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뱃사공만의 색채, 정규 3집 [777]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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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5 18:06:08

뱃사공에게 '2020년'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딩고 프리스타일 촬영과 두 개의 앨범으로 이른바 '허슬'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X말의 영화], [월 200의 사나이 : 뱃사공], [월 300의 사나이 : 뱃사공], [리짓군즈의 마지막 SHOW당!]까지 딩고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뱃사공'이라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인식시킬 수 있었다. 특히 [월 N의 사나이] 시리즈를 통해 가난하지만 수수한, 정말 힙합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면 누구나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이어 그는 '기린'이라는 EP를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여유 있는 위로를 전달했고 '딩고 X 리짓군즈' 음원은 물론 여러 피처링, 콜라보에 참가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한편 시간이 흘러 연말을 앞두고 뱃사공은 정규 앨범 [777] 발표를 예고했다. 그동안 중고 신인으로서 출항의 의지를 담은 [출항사], 영혼을 실어 진심으로 만든 [탕아], 위로를 주는 앨범 [기린] 등을 발표해 호평을 받은 만큼 [777]에 담길 메시지에도 관심이 모였다. 그렇게 지난 17일, 그의 정규 앨범 [777]이 첫 선을 보였다. 몇 차례 돌려서 들은 [777]에는 생각보다 담긴 주요한 메시지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어쩌면 돈을 벌게 된 뱃사공에게 더 이상 배고픔이나 중대한 고민이 줄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에게 주어진 고민은 '스스로 재밌는 음악'이 아니었을까. 이전과는 다르게 어떤 메시지보다는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시절로 돌아가 스스로 재밌는 음악을 추구한다.

전체적으로 앨범 자체에서 '정제'되지 않은 맛이 느껴진다.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 무언가 치밀한 구성 끝에 나온 앨범보다는 '뱃사공'이라는 아티스트를 정제하지 않고 들려주는 느낌이다. 계속되는 뱃사공의 감정 변화도 인상적이다. 'GET HIGH & LOW'라는 말처럼 오락가락하는 기분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자신감, 한편으로는 아픔까지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정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뱃사공스러우면서도 솔직한 감정을 품었다.

 

감정을 뱉는 과정에서 가사에는 힙합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라임, 플로우, 리듬 등을 직접적으로 제목과 가사에 썼는데 어쩌면 이것은 앞서 말한 '스스로 재밌는 음악'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한편으로는 악플러들과의 관계, 또는 딥플로우와 저스디스 등의 비프를 두고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재밌기도 하다. 상구형과 승이 둘 다를 존경하는 라인과 딥플로우와 했던 마초맨을 이은 마초맨2 트랙 수록, 부메랑 트랙에서 넉살과 함께 말하는 무언가까지. 이 역시도 솔직하고 담백한 뱃사공의 맛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깨달음을 얻은 뱃사공, 혹은 나름대로 지친 모습의 뱃사공이 그려진다. 무언갈 그려서 넣고 치밀한 구상을 하기보다는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고 위로를 주며 위로 받고 싶은 모습의 아티스트. 늘 당당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악플을 받고 아픈 뱃사공도 있기에 앨범이 재밌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777]이 가진 강점은 '정제'되지 않은 맛이다. 탁하지도 않고 진하지도 않은, 그 어딘가에서 뱃사공만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01. 777

 

777. 이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1번 트랙의 제목. 뱃사공은 1번 트랙을 통해 정규 3집 [777]의 뜻이 무엇인지 넌지시 던져준다. 보통 '777'이라고 함은 '잭팟'이 터진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카지노의 슬롯머신에서 7이 연달아 세 번 나오면 최고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뱃사공은 트랙 안에서 일명 '잭팟'이 터진 2020년을 두고 '777'을 이야기한다.

 

'그르르륵' 가글을 하고 양치를 하며 시작되는 트랙. 그는 구강 상태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양치를 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상태를 갖추는 느낌을 준다. 한편으로는 다 씻어내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어 'It's the Mr. 새 옷으로 환복, 목에 금을 차도 어 이제 그게 뱃사공', '가난에서 해방 2020', '죄명은 미디얼 이용'. 더 이상 '과거의' 뱃사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뱃사공은 새로운 배역을 배정받았고 새 옷을 입었으며 목에 금을 찼다. 가난에서 해방된 2020년, 죄가 있다면 미디어를 이용했다는 점이라며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제는 금을 찬 뱃사공, 그것 또한 뱃사공임을 특유의 여유가 담긴 플로우로 강조하고 있다. '트리플 세븐 터지니까 나타나는 적들'.

