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은 우원재의 정규 1집, <BLACK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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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30 00:53:19

 

 <쇼미더머니 6>를 통해 등장한 우원재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알약 두 봉지'를 외치며 자신의 아픔을 세상에 공개했고 스스럼 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말 그대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무명 래퍼이자 일반인이었던 그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시차'의 차트 1위 등극과 AOMG의 오랜 러브콜, 그리고 유명 래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 타이틀을 위해 달려가지만 정작 이뤄낸 사람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우원재라고 혼란을 겪지 않았을까. 외적 환경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적 변화로 이어졌을 것이다. 특히나 갑작스러웠던 우원재의 유명세는 더욱더 정체성에 타격을 주었다.

 

 앨범에서 우원재는 계속 고민을 거듭한다. 'I forgot everything', '어제 나는 뒤졌고', 'what's your job', '붕 뜬 상태'와 같은 가사들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그 과정 속에서도 확실한 것은 자신의 스탠스에 대한 확고함이 있다.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지만 분명 올바른 길일 것임을 알고 있다. 특히 '칙칙폭폭 Freestyle'에서의 '똑같은 시차, 속력은 달라 우린'이라는 가사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과거 우울했던 상황에서는 많이 벗어났다. 결국 자신의 길을 찾고 나아갈 것을 한 번 더 확인한다. 불안했던 과거 속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고 있고 자신의 생각들은 마지막 트랙 'Fever'로 귀결된다.

 

 이번 앨범은 갑작스럽게 발매됐다. 자신도 왠지 모르게 그렇게 발매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의 앨범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고 부담감도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곡들은 따로 작업됐지만 앨범에 수록될 트랙들을 선정하고 이어보니 스토리적으로도 연결됐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유기성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아티스트의 앨범은 유기성이 따르기 마련이다. <BLACK OUT> 역시도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앨범은 전체적으로 랩 스킬보다는 사운드적인 면모와 솔직한 가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00. <BLACK OUT>

 

 <BLACK OUT>의 제목은 무슨 뜻이었을까. 우선 'Black out'이란 '의식을 잃다', '정전'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무언가로부터의 단절일 수도 있고 의식적으로 변화한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 제목은 1번 트랙으로도 이어진다. 1번 트랙을 들어보면 'I forgot everything', '기억 안 나 나의 모습 yuh'와 같이 말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 같다. 과거와의 단절, 그리고 희미한 듯 보이지 않는 목표점에 대한 단적인 비유로 볼 수 있다. 앨범 커버 역시도 흰 배경에 희미한 검은 점으로 구성됐다.

 

01. BLACK OUT

 

 사운드가 돋보이는 트랙이다. 첫 도입부에는 마치 연결되지 않고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딘가로부터 멀어지는 것일 수도 있고 가까워지는 것일 수도 있다. 점차 사운드가 명확해진다. 그 안에서 우원재는 'I forgot everything'을 외친다. 그의 랩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무언가 상상 속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준다. 소리는 작게, 가사는 잘 안 들리도록 의도됐다. 세속적인 것들이 나열되고 또 자신의 과거 모습들이 나열된다. 그 외에도 멋이 없고 세상에서 중요시되지만 별로인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집단의식', 'SNS 인조인간 필터', '경쟁 속단', '정해진 길뿐', '의미 없는 rank'와 같은 가사들이 그렇다.

 

 그러나 자신은 '기억 안 나 나의 모습'이라며 과거로부터 'Black out'됐다고 말한다. 아마도 앞선 것들이 자신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골방 박힌 쟨 너 왜 모른 척하는데 yuh, 어 저거 우원재 그거 저 맞는데요'. 그리고 '내 이름 거기서 빼', 'I forgot everything'. <쇼미더머니 6> 직후의 우원재는 누구보다도 순위에 신경을 쓰고 경쟁하며 SNS를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 "'시차' 이후로는 계속 작업실에 앉아 대중성 있는 곡을 만들려고 했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따라서 '골방 박힌 쟨'이라는 가사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골방에서 대중성을 고민했던 자신을 향해 지금의 우원재가 모른 척하는 것. 다른 하나는 골방에서 랩이나 연습하던 무명 시절을 모른 척하는 지금의 '유명 래퍼' 우원재.

