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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MIC
[해석] '지금'을 기록한 성숙해진 오르내림의 EP, <GOOD BOY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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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7 01:32:20

오르내림은 지난 <쇼미더머니777>에서 적절한 오토튠 사용과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감성으로 준결승까지 올랐다. 당시 '브레이킹배드'와 'i' 등을 통해 소년의 감성을 보였다. 학창 시절과 그 이후 20대 초반의 기억, 그 끝에 'i'에서 '난 내가 될래'라고 외치는 과정의 서사가 이어졌다. 방송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오르내림의 이미지는 한결같았다. 기리보이와 함께 우주비행의 '0개국어', '착하고 순둥순둥'한 이미지로 굳어졌고 실제로 오르내림은 이 이미지에 부합했다. 이후 '소년'의 소심함과 찌질함, 허례허식 없는 귀여움이 담긴 곡들로 주목받았다. 'OYEAH'와 '코끼리코' 등 신나는 곡들과 '유학생'처럼 솔직한 곡, '강아지꼬리', 'SWEET' 같은 'OLNL 감성' 곡들이 대표적이다.

 

쇼미더머니 방영 과정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했다. '귀여움'과 '소년'의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자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불호의 이미지가 커질수록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사람들은 오르내림의 목소리부터 행동 하나하나에 이미지를 두고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리스너들은 쇼미더머니에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된 오르내림의 차기 활동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르내림은 개의치 않았다.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소년'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애 같은 오르내림의 한 챕터를 어디 하나에 기록해놓고 끝내고 싶었다"라며 "소년 다운 오르내림을 어디에 한 번 다 써버리고 좀 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스스로 선택했던 이미지였으며 오히려 오르내림의 의도대로 쇼미더머니가 흘러갔던 것이다.

 

그렇게 쇼미더머니 이후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오르내림은 본인이 말한 '하고 싶었던 것'을 해왔다. <staff ONLY>와 '우주비행 컴필레이션'을 시작으로 꾸준히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해에는 정규 2집 <Cyber Lover>를 발매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조금 더 성숙해진 감성과 잔잔한 멜로디, 오토튠과 가성의 음색은 '편안'했다. 대중적으로 히트를 치거나 크게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르내림'으로서의 대표작을 만들어냈다. <Cyber Lover>는 완성도가 높고 전곡 재생에 적합한 앨범이었다. 결국 이 앨범은 '2020 한국힙합어워즈'에서 올해의 과소평가 앨범으로 상을 받게 된다.

 

 

 

00. EP, <GOOD BOY SYNDROME>

 

올해는 유독 조용했던 오르내림. 그러나 지난 14일, 그가 위더플럭 레코즈에 합류한다는 소식과 함께 앨범 발매 소식을 기습 발표했다. 제목은 <GOOD BOY SYNDROME>. 착한 아이 증후군, 혹은 착한 아이 컴플렉스로 제목을 지었다. 그동안 오르내림은 '착한 아이', '소년'처럼 미디어에 비쳤다. 미디어의 시각은 곧 대중의 시각이 됐고 많은 사람들은 그를 '어린아이'처럼 보기 시작했다. 오르내림은 이미지에 억압되었고 그 이미지에 맞춰 살아왔다. 물론 오르내림이 착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늘 착해야 하는' 이미지가 되었고 감정 표현에 제한이 생긴 것.

 

지난 인터뷰에서도 그는 "'제원이 착하지'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묘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런 '묘함'을 가지고 앨범을 만들었으며 비슷한 내용들이 트랙으로 담겼다고 소개했다. 보통 '착한아이 증후군'이라고 하면 '착해야 한다'라는 강박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어린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면서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 오르내림은 이 정의에 대해 공감했던 것이다. 착한 아이는 타인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 오르내림은 어느 때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다. '지금'의 자신이 어떤지가 그대로 기록됐다. 성숙해진 그의 기록, <GOOD BOY SYNDROME>이 시작된다.

