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ekwon (래퀀) - Only Built 4 Cuban Li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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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1 10:53:56

8월 1일은 Only Built 4 Cuban Linx…의 25주년입니다.

Wu-Tang Clan의 90년대 존재감은 힙합 역사에서 유일무이합니다. 93년의 1집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은 당시 West Coast 힙합에 빼앗겼던 주도권을 뉴욕으로 되찾아왔습니다.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RZA의 기괴한 비트, 그리고 9명이나 되는 래퍼들이 뱉는 만화적으로 폭력적인 가사들은 랩의 기본 구조를 파괴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거기에 적극적으로 차용된 동양 무술 영화 샘플들과 미국 이슬람의 한 종파인 5% Nation 교리를 담은 가사는 강력한 캐릭터를 부여했습니다. 바야흐로 많은 힙합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뉴욕 하드코어의 탄생이었습니다.

하지만, Wu-Tang Clan의 독보적인 입지 구축에는 이후 발표되는 각 멤버들의 솔로 앨범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Wu-Tang Clan의 가장 큰 매력은 독보적인 사운드를 구사하는 한 명의 프로듀서와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9명의 래퍼들의 조합입니다. 이런 양상은 Wu-Tang만의 사운드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습니다. 덕에 각 래퍼들의 솔로 앨범들은 꾸준히 높은 완성도는 물론, 뉴욕 하드코어에서 더 나아가 각자 또 다른 흐름을 탄생시킬 정도로 파급이 컸습니다.

그 많은 앨범들 중 최고를 꼽을 때 언제나 빠지지 않고 언급이 되는 Only Built 4 Cuban Linx…는 Raekwon의 솔로 1집입니다.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에서 선보인 영화적 요소를 한 층 더 심화시킨 이 앨범은 70년대 Blaxploitation 영화 포스터 같은 커버부터 이를 들어냅니다. 또 크레딧에서는 Raekwon을 주연, 절친이자 Wu-Tang 동료인 Ghostface Killah는 조연, 앨범 전체의 프로덕션과 엔지니어링까지 총괄한 RZA는 감독으로 소개됩니다.

이후 RZA는 음악감독은 물론 제작까지 영화계의 가장 깊은 위치까지 진출합니다. 특히 영화 감독들 Quentin Tarantino와 John Woo와의 친분은 유명합니다.

이는 음악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는데, The Killer, Scarface, Carlito’s Way, Shaolin vs. Lama 등등 범죄와 무술 영화들의 음악과 대사들이 앨범 곳곳에 배치되어있습니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Striving For Perfection은 Raekwon과 Ghostface Killah가 대화만 하는 인트로 트랙인데, 랩이 아닌 대화만을 한다는 점과 그 배경음악이 The Killer의 스코어라는 점에서 여느 음악 앨범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청자를 몰입시킵니다.

앨범의 사운드도 이러한 성향이 짙게 배어있습니다. RZA는 당시에 혁명적이었던 현악기의 사용과 상당히 공간감 있는 루프를 힙합 특유의 타격감 있는 드럼에 탑재해 음악 영화에 가까운 분위기를 치밀하게 구현합니다. Soul과 Funk 음악 샘플들을 기반으로 해 완성된 사운드는 Curtis Mayfield의 Super Fly 사운드트랙과 같이 특유의 기품 있는 치열함을 담아냅니다. 앨범을 관통하며 자주 등장하는 현악기, Knowledge God의 기타 프레이즈, Criminology의 비장한 관악 후렴, 그리고 Ice Cream의 건반 같은 루프에서 이 같은 요소들이 잘 들어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h10of6DKA

신기하게도 Ice Cream에서 샘플된 원곡 A Time For Love는 기타 곡입니다. RZA의 샘플링 능력에 감탄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의 핵심은 Raekwon과 Ghostface Killah의 뛰어난 랩 퍼포먼스와 지금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Mafioso 테마의 가사들입니다.