 

 이 가사를 쓸 때쯤에는 알아챈 것 같다.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서는 '내 이름 거기서 빼'야한다는 것을.

 

02. R.I.P

 

 '어제 나는 뒤졌고 I got the devil's kiss'가 포인트다. 어제 죽은 자신을 향해 R.I.P(Rest In Peace)를 외치고 있다. 트랙의 마지막을 먼저 살피면 브랜드들이 나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어제의 나는 죽었고 오늘의 나는 유명 브랜드와 세속적인 것들을 가지려 하는 상황. 분명 어제의 나는 이런 것들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쇼미더머니 6><시차>를 통해 얻은 유명세와 돈, 명예는 그를 뒤집기 충분했다. 'devil's kiss'는 마치 달콤한 유혹과도 같다. 1983년에 나온 <악마의 키스>라는 영화는 악마로부터 영원한 젊음을 약속받는 주인공과 뱀파이어의 사랑, 그리고 그 사이에서의 유혹과 타락을 담았다. 이처럼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아 넘어간 우원재가 표현된다.

 

 'Why you fucking piss'는 이미 한껏 유명해진 우원재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piss'소변을 보다'라는 뜻인데 쉽게 생각하면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너네 뭐해?'라고 외치며 '나 이뤄냈어 지금'이라고 당당하고 말하고 있다. 이어 '난 올라가 더 위로'라며 자신이 탄 것은 비행기라고 말한다. 반면 '너는 탓해 계속 너의 피부'라며 랩이 아닌 피부 같은 것에 신경 쓰는 상대를 비꼬고 있다.

 

 대작을 만들지만 알약 없이 가능하다. '알약 두 봉지'를 외쳤던 초심의 우원재와는 상반되는 상황. 이는 앞서 'devil's kiss'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I don's need tho Xans'라고 말한다. 'Xan'xanax를 줄인 것으로 알프라졸람이라는 신경안정제를 말하는데 이제는 안정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고 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니 상대를 무시하기 쉽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우월감을 느끼니 욕도 무시하고 상대의 입맛도 고려하지 않는다. 우원재는 성공을 맛본 상태다. 브랜드들을 나열하며 자신을 뽐내는 우원재. 'It's free, I did it, You dig'

 

03. USED TO (Feat. CIFIKA)

 

 정확히 앨범 발매 일주일 전, 기습적으로 선공개됐던 트랙이다. 곡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트랙부터 살핀 뒤 뮤직비디오와의 연관성을 이야기한다. 우선 'Uesd to'라는 것은 '-하곤 했다'라는 뜻이다. , '예전에는 -하곤 했다', '과거 한때는 -이었다'와 같이 해석될 수 있다. 자신의 예전 이야기들을 꺼내며 변화한 지금의 삶을 트랙에 담았다.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지만 지금은 그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Used to'라는 말에 걸맞은 트랙이 된다.

 

 이 트랙은 명확한 대상이 있다. 사실 과거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지금 변화한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전부 그 대상을 향해 말하는 것이다. '넌 몰라 내가 뭘 위해 한 건지는', '넌 이해 못 해'라고 말한다. 이는 바로 뒤의 'Uh fuck your 속단 fuck your , 그래 걍 fuck your IP'라는 가사로 이어진다. , ''라는 대상은 자신을 경험하지 않고도 속단하며 쉽게 판단하는 누군가를 말하고 있다. 그런 사람은 '헤이러'라고 불리기도 하고 '악플러'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을 향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고 결국엔 성공했다고 표현하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우원재는 과거에 자신이 한 것들이 모두 나 자신을 위해, 또 내 가족들을 위해 했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에 어떻게 살았을까. 옥탑방에 살고 편의점 알바, 밀린 요금에 떠밀려 살았던 과거. 특히 연남 철길을 4시간이나 걸었다는 가사는 인상적이다. 그는 지난 <슬기로운 감빵생활 OST> '향수'라는 곡에서 '비상 대피로 같던 연남 철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 생각이 많을 때 걷던 연남 철길을 4시간이나 걸었으나 얼마나 고민이 많았던 때였을까.

