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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9 리뷰] Episode 10. 파이널, 그리고 릴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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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5 19:10:59

지난 18일, 역대급으로 화제가 됐던 쇼미더머니 9가 파이널 무대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10화는 2.1%의 시청률로 시즌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7주째 비드라마 화제성 1위 프로그램 자리를 지켰고 실시간 검색어 차트를 장악하기도 했다. 그동안 파이널은 급하게 두 곡을 준비하느라 곡의 퀄리티가 떨어지곤 했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이번 곡들은 수준 높았으며 특별 무대와 곡의 유기성까지 완벽함을 갖췄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던 시즌이었다. 이번 마지막 리뷰에서는 결승전 무대를 짧게 소개하고 [쇼미더머니 9] 시즌 전체에 대한 리뷰까지 함께 한다. [Episode 10. 파이널, 그리고 릴보이]를 리뷰한다.

 

- 대미를 장식할 결승전, 파이널의 진행 방식

 

전통적으로 파이널은 생방송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코로나의 여파로 부분 생방송이 이뤄졌다. 본 무대는 당일 오전에 녹화를 마치고 온라인 사전 평가단이 비대면 형식으로 투표한다. 이후 녹화된 무대가 방송됐고 동시에 실시간 문자 투표가 진행됐다. 중간 인터뷰와 최종 결과 발표만 실시간 생방송으로 송출됐다. 한편 무대 순서는 세미파이널에서 가장 많은 공연비를 받았던 릴보이가 선택권을 가졌다. 1번으로 머쉬베놈이 호명됐고 이후 스윙스, 래원, 릴보이 순으로 번호를 부여했다. 파이널 무대는 모두가 두 번씩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경연과 2차 경연이 모두 사전 녹화되기 때문에 따로 탈락자를 두지 않았다. 1차는 개인 공연, 2차는 프로듀서 합동 공연이며 피처링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1차와 2차 투표를 합산해 최고 공연비를 획득한 래퍼가 최종 우승한다.

 

◇ 1번. 머쉬베놈 : MUSHVENOM

 

- 1차 경연 : 가다 (Feat. 사이먼 도미닉, The Quiett)

첫 무대에서는 '보자보자'와 '가다'의 풀버전을 공개했다. 지난 1차 예선에서 무반주로 불렀던 '보자보자'는 이번 시즌을 통해 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무대 인트로로 적합했던 곡이다. 한편 1년전 마이크스웨거에서 처음 선보였던 '가다'의 전체를 드디어 접할 수 있었다. 여기에 사이먼 도미닉과 더 콰이엇이 등장하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사이먼 도미닉은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올라 완벽한 발성으로 장악했다. 더 콰이엇도 센스있는 가사와 특유의 창법으로 무대를 꾸몄다. 머쉬베놈의 독특한 재밌는 가사가 포인트였다. 시청자들의 흥을 돋구고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마치 뮤지컬과 같은 유기적인 무대 구성이 완벽했다. 결승 무대에서 의외의 '임팩트'를 줄 곡은 아니었다. 우승보다는 머쉬베놈만의 브랜딩을 쌓고 팬층을 더 돈독하게 만들어냈다.

 

- 2차 경연 : 여백의 미 (Feat. Jessi, JUSTHIS)

 

개인적으로 파이널을 앞두고 머쉬베놈이 임팩트 있는 곡들을 가져온다면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여기서 '임팩트'라고 함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거나 엄청난 속사포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등 'Red Sun', 'Forever'와 같은 무대를 의미한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우승과는 관계없이 머쉬베놈의 이야기를 파이널까지 끌고 와서 서사적으로 완성하며 자신의 스타일로 방점을 찍는 것. 따라서 파이널을 기다리며 머쉬베놈의 무대가 가장 궁금했다. 결국 파이널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두 번째 선택지였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대신 인기와 지금의 삶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엔딩을 찍는 '여백의 미'. 프로듀싱과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다.

 

'결국 여백의 미, 성공과 실패 중에 난 택 1, 성공이 데려간 내 할머니와 나의 할아버지 제길'

'성공이 왔지만 데려와 실패를 다시 내 유년시절과 탁자 위 영정 사진 속 그댄 아름다울 미'

 

'VVS'를 통해 성공을 택했던 머쉬베놈의 서사가 완결되는 순간이었다. 열정과 노력을 부었던 '부워라비워라'에 이어 10년의 무명 생활 동안 고독했던 '고독하구만', 그리고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가다'를 잇는 마무리는 '여백의 미'였다. 이렇게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르면서 머쉬베놈은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게 됐다. 머쉬베놈의 색채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뽕'의 느낌을 담으면서도 수려한 플로우 디자인 능력은 머쉬베놈을 더 강하게 브랜딩 시켜준다. 이번 방송을 통해 많은 대중들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리스너들을 얻었기 때문에 우승 이상의 값어치가 주어졌다. 앞으로의 몫은 그가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걱정되지 않는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 2번. 스윙스 : Swings

