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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팠던 말의 변주곡(한가위의 한복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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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10-04 23:25:00

1. Sik-K - Boycold EP

발매 : 2017.09.21.


식 케이(Sik-K)는 랩-싱잉의 흐름골격심층에 있어 레퍼런스(Reference)와 카피(Copy)의 사이 선상에 놓여있다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껄끄럽지 않은 톤을 정립한 개인 작업물로 양질의 과업을 일구었다풀어 말하자면필자는 식 케이의 톤이 참고에 해당한다고 느낀다트렌드에 정비례하는 프로덕션을 내세우고 있되곡의 분위기는 식 케이 나름의 흐름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프로듀서 보이콜드(Boycold)가 비트 주조의 책임을 지고식 케이가 곡의 분위기를 능수능란하게 진행한 본작 [BOYCOLD]를 통해필자는 더욱이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식 케이의 (음악적정체성이 뭇 청자들에게 휘둘리는 것은단지 트렌디한 플로우를 구성하는 언어적 차이에 있다애초부터 전작 [H.A.L.F]가 귓가를 떠돌기 수월한 밀도를 지니고 있었다 가정한다면본작은 물량으로는 훨씬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그렇지만 5곡짜리 EP임에도 본작은 질적으로 유연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식 케이의 랩재간은 다양한 각도에서 펼쳐지고 있지만그것이 스웨거사랑과 같은 테마 클리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화력 없이 가볍게 전하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본작의 사운드 프로덕션 역시 무겁지 않은 무드로 이루어져 있다하이어 뮤직(H1GHR)의 스웨거가 마감재로 활용되고 있지만그 역시 폭발적인 무드로 조성된 것은 아니다전체적으로 잘게 쪼갠 비트에 난잡하지 않은 멜로디로 사운드를 꾸린 보이콜드의 이같은 프로덕션은 과연 깔끔하다흠은 부러 잡겠다고 해서 포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트렌드라는 원형에 있어수용자로서의 생명력을 가장 뚜렷하게담백하게 표출하고 있는 식 케이의 경우 그 의미는 더할 것이다식 케이의 음악은가벼운 듯 깊게 들이쉴 수 있는 들숨과 같은데 본작에서도 그 들숨으로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2. 진보(Jinbo) - KRNB Part.2(Pt.1)

발매 : 2017.06.16.


이것은 달달함과 세련됨의 혼합적 변주이다. R&B 보컬 진보(Jinbo)는 기묘한 호소력으로 곡에 활기를 부여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가창자이기도 하지만장르와 스타일을 떠나 웬만한 코리안 팝(K-Pop)을 다른 색조로의 변주로 선보인 바 있는 편곡자이기도 하다본작은 이미 진보가 시도한 바 있는 [KRNB]의 2번째 시리즈 그 첫 공개판이다본작이 품고 있는 4곡은 마치 날개가 달린 시간의 굴곡같다트와이스(Twice)의 'TT',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윤수일의 아파트’, 김성재의 불후의 넘버 말하자면까지.. 원본 자체로도 독특한(혹은 톡톡 튀는무드를 품고 있는 곡들을 진보는 자유자재로 버무린다전체적으로 원본이 강렬한 데 비해본작에서 단내를 품고 재탄생한 곡의 무드는 좀 더 달큼하다타이틀 말하자면에서 크러쉬(Crush)는 에코가 삽입된 그만의 톤으로신디사이저와 건반 사이에 원곡과는 다른 풍의 둥지를 튼다보컬 콜라보로 같은 곡에 자리하고 있는 후디(Hoody) 역시 짧지만 농밀한 화음을 후반부에 얹는다그리고 원곡과의 거리에 있어 보폭을 늘인듯한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지소울(G.Soul)의 섬세한 보컬 라인에 인상이 묻어 있다아날로그의 늪을 빠르게 스치는 템포와 타격감이 강한 비트가 기조를 이루는 프로덕션 안에서 지소울은 섹슈얼한 톤을 한껏 흩뿌린다편곡 작업에도 함께 참여한 나잠 수가 보컬로도 참여한 아파트는 원곡의 갈급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느릿한 R&B 넘버로 조율하였다보코더 솔로의 급작스런 진행이 여러 의미에서 놀랍기도 했지만변주된 아파트에서도 비트의 타격감은 선명하게 귀에 끌린다. 'TT' 역시 질은 다르지만비슷한 맥락으로 무드를 달리 착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굳이 말하자면산뜻한 풋풋함과 깊은 오묘함의 차이랄까그것은 수민(SUMIN)의 섹시한 보컬 톤 덕분이기도 하다본작은 다각적인 귀끌림을 유도하는 비트 프로덕션을 위시해 신디사이저피아노 등의 악기로 아날로그와 트렌드 사이를 황홀하게 오고간다본작 자체로는 탁월하고도소박한 케이알앤비(KR&B)의 변곡점이기도 하다이같은 진행이 더 이어질 순간을 기대한다