 

 이어 싸구려 스케이트보드와 하나뿐인 비니를 쓴 봄과 여름의 자신을 말한다. 겨울에는 집에 가지 않았고 동아리방에서 랩을 뱉었던 자신을 '동아리방이 내 안방 bish'라고 표현한다. 돈도 아껴서 담배만 폈다. <쇼미더머니 5, 6>를 나가 생활비를 갚았다. '방송 두 번인가 나갔을 때 갚았지'. 또 표절 섞인 타입 비트를 썼던 과거, 겉멋이 든 홍대 래퍼들 사이에서 돈까지 내고 공연에 섰던 기억. 물론 자신의 태도는 늘 지켜왔다. 구멍 난 컨버스 신발인 'Chuck Taylor'를 말하며 '그게 내 멋'이었다고 강조한다. 유명해진 뒤엔 자신의 가족을 향한 욕 앞에서 늘 멈춰 섰다. 'Stupid honest words'는 역설적이지만 악플 하나하나에 대응하려 했던 자신을 말하는 것 같다. 술과 담배에도 중독되었고 추억팔이는 그만. 더 이상 너의 사랑을 믿지도 않는다.

 

 두 번째 훅부터는 목소리가 변하고 어두워진다. 피처링에서 CIFIKA는 해가 혼자 떴더라도 너는 너의 외로움을 느끼지 말라고 전했다. 그리고 변화한 우원재의 삶. 익숙해진 벤츠와 큰돈, 명예는 이전과 대비된다. 특히 과거와 비교해서 변화한 자신의 삶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돈을 아껴서 샀던 담배, 그러나 지금은 '담배 한 개비는 버렸지 괜히'. 또 한남동에서 전셋집을 사는 삶을 살고 있다. '새삥's Chuck Taylor', '메일로 온 컨택은 stack', 그리고 'I get that dough()'. 이전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악플과 헤이러들로부터도 벗어나고 있다. 상대의 사랑을 믿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Love your love'라며 그런 사랑도 품는다. 자신을 향한 욕 앞에서 멈춰 섰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그렇게 세 번째 훅이 나오고 목소리는 여전히 변조되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음원과 달리 의도를 갖고 다소 편집됐다. 과거의 가사들을 말한 벌스까지만 담겼고 두 번째 변화한 삶을 이야기하는 벌스는 담기지 않았다. 대신 변조된 훅이 이어지면서 우원재의 얼굴에 검은색 먹이 뒤덮기 시작한다. 이후 9번 트랙인 'Fever'의 첫 번째 벌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마도 'UESD TO'는 완전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는 못했던 시절에 쓴 것 같다. 마냥 변화한 삶을 내세우고 자신감을 갖는 건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았다. 9번 트랙에서 설명을 이어갈 테지만 'FEVER'는 자신의 방향성을 되찾고 또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곡이다. 이와 같이 앨범 트랙 간의 연결성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적립되는 근거를 뮤직비디오에서 표현했다.

 

04. Do Not Disturb (Feat. So!YoON!)

 

 'Do Not Disturb', 즉 나를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트랙 전체적으로 우원재 자신의 이기적인 면모를 돌아본다. 자신에게 있어서 이기적이었던 순간들을 살피고 되돌아본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기적인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과의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선물 받은', '예쁜 그 카페에 갔더라', '넌 보기에 내 꿈이 어때', '그때쯤 다시 연락하면 돼'와 같은 가사들이 이어진다.

