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live Funk (얼라이브 펑크) - DI-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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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6-26 22:16:42

 

프로듀서 Alive Funk의 앨범 DI-ANA는 앨범 소개부터 이목을 끕니다.

 

쉽게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단지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당신들한테 묻고 싶다.

 

그 방법이 맞아?

 

가상 악기와 스플라이스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견해입니다. 음악은 들이는 시간이나 제작하는 방법에 따라 우열이나 옳고 그름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좋은 음악은 좋은 음악입니다. 이를 가르는 건 청자의 취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플라이스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것 역시 사실입니다. 창작에 있어서 돈으로 사는 소스를 루프 시키는 것이 전부라면 대체 비트메이커의 역할은 무엇인지, 또 이로 인해 사운드의 지나친 획일화를 걱정하는 시각이 당위성 없는 지적은 아닙니다.

 

DI-ANA는 이 지적에 기반해 모든 구성과 소스들이 Alive Funk의 연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직접 트랙 위에 연주를 얹거나 샘플을 사용했다면 그 소스를 직접 만들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PRhyme 앨범에서의 DJ Premier Adrian Younge이 연상되는 스타일입니다. Adrian Younge의 연주를 DJ Premier가 샘플로 다시 가공하는 작업을 Alive Funk 혼자서 담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DI-ANA는 루프보다 연주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납니다. 단순한 반복이라고 하기엔 많은 비트들이 밴드 세션의 사운드를 보여줍니다. 중간에 기타 프레이즈가 추가되거나 곡이 진행될수록 신시사이저 같은 악기가 추가로 쌓이는 구성을 가진 곡이 많습니다.

 

DI-ANA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타이틀 트랙의 강렬한 알앤비 퍼포먼스, ‘가죽자켓의 먹통 같은 랩, 그리고신도시의 펑크적인 접근까지 상당히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seoul’의 블루스 기타, ‘Metro’의 시티팝 영향, 그리고 마지막 곡아류의 거친 일렉트로니카 등등 프로덕션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영향이 묻어납니다.

 

프로듀서 앨범의 특성상 중점이 되는 색깔이 없을 경우 이런 다양성은 오히려 통일성을 해쳐 하나의 앨범보다는 플레이리스트 같은 곡 모음집이 됩니다. 하지만 Alive Funk는 이런 다채로운 팔레트를 적절히 조합시켜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을 구현합니다. 거의 모든 비트에 특유의 공간감을 입혀 앨범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도시적인 분위기를 형성시키며 이를 끝까지 쭉 유지합니다. ONiLL, chaboom, 그리고 QM이 참여한 ‘seoul’ Grosto가 참여한 ‘metro’가 대표적 예시입니다. 두 트랙 모두 소재가 뚜렷하고 랩 퍼포먼스도 뛰어나 굉장히 좋게 들었습니다.

 

 

언급된 두 트랙 같이 탄탄한 곡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다면 DI-ANA는 훌륭한 수작 앨범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앨범은 명백한 단점이 존재합니다. 꾸준하게 완성도 높은 비트들에 비해 참여진의 퍼포먼스가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곡마다 편차가 있어 앨범 감상에 방해가 됩니다.

 