 

- 1차 경연 : B Mine (Feat. SUMIN)

언뜻 보기에는 다른 래퍼들에 비해 약한 구성의 곡을 들고 나왔다. 잔잔한 비트에 보컬 피처링만이 담긴 감성 곡. 파이널에서 기대했던 스윙스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아마도 사람들이 기대했던 무대라면 'Still Hungry' 정도의 곡과 더불어 '불도저'의 재림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랬기 때문에 유독 더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낀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대 자체만 보면 아쉬움만 느끼기엔 아까운 곡이다. 누군가, 그리고 곡을 들어주는 사람들과 팬에게 건네는 감사의 메세지. '완벽과는 거린 멀어, 그건 첨부터 봤어 넌, 성장은 시간 걸렸어, 고마워 기다려줘서'. 잔잔함 속에서 오는 울림이 있었다. 스윙스는 이번 시즌 내내 잔잔함을 강점으로 삼았다. '전화번호', '듣고 있어?', '이겨낼거야', 'I'll Be There' 등 과거 곡들의 감성을 다시 꺼내온 것이다. 당시의 스윙스를 그리워했기에 너무나도 반갑다.

 

- 2차 경연 : Still Hungry (Feat. 마미손, 팔로알토)

 

'Underground King에서 이젠 Meme왕, 1등 이모티콘 1등 래퍼 사업가, 수필 Best Seller 다시 될게 음원 짱'

'내 실패를 점친 놈들 돋자리나 걷어가'

'난 의심 없어 I'm the best, 승리 중 14년째'

스윙스의 서사를 지켜봐왔다면 울림이 없을 수 없는 가사들이었다. 언더그라운드 킹에서 저스트뮤직의 왕으로, 그리고 세웠던 IMJMWDP이라는 왕국. 국힙의 중심이었지만 그만큼 많았던 잡음과 자신에 대한 의심, 그리고 구설수들. 이를 이겨내고 꾸준한 운동으로 멘탈을 잡은 뒤 내려놓은 CEO직까지. 그 이후에는 자신을 두고 '퇴물'이라며 욕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다가 결정한 쇼미더머니 출연. 당시 출연 선언과 영상을 업로드했을 때만 해도 의견은 분분했다. 우선 '진짜 나오는건가', '왜 나오는가'에 대한 댓글이 주를 이뤘고 이어 '나와서 떨어지면 더 많이 잃을텐데'라는 반응이 컸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스윙스를 더 옭아맸다. 하지만 그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올라섰다. 이제는 많은 밈을 생산하는 왕이 됐고 여전히 슈퍼스타의 경지에 올라 있음을 증명했다.

 

무대는 두 가지 비트의 합으로 꾸며졌다. 두 번째 비트에서는 팔로알토의 훅이 치고 들어온다. '뚜뚜뚜 이건 proo-proof, 묵묵히 우린 show and prove'. 이어 세 번째 벌스는 스윙스의 허심탄회한 가사가 이어지고 이번 시즌을 정리하는 가사들이 나온다. 마미손의 마무리와 그의 깜찍한 춤까지. 스윙스의 최종 순위는 4위였지만 그는 증명했다.

 

◇ 3번. 래원 : Layone

 

- 1차 경연 : Daydreamin (Feat. sogumm, 우원재)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래원은 파이널에서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세미파이널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담을 자격이 되는지, 스스로에게 의심을 가졌던 그는 뭔가 꿈과 무의식 속 세상을 찾는다.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치고 나오는 소금의 피처링이 인상적이다. 스토리가 있는 래원의 가사는 덤이었다. 소금의 분위기가 무대를 장악하면서 래원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 아쉽긴 했으나 무대 자체의 완성도는 훌륭했다. 이어 우원재가 피처링으로 나왔다. '꿈에서 깬 뒤에도 꿈인데요, 마주해 꿈의 나를'. 꿈을 꾼 것처럼 인기를 얻은 우원재와 래원의 이야기.

 

- 2차 경연 : Yay (Feat. 이영지, JAMIE, 팔로알토)

꿈을 깬 뒤에도 마치 꿈과 같다. 그러나 이제는 꿈의 나를 마주해 자신의 모습임을 확인한다. 어떻게 됐든 자신의 몫임을 인지한 것이다. 세미파이널 이후 기가 죽은 듯한 래원은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힘을 내보겠다고 당차게 말한다. 이어 피처링으로는 절친한 이영지를 내세웠다. 친한 이영지와 함께 무대에 선다면 더 '래원'의 모습이 잘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Yay'라는 제목처럼 마지막 무대를 즐긴다. 첫 파트에서 팔로알토의 훅부터 인상적이다. '남들의 말에 섞인 혐오, 가만히 있는 건 쫄보 같아, 겁내지 말고 난 올라갈거야'. 오랜만에 래원의 내용 없는 가사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기업은행 카드가 대륙을 타고 발을 구름에 토르가 잡은 캡틴의 방패여'.

