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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해석] 연희동부터 지금까지, 4년 7개월 만에 나온 넉살의 정규 2집 <1Q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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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08 01:14:47

 지난 2016년 2월에 나온 넉살의 정규 1집 <작은 것들의 신>은 명실 공히 알려진 명반이다. 타이트한 랩과 수려한 가사들로 힙합씬에 넉살의 존재감을 크게 남겼다. 데뷔 7년차였던 넉살의 여유와 품격이 느껴졌다. 믹스테이프 <Milli Tape>의 "형, 수고했어. 정규 대박나자"라는 나레이션처럼 <작은 것들의 신>은 히트를 치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2017 한국힙합어워즈에서 '올해의 힙합 앨범'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I Got Bills'의 '내가 서른에는 풀릴 관상이라고 그러드라 용한 점쟁이가'라는 가사처럼 2016년, 29살의 나이였던 넉살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4년 7개월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넉살은 앨범을 내지 않았다. 활동을 멈췄던 것은 아니었다. 힙합플레이야의 [황치와 넉치] 라디오를 시작으로 [마이리틀텔레비전] 등 미디어에 얼굴을 비췄다. 그러더니 1년이 지난 2017년,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친구들과 랩을 뱉고 음악을 만들었던 시절에서 '올해의 힙합 앨범' 수상자로, 다시 티비에 나온 유명 연예인으로. 짧은 시간 동안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들을 맞이했다. 넉살은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마켓]에 고정으로 출연하면서 TV 속 연예인이 됐다. 이후 유려한 말솜씨와 진행 능력으로 주목 받았고 [쇼미더머니] 프로듀서와 [고등래퍼] 진행 MC로 활약했다.

 

5년의 시간이 흐르며 <작은 것들의 신> 넉살은 잊혔다. '방송인', 'VMC', '쇼미 프로듀서', '고등래퍼 MC' 등 여러 수식어 꼬리들이 그를 따랐다. 넉살의 대표곡은 '팔지 않아'와 '악당출현'에서 '필라멘트'와 'N분의 1'로 변했다. 그가 정규 앨범을 내지 않는 상황을 두고 유머스럽게 '밈'이 됐다. '넉살과 제이호 중 누가 먼저 앨범을 낼까'라며 세기의 대결로 손꼽혔다. 5년은 엄청난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잊히게 만들고 무언가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이제 대부분의 10대 힙합 팬들은 그의 정규 1집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모를 것이다.

 

 사실 넉살이 그동안 앨범을 내지 못 했던 것은 단지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물론 술을 먹고 놀기 바빴던 탓도 있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딩고 [궁금한 나라의 넉밀스] 출연에서 코드쿤스트와의 대화 중 '할 말이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티스트는 악상을 떠올려 앨범을 만든다. 자유로운 작업 환경에서 앨범에 자신의 색채를 가장 잘 입히곤 한다. 넉살은 5년간 VMC 입단과 쇼미더머니 준우승, 그리고 방송 출연의 시간들을 거쳤다. 연희동 시절의 넉살은 돈과 명예가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돈과 명예는 그를 더 옭아맸고 오히려 더 자유롭지 못한 역설적인 상황이 됐던 것이다. 2집 <1Q87>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00. <1Q87>

 

<1Q87>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3부작 소설 [1Q84]를 떠올리게 한다. [1Q84]는 두 주인공인 덴고와 아오마베를 중심으로 한 3인칭 시점 서술 소설이다. 바흐의 평균율 이론을 바탕으로 평행세계와 혼란을 겪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오마메는 달이 두 개가 떠있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이 세상은 1984년과 가상의 1Q84가 연결된 것으로 [1984]의 빅브라더와 비슷한 역할인 '리틀 피플'의 존재가 배후에 있다. 아오마메는 1984년이지만 1984년이 아닌 지금의 세상을 두고 1Q84라고 표현한다. 일본어로 9가 'Q'와 비슷하게 발음되는 것을 활용했다. Q의 'Question'이라는 뜻을 담아 수많은 궁금증이 담긴 세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넉살은 여기서 앨범 제목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자신이 태어났던 해인 1987년을 두고 제목을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1Q87>의 본래 제목은 '1987'이었다. 그러나 한국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임팩트가 약하다고 생각하여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앨범에는 자신이 처음 랩을 시작했던 연희동 시절부터 <작은 것들의 신>, 쇼미더머니와 방송 출연 시절을 지나 지금까지를 담았다. 1987년부터 시작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근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놓는다. 자신의 삶 속에서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계속된다. 그러한 세상을 두고 <1Q87>이라고 말한다.

 

01. BAD TRIP

 

'Bad Trip'이란 속어로 '무서운 환각 체험'을 말한다. 마약을 한 뒤 그 이후에 있는 불쾌하고 악몽 같은 환각 증세를 의미한다. 즉, 좋은 의미가 아니다. 넉살은 이 첫 번째 트랙에서 연희동 시절과 그 이후 성공한 삶에 대해 얘기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랩을 뱉던 시절과 달리 [쇼미더머니 6] 이후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환각'처럼 인식한 것이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많은 래퍼들은 자신을 두고 '붕 떴다'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갑자기 주변 환경이 바뀌고 달라진 인생 속에서 과거와의 괴리감을 느껴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나만 빼고 클럽은 신났어, 파티는 계속된다고, 모든 게 지루해지네 제자리 돌기'

 

벌스 1에서는 연희동 시절을 말한다. 그는 연희동에서 자라며 친구들과 처음 가사를 쓰고 녹음을 했다. 친구들과의 우정이 담긴 연희동 시절에 대해 '다이아몬드 왜 필요해, 영원한 게 여기 있는데'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주로 연희동 시절의 일화를 가사로 담았다. 'five 마치 eagle five 06년 다섯이서 연희동을 어슬렁'이라며 다섯 명의 친구들과 연희동을 다녔던 2006년을 추억한다. 여기서 'eagle five'는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가수로 넉살의 실제 친구들이라고 한다. 이어 친구 집에서 'spit fire'하며 랩을 뱉었던 시절을 기억한다. 아침에 알바하는 친구와 2번 트랙인 'AM I A SLAVE'에서 알 수 있듯 빵집 알바를 했던 넉살. '빵을 가져다 줬지, 모이를 기다리는 넷'처럼 먹을게 풍족하진 않았지만 열정과 우정으로 'spit fire'하고 있다.

