이지만... 저는 공부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저에게 많은 기대를 하시는 것만 같아 쉽게 공부를 떠나버리지를 못 하겠어서 딱 대학교 붙을 때까지는 정말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꼭 명문대에 들어가서 제가 18년간 꼭꼭 모아둔 천만원으로 제 작업실에서 음악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한 최선은 이거였습니다.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 스스로 떳떳하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기회가 긴 수험 생활 끝에 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조언, 하고 싶은 말 어떤 것이라도 상관 없으니...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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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2-07 14:27:19

 안녕하세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음악하고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음악을 접하고 계시는거 같아요 대부분 '음악이 좋으니 모든걸 포기하고 난 음악할거다' 하거든요 그리곤 우울증, 공황장애에 시달립니다 불안하거든요 돈이 안벌리니까.. 그리고 그 나이에 천만원이면 정말 많이 모으셨어요 정말 안정적으로 시작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비트만들면서 음악한지 약 3~4년 정도 됐는데 만약 제가 18살에 천만원이 있다면 기본적인 입문 장비 구입해서 집에서 연습 후 나머지 비용을 인지도를 위해 쓸 것 같습니다. 나의 음악을 특색있는 사운드로 믹마를 맡긴다던지, 유명하신 분을 피쳐링 딴다던지 이런게 좋을거 같아요. 정말 중요한 건 음악이 아닌 '본업'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음악으로 본업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사람들이 음악으로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해왔는지, 음악으로 돈을 벌려면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공연장 측에서 날 섭외해주고 하면서 돈을 버는건데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그 방법이 과연 성공할지 확신이 있다면 모든 걸 버리고 음악에 올인하셔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음악이 좋으니 올인하겠다라고 하면 정말 미련한 짓이니 하지 마세요. 학교쪽으로 말씀드리면 성적이 좋다고 하시니 연고대를 추천드립니다. 그 쪽 사정이 어떤진 잘 모르겠지만 힙합 좋아하시는 분들이면 연대고대싸이퍼 한번씩들은 들어보셨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관중 입장에서 정말 매력적으로 들리고 보여요. 연고대 힙합동아리가 아닐까 추측되는데 거기서 실력 인지도 전부 쌓을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혀 안불안하셔도 됩니다 너무 잘하고 계시고 한번 삐끗하셔도 전혀 타격이 없을정도로 안정적인 마인드와 환경을 갖추고 계세요 화이팅입니다! 

2023-02-08 19:57:53

쪽지 확인해주세요

2023-02-13 13:28:16

꿈에 대해 일찍 진로를 정하는것도 좋고 살아가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보며 정하는것도 좋습니다.
시야를 넓히시고 도전해보고 싶은것은 도전해보세요. 어떤사람들은 늦어!! 라고 생각할수 있겠지만 나이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이상... 38먹은 아재가...

2023-02-28 09:20:38

안녕하세요! 현직 정형외과 의사이고 취미로 랩메이킹이랑 간단한 믹마정도 하고 있는 36살 아재입니다. 저도 학창시절때 음악(주로 락, 발라드)을 너무 좋아해서 스트레스 풀때 음악 듣거나 부르곤 했었죠. 그 당시 수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하고 잘했기 때문에 수학쪽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으나 고2때 아버지의 강한 반대로 의학계열로 바꿨습니다. 이 시기가 저에겐 상당히 힘들었고 공부도 하기 싫었었죠(글쓴이분과 비슷한 시기) 지금은 전문직이라 직업적으로 몸이 힘든거 빼고는 모두 만족합니다.
공부를 무조건 해라는건 아닙니다. 그 또한 삶의 선택인거죠. 하지만 정말 음악에 자신있고 올인을 하지 않는 이상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공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20살 이후에도 충분히 음악의 길로 걸을수 있습니다.(빈지노처럼) 대학가보면 과탑 욕심 없으면 시간 남아돕니다^^
고2면 아직 생갈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가끔 유튜브로 음악말고 다른 분야(다른 직업도 상관없어요)에도 관심을 가지다보면 또 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을겁니다.
답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치 고등학교 제 모습을 보는거 같아서 주절주절 글을 썼네요. 파이팅!

2023-03-10 19:31:11

 저도 일반계 고등학교 수석 입학하고 전교 2등 정도 했던 사람입니다. 근데 공부에 별다른 뜻은 없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노래와 랩을 좋아했고 힙합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공부로 가고 싶은 학과는 없었지만 명문대에 가서 대학 간판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재수까지 했었어요. 근데 공부를 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대학 간판이 음악하는 데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그냥 음악에 더 시간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요. 다른 래퍼들이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인정받는 걸 보면서 답답함도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지방대 휴학하고 음악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많이 불안해하시고 걱정하시더라고요. 음악을 하고 싶어서 공부가 안 될 정도 아니면, 공부 잘하신다고 하셨으니 좋은 대학 가셔서 취미로 하는 거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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