 

 이번 앨범의 포인트는 우원재의 '고민'이다. 쇼미더머니 직후 붕 뜬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다. 아마도 이런 과정 속에서 나온 경험을 담은 것이 아닐까. 그는 'Do not disturb me, Until I am asleep'이라며 잠에 들기를 원한다. 'Call me never', '오후 늦게까지 잔 게 되레 도움이 됐어'와 같은 가사들은 좋아했던 사람과의 연락을 단절하려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 선물도 내팽개치고 넷플릭스나 보고 있다. 인스타 피드를 내리면서 의미 없음에 대한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I wish you never call me back, 덮어 부재중'

 

 벌스 초반부에는 목소리가 변조됐던 것과는 달리 'Uhm I wanna cash'부터는 그대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돈과 벤츠를 원하는 자신, 그런 목표가 바뀐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놀라고 어색한 괴리감을 느낀다. 이전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지금의 자신이 이야기하는 상황. , 목소리의 변조는 과거의 자신을 표현했고 이후의 목소리들은 지금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말해준다. 여유가 없는 지금과 달리 여유를 가졌을 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대낮부터 취한 채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넌 보기에 내 꿈이 어때'

 

 두 번째 연주 중, 그리고 담배를 피운 뒤 기침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보다는 나만 보이는 이기성. 그러나 방해금지. '난 나 밖에 안 보여'

 

05. 칙칙폭폭 Freestyle (Feat. Jvcki Wai & SIMO of Y2K92)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그러나 누구는 걷고 있고 누구는 뛰고 있다. 똑같은 시차 속에서 각각의 속력은 다른 법이다. 이는 앨범 전체를 통틀었을 때 우원재가 하고 싶었던 말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방향성을 잃고 느리게 걷고 있을지라도 어느 순간 다시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걷고 있는 자신을 향해 비난과 비판을 하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한편으로는 자신처럼 느리게 걷고 있더라도 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준다. '나는 아마 train'인데 기차의 '사방팔방에 길'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기차는 길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재키와이는 정해진 길이 아니더라도 사방팔방으로 가는 것이 길이 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트랙 자체는 프리스타일이라고 했기 때문에 앨범을 두고 큰 의미가 있는 곡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히 우원재의 벌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자신이 돈을 벌었고 '우린 다 서로 봐줘 with no Popo'라며 무법 상황을 표현한다. 이외에도 평소 우원재의 스타일과는 다른 분위기와 가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때로는 겸손하지 않는 자신을 말하는 파트가 그렇다. 자신은 행복하다면서 너는 행복하지 않지만 그런 척하고 있다고 말한다. 막판에는 '모 아니면 빽도 아님 엎지 몰라'라며 타협은 없고 불가능하면 엎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자신은 금방 꿈을 이룰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한다. '믿어 날 책 덮어', 그러니 정해진 길이 아닌 길을 걸을 수 있다.

 

06. JOB (Feat. Tiger JK, 김아일)

 

