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가 써보는 랩 작사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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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12-25 10:35:15

안녕하세요. 힙플 죽돌이 공온이라고 합니다. 계속 생각하다가 귀찮아서 묵혀두고 있던 건데 이제서야 쓰네요. 혼자서 비트 듣고 가사 쓰다가 생각나서 랩을 처음 작사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주기 위해 지금 써봅니다. (저도 가사 잘쓰는 편은 아니고, 힙합의 이론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도움이 조금이나마 됐으면 해서 여기다 씁니다.)
 
힙합음악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그러다보니 래퍼는 기본적으로 작사를 할 줄 알아야 하죠. 하지만 작사라는 게 어휘 선정이나 메시지의 명확성이 중요하다보니 워낙 어려운 작업이고, 화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장르의 음악들과는 달리 리듬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멜로디 위주의 노래들을 들어왔던 분들께 랩 작사는 더더욱 어려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몇가지만 알면 랩 작사를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1) 드럼과 마디
랩 작사를 수월하게 하려면 먼저 드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화성을 기반으로 작사를 하는 타 장르와는 달리, 랩은 드럼을 기준으로 마디를 나누고, 그 마디에 맞춰서 가사를 짜기 때문이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힙합비트의 드럼은 기본적으로 킥(Kick)과 스네어(Snare)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킥-스네어 순으로 드럼이 진행됩니다. 
 
킥과 스네어의 소리를 어떻게 구분하냐고요? 힙합음악 (특히 붐뱁) 아무거나 집어서 들어보세요. 드럼 패턴이 '쿵쿵짝' 하는 드럼 소리를 들을 수 있죠? 여기서 '쿵'은 킥, '짝'은 스네어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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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설명하면 잘 이해가 안되니 Rakim의 When I B On Tha Mic라는 곡을 올리겠습니다. 이 곡에서 비트의 반 마디를 기준으로 앞쪽에서 둔탁하면서 약하게 들리는 드럼이 킥, 뒤쪽에서 가벼운 느낌으로 선명하게 들리는 드럼이 스네어입니다.
 
킥과 스네어는 마디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킥-스네어가 두 번 나오는 것을 한 마디로 칩니다. '쿵쿵짝 쿵쿵짝' 이게 한 마디인거죠. 이게 8번 반복되면 8마디, 16번 반복되면 16마디가 됩니다. 보통 16마디는 VERSE에서 많이 쓰이고, 8마디는 짧은 VERSE, 후렴구인 HOOK, 절정부(?)인 BRIDGE에서 많이 쓰입니다. 마디를 세는 건 일일이 들어가면서 세는 것보다 고개를 스네어에 맞춰가며 끄떡이면서 세는 게 좋습니다. 고개 안 끄떡거리고 세면 자기가 몇 마디를 셌는지 잊어버리기 쉽상입니다.
 
2) 비트 이해
이제 드럼과 마디에 대해 설명을 드렸으니 힙합 비트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겠죠. 힙합비트는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랩이 HOOK 8마디, BRIDGE 8마디, VERSE 16마디 같은 식으로 나뉘는 것처럼 정해진 패턴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비트의 패턴에 따라 곡의 패턴도 같이 따라간다는 말이 정확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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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트를 가져올까 고민하다가 제가 몇개월 전에 랩을 쓴 적이 있는 Scary'P님의 LA라는 곡을 가져와봤습니다. (Shout out to Scary'P & D.C 워싱턴!)
 
이 비트를 들어보면 처음 부분에 4마디, 그 다음에 신디사이저의 고음이 강조된 8마디, 드럼이 강조된 16마디, 다시 8마디, 16마디, 쉬어가는 듯한 느낌의 8마디, 다시 신디사이저가 반복된 8마디가 두 번 반복됩니다. INTRO 4마디 - HOOK 8마디 - VERSE 16마디 - HOOK 8마디 - BRIDGE 8마디 - HOOK 8마디 - HOOK 8마디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죠. 이 순서에 따라 곡을 (INTRO) - HOOK -VERSE - HOOK - BRIDGE - HOOK - HOOK의 형식으로 짜주시면 됩니다. (괄호친 부분은 가사를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는 부분)
 
여기서 더 세세하게 따져보면 비트의 모든 루프가 2마디 단위로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2마디 단위의 루프를 기준으로 가사를 써주면 됩니다. 이해가 안된다고요?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가사긴 하지만, 제가 Scary'P님의 저 비트에 몇개월 전에 썼던 가사를 가져와보죠. 위 8줄이 HOOK이고 아래 16줄이 VERSE입니다. <strike>아래 아이유 언급은 못본 척 해주세요.</strike>
 
[한국인이 뿜어내는 West vibe
느낀다면 모두 같이 외쳐봐]
[마약 없이도 나는 약빤듯이 하지
이 비트에 실려서 올라가 천국까지]
[Scary'P가 선사하는 West shit
지 얘기 못하는 애들은 Rest in peace]
[날 비웃던 새끼들이 찍소리도 못하게
내 얘기를 가득 담아 비트 위에 쏟아내]
 