 

01.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타인의 시선을 누구보다 많이 의식했던 오르내림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겼다. 주변 사람들이 '널 위해 하는 말이야'라며 이런저런 얘기 해 줬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언과 참견은 한 끗 차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던 오르내림이 자신의 주체성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필요 없어 너의 의견이나 생각'. 아마도 오르내림은 힘들었던 시절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 그는 '너의 눈엔 내가 힘들어 보였던 걸까, 그게 아니면 너의 눈엔 내가 힘든 게 눈에 다 보였던 거 일지도 몰라'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눈에 보였던 것처럼 실제로 자신이 힘들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당시에는 고마웠고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한 마디들이 모여 이제는 참견이 됐다. 자신의 색을 상대방에 입히려고 하는 것만큼 무례한 일이 없다. 오르내림은 '너의 색깔을 나에게 칠하지마, 실패해도 내가 하니까 그러니까'라며 주체성을 되찾는다. '그 때 너가 나에게 꼭 해야겠단 말처럼, 나도 말 해야겠어'. 마치 특정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다. 하지만 마지막 가사를 되짚으며 어쩌면 어느 한 사람을 향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라고 상대를 지칭하던 표현이 '너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너가 나를 잘 알아, 필요 없어 너희들의 의견이나 생각'. 모든 가사의 대상은 특정 인물일 수도 있다. 동시에 오르내림을 향해 참견하던 커뮤니티 반응들, 댓글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02. 결벽

 

'더러워진 나의 방, 나는 나부터 치울래',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있어, 웃는 연습을 울고있어'

사전적 정의로 결벽증은 바이러스와 병균을 증오하는 강박장애에서 출발된다. 병균이 생길 것 같은 상황과 환경을 싫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깨끗함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흔히 '결벽'은 평균 사람들 이상의 가지런함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칭해진다. 결벽은 방 어느 한구석을 깨끗하게 만들고 가지런하게 정리해야 하는 강박증부터 다양한 종류로 발현된다. 심한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오르내림은 방도 청소하고 운전면허증도 새 걸로 만들며 자신의 공간에서 완벽을 추구한다.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로 완벽의 잣대를 들이민다. 자신이 완벽했던 적이 없지만 완벽하길 바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난 완벽한 적이 없잖아, 이게 당연한 건데 왜 난 또 나에게 나쁜 말을 해'

 

방을 치우기 시작하지만 오르내림은 거울 앞에 서서 웃는 연습을 한다. 그는 '웃는 연습을 울고있어'며 속으로는 울고 있지만 겉으로는 웃고 있는 장면을 그려낸다. 빛에 닿은 먼지가 눈에 거슬리지만 사실 더 거슬리는 건 자기 자신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길 꺼려 한다. '이런 날 나만 볼 거야, 넌 또 나에게 나쁜 말을 해'.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오르내림이 완벽을 추구했던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자신을 옥죄인다. 웃어야 하고 착해야 하는 자신,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제목에 걸맞다. '난 또 너에게 나쁜 말을 해'라고 말하지만 사실 '너'는 '또 다른 나'다. 자기 자신을 향해 나쁜 말을 건넨다. 안타까운 결벽이다.

 

03. 중산층

 

'중산층'의 가정에서 부족함 없는 동네에 살며 부족함 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오르내림. '남부럽지 않고, 날 부러워하지도 않는 부족함 없는 동네'를 살며 어느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나 크면서 때로는 격차를 느끼고 어중간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어렸을 때는 '선물 상자의 크기'가 사랑의 척도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다른 집 아이가 받은 게임기를 나도 갖고 싶듯. 당연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다. 오르내림은 크면서 '선물 상자의 크기가 사랑의 크긴 아니듯이'라고 느끼게 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이 되어서야 '난 부족함 없이 컸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남과 비교하면 느껴질 수도 있을 부족함을 더 이상 느끼지 않고 있다.

 

사실 중산층이란 것도 타인의 시선이 섞여 있는 것이다. 무언가의 절대량이 아닌 상대량을 판단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과 비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진 절대량을 보기 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량을 판단한다. 그리고 보통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과의 격차를 주목하기 마련이다. 누구나 겪는 것이고 당연한 순리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면서 그 생각들이 변해간다. 오르내림이 성숙해졌다는 증거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이 되어서야 '자랑스러워 부족함 없이 커서'라고 말할 수 있다. 10년 넘게 탄 자동차와 10년 넘게 산 집. 때로는 창피하고 미웠겠지만 지금의 오르내림은 말한다. '자랑스러워'. 물론 여전히 어렵다. '이 말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힘든 일이야'.

