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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이 넘치는 가오가이의 자기소개서, 첫 번째 EP <열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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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16:48:03

가오가이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접했던 건 <열혈> EP를 통해서였다. 차붐이 수장으로 이끄는 'LBNC' 레이블을 통해 EP 발매를 알게 됐고 전체 재생을 눌렀다. <열혈>의 첫 이미지는 이상했다. '가오가이'라는 독특한 랩 네임에 특이한 가사 스타일. 독특하기보다는 특이했고 특이하기보다는 이상했다. 그렇게 <열혈>은 플레이리스트에서 당시 좋아하던 노래들 바로 밑에 위치하게 됐다. 노래를 들을 때 플레이리스트를 그냥 틀어놓는 편이다. 가오가이의 앨범은 가끔 흘러나왔고 점점 그의 음악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반가웠다. 첫 트랙인 '뜨거워'에서 인트로에 나오는 '안녕', '환영해', '가오가이' 파트를 기다리게 됐다. 가사도 어렵지 않고 중독성 있는 플로우라 자연스럽게 머리를 맴돌았다. '뜨거워'가 나오면 다른 곡으로 돌리기도 했던 예전과 달리 '뜨거워'를 먼저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쇼미더머니9]가 방영을 시작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LBNC 멤버들이 대거 출연을 결정했고 리비도, 가오가이, 키츠요지 등이 등장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시청했는데 1화부터 가오가이가 등장했다. [수퍼비의 랩 학원]에 출연했던 키츠요지, [쇼미더머니8]에 출연했던 리비도보다 많은 분량을 가져가고 있었다. '국뽕' 래퍼지만 이름은 '가오+가이'인 그를 보고 사람들이 환호했다. 특히 <열혈> 中 '아리랑' 트랙을 선보였던 2차 예선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1화에서 의외였다면 3화부터는 느낌이 왔다. 내가 느꼈던 가오가이의 매력을 시청자도, 리스너들도, 그리고 나아가 대중들도 알게 될 것 같았다.

 

가오가이는 탈락 위기에도 자신을 '마치 비벼지지 않은 짜장면'에 비유하면서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재밌는 가사와 퍼포먼스, 자신감으로 승부를 보며 디스전까지 진출했다. 지난주에는 다이나믹 듀오와 비와이 크루에서 '윈윈' 음원에 참가하기도 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이 어필되고 있다. 나와 같이 그로부터 매력을 느꼈을 사람들을 위해 그의 첫 EP <열혈>을 소개하고자 한다. <열혈>을 리뷰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EP를 알게 되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면 글의 존재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00. <열혈>

  

가오가이를 어디서 접했든 그에게 '열정', '불꽃'과 같은 이미지가 남을 것이다. 짧지만 지금까지 본 가오가이는 그런 아티스트였다. '열혈'은 그를 제일 잘 설명해주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열혈>은 가오가이를 설명해주는 가벼운 EP 앨범이다.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재치 있는 가사로 풀어냈다. 또 중독적인 플로우와 짜임새 있는 훅으로 중독성을 유발한다. 그의 앨범을 몇 차례 돌려 듣다보면 훅 파트는 금새 외워진다. 따라하기 쉽고 재밌어서 듣는 사람의 흥을 돋군다. 타이틀 곡인 '776'의 'Seven 2개 다음 Six'와 같은 훅이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오가이만의 독특한 가사 스타일이 느껴진다. 합성어의 형태를 이용한 재밌는 가사도 가오가이만의 특징이다. 가오가이는 앨범 소개에서 리스너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미지근한 삶을 사는 당신이라면 이 앨범을 듣고 뜨거운 인생 살길 바란다"

  

가오가이는 가오가 있는 자신을 뜻한 랩 네임이다. 그런데 더 이상 가오가이의 가오는 가오란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건 더 이상 가오가 아니다. 단지 멋일 뿐이다. '열혈' 가오가이의 첫 번째 EP를 리뷰한다.