 

3. 정기고 - Across The Universe

발매 : 2017.04.20.


음악을 생산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는음악적 과정의 집결체인 앨범으로 서서히 생성된다그렇지만 센치한 울림을 품고 있는 정기고(Junggigo)의 활동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그는 1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국내의 블랙뮤직 아티스트들의 곡에 참여해 존재감을 알렸다그 시간 동안 그의 커리어라 할 만한 것은, [BLIND], [pathfinder] 등과 같은 미니 앨범과 더불어 어느 순간 유행가가 되어버린 과 같은 싱글이 고작이었다그 모든 시기들을 돌아드디어 올해 4월 정기고의 첫 작품인 본작 [ACROSS THE UNIVERSE]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작품의 물리적 완성도를 따지자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10트랙이 약간 넘는 것도 그렇거니와그 중 2곡 이상이 싱글로 이미 추출된 바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물론 그것이 작품의 유기성을 해친 것은 아니지만그 곡들을 뺀다면 본작은 정규작에 준할 수도 없는 작품에 머물렀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럼에도정기고 본연의 심플하고도 짙은 보컬은 본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거기에 더해본작은 작품이 제목이 전하고 있는 테마에 걸맞게신비로운 감정선을 그려내는데 있어서도 큰 흠결이 존재하지 않는다본작의 제목과 동명인 타이틀 'Across The Universe'는 달콤한이지리스닝에 해당하는 팝적 매력을 담지한 BPM의 프로덕션이 돋보인다정기고 특유의 손 대면 톡하고 터질것만 같은’ 허밍도 적재적소에 자리하고 있어이 곡이 시작부터 작품의 균형을 어느 정도 잡고 있는 듯한 인상도 든다작품의 무드에 일정 부분 박차를 가하는 'Hey Bae'는 반환점 역할을 하고 있는데여기서 게스트로 참여한 팔로알토(Paloalto)의 랩이 담백하게 작용한다역시 선공개된 바 있는 'Nocturne(야상곡)'은 작품의 후반을 경유하는 매끄럽고 안정적인 이음매의 역할을 한다결국 본작은작품 자체의 얼개는 전혀 엉성하지 않으나 미리 짜둔 구도를 통해 좀 더 수월하게 나올 수 있었다는 결론에 이른다그럼에도 그 결론이 썩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본작의 아이러니이다.  

 

4. 이원진 - Lee Won Jin

발매 : 1994.01.


