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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인멸

 
  46
2018-12-12 23:23:40

https://soundcloud.com/aryuhu/2cwqnggf5emy

 

서린 김 위에 그린 그림을
지우지 아무도 무엇인지 모르게끔
종이 위 적힌 연필 글씨 위에는
펜을 들어 칠해 짙게 절대 넌 못 보게끔
혹시 만약 어쩌다 이 모든 게
우연히라도 너에게 닿을까봐서 그래 늘
사방에서 나타나 넘치는 기우
쓸데없을지도 모르지 근데 또 모르니
애매함 속에서
애타게 선을 찾아
안과 밖을 가려내는 건 어려워
그래서 그만하려고
그만뒀지만 다시 그만하려고


사라져
아무도
더는 못 찾을 걸

지웠으니
원래
없던 것처럼

마치
처음 같아서
시작
되기 전

출발선
앞에 섰
을 때처럼


깨끗해
내 편은 원래
없었으니

깨끗해
내 쪽은 원래
비였으니

새롭게
시작해 게임
어서 뭐든지

내일모레
괜찮아 언제든
되어있어 준비

매일 처음 만난 사람같이
그렇게 지운 삶의 권태
나의 뒤, 생각, 가치관
넌 절대 못캐
자연스레 지나간 시간 속 너의 존재
내 복도 한 켠의 장식
그저 지나간 시
해가 뜨면 난 다시
지우고 쓰는 글씨
밤이 오면 난 다시
널 땔감 삼아 지피는 불씨
그 사이 하루 안에선
흔적도 없는 널 대체 어떻게 찾겠어
구멍이 있다면
내 시간에 텅 빈 공간이 있다면
채워 영화나 피아노
책, 드라마, 게임, 음악, 친구, 가족, 기타 연주
난 가진 게 많아
감쪽 같지 아주
흐린 선은 그냥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게 나아
애쓰며 펜을 들고
아무리 덧칠해봐야
지저분해 질 뿐
절대 고쳐지지 않아
깨끗히 지우려
하는 편이 훨씬 빨라

사라져
아무도
더는 못 찾을 걸

지웠으니
원래
없던 것처럼

마치
처음 같아서
시작
되기 전

출발선
앞에 섰
을 때처럼
그 때처럼

그 때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에 넘쳐
흥분과 긴장 속에 섞여 기다리던
그 때처럼
돌아가고픈 난
비밀을 늘려
입을 닫고
하나 둘 지우는 증거
가리고 감추며
아직도 아픈 걸 숨겨
지우개를 들어
잘 지워지지 않아
뭐든 0을 만들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그간 너무 많이 늘어논 거짓말
기대했던 우리 사이 이야기는 거진 말뿐이었지
다시 차가워진 공기가
시간을 되돌린 것 같아 느껴져 겨울의 온기가


사라져
아무도
더는 못 찾을 걸

지웠으니
원래
없던 것처럼

마치
처음 같아서
시작
되기 전

출발선
앞에 섰
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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