Bona Zoe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빌드업을 보여준 ‘Dia-na’, 기타를 활용한 아름다운 비트 위에 The Deep의 고혹적인 보컬과 오도마의 인상적인 벌스를 담은 야화는 인상적인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너처럼유통기한은 늘어지는 구성과 평범한 퍼포먼스 때문에 관성을 뺏어갑니다. 특히 We Are The Night의 함병선이 참여한 유통기한은 약한 멜로디 라인으로 인해 보컬로서의 매력이 전해지지 않아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어지는 가죽자켓신도시는 뱃사공, 딥플로우, 그리고 Alive Funk 본인의 역동적인 퍼포먼스 덕에 금방 관성을 되찾습니다. 특히 신도시의 강력한 펑크 베이스와 서정적인 보컬이 의외로 잘 어우러져 독특하고 재밌는 곡이 완성됩니다. 이후 사뭇 다른 분위기의 다음 트랙 ‘seoul’로 넘어가기 전에 과감하게 스킷을 배치해 분위기를 환기시킵니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장치였습니다. 배치의 센스가 드러내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의 후반부는 롤러코스터 같았습니다. 테이크원이 참여한 수학은 평범했던 벌스와 늘어지는 비트가 만나 심심했고, 키츠요지가 참여한 ‘algo rhythm’은 반대로 강력한 비트에 래퍼가 허덕이는 인상이었습니다. 키츠요지의 경우 올해 나온 본인 정규에서 보여준 뛰어난 박자 감각과 멜로디 메이킹은 여전했지만, 여기서는 날카로운 오토튠이 신나는 곡을 소음과 같이 시끄럽게 만들어버렸습니다. , 13번 트랙 ‘Tesla’는 준수한 인스트루멘탈 트랙이지만, 빌드업에 걸맞지 않은 미적지근한 마무리가 감흥을 죽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트랙 아류는 굉장히 난잡한 전자 비트 위에 neverunderstood의 랩이 얹히는데 너무 어울리지 않아 감상이 힘들었습니다. 곡이 진행되며 바뀌는 변주는 흥미로웠지만, 랩의 플로우가 어설퍼 끝까지 듣는 게 힘들었습니다. 예술적인 고민은 다분히 느껴지지만 막상 음악이 음악의 역할을 못한 트랙입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실망스러운 트랙들만큼이나 좋은 트랙도 많았습니다. ‘I don’t know’에서는 밴드 구성 위에 Quentin 5ive, 하회, 도넛맨 세 명 모두 빠르지만 바운스감 있는 안정적인 플로우를 구사해 청량감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이불 위 di-ana’ Horim chaboom이 탄탄한 퍼포먼스로 전달하는 선정적인 가사들과 중간에 배치된 G-whistle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Ja Mezz YESEO가 참여한 ‘DNCE’는 웅장함이 느껴지는 신스 위에 각자 개성을 잘 살려 완성도 높은 곡이었습니다. 서로의 가치관을 춤에 비유해 표현하는 것 역시 꽤나 흥미로운 접근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Alive Funk DI-ANA는 많은 정성이 들어간 음악입니다. 단순한 작업보다는 높은 완성도의 음악을 구현하고자 한 야망이 보입니다. 그리고 앨범 소개의 취지에 걸맞게 질 좋은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아티스트에게 있어 특정 집단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담아내 증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DI-ANA는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걸 해낸 작품입니다. 이 앨범의 단점은 음악성이나 실력 결여보다는 제작 과정에서의 여러 선택들에서 기인합니다.

 

흠이 있지만 결국 중심이 잘 잡혀있는 좋은 앨범이고 Alive Funk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합니다.

 

 

7/10

 

Best Tracks: Dia-na, 야화, 가죽자켓, 신도시, seoul, Metro, DNCE

Worst Track: 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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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6-26 22:20:00

이번 스태프 모집을 통해 새롭게 '컨트리뷰터'로 합류하게된 myK_daytona 님의 글 입니다. 

앞으로 myK_daytona 님의 리뷰글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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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22:20:16

아래 댓글로 앨범의 한줄평과 본인의 평점(10점 만점)을 남겨주세요. 
힙플 SNS를 통해서 소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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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23:50:39

스토리텔링이 확실한 앨범. 해당 앨범의 취지를 위하여 직접연주를 다했다는 것 부터가 아티스트의 소신이 드러납니다. “그게 맞아?” 라는 강한 멘트는 가상악기나 스플라이스를 쓰는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좀 더 노력하고 연구하자” 라는 메세지를 시사하기 위한 장치적인 연출이 아닐까요?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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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6-28 14:28:00

복잡한 도시를 살아가다보니, 덩달아 복잡해지는 감정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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