  

01. 뜨거워

  

앨범의 포문을 상당히 잘 열었다. <열혈> EP, 그리고 가오가이라는 아티스트와 친해지는데 가장 큰 계기는 첫 트랙인 '뜨거워'였기 때문. 다행히 이제는 많은 리스너들이 [쇼미더머니9]를 통해 가오가이의 음악과 친해졌다. 첫 트랙부터 거부감 없이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뜨거움'은 '열혈'과 더불어 가오가이를 상징한다. 앨범 소개를 통해 그는 '누가 가오가이보다 뜨겁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어릴적 안좋은 환경과 달리 자신은 무엇을 할 때든 뜨거웠다고 말한다. '뜨거워'는 타이틀 곡이 아니지만 <열혈> EP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곡이다.

  

앞서 말했듯 '안녕, 환영해, 가오가이'라는 라인으로 친근하게 리스너들을 맞이한다. 시작부터 '난 너무 뜨거워, 철은 너무 무거워'라며 철 들기엔 아직 가득한 철 없는 열정을 자랑한다. 이어 '멋 없으면 날 죽여줘'라는 그의 자신감. 그리고 자신의 학창 시절을 설명한다. '덩크하이 한정판 앞서 가는 내 입학식', '배달 뛰어 번돈 그대로 싹다 폴로'. 다음 가사는 앨범 전체를 두고 가장 재밌는 가사들 중 하나다. '학칙을 깨, 상식을 깨, 깝치면 깨 니네 두개골. 근데 있잖아 난 두개골이 여태 두갠줄'이라며 학칙과 상식을 깬 채 살아간 자신을 센스 있게 드러냈다.

  

이어 여러가지 비유들이 나온 뒤,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힙합을 이야기한다. '학교 가면 친구의 아이리버가 반겨'라며 아이리버 MP3를 언급한다. '나의 폴더안에 18번 난널 원해, 타이거 형들 타고 바로'라며 드렁큰 타이거의 1999년 1집 <Year Of The Tiger>의 타이틀 곡인 '난 널 원해'를 언급했다. 아마 가오가이는 그들의 팬이었고 무대도 따라다녔으며 그들을 보기 위해 카니발에 몸통 박치기라도 불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를 들으며 래퍼로서의 꿈을 키웠다. '그 이후로 마이크가 보였다면 아마 주인공은 나야', '조연으로 살바엔 무인도로가 난'. 사실 드렁큰 타이거의 '난 널 원해'를 추천해준 친구는 키츠요지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트랙에서도 이어진다.

  

02. 슛 골 (Feat. 키츠요지(kitsyojii))

  

'슛 골'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키츠요지와 함께 만든 트랙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뜨거웠던 자신을 '뜨거워'에서 이야기했고 여전히 뜨거움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슛 골'에서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여전히 길바닥 위를 비틀, 위태롭지만 안보여 빈틈'처럼 살아온 가오가이와 키츠요지. '다 팰 수 있을 것만 같애'라며 여전히 뜨겁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강조한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어리숙하고 철이 들지 못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뜨거워'에서 철은 너무 무겁다고 말했듯, 아직도 '급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애'라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내 나이 똥꾸멍에다 슛 골'이라며 비슷한 논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자신감은 어쩌면 가진게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손엔 이제 마이크로폰, 몰라 내려 가는 법, 더는 내려 갈 데도 없어, 올라 가는 법 뺴곤 이젠 다 죽였어'라며 자신감의 근거를 설명한다.

  

TITLE | 03. 776 (Feat. Don Mills)

  

'Seven 2개 다음 Six'를 반복하며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나는 훅을 선보인다. '776'의 의미는 '깡'이었다. 776을 잘 보면 한글로 '깡'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슛 골'에서처럼 가오가이에게 남은 것은 '깡'과 '자신감' 뿐이었다. 타이틀 곡인 '776'에서는 자신의 깡을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백점짜리 가오가이, 인생 깡을 빼면 빵'. 이어 '깡따구', '의리', '정의'와 같은 삶의 가치관을 나열한다. 트랙 전체적으로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사리고 다니며 뒤에서 욕이나 갈기며 살바엔 난 바로 시스템 뒤집어', '깡 하나로 살어, 짱으로 난 살어'.