 

'중삐리 시절부터 나를 그지 만든 랩은 철자는 몰라도 날 데려왔지 헤븐, 노잣돈을 걸고 터져버려 777'

 

랩을 시작하며 거지가 됐지만 절대 사랑하는 힙합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힙합으로 성공했고 과거의 가난했던 자신은 놓아준다. 가난했던 자신에게 걸어주는 노잣돈, 그리고 터져버린 777.

 

TITLE | 2. RHYME ON MY MIND (Feat. 박재범, 제이통)

 

타이틀 곡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생각보다 깊은 뜻이 없다. 크게 의미 없는 가사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다만 확실한 것은 '10년 전을 기억하듯 다시 랩 어택' 중이라는 것이다. 가사 속 스토리보다 자신이 스스로 재밌는 음악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다소 지치기도 한 그는 10년 전의 뱃사공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라임에 집중해 음악을 만들고 있다. 라이밍과 각운을 짜 넣는 가사 작법 자체에 대한 재미를 추구하고 한편으로는 그 자체를 곡으로 소화했다. 이어지는 박재범과 제이통도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서 핵심은 스스로 최고임을 치켜세우고 있는 세 명의 아티스트.

 

3. GET HIGH & LOW

 

술을 먹고 노는 상황을 두고 '밤새 get high and low'라고 이야기한다. 술을 먹을 때는 기분이 올라가지만 이내 내려오기도 하고 뒷처리와 다음날은 우울해지기도 한다. 뱃사공은 그러한 상황들을 가볍게 풀어냈다. 한편으로는 술자리에서 만난 여자들과의 스토리를 풀어냈다. 술을 먹고 모르는 여자와 돌면서 기분이 'High'되지만 이내 'Low'되는 모습이다. '먼저 간단 말은 너무 싫어, 내게 주지 말어 슬픈 시련'. 코러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중독성 있는 훅이 인상적이다. 이어 'get high'는 높게, 'and low'는 낮게 부르는 것도 포인트다.

 

4. 한번인생 2 live

 

'바꿔버렸네 나의 배역', 자신의 인생이 변했다. 과거의 삶을 정리하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사는 뱃사공. 그에게 한번인생 2 live라는 말은 적합해보인다. 사실 '한번인생 2 live'는 더 콰이엇의 2015년 앨범 [1 Life 2 Live]를 따라한 것이다. '1 Life'를 '한번인생'으로 번역한 뱃사공의 센스가 돋보였다. 더 콰이엇처럼 수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삶을 그리고자 하는 뱃사공의 도전 의식도 보이고 있다. 부자가 된 자신을 그린 더 콰이엇의 [1 Life 2 Live]처럼 뱃사공도 변한 자신의 인생을 화두에 던지며 두괄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트랙은 변주를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초반부에는 더 콰이엇에 대한 동경을 언급하고 동시에 이유 없는 욕을 듣곤 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걸어왔던 수많은 리스크, 마치 더콰이엇 shit 한번인생 2 live'. 이어 비트가 공격적으로 변주된다. 후반부에는 더 올라가보겠다는 뱃사공의 자신감이 돋보인다. '리짓 전술은 4 top'이라는 가사처럼 축구 전술로 따지면 공격수만 4명인 리짓군즈의 공격성. 이유 없는 욕에 어쩌면 지치고 힘들어하면서도 위로를 했다면 후반부는 자신감이 만땅인 상태로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스케쥴도 많아지고 성공한 자신에 대해 한껏 높아진 자존감을 살펴볼 수 있다.

 



TITLE | 5. LET IT FLOW

 

말 그대로 흘러가는대로 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흐르는 그대로 따라가는 뱃사공. 혹은 뱃사공이 가는대로 흘러가는 흐름. 뱃사공이 뱀이라면 그의 플로우는 'Snake flow', 그리고 그가 보석을 찬다면 그의 플로우는 '보석 flow'. 플로우를 구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뱃사공이 아닌, 뱃사공이 뱉는 그대로가 그의 플로우인 것이다. 한편 뱃사공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딥플로우와 저스디스를 둘 다 좋아하며, 딥플로우는 무엇보다 힙합 씬에 헌신한 사람이라고 업로드한 적이 있다. 이후 '뱀새끼'라며 일부 악플러들에게 악플을 받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에 마치 응답하는 듯한 가사, '내가 뱀이라고 하면 Snake flow'. 무덤덤하면서도 당당하다. '내 flow로 내가 그려왔던 내가 돼버리지, 삼박자 떨어지는 트리플 세븐의 feel'. 그렇게 심오하지 않은 주제들과 가사, 그러나 그 자체로 심오하게 다가온다.