 앨범의 타이틀 곡 중 하나다. 사실 우원재는 이 곡을 타이틀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타이거 JK의 피처링을 받고 결정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 있는 <BLACK OUT> 피처링 진 사이에서도 제일 인상적이었다. 'Hey what's your job'으로 시작하는 중독성 있는 훅에서 그의 연륜과 베테랑의 기운이 제대로 느껴졌다. 근본적으로 'JOB', 즉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셋의 직업은 아티스트이자 래퍼다. 그러니 래퍼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비판적 의식을 드러내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타이거 JK의 가사는 촌철살인이다. '너의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이어 가부자가 부자 흉내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가부자는 '가짜 공자'라는 뜻으로 지나치게 공부에 몰두하거나 성인처럼 하는 유생을 비꼬던 말이다. 그런 '가짜' 같은 존재가 부자 흉내를 내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상황일까. 이어 '널 신고 있는 신발'이라며 신발과 사람의 능동, 수동 관계를 뒤집고 있다. 원래는 사람이 신발을 신는다. 그러나 사람을 신은 신발이라고 표현한 것은 신발과 같은 물질적인 것들이 사람들에게 씌워지고 있는 상황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들에 목을 매고 투자하기 바쁜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뒤이어 나오는 '이끄는 척하는 leader, 따라가는 투잡' 역시 비슷한 선에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원재 역시도 비슷한 비판에 나선다. '겉멋 챙겨 부려 가오나'라며 음악은 대충 하면서 잘나가는 형 붙잡고 애교나 부리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자신도 돈을 원하고 사랑을 원하지만 비판 대상처럼 뻔뻔하지는 않다. 그런 것들을 두고 '가오'라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X까세요 태도거든, 쭉 깔라면 쭉 까고 아님 말고'라며 그런 태도를 가질 거면 바꾸지 말고 쭉 이어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자신은 최근 입도 무겁과 자신을 향한 관심에 관심이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비난에 무뎌졌다. 신경 쓰기 귀찮으니 저리 가라고 말한다. '넌 뭔데요 왈가왈부 shit, 꼬움 꺼지세요'

 

 김아일과 우원재의 벌스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knob'에 대한 언급인데 우원재는 벌스 시작에서 'Slob on my knob'라고 말했다. , 내 손잡이 위에 게으름뱅이라는 말이다. 과거 외국 힙합에서 자주 사용되기도 하고 곡이 있기도 하다. 김아일 역시도 '내 느슨한 노브를 조여줘'라며 자신을 'screw'해달라고 말한다. , 자신의 나사를 조여서 힘을 낼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이다. 비슷한 연결선을 두고 내용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김아일도 타이거JK와 우원재처럼 의미 있고 힘 있는 벌스를 써냈다. 곡이 전체적으로 완벽한 밸런스에 놓여 있다. 단점이 있다면 짧다는 것.

 

07. 징기스칸

 

 우원재의 자랑이 절정에 달하는 트랙이다. 자신을 징기스칸에 비유하면서 정복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Ye I feel this vibe, Bitch you do not kill my vibe'라며 자신감이 절정이다. 이어 'Beat you up like Kimbo Slice'라며 자신은 킴보 슬라이스처럼 늘 이긴다고 표현한다. 킴보 슬라이스는 싸움을 잘하는 격투기 선수다. 게다가 'Tour like Chingiz Khan'이라며 칭기스칸처럼 순회한다고 이야기했다. 우원재는 AOMG 멤버들과 2018년 전후로 아시아, 런던, 미국 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러한 자신을 칭기스칸의 정복 정신과 빗대어 표현했다.

 

 이미 많은 돈과 부를 등에 업은 상태다. 'Amex 라운지 black card'라고 자랑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는 부자의 상징이다. 알려진 바로는 연 수입 15억 원 이상, 순자산 200억 이상을 충족해야 발급이 가능하다. 이 카드는 한도가 없는 카드로도 유명하다. 곧바로 '내 취향 아니지 할부'라고 말하고 있다. 브랜드로부터 DM을 받고 비밀로 할인받는 셀럽의 삶은 우원재에게 찾아왔다. 그 외에도 정복적인 삶과 위용 있는 삶을 표했다.