 

'에버튼

FC'

 

이어 이영지와 함께 합을 맞추고 신이 난 모습이다. 여기에 제이미의 보컬이 더해지면서 무대가 다채로워졌다. 마지막에는 댄서 아이키의 팀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무대 장치들도 마무리하는 분위기를 냈고 깔끔한 곡이었다.

 

◇ 4번. 릴보이 : lIlBOI

 

- 1차 경연 : ON AIR (Feat. 로꼬, 박재범, 그레이)

 

지난 [쇼미더머니 4]에서 릴보이는 로꼬와 박재범의 팀으로 합을 맞췄다. 당시 릴보이는 탈락했지만 'ON IT + BO$$'라는 히트곡을 내며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이번 파이널을 앞두고 그는 로꼬에게 연락했다. 로꼬는 흔쾌히 수락했고 박재범과 그레이라는 AOMG의 최고의 아티스트들까지 함께했다. 무대는 트렌디한 비트와 함께 그레이의 색채가 담긴 곡으로 꾸며졌다. 릴보이는 비교적 잔잔하고 서사적인 곡들을 첫 무대에 세웠던 다른 래퍼들과는 달리 강한 색채의 곡을 첫 무대부터 들고나온 것이다. 로꼬와 박재범이 한 명씩 등장할 때는 무게감부터 달랐다. 특히 박재범의 가사에는 강력한 자부심이 담겼다. '아옴그 하이어 없이 못 돌아가는 건 쇼미, 난 그 두 레이블의 CEO지', 그리고 'BTS 봉준호 손흥민 Jay Park Let's go'. 이어 그레이까지 완벽했다.

첫 무대에서 이와 같은 곡을 배치한 것은 릴보이의 신의 한 수가 됐다. 다른 래퍼들에 비해 강하고 트렌디한 곡을 보여주면서 투표 수의 차이를 크게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두 번째 곡이 걱정되기도 했다. 첫 곡에 비해 기대감을 채우지 못한 곡이 나오면 다시 표가 따라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ON AIR'만큼의 완성도를 갖춘 'Credit'이 기다리고 있었다.

 

- 2차 경연 : Credit (Feat. 염따, 기리보이, 자이언티)

 

릴보이는 무대 순서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곡 때문에 반드시 마지막 순서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는 대미를 장식하기 때문에 누구든 탐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곡 때문에'라는 말은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내 무대가 시작됐다. 마치 영화가 상영을 시작하는 것처럼 10부터 1까지 차례로 세는 영상을 필두로 인트로를 구성했다. 신발색이 바랬을 정도로 열심히 시간을 보낸 릴보이의 '쇼미더머니 9' 회상이 담긴 곡이다. 자이언티 X 기리보이 팀과 릴보이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영상에 담았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곡을 불렀다. 염따의 훅은 마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연상하게 하는 멜로디였다. 이어 기리보이와 자이언티의 등장은 무대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자이언티의 파트는 감질맛을 느끼게 할만큼 짧지만 강력했다. 게다가 무대 뒤에서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며 '쇼미더머니'의 마무리를 알리는 듯한 분위기를 냈다. 마지막 무대에 완벽하게 적합한 무대였다.

 

◇ 최종 결과, 우승으로 'Young Boss'가 된 릴보이


1차 경연이 끝나고 중간 결산을 했을 때, 1위는 릴보이였다. 이후 최종 합산 결과 끝에도 1위의 자리에는 릴보이가 있었다. 두 무대에서의 밸런스도 훌륭했고 무대 구성도 완성도 높았다. 특히 'Credit'에서 쇼미더머니가 끝나는 두 시에 맞춘 시계와 엔딩 크레딧 영상, 그리고 시작과 끝의 분위기를 동일하게 구성한 것까지 완벽했다. 문자 투표의 결과를 떠나 누구든 무대를 두고 투표를 한다면 릴보이가 아닐 수 없었다.