 

탐 크루즈 주연의 2001년 영화 'Vanilla Sky'. '친구 여자애가 노래를 해줬어', '부르던 애는 이제 애 엄마'. 바닐라스카이는 모네의 미술 작품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흔히 아름다운 절경의 하늘을 보고 그렇게 부른다. 2001년의 영화 이름이지만 여전히 넉살에게는 그 하늘이 선명하다. '어떤 순간들은 timeless', 그에게 연희동에서 경험했던 순간들은 변하지 않고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있다. 넉살에게 연희동 시절은 지금을 만들어준 큰 계기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찬수라는 연희동 친구가 있는게, 그 친구 방에 바운스 잡지가 많았어요.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외국 힙합 앨범도 많았어요. 그래서 외국 힙합 앨범을 처음 소개해준 게 그 친구인데 그때 '와, 이거 장난 아니구나. 힙합이라는 게 엄청난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빠져들었죠"

 

요즘 아이들은 그런 순수함과 추억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넉살은 그런 순수하지 못한 행태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보였다. '싸가지 없는 놈의 새끼들 다 매달아버려 머리털 다 태워버려'. 한편으로는 자신을 '오래된 종인 듯 보여'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의 넉살은 무언가 돼버렸다. '내가 꿈 꾸던 뭔지, 너가 기대하던 뭔지, TV에 나온 퓨쳐헤븐 I was born 87''. 넉살은 솔로 활동을 하기 전, 애니마토와 함께 퓨쳐헤븐 팀을 꾸려 활동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쿠마의 소개로 애니마토를 만나 군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활동한 팀이 퓨쳐헤븐이다. 그는 여전히 여러 곡이나 무대에서 퓨쳐헤븐을 샤라웃하고 있다. 퓨쳐헤븐으로 활동할 때는 절대 'TV출연'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큰 목표를 가졌던 팀도 아니었고 좋은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환경이 바뀌었다. 순수함을 잃은 아이들처럼 어쩌면 넉살은 무언가를 잃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꿈을 꿨던 건지, 다른 사람의 기대에 의했던 것인지. 어쨌든 퓨쳐헤븐은 세월이 흘러 티비에 나오게 됐다. 어쩌면 첫 번째 Q 일지도 모른다. 변한 자신이.

 

훅 파트에서는 방송 출연과 [쇼미더머니 6] 이후의 삶이 그려진다. 자신을 뺀 클럽은 모두 신났고 파티는 계속된다. 어쩌면 [쇼미더머니] 이후 자신은 더 이상 즐겁지 않지만 계속되고 있는 [쇼미더머니]를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게 지루해지네 제자리 돌기'. 혼자만의 시간이 줄었다. 넉살은 혼자의 시간에서 악상을 얻고 음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leave me alone'. 자신을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어있다. 이와 관련된 혼란에 대해서는 2번 트랙 'AM I A SLAVE'에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후 벌스 2에서는 티비에 출연한 자신과 그를 둘러싼 헤이터들에 대해 말을 꺼내고 있다. 어쩌면 순수함을 잃은 퓨쳐헤븐의 'TV출연'은 혼란을 가져왔다. 넉살은 'TV에 내 모습은 우스울까 어쩜'이라며 그 혼란에 대해 털어놓고 있다. 유명세는 악플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넉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늘었고 이들은 익명성 뒤에 숨어 허점을 공격한다. 'hater들은 찾아내지 허점, hater라니 그 단어가 내 입에서'. 과거에 자유롭게 음악을 했던 자신과 달리 지금은 헤이터가 많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헤이터를 향해 날이 선 말들을 내뱉지만 어색하기도 하다. 'Simon says 너희들을 죽일 시간, 미안하지만 내가 돌아왔다고 애들에게 전해놔'. 마치 시몬 가라사대처럼 말을 전한다.

 

'스무 살에 난 고개 안 숙여, 고깃값은 없어도, 서른셋에 난 왼손에 돼지 몇 백 마리를 감고 멋진 척을 한다고'라며 예전에는 고기조차 못 먹었지만 지금은 고기 몇 백 마리의 값인 시계를 찬 자신을 말한다. 이제 자신의 시간을 만들고 지금을 가지러 온 넉살. '난 지금 신났어 진짜 애 같아'. '태어났지 운이 좋은 날, 기도하지 다른 결말 운수 좋은 날, eighty lucky seven, I was born 87''. 원래 이 곡의 제목이었던 'IWB87'. 이 모든 벌스 2의 말들은 헤이터를 향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말일 수도 있다. 이는 'AKIRA'와 두 곡을 합쳐 만든 뮤직비디오에서 힌트를 남긴다.

 

 

 02. AM I A SLAVE

 

넉살 앨범의 발매 전, 미리 선공개했던 트랙이었다. 천에 가려진 말과 말에 탄 누군가가 마치 이동하고 있는 듯한 비주얼라이저를 함께 공개했다. 우선 이 비주얼라이저와 함께 곡의 전체적인 것을 해석해 볼 수 있다. 말 위에는 넉살이 타고 있다. 마치 말을 움직이는 기수처럼 올라탔다. 그러나 정말 넉살은 기수로서 말을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말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면서 넉살은 따라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즉, 말을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하나의 노예처럼 보이는 것이다. 'Am I am I am I am I a slave'

 

벌스 1에서는 쇼미더머니 이후 '돈'의 존재를 경험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완전히 뒤바뀐 환경의 자신과 [쇼미더머니] 이후 시작된 새로운 챕터. '돈은 날카로운 칼 쉽게 가죽을 벗겨'처럼 넉살은 돈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 주변의 헤이터들은 넉살을 흔들지만 '최고의 순간들 웃어봐 플래시가 번쩍'. 플래시가 터지고 스테이크를 써는 칼에 빛이 반사되는 사이, 넉살의 기억 속에서 4년 전은 흐릿해지고 있었다. 만약 이 4년 전이 2016년을 가리킨다면 첫 정규앨범을 냈던 시절이다. <작은 것들의 신>에서 이야기했던 작은 개개인에 대한 위로와 이야기들이 잊히고 있던 것이다. '금으로 된 도시로 가는 말, 안장을 얹어, 하지만 난 타고 있지 않아 과연 누구'. 돈이 다인 세상으로 가는 말에 안장을 얹어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누가 탔던 걸까, 그게 정말 넉살이었을까. 기억도 흐릿해지고 잊히고 있다.