Raekwon의 깔끔하면서 중후한 딜리버리와 높은 톤으로 날뛰는 플로우를 구사하는 Ghostface Killah의 조합은 탁월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이 둘 모두에게 앨범의 스포트라이트를 준 RZA의 선견지명에 감탄하게 되는 일면입니다. 후에 Ghostface Killah의 데뷔 앨범 Ironman과 이 앨범의 후속작인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에서도 같은 방식이 채택됩니다. 피쳐링으로 참여한 다른 래퍼들도 굉장히 완성도 높고 개성 있는 벌스들을 제공하며 재미를 배가합니다. 후에 Wu-Tang 팬들에게 본작과 Genius/GZA의 Liquid Swords가 모든 멤버들이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준 순간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Wu-Tang 작품에 그룹 밖의 래퍼가 참여한 최초의 곡인 Verbal Intercourse가 이 앨범에 수록되어있는데, 그 영광의 당사자인 Nas는 이 곡에서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듯이 인생 최고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벌스를 보여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YmxC7AFYNs

앞서 말했듯이 이런 랩 퍼포먼스는 혁신적인 가사들로 뒷받침이 됩니다. 비록 범죄라는 주제는 힙합에서 흔했지만, 이 앨범은 디테일적인 면에서 시도되지 않은 Mafioso 테마를 적용시킵니다. 단순히 특정 범죄를 묘사하는 서술이 아닌 마피아적인 요소를 가미해 현실보다 부풀려진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여전히 현실의 역경을 담아내지만 Only Built 4 Cuban Linx…는 일종의 증강현실처럼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Alter Ego를 내세운 랩 내임 이외의 페르소나의 탄생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16번 트랙 Wu-Gambino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Wu-Tang 멤버들은 제2의 마피아 이미지에 맞는 페르소나를 부여받습니다. 실제로 이 앨범 발매 이후로 Nas는 Escobar, The Notorious B.I.G.는 Frank White, 2Pac은 Makaveli와 같이 페르소나를 만들고 이는 힙합의 장르적 특성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 외에도 Scarface 같은 영화 등에서 다뤄지는 마피아 규율, 마피아 특유의 가족 경영에 대한 철칙, 그리고 Cristal과 같은 고급 샴페인 브랜드 등등, 고단한 마약상이 아닌 마약 대부의 모습을 소재로 내세웁니다. 이런 스타일은 JAY-Z의 Reasonable Doubt, The Notorious B.I.G.의 Life After Death, Nas의 It Was Written, 더 나아가서 Pusha T, Rick Ross, Freddie Gibbs, Young Jeezy 같이 20년 넘은 지난 지금도 사용됩니다.

즉, 팝 시장이나 후드밖으로 눈돌리지 않으면서도 길거리 마약상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인물상을 담은 최초의 앨범입니다.

이 모든 시도와 그에 따른 대중 음악에 끼친 영향은 역설적으로 배타적인 요소들에서 기인합니다. 길거리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모르는 슬랭, Wu-Tang이 몸 담고 있는 5% Nation의 가르침, 거기에 Raekwon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갱스터 문학과 영화 래퍼런스가 합쳐져서 상당히 불친절한 앨범이 완성됩니다. 가사를 볼 때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 내포한 의미를 분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앨범은 오로지 ‘Cuban Linx’, 슬랭으로는 갱스터와 마약 상인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이런 측면은 이 앨범의 유통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이 발매되었을 당시에는 카세트 테잎 역시 중요한 매체였는데, Only Built 4 Cuban Linx…는 특별히 Raekwon의 지시에 따라 보라색 플라스틱을 사용한 테잎으로 발매되었습니다. 눈에 띄는 일종의 표시를 한 것인데, 이는 코케인 상인들이 자신의 상품을 경쟁자의 것으로부터 피아식별하기 위해 색깔이나 문양으로 태그하던 방식과 동일합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The Purple Tape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이 초판 카세트는 현재 백 달러 단위의 가격으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정 향유층을 위해서만 만들어졌고, 그 면이 이 앨범을 대중적인 성공보다는 니쉬적인 성공으로 인도했습니다. 덕에 음악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인정을 받고 수 차례 모방이 되는 앨범이 되어 고전으로 추앙됩니다. 그 영향력은 발매로부터 2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Pusha T, Freddie Gibbs와 Griselda Records를 필두로 Coke Rap이 언더그라운드의 얼굴이 된 지금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Pusha T는 정규 3집 DAYTONA의 트랙 The Games We Play에서 대놓고 DAYTONA를 젊은 세대를 위한 Purple Tape이라 묘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