 

◇ 역대급 시즌이었던 '쇼미더머니 9'

 

 

- 불안했던 출발과 달리 자리를 찾아간 [쇼미더머니 9]

 

첫 화를 앞두고 쇼미더머니를 향한 기대감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릴보이, 스윙스, 머쉬베놈을 필두로 쿤디판다, 원슈타인, 이로한, 디아크, 안병웅 등의 출연이 화제에는 도움됐지만 본방송을 챙겨볼 리스너들이 많지 않았다. 또한 1차와 2차, 3차 경연을 방송했던 3화까지 편집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스윙스와 콕스빌리의 대결 구도를 두고 2주를 끌며 편집했던 1차 예선과 마이크를 던진 스윙스, 그리고 리더 선발 싸이퍼를 하며 무대가 아닌 대화하는 장면에 초점을 맞춘 편집이 주로 비판받았다. 기대감에 비해 재미도 떨어져 아쉬웠다. 그러나 이내 쇼미더머니는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기본기가 탄탄한 래퍼들'이 다수 출연했다. 주요 우승 후보를 제외하더라도 붐뱁과 트랩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고 기본기가 단단한 래퍼들이 많았다. 특히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이 많이 포함됐다는 것도 포인트였다. 가오가이, 노아주다, 브루노 챔프맨, 365lit, 키츠요지을 비롯해 맥키드, 맥대디, 디아크, 김모노, 카키, 안병웅 등 라인업이 훌륭했다. 조금만 더 다듬어지면 충분히 메이저 아티스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고 차기 시즌 우승 후보로 올라올 아티스트가 많았다. 따라서 매 예선마다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무대가 계속 나올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제도적인 보완'이 잘 이뤄졌다. 그동안 '쇼미더머니'를 두고 뻔한 전개라는 말이 많았다. '무반주' 1차와 1분간 펼치는 2차에 이어 일대일 배틀과 팀 음원, 디스 배틀까지 차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 5]에 비해 6과 7이 화제성이 떨어진 이유기도 했다. 확실한 우승 후보를 축으로 동일한 구성의 방송은 굳이 본방송을 챙겨볼 이유가 없다. 방송 후 유튜브에서 우승 후보의 무대만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리더 선발 싸이퍼, 트리플 크루 배틀, 60초 팀 래퍼 선발전 등 다른 방식의 구성을 시도했다. 여기에 쇼미더머니의 상징적인 디스 배틀이나 음원 배틀 등은 유지한 것이 포인트다. 하나의 흠이 있다면 마이크 선택이었지만 이 역시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부각될 문제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프로듀서들의 공정한 심사'가 있다. 래퍼들을 선발하고 탈락을 시키는 과정에서 명확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각 프로듀서 별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심사를 했고 탈락한 래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청자가 많지 않았다. 스카이민혁에 대한 논란과 킬라그램, 맥대디, 주비트레인 팀의 패배, 그리고 허성현의 탈락을 두고 잡음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문제될 이유는 없었던 부분이었다. 스카이민혁은 그만큼 호소력이 강점이었고 킬라그램 팀에 비해 카키 팀도 무대 구성에 최선을 다했다. 허성현은 가오가이와 합의된 비트에서 마이크 선택이 진행된 것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 마지막까지 훈훈했던 [쇼미더머니 9]

 

이번 쇼미더머니가 인상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훈훈함'이었다. 그동안 대결 구도나 잡음, 다툼을 부각시켰던 시즌들과는 달리 훈훈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마음 속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쇼미더머니 3과 4'에서는 아이돌 래퍼와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의 경쟁 구도를 비추기도 했고 매 시즌마다 비트 선정이나 무대 구성 과정에서의 잡음은 일상이었다. 당장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영비와 샤크라마의 잡음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유독 훈훈하게 진행됐다. 우승 후보였던 머쉬베놈과 릴보이, 스윙스, 원슈타인, 쿤디판다 등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무대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쟁 의식보다는 자신에 대한 PR과 서사적 구조 디자인이 더 중요시됐고 결국 그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다.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은 '경쟁자'보다 '동료'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로 인스타그램 팔로우와 함께 음악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벌써부터 협업 작업물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쇼미더머니 방송과 더불어 필자는 '쇼미더머니 777'에서의 코팔 팀처럼 협업하는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pH-1과 키드밀리, 루피는 팔로알토, 코드쿤스트와 마치 '팀'처럼 쇼미더머니를 소화했고 세미파이널에 전원 진출하기도 했다. 이후 각자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다지며 일회성 래퍼가 아닌 여전히 활약하는 아티스트로 자리잡았다. 서로 교류는 물론 꾸준히 만남을 가진다고 한다. 이번 쇼미더머니를 통해 다와이 팀처럼 만남을 가지거나 [베이식TV]에서 10opps 싸이퍼를 하는 등의 교류가 꾸준히 이뤄졌으면 한다. 각자가 가진 역량을 서로 공유하며 힙합 씬의 파이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처럼 훈훈한 쇼미더머니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차기 시즌의 존재 이유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아마도 내년을 바란 기대일까, 혼자서 피식하고 웃어 bad 2020, good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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