 

벌스 2에서는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냈다. 22살이었던 2008년쯤, 넉살이 빵집에서 알바하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지난 30일에 나왔던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인정도 내가 원하는 만큼 받지도 못했던 거 같고 '그런 열등감들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난 그것만 해소되면 자유로워질 거다'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쇼미더머니>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알려지고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을 때는 또 다른 방식의 장치로서 나를 계속 얽매이게 하는 요소들이 있었던 거지. 돈을 좀 버니까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차를 사니까 더 좋은 차를 사고 싶고 새로운 환경에서 또 새로운 열등감이나 혹은 새로운 억압들이 생긴다는 걸 느낀 거지. 결국 나는 지금에서야 그때를 돌아보면 '그때가 좋았지, 그때가 자유로웠지'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때도 '나 빨리 성공해서 이 억압을 벗어나고 싶다'라고 자유로집지 못했다는 의미로 쓴 가사였어"

 

22살의 넉살은 빵집에서 일하고 있었고 래퍼들은 트위터를 하고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 교류도 하고 함께 협업하던 래퍼들과 달리 넉살에게는 삶을 살아갈 돈이 급했던 것이다. '내 어깨보다 큰 열등감'은 어쩌면 당연하게 찾아왔다. '외제차에 비친 눈엔 눈물'이 가득했던 시절, 어쩌면 음악이 하고 싶었던 순수함이 가득했다고 말하기에는 '마음에 낀 불순물'이 많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기도 하다. 돈을 향한 욕심과 열등감은 불순물처럼 느껴지지만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의 수갑은 지갑, 엉망이 된 술판', 돈이 없어 술판을 더 벌이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갑에 채워버렸던 시절. <작은 것들의 신>은 사실 자신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다. '내가 최고랬어 내겐'

 

'그때의 랩은 꿈, 꿈은 돈', '그때도 비슷하군 자유는 꼴값'. 랩을 뱉으며 꿈을 키웠고 넉살은 그 순수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줄 알았다. 허나 사실 그 꿈도 돈이었고 알고 보니 돈을 좇는 존재임은 틀림없었던 것.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말을 이끌던 기수는 넉살이 맞았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또 지금 자신을 바라보면 혼란스러움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곳을 '떠나고 싶어 온 곳 자유의 땅'이라고 생각했다. 22살 시절부터 가졌던 열등감과 재물들을 가지면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곳도 여러 가지 수갑들이 있었다. 돈의 노예인 줄 알아서 돈을 벌어 해결한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넉살은 영원히 노예인가? 넉살의 두 번째 Q이기도 한 2번 트랙이다.

 

'날 뺀 나의 주변은 모두 자유로워져, 최고의 순간들 웃어봐 플래시가 번쩍'. 돈을 벌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면 고민이 가득하다. '나를 뺀 주변은 자유로운데 나는 정말 자유로울까'. 답은 'No'였던 것이다. 자유롭지 못하고 계속 얽매였다. 한편으로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 역시 수갑이었다. 넉살은 하입비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그런 고립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나'라는 트랙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누구도 대신 본인이 되어줄 수는 없거든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자기가 힘들면 짜증이 날 수 있는 거죠". 즉, 감정적으로도 주변과 달리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다. 여전히 넉살은 '세상의 포로, 세상에 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두 번째 Q는 앞으로도 Q로 남아있을 것이다.

 

03. WON (Feat. 우원재, ODEE)

 

1, 2번 트랙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다가오는 트랙이다. 대충 살고 싶고 술을 먹고 놀았던 2017년 이후의 삶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쇼미더머니] 이후 넉살은 돈을 벌고 성공했지만 그 이상의 물적 욕망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처럼 계속 돈을 벌고 싶은 상황, 또 대충 살면서 돈을 쓰고 싶은 상황을 'WON' 트랙에 풀어냈다. '원'에 대한 중의적 표현으로 야망을 드러낸다. '원'. 'WON', 'ONE'을 통해 돈과 명예에서 '원이 최고지, 찍고 싶어 최고치'라며 최고가 되고 싶음을 말한다. 이어 '영혼의 저울은 치우치고, 뭐 뭐 예술을 다 집어치우지'라고 말했다. 성경에서 하느님은 인간 영혼의 무게를 저울에 올려 재곤 했다. 욕심과 선악을 가리는 일종의 심판의 저울이기도 했다. 넉살 영혼의 무게를 재자 저울은 치우쳤다. 욕심이 가득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 돈뭉치를 떠뜨려 버릴 거야, 파란 하늘이 노란색이 될 정도에 내 지폐를 봐, prime time 내겐 지금 by 강백호'

 

이어 마지막 파트에는 프리모와 구루를 샤라웃한다. 'Gang Starr 시작은 Primo와 Guru, 다시 이제 난 누군가의 Guru gang'이라며 그들을 이야기한다. 프리모는 DJ계의 세계적인 거장이고 구루는 재즈 힙합의 선구자이다. 둘은 Gang Starr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던 바가 있다. 특히 넉살은 구루를 이미 'Guereallaz Cypher 001'에서 가사로 썼다. 넉살에 이은 우원재의 벌스도 비슷한 논조를 갖고 있다. '내 인생 hot topic', 'Skateboard 타던 boi 단번에 벌어 억', '난 더 욕심 없어 하면서 좋은 차 좋은 옷 갖고 싶어'

 

마지막 아웃트로에서 넉살은 '내가 서른에는 풀릴 관상이라고'를 두 번 외친다. 이는 <작은 것들의 신>에서 'I Got Bills'에 나오는 스토리 중 하나다. 그 곡에서 '내가 서른에는 풀릴 관상이라고 그러드라 용한 점쟁이가'라며 인생을 버티며 살아보겠다고 말한다. 당시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점을 자주 보러 다니시는데 거의 얘길 안 해주셔요. 제가 진짜 점을 본 건 아니고, 그냥 하나의 표현으로 쓴 건데요. 어우, (그 가사가) 전조가 됐죠. 잘 풀릴 것 같아요"라고 말한 바가 있다. 자신이 성공할 운명이었다고, 돈을 벌 운명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 같다. 'I Got Bills'를 차용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곡에서 아웃트로에 'bills i got that, dreams I got that'을 외쳤었는데 이를 비트에 샘플링하여 얹었다. 이런 묘미도 찾아볼 수 있는 곡이다. 그때와는 달리 돈을 번 넉살의 모습.