살아가면서 늘 배운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04. GOOD BOY

 

앨범 트랙 중 가장 직접적으로 착한 아이 증후군을 묘사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느끼는 감정적인 고통을 이야기한다. '웃어 넘기고 있어, 표정의 다음 페이지', '남의 생각이 나를 괴롭혀, 하얀 도화진 이제 하얀 거짓말이 되었네'. 오르내림의 이미지는 보통 착한 아이, 소년의 이미지다. 그러나 이 이미지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

 

잘 보이기 위해서 웃고 착한 모습을 보였던 게 아니다.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그랬다. 그러나 그 감정의 과소비가 반복되면 힘들어진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던 오르내림이 자신을 괴롭히게 됐다. 이제는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는걸. 'I DON'T WANNA BE A GOOD BOY', '남 눈치 그만 볼래', '내 기분이 중요해'

 

자신의 감정을 담는 마음. 마치 하얀 도화지와도 같았다. 느끼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그리고 만들 수 있는 도화지였다. 그러나 '남의 생각이 나를 괴롭혀'오면서 도화지가 생각대로 칠해지지 않는다. 도화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붓을 잡은 사람은 오르내림이 아닌 타인이었다. 결국 도화지도 남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하얀 거짓말이 되었네'.

 

05. 비행공포증(留学後)

 

가사만 봤을 때는 '비행공포증'을 가진 오르내림의 모습이 묘사된다. 도착하면 즐거울 날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비행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저 높은 곳에서 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바라볼 땐 보기 너무 좋았던 곳에 내가 있어보니 창문을 열고 싶어'. 비행공포는 비행기 사고들을 접하고 두려움을 가지면서 '고소공포증'과 '폐소공포증'이 함께 오며 생긴다. 오르내림이 가사에서 '창문을 열고 싶어'라고 표현한 이유기도 하다. 두려움에 창문을 열고 싶어진 것이다. 누군가는 설레지만 오르내림은 불안에 떨고 있다. 비행공포를 느끼며 고통을 받는다.

 

留学後. 머무를 유, 배울 학, 뒤 후. 오르내림의 유학 생활 이후. 사실 비행공포증과 동시에 오르내림의 유학생 시절 이후를 담기도 했다. 오르내림의 유학은 잘 알려져 있다. '유학생'이라는 곡을 통해 따돌림당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당시 곡에서 '내가 하는 유학 생활은 생각보다 끔찍해', '비행기 무지개 위를 달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르내림이 실제로 유학을 다녀왔던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가 경험한 유학 생활과 자신이 경험한 중학생 때의 학교폭력을 회상하며 썼던 가사다. 분명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그런 상황을 유학에 빗댔다. 유학을 떠나려면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그러니 비행에 공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걱정을 품고있어 파란하늘, 위에 난 떠있어 위에 난, 나도 날아갈래, 비행공포는 피게 했네 날개'. '유학생'에서 그는 '비행기 날갠 휘청거리고'라고 말했었다. 이번 곡에서는 날개를 펴고 날아간다. 그리고 '나는 활짝 열려있던 창문을 웃으며 닫았어'라고 말한다. 무슨 의미였을까. 비행공포를 완전히 이겨낸 모습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아마 진짜 의미는 오르내림 자신만이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난 내가 될 수 없어, 나는 내가 될 수 없어', 'I'm in the dark and I'm start to fuckin' panic'. 자신이 좋아하는 기리보이의 가사 오마주.

 

    

06. 앨범 마무리

 

전체적으로 지난 <Cyber Lover>에 비해 오토튠 사용 빈도를 줄이고 담백함을 담았다. 그동안도 솔직함을 주 무기로 삼았지만 이번 앨범에서의 솔직함은 이전과 느낌이 다르다. 이전까지는 '순수하고 잘 모르는 어린아이의 솔직함'이었다면 지금은 속마음을 풀어놓고 진지함도 함께 가진 솔직함이다. 특히 '중산층'의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성숙함을 가지고 있다. 또 벌스와 훅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에서는 웅장하고 타격감 있는 훅이 중독성을 주고 있다. 여러모로 오르내림의 새로운 면을 찾고, '지금'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앨범이었다. '지금'을 기록한 성숙해진 오르내림의 EP, <GOOD BOY SYNDROM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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