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픈마이크

.1 - 잘 살고 있니

 
  409
2017-06-30 01:10:54

 


원체 발이 넓은 편이 못 돼
낯설은 사람 앞에 얼어버리곤 해
사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회성 만남
이상은 내게는 버거운 일이래서 말야
한참 전에 사귄 사람들이
더 편할 것 같은 건 아무래도 그래선가봐
새로운 친분의 시작이 흔했던 나날
늘 하는 거였다보니 구태여 더 잘 하려고
하지 않았고, 시간은 거침 없이
흘러갔어 지나간 대학교 졸업식
그동안 스친 사람들의 수 중에서
내 곁에 있는게 몇이나 되나 궁금해서
손에 꼽아보니까 두 손을 쥐었다 폈다하기
전에 끝나버린 셈, 이 문제를 깨달은게
꽤나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해
나 혼자 이러는 거 같다보니 기죽네
하긴 봐봐, check out their instagram
facebook과 twitter mention에 가득한 인생 얘기들에
나의 자린 대체 어디일까?
그냥 생판 남이라고 편히 맘 먹고
무시하긴 쬐끔 그렇지 않겠냐고
동창들이 모인 단체 카톡창은 걍 이름 뿐
한때의 절친들이 이젠 계속 침묵 중
공통 관심사가 사라진 지금 무슨
주제로 예전처럼 수다를 떨겠어
저마다 바쁜 업무로 쌓아올린 경계선
누구의 잘못이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라고 말하는 맘의 한구석이 
휑하지, 살다보니 매일 같이
한사람씩 잃어 서로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 초중고 12년 중에
남은 건 고3 친구 예닐곱 뿐
대학 때 겪었던 대인기피 덕분에
대학 동창은 그보다도 많이 적고
그나마 SNS에서 이어가는 명맥 but
누구와 친구가 되었다는 소식 업데이트로
친분을 자신 있게 보증할 수 있나?
참 가벼워진 관계란 말의 무게감
아니면 이쯤에서 만족할 뿐일까?
다들 그러고 있으니까?
우린 오늘도 한 번 보자는 약속만
얘기하고 굳이 날짜를 따로 잡거나
하지 않아, 이뤄질리 없는 말로만
하는 일종의 예절이자 인사치레
하기사 봐도, 안녕, 오랜만, 두 단어
정도로 정리하는 둘 사이의 간격
알콜 아니면 재현 못 하는 옛정
잔 또 채우다보니 찾아온 새벽
내일 출근해야되서 막차를 타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건 반가움보다
오랜 숙제를 해치웠다는 알 수 없는 기분
또 언제 보지? 답을 아끼던 그 질문
처음 겪은 일이 아니지만
문득 외로워져서 눈을 감았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빠르고
결론 없는 얘기에도 행복했던 시절
그때가, 그리워도
많이 변했어 나 그리고 너
그래도 간간히 생각나긴 하잖니
다 같이 떠들어도 전부 잘 들렸던 시절
내가 너무 감상적이라면, 알아
고독에 지나치게 예민했던 나라
이런 가사도 벌써 많이 적어봤으니
지겹더라도 이해를 부탁해 아쉬운대로
어쨌든 살아는 가고 있지
나름 익숙하긴 해 이 세상 속 이치
그래봤자 생각보다 혼잣말로 되묻게돼
친구야 어디서 잘 살고 있니?
또 하루 버티며 가고 있지
바뀔 건 없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지
그래봤자 생각보다 자주 혼잣말로 되묻네
친구야 어디서 잘 살고 있니?

MR: Jerry,K - 처음엔 다 그래 Remix

NO
Comments
아직까지 남겨진 코멘트가 없습니다. 님의 글에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