 

 

 04. AKIRA (Feat. 개코)

 

<1Q87>을 풀어나가는 대서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트랙은 'BAD TRIP'과 'AKIRA'다. 넉살은 1년 전에 이미 두 곡을 완성시켰고 [Broken GPS]에 출연해 'IWB87'과 'What Can I Say'라는 제목으로 불렀었다. 발매 직후 뮤직비디오도 'BAD TRIP + AKIRA' 형태로 함께 공개했다. 두 곡의 연계성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우선 'AKIRA'라는 제목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아키라는 오토모 카츠히로가 SF 액션 장르로 만화 잡지에 연재했던 만화의 이름이다. 총 120화, 단행본 6권으로 이뤄졌으며 엄청난 수준의 연출로 애니메이션과 극장판까지 제작됐다. 줄거리는 이렇다. 1982년 이유를 모를 폭발에 쑥대밭이 된 도쿄, 이를 계기로 3차 대전이 일어났다. 도쿄는 황폐해지고 말았다. 그 후 30년 뒤 도쿄에는 '네오 도쿄'가 세워졌다. 겉모습은 온갖 첨단 기기와 신식 문물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부패한 정부가 있다. 반정부 시위가 존재하고 세상은 썩었다. 약물과 폭력이 만연하는 세상을 그려냈다. 주인공인 카네다 쇼타로는 폭주족이고 네오 도쿄 안에서 다른 폭주족들과 싸움을 벌인다.

 

넉살은 '아키라'의 황폐화된 도시와 아포칼립스 사회를 그려내고자 했다. 실제로 가사에서 '혜성은 머리 위에 있어,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음 해'처럼 위험천만한 도시를 그렸다. 다만 한 가지 포인트는 넉살의 생각과 [AKIRA]의 세계관은 조금 달랐다는 것. 그는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을 배경으로 한 저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라며 "'AKIRA라는 트랙도 앨범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트랙이지만, 작품 [아키라]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세계관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시각적인 이미지에 더 어울리는 건 [블레이드 러너]였어요. 앨범 커버에서 그 황폐함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곡은 [아키라]에 맞추어 쓰였지만 해석을 [아키라] 작품에 가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초점은 황폐함을 드러내고자 한 넉살의 연출이다.

 

'모두 미쳐가고 있어, Feelin' like 도심 속의 monster, 혜성은 머리 위에 있어,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음 해'라며 황폐화된 도시를 그려내고 있다. 이어 주인공 카네다 쇼타로처럼 폭주족의 모습이 쓰여있다. '면허 없이 도로를 타네, 눈빛은 살벌해 어서 뒤에 올라타'라며 무법지대에서 활개치는 모습이 드러난다. '새로운 폭력 혹은 초능력, 세상은 32년 뒤 2019년'이라고 묘사된다. 작품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시마 테츠오는 아키라 프로젝트의 실험체인 26호와 교통사고가 나면서 군 정부에 의해 끌려간다. 이후 실험체가 되어 초능력을 얻은 뒤 자만감에 빠지고 결국 연구소를 박살 내고 나오는 인물이다. 열등감을 가졌던 다른 주인공 카네다 쇼타로와 혈전을 벌이기도 한다. 넉살은 이 시마 테츠오에 자신을 빗대었다. 초능력을 얻게 된 자신이 자만감을 갖고 결국 혼란해지는 상황. 이는 뒤의 뮤직비디오 해석에서 더 정확한 풀이가 가능하다. 한편 [아키라]의 작중 배경은 2019년이었다. 넉살이 태어난 지 32년이 되는 해다. '인간 청소부', '장전 총 쏘는 중', '너에게 갚아줄게 지금'이라며 다소 공격적인 어투가 이어진다.

 

이어 개코의 훅. '매일 심각한 일이 터지는 것 같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다들 미쳐가는 것 같아도 그저 변화의 진통일거야'라며 덤덤한 모습이다. 'Apocalypse now'라며 대규모 재난이나 인류 멸망의 상황이 지금임을 제시하지만 '여기 적응할래'라고 말한다. 라떼나 달라며 출근이나 하겠다는 개코. 심각한 세상의 상황을 두고도 침착한 모습이다. 이와 같은 개코의 모습을 두고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단순히 넉살과 달리 적응한 사람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세상을 괴물과 초능력의 세계로 받아들이는 반면 그는 라떼를 마시며 출근하는 사람인 것이다. 점점 이 세상에 적응되어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는 실제 지금의 2020년을 풍자하는 것이다. 매일 심각한 일들이 터지는 것 같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와 정치적 사건들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매일 출근을 하고 변화의 진통에서 이겨내고 있다. 지금을 의미하는 라인일 수도 있다.

 

가장 유력한 해석은 세 번째다. 개코의 모습은 넉살의 일부이기도 하다. [쇼미더머니 6] 이후 성공한 넉살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마치 초능력을 얻은 것처럼 삶을 살았다. 그러나 모든 게 지루해지고 의미가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런 혼란스럽고 황폐한 상황. 뮤직비디오에서 더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 속의 넉살은 폭주족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차에서는 노란 가면을 쓴 누군가가 있고 그를 끌어내렸다. 그의 손목을 묶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째려보는 넉살. 그런데 노란 가면을 벗기자 넉살의 얼굴이 나온다. 또 그의 가면을 벗긴 사람은 개코였다. 개코는 가면 속의 넉살을 향해 총을 겨눈다. 자신 속의 두 가지 면을 가진 장면을 연출하고 혼란스러움을 전달하고 있다.

 

즉, 'BAD TRIP'에서부터 이어지는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는 자신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넉살을 얽매이고 가뒀던 것도 자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욕심을 갖고 더 많은 욕망을 품었던 것도 자신이었다. 어쩌면 자신에게 총을 겨누면서 이제는 그런 욕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 속의 넉살은 속이 황폐해졌고 마치 [AKIRA]의 네오 도쿄와 비슷하다. 넉살의 세 번째 Q였다.

 

05. Crack Kidz (Interlude)

 

프레디 카소의 비트. <1Q87>의 중추적인 이야기들을 내뱉은 후 잠시 쉬어가는 곡이다. 곡 후반부에서는 '천천히, 아주 조금씩, 느리게'라는 뜻의 '데스파시토'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정확한 뜻은 넉살만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 네 트랙에서는 [쇼미더머니]와 방송 출연 이후 혼란스럽고 공격적이기도 했던 자신을 이야기했다면 6번 트랙인 'Dance Class'부터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앞의 네 트랙에서는 연희동 시절 이후 [쇼미더머니] 출연과 그 후의 혼란스러움을 담았다면 6번 트랙에서 다시 연희동으로 돌아오게 된다. 후반부 트랙에서는 연희동의 이야기, 그리고 동료들과의 '브라더'를 지나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와 삶의 철학을 꺼낸다.