 

08. CANADA

 

 AOMG는 지난 2018년 말 런던을 찾았고 미국에 이어 캐나다까지 투어했다. 캐나다는 20191월에 도착했고 토론토에서 공연이 열렸다. 투어가 끝나갈 때쯤 캐나다 숙소에서 우원재는 그리움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었고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중에서도 대학 시절부터 자신과 함께 음악을 해왔던 태림에게 말을 건네는 느낌이다. 우원재는 이 곡이 태림을 비롯해 자신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편지의 형식을 차용했다는 것이 시작부터 느껴진다. 'Hi, I'm in Canada'로 시작하며 하고 싶은 말들을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큰 냉장고 같다고 표현했다. 또는 너 없는 방 같다고 말한다. , 중요한 것이 없는 공허함을 느끼면서 냉장고 같은 차가움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오늘은 아주 추운 날이지만 그것들을 전적으로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도 제일 추운 날이었지만 날씨보다도 우원재의 심장이 차가웠던 것이다. 그렇기에 날씨를 느끼지 못했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너 없는 방, 물 없는 수영장, 춤 없는 술.

 

 음악이 마치 타지에서 고민하는 우원재를 그대로 표현한 듯하다. 특히 캐나다라는 색채감을 주면서 캐나다의 오로라를 보는 것 같다. 중간중간 연주를 통해 색감을 내고 643초라는 긴 시간 동안 감각적인 트랙을 완성시켰다. 그러면서 이전까지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동안 쇼미더머니 이후 붕 뜬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별이 되길 원했지만 친구들에게 소홀했다. '내 친구들아 어때, 미안해 또 미안해', '잘못했어 미안해

 

 드디어 진정으로 자신을 깨달았다. 고민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과거로부터 벗어났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은 누구였는지를 진정 알게 된 것이다. '이젠 난 알았네, 이제 나는 날 알았네

 

09. FEVER

 

 우원재에 따르면 'BLACK OUT' 트랙과 더불어 앨범의 본질을 꿰뚫는 트랙이 'FEVER'라고 한다.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확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FEVER'에 닿기까지 그는 여러 고민들을 했고 'CANADA'를 통해 깨닫게 됐다. 이제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온전하게 전할 수 있다. 'USED TO' 뮤직비디오에서도 마지막에 'FEVER'를 삽입한 것을 보면 앨범 전체를 두고 얼마나 중요한 트랙인지 알 수 있다.

 

 'fever', 열이라는 존재는 우원재를 움직이게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어지럽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열이 나는 상태를 사랑한다. 열이 나면서 우원재는 과거를 잊어간다. '이젠 널 기어코 기억 못 해'라며 예전을 잊어버리고 있다. 이어서도 까먹고 망친 뒤 다시 반성을 이어간다. 'What's your name, And what's your job'이라며 'R.I.P''JOB'에서의 고민들을 상기시키고 있다. 빽도 없이 큰 계획 없이 높은 곳으로 온 자신. 안정제가 필요했던 과거의 자신. 마치 인생의 큰 챕터들을 정리해서 접는 느낌을 주는 트랙이다.

 

 

 

 착한 사람이 행복하길 빌어, 못된 사람은 안 못되길 빌어

 

 너랑 쟤는 많이 달러, 달러랑 틀려는 달러, 그걸 알길 나는 빌어

 

 세상은 빨라, 우린 다 달려, 넘어지지 않길 빌어

 

 

 우원재의 평소 삶에 대한 태도가 잘 드러난다. 그리고 'We all got a fever'라며 열을 얻어서 움직이며 살고 머리를 비우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FEVER'라는 존재는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잔 생각들은 사라지고 머리가 비워진다. 가끔 고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잊을 필요도 있기 마련이다. 이어 '네 이름 옆에 달린 숫자는 절대 대신 못해 이름'이라며 자신 이름의 가치를 되찾았다. 다른 누군가는 돈을 써서라도 이름 옆의 숫자의 가치를 높이지만 우원재는 숫자가 아닌 이름이 가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글 / HIPHOPPLAYA EDITOR 김동현 (gunners2537@hiphopplaya.com / @kimd0nghye0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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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8-25 18:59:21

연재 비스무리하게 꾸준히 게재해주시는군요
많은걸 느끼고 배웁니다 좋아요!

WR
2020-08-26 10:06:09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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