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빼서 믹스테잎 만들겁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랩 한다고 집 나온 게 15년인데 정작 랩을 시작한 건 18년이고
18년 봄부터 시작해서 믹스테잎 만든다 만든다 하다가 결국
번번한 작업물 없이 훅 없는 번개송에서 벗어나질 못하면서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누구 탓할 것 없이 모두 제가 너무 게으르고 나태한 탓에 이렇게 됐습니다.
다이어트로 뺀 몸은 다시 불다 못해 터지고
성실하게 다니던 알바를 그만두니 원래 돈을 물 쓰듯 쓰는 근본 없는 저인지라
빚도 300 정도 생겼습니다.
일용직을 나가다가 발목을 다쳐서 몇주째 일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일하다 다친 건 아니고 야간 버스에서 내리는데 부러진 구두 굽을 잘못 밟아서 발목이 접질렸습니다.
돈이 없어 병원은 못 가고 붕대나 감았고 낫긴 나았습니다.
이제 다시 인력소를 가서 일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가 싫어졌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인력소 도착하면 새벽 4시 반,
아침 7시 일 시작 일 끝나고 돈 받고 집 와서 씻으면 저녁 7시
9시 취침...
이런 생활 한달만 해도 빚은 갚고도 남습니다.
근데...아직도 게으르긴 하지만 이제서야 랩 하는데 재미가 붙은 것 같습니다.
애새끼 같은 변명이지만 인생 살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채찍질을 하고 당근을 준다고 하면
난 둘다 싫다 하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대신 누가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칭찬해주면
거기서 엄청나게 업되는 힘을 얻었죠.
요즘 그렇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보잘 것 없는 제 곡을 듣고 추천을 눌러주고 좋다하니
랩을 더 많이, 빨리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또, 리파인님이 꾸준하게 올린 사람들 중에 가장 늘었다 하니 뭐 거의 절정...
(제가 받은 추천을 저도 베풀고 싶어 오픈마이크에 올라오는 곡들은 전부 다 듣고
추천과 덧글을 달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 주인 아주머니께 얘기를 할 생각인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네요.
빚 갚고 필요한 생활비는 계산 좀 해보고 월세를 몇개월치는 먼저 드리는 식으로 하면
좀 회유가 될련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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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