 

06. Dance Class

 

개인적으로 이번 넉살의 <1Q87>을 들으며 가장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바가 없었던 트랙이었다. 곡이 좋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단번에 들었을 때 전해지는 메세지가 약했고 무엇을 의도했는지 찾기 쉽지 않았다. 아마도 5번 트랙과 연계하여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역할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넉살도 메세지적으로 의도한 바가 적어 보인다. 다만 뒷 트랙들의 전개를 고려했을 때 'Dance Class'는 연희동 시절과 유명해지기 이전 시기를 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난 알몸으로 태어났어, 87년도에 태어난 연희동 god's son'이라는 가사로 미루어보아도 그렇다.

 

넉살에게 있어서 '춤'이라는 존재는 각별해 보인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장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중학교 CA 시간에 힙합부 이런 거였어요"라며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춤을 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데이] 파티에 구경을 가서 춤을 보고 완전 뻑 가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페이데이] 파티의 댄서 분들이) 하나같이 강력한 간지로 무장했다"라고 표현했다. 당시 넉살은 던밀스와 함께 뱅크투브라더스(B2B) 활동에도 참여한 바가 있다. 그는 의류 브랜드에서 교류를 하며 제이락이라는 힙합 댄서를 만나기도 했고 함께 파티를 구경하며 춤추는 것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함께 놀자는 취지에서 [배드캠프(Bad Camp)]라는 공연을 기획했다. 던밀스, 제이호, 블랭타임, 어글리덕과 제이락 등이 랩과 춤, 퍼포먼스를 하는 공연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곡에도 자추 '춤'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첫 솔로 데뷔곡은 '악마들이 춤 추는 댄스홀'이었고 [쇼미더머니 6]에서 부른 '천상꾼'에도 '우린 천상꾼 꾼이야, 내 모든 움직임은 춤'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주로 자신의 행동과 제스처, 움직임이 춤과 같다는 어투로 쓴 가사가 많았다. 최근에는 코드쿤스트의 앨범에도 '춤' 트랙에 참여한 바가 있다. 그는 '춤'에서 '나의 미끄러짐도 춤이 되었네'라며 시적인 표현을 보였다.

 

'Dance Class' 트랙도 비슷한 어투가 담겼다. '내 걸음걸이 삐딱해', 'Feel my flow', '내 멋에 살아 왜 느낌 있잖아'라며 다소 자만감에 취한 걸음걸이 같은 가사를 썼다. 다만 화가 조금 섞인 모양이다. '배운 거라곤 뺏겼을 땐 인상을 쓰는 법', '참을 수 없어 내 스타일이 아닌 건'과 같이 강한 어투가 보인다. 그럼에도 랩을 뱉고 춤을 추듯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맡긴다. 'dance class dance class, dance class dance class'. 벌스 2에서는 조금 더 감정이 격화됐다. '넌 뭔데 내게 감 놔라 배놔라 해, 어차피 19 노래 다 ㅈ까라 해'. 최근 힙합씬의 기믹 섞인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다들 기믹 심해 변해, 던밀스가 다 먼저 했다고 man, motherfker understand'

 

이어 '춤의 대가' 마이클 잭슨을 언급하며 '혀로 침 묻혀 MJ moonwalk step'이라 말한다. 또 '뻔하게 그래 쉬워 보이게 만들지, 나의 랩 마치 JRoc쌤'이라며 함께 [배드캠프] 공연을 했던 제이락을 언급한다. 제목인 'Dance Class'에 걸맞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다시 나오는 훅 파트.

 

 

 07. 연희동 BADASS

 

보통 'Badass'라고 하면 욕처럼 들리지만 영어의 속어로 '죽이게 멋진 놈'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Bad'가 '죽이게 멋지다'의 뜻이고 'ass'가 '-자식, -놈' 정도로 볼 수 있다. '연희동 badass until I die'는 연희동을 향한 하나의 샤라웃이다. 곡 전체적으로 연희동에서 성공하기까지의 시간들이 담겼다. 처음 랩을 뱉고 '촌놈' 같았던 자신을 추억한다. 실제로 그는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연희동에 대해 "넉살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오는 데 뺴놓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어 "추억이 있는 곳, 처음으로 랩 하는 친구들과 만났던 곳, 함께 노래방에서 녹음을 한 곳, 다녔던 학교가 있는 곳, 처음 담배를 피웠던 곳 모두 연희동"이었다고 추억한다. 연희동은 존재만으로 넉살에게 '추억'의 대상이며 젊은 시절의 열정을 기억하고 가슴을 아리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새로운 비트와 또 brainstorming, 영감을 묻지마 그냥 봐 내가 번 money', '요사스런 혀 그래서 옷은 뱀피'. 이어 '조만간 사버릴 뱅크시 그림 하나가 아냐 거리라고'. 뱅크시는 이름 없는 화가로 풍자적인 거리 예술을 하는 예술가다. 거리의 곳곳에 그림을 남기고 사회적, 정치적 풍자 예술을 한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나 그래피티를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 경매인들은 그의 거리 작품들을 팔려고 시도하지만 그는 판매하지 않는다. 그런 뱅크시를 그림 하나도 아닌 거리를 사버리겠다고 말한다. 즉, 그의 그림을 살 수 없으니 거리를 사버려서 그의 그림을 소유하겠다는 포부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겠다는 야망이 담긴 가사기도 하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어두운 면도 공존한다. 곡에서 넉살은 연희동에서 자라며 랩으로 돈을 벌고 성공하기까지를 담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빛에 가린 어두운 면들을 함께 담아냈다. 어떤 존재는 그에 반대되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음'은 '나쁨'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것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넉살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행복과 성공'이 있다면 그 뒤에는 '슬픔과 불완전'이 공존했다. 물론 사람들에게는 행복과 성공이 보여지기 마련이다.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삶의 밸런스라는 게 항상 모든 게 좋거나 나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상황이어도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반대편에 어둠이나 불안정이 있기에 다른 면에서 빛을 내고 있는 거다'. 그게 제가 가진 생각이기 때문에 가사에 반영됐죠"

 

