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옛터
32
2021-10-01 18:43:37
버려진 황성옛터 위 눈 감은 초승달
버려진 찬란을 생각한다.
턱을 괸 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본다.
애꿎은 시간만 죽인다.
까마귀 울음소리에
빈 껍데기와도 같은 나는 고개를 든다
찬람함을
소중함을
물어가버린 욕심 많은 새는
하늘로 날아가버린다.
빈 껍데기만 남은 나는 여기에 남아있다.
까마귀가 물어간 내 것은 별이 되고
나는 고개를 떨군다.
황성을 뒤로
하염없이 걷는다.
남긴 발자국에 고인
달빛은
미련에
약간의 잔향이 더해져 남겨진 듯하다.
버려진 별들이 비쳐 고개를 돌린다.
일이 안 풀리고
생각이 차고 넘칠 때
곧 잘 걸었다.
걷다보면
하나하나
버릴 수 있어서.
다리는 아프지만 머리는 맑다.
버린 것들의 이름을
입으로 뱉어낸다.
뱉어낸 것들을 바라보면
공허함이 차오른다.
그래도 미련은 떨칠 수 있다.
새로움이 공허를 녹이고
자라나 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떠오르는 여명
보라부터 노랑까지.
별들을 녹이고
달은 자리를 내어준다.
환하게 피어난 여명에 다를 때까지
걸어간다.
이 글을 랩 가사로 바꿔 쓴 적이 있습니다.
소질이 없어서, 원래 글로 올립니다.
계실 리 없지만, 쓰고 싶으시다면 쓰셔도 됩니다. 댓글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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