  

'트럼프 앞에서도 아니라면 말할수 있어, 왜 지랄이여 fuck you', '싫은건 절대로 못봐, 분위기 망치는 도사, 아마 북한이었으면 총살'. 이와 같은 가사는 가오가이가 아니라면 쓰지 못했을 가사다. 깡이 넘치는 가오가이의 가사.

  

04. 멘탈킹

  

자신을 소개하는 네 번째 단어로 '멘탈킹'을 이야기한다. '누가 나보다 더 멘탈킹', '난 지구에서 제일로 가는 멘탈킹'. '내가 헤딩하면 깨지는 건 맨 땅임'이라며 재밌는 가사를 쓰기도 했다. 사실 가오가이가 맨 땅에 헤딩을 하면 깨지는건 그의 머리다. 그러나 맨 땅이 깨진다며 '776'이 넘치는 자신감을 발산한다.

  

가오가이가 [쇼미더머니9]을 통해 매력적으로 비춰졌던 것은 가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랩에서 보여준 자신감이 그 사람의 자체인 것 같았다. 이유 없는 '가오'가 아닌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보였기 때문에 매력이 잘 느껴질 수 있었다. 가오가이의 '랩만하면 깡패인 척을 해, 꼭 만나면 실제론 여려 왜'라는 가사는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자신은 실제 모습과 가사 속 모습이 일치하고 그 자체로 '가오가이'이기 때문이다. 그게 가사를 통해서 여실히 느껴진다. 리스너들이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살고 싶음 새꺄 내 머리통을 깨라, 근데 내 멘탈은 못 부신다에 엠창'.

  

또 다른 센스 있는 가사는 벌스 2에서 나온다. '공인들 살게좀 놔둬, 나한테 맘껏 쌍욕, 그럼 난 자살을 막고, 그러면 나라에서 상 줘'. 공인들에게 향하는 악플들이 전부 가오가이를 향해도 그는 아프지 않을 것 같다. 이 역시 자신감이고 단단한 멘탈로부터 나온 가사다. 이런 가사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악플러라고 해도 그를 쉽게 건들이지 못할 것 같다. 내면이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아티스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속에도 아픔은 있다. '태어났더니 집에는 이미 빚 더미여'. 하지만 가오가이는 잿빛 속에서도 긍정을 찾는다.

  

05. 합의

  

'합의비비 허, 합의비비 허, 미안하냐고, 아니니니'. 잘 되지 않았던 의견 합의, 그리고 싸운 뒤 물어야 할 합의금, 액션의 합까지 여러가지 합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자신을 이야기한다. 재밌었던 것은 '국뽕'을 강조하는 래퍼지만 정작 일본어와 외래어를 많이 쓴 트랙이라는 점이다. '마세 물고 맛세이 찍어'라며 마일드세븐을 물고 당구에서 찍어치기를 하는 자신을 표현했다. 이어 '쿠션', '다마수'처럼 당구 용어들이 나온다. 평소 축구와 당구를 좋아하기로 알려진 가오가이는 당구에 비유해 최고인 자신을 강조한다. '몰라 걍 내가 짱, 내 가사는 내가 사는 삶'.