그는 '연희동 친구들을 데려갔지 엘도라도', 허나 '슬픔은 내 몫'이라고 말한다. '일단 파티를 즐겨 pop the bottle'이라며 파티를 하고 술을 먹자고 말하지만 그 가사 안에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다. 신발을 벗고 비행기를 탈 것처럼 '촌티'가 나던 5년 전과는 달라졌다. 이어 그는 '타기 전까진 알 수 없지, 하늘을 날기 전엔 구름의 맛을 알 수 없지'라며 다소 철학적인 말을 남긴다. 마치 성공을 하기 전에는 성공 후의 어려움을 알 수 없다는 듯이. 한편으로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도 불완전이 있고 성공을 해도 불완전한 감정들이 숨겨져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벌스 2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어렸던 시절의 '래퍼 넉살'을 그린다. '덤벼봐 돌을 던져 개구리를 죽여봐, 다시 주워가 피투성이 flow 죽이는 vibe'라며 패기 넘치는 넉살의 모습이 그려진다. 흔히 돌을 던져 개구리가 죽는 것을 장난으로 포장시킨 폭력의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럼에도 다시 돌을 들고 피투성이의 플로우와 죽이는 바이브로 랩을 뱉는 모습이다. '힙합 더 바이브' 'Mnet'에서 방송하던 힙합 프로그램으로 2000년대 초반에 하던 프로그램이다. 많은 래퍼들이 꿈을 갖고 음악을 하며 즐겨봤던 방송으로 알려져 있다. '이젠 거기도 주름 잡지'라며 방송으로 보던 엠넷의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고 프로듀서 자리까지 오른 자신을 표현했다.

 

이어 '랩은 Method Man'이라며 우탱클랜의 메소드 맨을 언급하고 샤라웃한다. 당시 그가 랩을 뱉으며 자주 들었던 아티스트로 보인다. 이어 '밤은 잠을 주지 않아 뜬눈으로 freestyle'이라며 젊은 시절의 열정과 패기를 회상했다. 얼마 전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 가사를 되돌아보며 지금은 잃어버린 열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자신에게 필요한 힘만큼을 횃불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당시에는 자신 자체가 불타는 존재였다고 한다. 넉살은 힙합을 하며 래퍼로 돈을 벌고 살 계획을 한지 오래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단지 음악이 하고 싶어서 했던 '열정'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어 메소드 맨과 같은 결로 '호랑이 형님은 '난 널 원해''라며 타이거 JK를 샤라웃한다. 이는 드렁큰타이거의 1999년 2월 <Year Of The Tiger>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 곡이다. 넉살이 존경한 래퍼고 자주 들은 곡으로 보인다.

 

이어 '밀러 랩 배틀 장충체육관'이라며 스무 살에 나갔던 컴피티션을 기억한다. 넉살은 과거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스무 살에 밀러 랩 배틀에 나가 '넉살 꼬마'라는 이름으로 출전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아이삭 스쿼브가 그를 '넉살'이라고 불렀고 그때부터 자신의 AKA를 넉살로 바꾸었다고도 한다. 이어 '난 안 믿어 오로지 내 공책'이라며 자신의 악상이 담긴 공책을 추억하고 있다. 이제는 성공한 넉살. '운동장에 벌떼', '차를 골라 Mercedez', '내 몸집보다 열 배나 큰 무대와 매년 봄엔 열매를 맺는 나무가 심어진 정원'. 그리고 결국 연희동으로 돌아온다. '찬수랑 서연중', '처음 핀 담배는 THE ONE', 찬수는 넉살에게 처음 랩을 접하게 해준 친구이고 넉살은 연희동에서 첫 담배를 피웠다.

 

 

 08. 브라더 (Feat. Don Mills, Los)

 

이제는 연희동에서 벗어나 VMC 멤버들과 8번 트랙을 함께 하고 있다. 'Brother'라고 이들을 칭하며 형제처럼 끈끈한 관계임을 확실하게 강조한다. VMC 입단, 그리고 형제들과의 성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어두운 면이 감춰져있다. 연희동, 토론토, 그리고 LA에서 각각 나름대로 힘든 삶을 살았던 세 래퍼의 고난이 녹아 있었다. 넉살은 '꼬리 쫓기에 너무 집착 말길, 후회를 쫓기엔 생은 너무 짧지'라며 형제 같은 멤버들에게, 또 이 곡을 듣는 리스너들에게 조언을 남긴다. 이어 '바닥을 빨리 봐서 다행이야'라며 가난했던 연희동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우주의 시선에선 짧은 삶'이기에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의 삶을 'shine'이라고 말한다. 이어 바닥을 봤던 것처럼 '백팩을 메고 출근 빅맥 세트, 내 두 시간 시급'이라며 빵집 알바했던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LA와 토론토도 비슷, 그게 우리였어'라며 던밀스, 로스와의 유대관계를 조성하는 넉살. '근데 지금은 스테인리스에서 순금 big chain'이라며 셋 다 성공한 삶임을 강조하고 있다. '돌아가긴 싫어 추억은 좋지만도'라며 연희동 시절을 추억하는 건 좋지만 지금이 더 좋음을 말한다. 그리고 강조하는 '양아치에서 대부 찍고 갈게 말론 브란도'. 말론 브란도는 영화 [대부]에서 비토 콜레오네를 연기했던 배우로 마피아들의 대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알바하며 살았던 무언가 낮아 보이는 양아치의 삶에서 급이 있어 보이는 '대부'를 찍는 셋의 모습이 그려진다. 'brother brother brother, we came from the bottle, brother brother brother, we came from the bottle'

 

던밀스 역시 '미리 걱정하지마 네 장래, 나중에 보면 다 잘 돼있어'라고 말하고 '추억 그때 기억들이 나를 만들었지'라고 한다. 로스도 '흙바닥에서부터 일어섰지'라고 외친다. 셋 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양아치에서 말론 브란도'. 신나는 훅과 비트로 곡이 만들어졌지만 마냥 신나는 곡은 아니다. 'Start from the Bottom'의 자세와 그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들이 담겼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장면은 자동차 극장에서 알바하는 넉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내 극장의 스크린에서 넉살이 등장하고 성공한 뒤 '영화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차를 몰고 하나 둘 태우는 넉살, '널 데리러 가지'. 스크린 밑에 있는 알바생 넉살과 던밀스, 로스 역시 랩을 뱉는다. 알바를 하면서도 음악 하고 열정을 뿜었던 셋의 옛 추억이기도 하다. 이후 성공한 넉살을 보며 자리를 뜨는 알바생 넉살.