[난 부천시 방구석의 23살 래퍼
학기 마치고 졸업하면 백수확정 백퍼]
[취업은 못하지 후달리는 스펙 때문에
그 대신에 Flow 다루는 기술들을 배우네]
[1주일에서 4일은 기숙사에서 보내니
룸메 눈치가 보여서 랩할 시간을 못내지]
[그래서 주말마다 가야해 집으로
왔다갔다 하는 거 귀찮고 힘들어]
[졸업하고 나면 좀 나아지려나?
랩에 집중 할 수 없는 환경이 싫어 난]
[피드백이 전무하니 발전이 없는 래핑
아이유랑 작업하는 게 소원인데 제길]
[오늘도 방안에서 홀로 작업하는 
공온이라는 이름을 랩네임으로 삼은]
[사회생활이 코앞인데 랩한다는 철부지
어느 20대 청년의 신세한탄 넋두리]
 
제가 대괄호([, ])로 2줄씩 끊은 부분을 보세요. 한줄이 한 마디입니다. 보시면 대체로 2줄씩 하나의 문장이 담겨 있고, 이 문장들이 4개, 8개씩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쉽게 말해 문장을 두 마디 단위로 써보고 그것을 이어서 하나의 HOOK, VERSE, BRIDGE를 만드시면 되는 겁니다.
 
3) 주제 선정
주제는 일단 대주제를 먼저 정합니다. 그리고 그것과 관련시켜 하고 싶은 말을 적습니다. 만약 주제를 '대인관계'로 정했다면,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세히 적으면 좋겠죠.
 
하지만 이렇게만 적으면 VERSE를 짜기가 버거워지니 VERSE 별로 소주제를 정해줍니다. 대주제가 '대인관계'라면 VERSE 1에는 자신이 사람을 대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VERSE 2는 자신이 사람을 대할 때의 문제점을 적으면 좋겠죠. <strike>제 얘긴 아닙니다.</strike>
 
주제 선정은 비트를 먼저 고르고 그 비트에 어울리는 주제를 정하는 방법이 있고, 먼저 주제와 관련된 가사를 적어놓고 비트를 찾는 방법이 있는데, 웬만하면 전자의 방식을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후자는 맞는 비트 찾기가 빡셉니다. (...)
 
4) 라임배치
라임배치는 기본적으로 스네어, 혹은 마디 끝에다 배치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초창기, 그러니까 80년대 중반까지의 래퍼들은 대부분 이런 라임배치를 사용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Rakim이 라임을 마디 중간에 끼워넣는 방식을 사용하면서 라임배치가 많이 달라지긴 합니다만 기본적인 라임배치는 그렇습니다. 곡을 하나 가져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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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발매된 JUSTHIS & PALOALTO의 곡 Seoul Romance입니다. 이 곡의 팔로알토의 VERSE를 가져와야겠군요.
 
어른들은 나의 꿈을 응원하지 않았어
공부나 하라 하셨지, 내 성적은 바닥 쳐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데 취직하고
벌어먹는 삶이 걱정 없이 잘 먹고 잘사는 법
그때 어른들의 조언 중에 딱 하나 맞는 건
돈이 없으면 점점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져
차별당하다 보면 순수한 생각은 달라져 
강도질 당한 꿈, 생존 본능만이 남은 서울
어릴 적 가난했던 아버지는 말하셔
우리 아들은 부족함 없이 크기를 바랬어
공부만이 살아남는 방법인 것 같아서
그렇게 해내신 거지, 덕분에 나는 자랐어
이제 나와 내 또래들이 아버지가 젊을 때
한창 버실 때 그 나이지, 우리 어렸을 땐
그들의 삶을 당연시했지, 정해진 운명처럼
그 입장이 되어보니 전혀 다르게 느껴져
여기서 누가 잘났어? 대체 그걸 누가 알아줘?
경쟁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가르쳐
매체는 더 자극적이고 애들은 영악해져
사기쳐, 사기쳐, 이 사회는 몰아붙여
 
팔로알토의 VERSE를 들어보면 라임을 스네어 위주로 박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제보바랍니다)스네어에다 라임을 박아야 더 리듬감과 운율이 강조되니까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석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킥에 라임을 박거나 스네어를 약간 빗겨가(리쌍 투혼에서 개리의 VERSE를 들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Half-Duplex의 마이노스 VERSE도 있겠군요.)서 박는 래퍼도 있긴 한데 이건 리듬감과 운율을 살리기 어렵고, 잘못하면 박자를 절기 쉽기 때문에 처음에는 스네어 위주로 박도록 연습을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라임을 무조건 박기보다는 비트에 어울리는 플로우가 형성되도록 박는 게 좋겠죠. 정작 저는 그거 안되서 정체하는 듯 하지만.
 
이상입니다. 아... 영어공부하고 취업준비 해야하는데 이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