  

06. 짜릿

  

앨범 트랙들이 전체적으로 3분 이내에 끊기는 짧은 곡들로 구성됐다. 그 중에서도 '짜릿'은 훅이 반절 이상을 차지하는 2분 18초의 강렬한 트랙이다. '인생 존나게 짜릿해, 인상 존나게 짜릿'이라는 훅은 곡에서 총 20번이나 반복된다. 짜릿한 가오가이의 인생사가 짧은 구절 안에서 주입식으로 교육되는 느낌이다. 첫 벌스에서는 '짜릿하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부조리와 별로인 것들을 비판한다. 'X까고 있는 이만희, 신천지 병신천지 got it, 태극기 집회 걍 X발임'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누구든지 쉽게 쓸 수 없는 가사다. 또 한 번 발휘된 가오가이의 '776'.

 

'뛰어내렸는데 누군 번지점프, 누군 자살 그니까 인생 모른다구'라는 가오가이. 같은 삶을 살아도 그걸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감각적으로, 또는 자극적으로 표현했다. 가오가이는 아마도 번지점프처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할 것이다. 'no flex zone, 이게 표절일까봐 짜릿', '나는 빨리 돈 벌줄 알았네, 서른살이라고 정말 X될 것 같애'라며 여러 위기 속에서도 짜릿함을 느끼는 자신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한편으로는 고민이 가득한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솔직함에서 다시 한 번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은 자이로드롭처럼 올라가다 때론 한방에 드롭'

07. 아리랑

 

'아리랑'은 [쇼미더머니9] 2차 예선에서 부른 트랙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적이고 내츄럴한 비트에 짜임새 있는 훅과 재밌는 가사들을 담아 프로듀서들의 호평을 받았다. 쇼미더머니 무대에서 프로듀서들을 사로잡았던 가사는 '논리 꺼져 2분안에 줘패면 되는게 내가 아는 이분법'이었다. 아리랑의 멜로디를 이용해 인트로를 시작하더니 '아리랑 치기'라며 반전의 효과를 준다. '아리랑'은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가오가이를 표현했다. '아리랑 볼 힘 안주고 삼진 시켜'처럼 '힘 안주고 간지 지켜', '힘 안주고 다운 시켜'라고 표현한다.

 

'내 직업은 래펀데 난 서민을 대표해, 늘 서민은 내편에', '뭐로 가든 살아남아 열혈남아 열혈강호'. 그리고 진짜 가오가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비켜 이 B급 시끼야'.

 

08. 공무원 (Feat. Chaboom)

 

마지막 트랙인 '공무원'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앗 뜨거워 국뽕이여'라며 국뽕이 가득한 자신을 보여준다. '사대주의 래퍼들 엿, 사레 걸려 개꺼 들으면'이라며 한국 래퍼라면 한국 토종의 색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늘 외국힙합을 사대하는 이들을 향해 하는 뼈 있는 비판이다. '번역기 안 빌려, 왜그냐면 예쁜 내 폐활량은 훈민정음을 사랑하지'라며 한국어 가사를 중시하는 자신을 표현했다. [쇼미더머니9]에서도 영어로 가사를 쓴 이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을 연출한 바가 있다. 이어 '대한민국 먹히면 논개처럼 번지 뛰어'라는 가오가이.

 

'한국은 안돼, 난 너무 가난해, 부자만 더 부자돼, 이런 놈들 말 안해도 뻔해, 맨날 가만 있으면서 걔넨 정부 탓만해, 아니 그냥 전부 탓만해'라고 말한다. 매우 뼈있는 말이다. '헬조선'을 외치는 여러 사람들 중 정말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력하지도 않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오가이는 스스로 자립하고 일어서라고 말해준다. '개천에 산 적 없지, 넌 그러면서 개천에서 용 안난다 지랄'이라는 가사도 강렬하다. '난 평양 가고 싶어', '그래서 늙기전에 처리하게 김정은'이라는 가오가이의 한국 사랑. '국뽕주 원샷 때리고 우주를 정복해'

 

마치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처럼 늘 한국을 먼저 생각하는 가오가이는 공무원이다. 공부는 못하지만 마음은 한국에 모든걸 바칠 수 있다. 촌구석에서 나온 정부놈. 그리고 가오가이는 나라 망신 시키는 사람들을 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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