 

09. 나

 

연희동 시절과 성공, 형제 같은 멤버들과의 '영화 같은 삶'을 이야기한 뒤 결국 돌아온 곳은 자기 자신이었다. 성공과 뒤바뀐 환경 속에서 혼란함을 겪고 넉살의 심리적 피로감은 극으로 달린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을 갖고 'AKIRA'에서처럼 자아분열도 경험했다. 결국 [쇼미더머니] 출연과 함께 공황상태를 경험하고 넉살은 자신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그는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쇼미더머니] 등 방송 활동을 하면서 목동에 살 때 처음으로 공황상태를 경험했어요. 맨정신인데 잠이 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끔찍한 기분이었어요. 마치 뉴스 속보로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처럼 금방 전쟁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그때 층간 소음이 심했는데 밤에 피아노 소리가 들리니까 몸 상태가 이상해지면서 패닉이 왔어요"

 

뒤바뀐 환경 속에서의 적응, 그리고 성공 후 찾아온 육체적 피로감은 넉살을 힘들게 만들었다. 육체적 피로감은 자연스럽게 정신적 피로감으로 변했고 공황상태까지 경험하게 된 것이다. 단지 힘든 상황이 계속됐다. 그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연락조차 거부감이 들었고 위로와 SNS에 혐오감을 가지게 됐다. 피로감, 공황상태, 혐오감이 담긴 곡이 9번 트랙 '나'였다. '난 복잡한 사람 가끔 미쳐버려'로 시작하며 '내 생각은 꼬였어 널 욕할 거야'라고 말한다. 아마도 처음에는 '널'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다. 넉살은 자기혐오를 하며 꼬인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내게 술을 주지마'라며 위로가 담긴 술 한 잔을 거절한다. 그리고 '친구들은 널 평가할 걸 A+ 혹 낙제'라며 주변 시선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모습이다. 친구들의 한 마디가 진심이 담겼든, 아니든 그 말을 의심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생각이 많아진다. 당시의 넉살은 그런 것들 자체가 싫었고 미웠을 것이다. '관심은 내 지갑, 만난 연예인'을 향했지만 넉살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는 깊게 고민을 하다 보니 '친구들도 결국 진심의 위로보다 돈과 연예인에 관심이 더 많다'라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가식들 떨고 있네, 빨랑 말해 뭘 원해'에서 인간관계에 싫증을 느끼고 귀찮게나 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넌 여행 온 듯 너의 걱정을 풀어놔 좀 닥쳐, 너의 짐을 넘기고 별일 아닌 듯이 이제 가줘'라며 자꾸 힘들다고 연락오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다. 넉살은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레스가 많으면 다른 사람들은 분명 호의로 얘기하는 건데 그 말조차 슬슬 '하, 가만히나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라며 "그들은 호의를 대충 얘기하고 사실은 자기가 힘든 걸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주변에 와서 짐을 덜어놓고 자꾸 털어놓느니 차라리 떠나달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넉살에 대해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라며 조언인 듯이 개입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야 시발 내가 너보다 날 더 잘 알아'라고 시원하게 말하고 있다. 훅 파트에서도 가식이 많이 섞인 말들을 늘어놓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너만 아님 딱히', '싸그리 꺼져버려'

 

이어 힙합 씬에 대한 비판 의식도 드러냈다. '허세에 지쳤어 허무에 찌든 너도, 랩 게임이 도련님들 술판 같더라 지 삶은 없어'라며 마치 잘 자란 아이들의 돈 많은 음악이 된 것 같은 랩 게임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자기 삶을 얘기하지 않고 항상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래퍼들을 향한 말이다. 한편으로는 '귀에 ㅈ박은 리스너 양반들, 키보드에 야만인들 너넨 여기에 못 껴, 안 끼는 게 아냐 못 껴'라며 악플러들을 향해 한 마디 하고 있다. 넉살은 현실 화법으로 악플러들에게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시원하고 한을 풀 정도의 라인들을 가사로 뱉어냈다. 랩은 안 하고 방송만 하냐는 사람들에게 '내 유머와 재능이 나의 품격'이라며 '아껴둘 필요 없었지, 날 부르는 초원을 누벼'라 말했다.

 

'공황이 와 두려움을 느껴', '내 감정은 왜 항상 묶여', '전쟁이 날 것 같아, 머리 위에 폭격, 빨리 토껴'

 

넉살이 공황장애와 자기혐오 끝에 느낀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이제 알겠네 자기혐오를 멈추는 법, 나를 증오할 바엔 남을 미워하는 것, 눈을 부라려 살아남는 법을 배워, 이게 나야 힘 준 눈이 매워'

 

10. 거울 (Feat. 화지)

 

인간이 태어난 뒤 처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이 '거울을 볼 때'라고 한다. 자아분열과 자기혐오를 경험한 넉살은 '거울' 트랙을 마주하면서 자신과 직접 대면하고 있다. 이 트랙은 후반부 트랙들 중 서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너는 당당한가', '너는 즐거운가', '너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1Q87>에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트랙일 수도 있다. 넉살의 삶에 존재했던 고난과 어려움 끝에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고 고민을 해결하려는 직접적 노력이기 때문이다.

 

넉살은 처음 랩을 'copy rap'으로 시작했다. 중학생이었던 15살에 친구 골방에서 50센트의 <Get Rich or Die Tryin'>이라는 앨범을 들었다. 그는 이 장면을 연상하며 '50는 총을 겨눠'라고 표현한다. 50센트처럼, 미국의 마피아들처럼 서울시내에서 총을 겨누듯 힙합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방아쇠에 손을 뺀 적 없지 아직까지도'라며 늘 손에 총을 쥔 듯이 랩을 했다고 말한다. '극에 등장한 총은 반드시 불을 뿜는다고, 난 빼 들었어 리썰 웨폰 멜 깁슨 스타일'이라며 마치 극에 나온 멋진 배우처럼 총을 잡았다. [리썰 웨폰]의 마틴 릭스역인 멜 깁슨처럼 총을 들고 마치 '꿈'이라는 총알을 '성공'이라는 과녁에 쏘듯 가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포인트는 '하지만 아직도 본 적이 없어 나의 총알'. 멋있게 총을 쏘는 것처럼 서른 초반까지 달려왔지만 정작 나의 총알을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성공을 향해 꿈이라는 총알을 발포했지만 총알이 없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넉살은 그동안 무엇을 향해 달려온 것일까. 사실은 총알이 있었고 발포해 성공한 것일 테지만 너무나 크게 다가온 혼란에 넉살은 어지러워졌던 것이다. 이어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너무나 바뀐 주변 환경으로 소화불량이 왔다. '넘어간 듯 목에 걸린 느낌 소화불량, 토해내거나 참는 수밖에 없는 모양'. 돈과 명예, 인기를 휩쓸고 삼키다 보니 소화불량이 생겼다. 너무 빨리 삼킨 탓에 체한 모양이다. 지금의 돈과 인기를 참아내지 못한다면 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시 가난했던 연희동 시절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럴 수는 없는 상황. 넉살은 참아내야 한다.