 

6. 마초맨2 (Feat. oygli, BILL STAX, 김효은, The Quiett, Juvie Train)

 

뱃사공에게 '마초맨'이란 자신만의 색채가 담긴 사랑 노래였다. 마초맨의 첫 번째 시리즈는 그의 첫 정규 앨범인 <출항사>에서 서브 타이틀 트랙으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한국 힙합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사랑했던 그는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자부심을 담아 '마초맨' 트랙을 만들었다. 거칠지만 순정이 있는 마초맨으로서의 사랑 노래였다. 당시 그는 '예쁘장한 랩퍼들은 삐짐', '뻔뻔한 배신자들의 나와바리, 음원차트 랭킹 향해 자폭하네 카마카제' 등 공격적인 가사들을 썼던 바가 있다. 이후 딩고 출연과 동시에 미디어의 맛을 본 뱃사공. 그는 마초맨2에서 무슨 이야기를 꺼낼까. 궁금해졌다.

 

그는 이제 구구절절 인생 얘기를 꺼내는 건 너무 식상하다고 이야기한다. '가난을 노래하던 뱃사공은 이제 peace out'이라며 자신만의 사랑 노래를 꺼낸다. 무언가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 곁에 있었던 가난은 떠나갔지만 여전히 너와는 다른 뱃사공임을 강조하고 마초맨 그 자체임을 강조하는 트랙이다.

 

'난 Big 난 커 한자로는 大 마초맨' (BILL STAX)

'콰형은 현재 진행형' (The Quiett)

'오로지 방송국에서만 1세대 랩 레전드, 그리고 방송 후 은퇴하시래요 랩 퇴물' (Juvie Train)

 

뱃사공의 뒤를 잇는 아티스트들도 다들 각자의 이야기를 마초맨 스타일로 풀어냈다.

 

7. BOOMERANG (Feat. 넉살)

 

부메랑은 던지면 돌아오는 성질을 갖고 있는 투척기구다. 뱃사공은 이 성질을 활용해 부메랑에 많은 것들을 빗대어 부르고 있다. '던져 rhyme 돌아온 건 함성, 던져 트랙 돌아올 땐 환전'. 자신이 삶을 살아오면서 뿌린 만큼 거두기도 어려웠지만 결국 행운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즉, 인생은 주는게 있으면 그만큼 받는게 있는 법. 뿌린 만큼 거두고 베푼만큼 돌아오는게 진리다. 뱃사공은 '일단 던지고 보는 스타일, 알다시피 지는 싸움도 싸워'라며 터무니 없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자신의 깡을 치켜세운다. 사실 트랙 전체적으로 보면 큰 주제가 없어보인다. 단지 부메랑이라는 단어에 담긴 비유와 라이밍, 타이트한 플로우 구성이 재밌을 뿐이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안에서 뼈 있는 라인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인생은 주는게 있으면 그만큼 받는게 있다는 진리처럼 악플을 달며 희열을 느끼는 악플러들은 무언가를 돌려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넉살. '틈만 나면 욕질하는 병신들은 반사'.

 

8. HOCKEYSTICK CHOP

 

'인생 얘길 듣고 싶음 탕아를 다시 play, 위로 받고 싶음 기린 다시 circle'

 

최근 발매되는 많은 힙합 앨범들은 자신의 서사를 풀어내거나 사운드적으로, 혹은 가사적으로 위로를 주는 앨범이 다반사다. 그러나 뱃사공은 인생 얘기를 듣고 싶으면 [탕아]를 듣고 위로 받고 싶으면 [기린]을 들으라고 말한다. 즉, 이번 앨범에는 주요 포인트가 인생 얘기 혹은 위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스스로 재밌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뱃사공의 속내를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트랙은 주로 리짓군즈의 서사를 이어 자신감 있게 쓴 가사가 인상적이다. 15명으로 구성된 리짓군즈. 뱃사공은 가사에서 '트럭 안에 사내들 손에는 하키스틱, Break the bank 트럭 안에는 열다섯 dogs'라고 말한다. 마치 사나운 개처럼 하키스틱을 하나씩 손에 쥐고 있는 15명의 리짓군즈, 상상만 해도 무섭다. 사실 'HockeyStick Chop'이라는 말은 한국어로 '등짝 스매싱'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절대 죽지 않을 리짓군즈의 무대, 그리고 시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 마디를 등짝 스매싱처럼 내뱉기도 한다. '내가 잘 나가 너는 배 아파, 내가 좆 돼야 너는 괜찮아'. 뱃사공은 real rap을 뱉고 원래대로 살아갈 것이니 덤비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감이 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Hockey Stick Chop'은 지난해 뱃사공이 스컴윤, 워크맨과 함께 만든 패션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9. HANDS ON MY DICK (Feat, ZENE THE ZILLA, Owen)

