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Quiett - Nothing] 회고,그리고 회현적 성공과의 마주침
힙합만을 바라보고 힙합만을 향해 살아온, 뼛속 깊이 힙합으로 무장하여 이제는 국내 힙합의 갑부로 자리잡은 도끼(DOK2)와 함께 자회사 \'일리네어 레코즈\'를 설립한 전(前)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심장과도 같았던 프로듀서 더 콰이엇(The Quiett)이 이 달에 발표한 본 싱글은 사실상 그의 커리어에 있어 상위를 점하는 싱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앞날을 걸어온 (햇수로) 지난 5년의 시간을 거슬러 더 콰이엇은 30년을 넘은 그의 현재를 본 곡을 통해 목도하고 있다.
소울 컴퍼니의 와해 이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더 콰이엇의 인생 이야기와 지속될 의지의 피력은 이번 싱글에서도 가사의 전 부분을 점하고 있다. 사실 더 콰이엇의 인생 이야기는 일리네어의 설립 전과 후 앨범을 이루는 일면의 테마로서 자리매김한 바 있지만, 일리네어의 계속되는 상승 기류를 타고 더 콰이엇이 얘기하는 주된 테마는 일리네어의 고유한 상징과도 같은 \'부\'라는 요소였기에 일리네어를 접하는 많은 이들에게 더 콰이엇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가사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었다. 단지 계속되는 돈 얘기에 신물이 난 몇몇 매니아층이 \'이런 게 본래 더 큐의 초심\'이라는 이유롤 귀를 기울였을 뿐, 근래 일리네어를 접한 많은 이들 중 더 콰이엇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지가 않았다는 점에 적잖은 충격을 받곤 했다. 물론 본 곡에서도 스스로가 이뤄낸 성공에 대한 자부심은 \'더하지 않고 곱한다\'는 가사로 드러나있다. 그러나 본 곡은 멜로디 라인이 형성하는 몽환적인 무드로 볼 때나, \'시내버스를 함께 탔다\'는 과거의 고백과도 같은 솔직담백한 구절만 봐도 이 곡이 \'부\'라는 테마로 단정지어질 수만은 없는 곡임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부\'가 부차적인 가사의 부분이라는 점은 아니다. 더 콰이엇이 본 세상은 곧 그의 열망과 의지를 내보이게 했으며, 그것은 곧 \'부\'와 함께 도약하여 그로 하여금 금전적인 성공을 내보인 것이다. 그래서 이 곡은 그러한 성공에 비추어 풀어낸 더 콰이엇의 짤막한 회고와 회현(回見)의 모음이라 해야할 것이다.
음악적인 면에 있어서 두드러지는 지점은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지만, 뭇 인상적인 멜로디와 비트의 전개는 곡의 가사가 품은 테마의 구체성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까만 하늘을 수놓는 시원한 새벽 공기를 머금은 듯한 멜로디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더 콰이엇과 함께 목소리를 보탠 보컬 샛별과의 짧은 훅(Hook) 메들리가 귀 기울일만한 부분이다. 이어지는 정박의 붐 뱁(Boom Bap)은 청자들로 하여금 \'초심으로 돌아간 더 콰이엇\'을 연상케 하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트랩의 BPM을 잠시 내려놓고 정박으로 떨어지는 비트 위에서 \'표현\'하는 더 콰이엇의 랩이 실로 반갑게 느껴지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가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이제 그가 성취한 금전적 과업은 그의 삶에 투영된 투명한 빛과도 같다.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그림자라 칭하는 이들은 분명 \'비뚤어진 과거 타령\'을 멈추지 않는, 그에게서 등을 돌린 골수들일 것이다. 그런 골수들이 재단시키는 더 콰이엇의 모습은 진실된 더 콰이엇의 모습이 아니다. 재차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이 존재감 짙은 싱글은 성공을 위해 달려 왔고, 달려가는 그를 향해 스스로가 떠받치는 의지의 면면 그 자체일 것이다. 그 의지를 위해 이번 싱글만큼은 그는 좀 더 담담해질 수 있었다. 일리네어의 행보가 매번 시린 가슴을 짓누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항상 할 일을 하면서 성공한다는 더 콰이엇을 비롯한 일리네어의 뜨거운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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