 

소화불량에 지쳤고 넉살은 약한 모습을 보인다. '가끔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다 보면 숨이 차 보이는 너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여'라며 거울 속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넉살은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착한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 또 좋은 날이 있으면 힘든 날이 있기 마련이다. '너 왜 아직 거기 있어', '나도 가끔 거기 있어, 근데 햇볕은 여기 있어'. 서로를 바라보며 이해하고 위로하는 모습이다. 화지의 잔잔한 위로가 담기기도 했다. 벌스 2의 시작과 함께 넉살은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우리 다시는 슬프지 말자, 삶을 팽개치지 말고 술 좀 줄이자, 돈도 좀 벌고 있는 게 나니까, 근데 없을 때도 그래, 그게 나니까'

 

'인간 사이는 거미줄 같아', '난 그냥 걸려 있는 벌레 누구 말마따나, 조용히 술을 세잔 따라, 아직 살아 있나 행운이지, 먼저 떠난 이를 위해 남은 자는 살아야지'.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다. 이어 '악수 한번 못해본 나의 가장 친한 친구, ooh 취했는지 붉어진 나위 귓볼, 아직도 그곳은 내 총알들의 입구'라며 평생 악수할 수 없는 자신을 향해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한다. 여전히 그곳은 내 총알들의 입구지만 거울을 보며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이다.

 

11. 너와 나 (Feat. 거미)

 

넉살은 인간 관계와 우정 등을 자주 다뤘지만 유독 '사랑'이라는 감정과 먼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지만 겉으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 지난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털어놨다. 인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게 사랑에 대한 감정이었다고 한다. 친구 관계에서 상처를 받더라도 사랑을 정의할 수 없었고 만인이 느끼는 감정이기에 다 다르고 다양한 감정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분명 곡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풀어내고 싶었지만 정의 내려 가사로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느낀 것.

 

자기혐오를 거치며 공황장애를 겪었던 넉살에게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은 '사랑'이었다. '그냥 편히 들어줘 오해 말고, 내겐 필요해 love song'이라고 말할 만큼 '그냥' 필요했던 감정이었다. 누군가의 위로에도 지쳤던 그는 '아직 채워보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원했다. '삶은 슬퍼지네 몇을 쫓아내고 너를 위한 자릴 비워놔, 너와 나'. 이어 출산을 앞둔 거미의 진심이 담긴 가사들. 아이를 가진 거미의 사랑이 담긴 가사는 '너와 나' 트랙에 '감정'을 가져다줬다.

 

'삶은 차갑고 도시는 외로움을 노려, 거리를 두니 진짜 우리의 모습이 보여, 어떻게 널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어, 세상의 마지막 날엔 사랑으로 모두 포기하겠어 We need love'

 

12. 추락 (Feat. DeVita)

 

인생은 늘 추락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고 몸이 늙어가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최상의 상태에서 늘 내려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떨어짐을 '추락'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비행'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즐길 수 있느냐는 그 사람의 몫이다. 4년 7개월간 넉살이 앨범을 내지 않는 사이 많은 이야기들이 설왕설래했다. '인터넷은 내 커리어가 끝났대, 나의 비행이 그 비행이었다니'. '넉살의 커리어는 끝났다', '이제는 방송인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사실 그럴 뻔했다. 5년의 시간은 아티스트의 생명줄을 끊어 놓기에 충분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넉살의 '추락'이 될 수도 있었다. 방송인으로서의 삶은 곧 '아티스트' 넉살의 추락으로 해석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스스로도 생각이 많았다. '희미해져 내 존재의 이유는 도마 위에'

 

하지만 넉살은 떨어짐이 '추락'이 아닌 '비행'일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옆에서 fly flex, 또 누군 퍼덕이기도 바빠'라며 '어떤 이는 구름을 밟고 어떤 이는 중력을 받아'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추락 옆에서 멋진 비행을 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삶 속에 두려움이 떨림이라면, 설렘과 기대가 내일 기다리고 있다면'. 추락은 두렵기 마련이다. 그러나 멋진 비행은 설레고 기대되는 법이다. 넉살은 두려워하며 삶을 사느니 설레고 기대하면서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즉, 추락 대신 비행을 선택한 것이다.

 

'어떤 나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던 그때가 생각나', 결국 그 고민 끝에 닿은 곳은 <1Q87>을 발매한 넉살. 아마도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운명을 믿어 랩을 하던 소년, 두려움을 감춘 얼굴, 남지 않는 미련', 두려움 대신 설렘과 기대감으로 살아가려는 넉살. 아마도 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1Q87>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한다 말할까, 지금 너의 귓가에, 만약 삶 속에 두려움이 떨림이라면, 설렘과 기대가 내일 기다리고 있다면'

 

글 / HIPHOPPLAYA EDITOR 김동현 (gunners2537@hiphopplaya.com / @kimd0nghye0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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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10-13 16:42:19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쪼잔한 지적으로

1. 이글 파이브는 98~99년에 활동한 5인조 보이그룹입니다. 보이그룹 열풍일 때 여기저기 나오던 보이그룹 중 하나였어요. 넉살의 크루가 이글 파이브였던 건 아닙니다. 그냥 비유.

2. '극에 등장한 총은 반드시 불을 뿜는다고'는 극의 장치 이론 중 하나인 "체호프의 총"을 인용한 겁니다. 말그대로 극에 뭔가 흥미로운 것이 등장했다면 극이 끝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어야지, 단순히 눈길만 끌고 허비되면 안 된다는 의미죠.

WR
1
2020-10-15 00:43:35

아 안녕하세요, 세심하게 글을 읽어주신 것으로 보여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우선 첫 번째 이글파이브는 알고 있던 것이었는데 제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뭔가 전달이 잘못됐던 것 같아요. 보이그룹이고 넉살은 따로 활동하던 래퍼였죠! 다만 다른 인터뷰에서 찾아보았을 때 이글파이브와 연희동에서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넉살과 이글파이브 멤버들은 만나는 사이라고 했습니다 :) 따라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뭔가 크루였다고 전달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비유는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되게 인상적인 구절이네요. 참고해서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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