 

래퍼들은 보통 추임새를 할 때 바지 위에 손을 올리곤 한다. 삐딱한 자세, 이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자존심이자 표식이기도 하다. 이에 빗대어 자신의 자세 혹은 자신감 있는 이야기들을 뱉고 있다. '난 다시 사춘기가 온 듯이 내 걸음은 삐딱'.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뱃사공의 아우라, 그리고 재밌는 가사들이 이 트랙의 주요 포인트다. 이어 제네 더 질라와 오왼도 훌륭하게 트랙을 소화했다. 한편 이 트랙이 끝나고 난 뒤 다음 트랙부터는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가 변화한다.

 

10. HAVE A NICE DAY (Feat. Hoody, 김아일)

 

자신의 감정을 풀어낸 뒤 리짓군즈와의 동행, 그리고 자신감을 내보인 뱃사공의 9가지 트랙. 그러나 10번 트랙부터는 다소 다른 무드의 곡조를 담은 비트가 흘러나온다. '휘둘리지 마 작은 성공과 fail, 너의 face대로가 삶은 아냐 race'.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뱃사공의 한 마디. 자신에게 덤비지 말라며 강한 어조를 가졌던 중반부의 뱃사공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어 후디의 피처링이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는 뱃사공. 항상 제자리에서 같을 수 있지만 계속 나아간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항상 제자리인 듯 했어도 한 뼘씩 다음 챕터'. 대신 같은 실수는 하지 않기. 그 이후에 배움이 있었음을 인지하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삶을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더라도 각자의 순간 속 어느 한 지점에서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트랙이다.

 

11. 대충 살아 (Feat, Paloalto, Mac Kidd)

 

대충 살고 각자의 스타일 대로 살자는 의미의 트랙이다. 특히 자신에 대한 과한 참견은 말아달라는 의미가 크게 내포돼 있다. '난 내 걸 할건데, 걍 흘려버려 오에오에'. 키보드를 잡고 삶을 뒤로 한 채 미움으로 덮는 사람들, 편을 가르고 싸우려는 누군가, 미쳐서 날이 서 있는 사이버. 이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한 마디를 건넨다. 대충 자기대로 살자. 남의 일에 신경을 끄고 참견은 아끼자. 이어 팔로알토의 등장. '애들은 물어봐 Top 3 혹은 5, 각자 매력이 다르잖아. 각양각색 다른 스타일, 난 이기려 온 게 아냐 즐기러 왔어 같아 party'. 예술에는 승패가 없는 법이다.

 

12. GRIND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다. 'GRIND'라고 함은 '목적의식을 갖고 정말 열심히 하다'라는 뜻의 슬랭이다. 즉, 자신을 갈아 넣어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이루고 노력하는 것들 'Grind'라고 표현할 수 있다. 뱃사공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다. 힙합에 입문했던 것은 훨씬 전이지만,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음악을 시작한 것은 26살부터였다. 이 마지막 트랙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의 이야기들과 함께 시작된다. '스물여섯 살에 나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음악 한답시고 멀쩡한 삶을 갈아치워'. 무모하지만 꿈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 뱃사공이기에 가능한 도전.

 

여느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처럼 생활고도 겪고 음악을 내도 없는 변화. 그래도 그는 이 문화를 사랑했다. '죽을 써도 rhyme on my mind',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지만 아마 grind, 아름답던 나의 grind'. 그렇게 만난 리짓군즈. 그들과 함께 음악을 놀면서 만들었고 발매했던 [Junk Drunk Love]. 대박은 나지 않았지만 앨범을 내고 열심히 즐겁게 음악을 해왔다. 그렇게 페이를 받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오르는 몸값. '전엔 뱉지 못한 얘기들 다 현실이 되기를'. 그저 힙합을 사랑해서 말할 수 있는 그의 사랑이 담긴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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