- 1990년대 한국의 대중음악은 같은 듯 다른 정서가 명멸하고또 범람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그건 다시 말해, 21세기를 향해 치닫던 가창의 몸부림들이 저마다의 격렬함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기도 하다거기에 치명적인 울림의 간극은 없었다단지 각자의 가창 속에서 우러나오는 차이만 존재했을 뿐.. 1997년 26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여러 의혹을 남긴 채 요절했던 가수 이원진(1971 ~ 1997)은 그 차이의 궁금증과 잠재의식을 조금만 보여준 채 떠난 이이다. 1994년 홀연히 나타나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곡으로 수려한 존재를 드러낸 뒤 돌연 미국으로 떠난 그는 타지에서 26년의 삶을 마감했다본인의 이름으로 된 본작인 1집 [이원진]은 그래서 각별하다사후 발매된 그의 두 번째 작품 [위하여!]도 그렇지만본작은 이원진의 세련된 미성으로 점철되어 있는 덕인지 필자 개인적으로 아날로그의 황혼이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해외에서의 표절 논란을 몇 차례 불러온 장본곡이기도 한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는 재야의 보컬 류금덕과의 듀엣곡이다이원진의 선명한 가성이 한 음절씩 들리는 곡이기도 한데총총한 멜로디와 널찍한 상태로 전개되는 일렉 사운드가 울림의 갈래를 퍼뜨린다막연히 엄청난 호감을 느낀다기보다는곡이 갖고 있는 록-발라드로서의 구성미에 더 깊게 놀란 경우이다얼마 되지 않는 수록곡들의 면면 역시 차분하고호소력이 짙은 이원진의 목소리로 더 숙성되어 있다인생과 현상에 대한 아포리즘이 이원진의 보컬로 새 생명을 얻은 듯한 첫 곡 독백’, 발라드의 전형성을 보컬의 특별한 무드로 껴안고 있는 내가 안아 줄거야’, 헛헛한 노랫말에 부합하지 않는 멜로디를 가진준 레게풍의 사운드로 들리기까지 하는 지우리’ .. 서글픈 의식을 자극하는 트랙들이 작품의 주를 이루고 있다물론 이것은 해당 곡들을 부른 아티스트가 이 땅에 현존하고 있지 않다는 안타까운 감정이 개입된 것일수도 있다그러나 그것을 차치하더라도본작은 충분히 서럽고 또 일렁이는 마음들로 충만하다본의 아니게 본작의 마지막 곡인 그대만의 세상에서 그가 노래했던 구절이 그의 유언으로 들리는 것은 그 익숙치 않은 서러움이 도달한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모든게 평화롭지만은 않아 하지만 그대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어

 

5. 가리온 가리온2

발매 : 2010.10.26.


대다수가 한국 힙합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지점에서부터 서 있었을 그룹 가리온을 정의할 표현을 모색해본다흔히들 가리온을 말하는 뿌리 깊은 나무’, ‘산 증인이라는 표현도 훌륭하지만필자는 뭔가 좀 더 명확한 표현을 찾고자 신선함에의 강박에 얼마간 휘둘려야 했다고심도 아닌 사유 끝에 찾아낸 표현에 따르자면 가리온은 한국 힙합의 지층이다어떠한 흔들림 속에서도 MC 메타(MC Meta)와 나찰(Naachal)은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노랫말의 범주처럼 곧은 태도를 견지했다. 2004년 가리온의 1집 [Garion]은 곧은 태도 속에 잠재된 둔탁한 향연이 양껏 펼쳐진 결과물이었다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흐르기까지 가리온은 둔탁한 향연을 펼친 최선생(J.U)의 탈퇴를 겪어야 했고또 2장의 싱글([그 날 이후], [무투])을 통해 가사적 상징성에 입각한 그들의 음악적 입지를 다졌다그리고 지금(2017)의 시각에서 볼 때는 2010년대의 초입길일 수 있을 2010.. 그 지점에서 본작 [가리온 2]는 모습을 드러냈다본작과 전작의 비교구분은 그리 중요한 항목이 아니다오히려 여러 프로듀서가 제공한 프로덕션이 본작을 이루고 있음에도작품이 각 곡의 주제를 전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선명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더 콰이엇(The Quiett), 프라이머리(Primary), DJ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 등 한국 힙합의 프로덕션을 운위할 때 간과될 수 없는 이들이 튼실하게 작품의 균형미에 일조하고 있다거기에 더해랩 피쳐링으로는 손에 꼽을만한 넋업샨(Nuck), 피 타입(P-Type), 션이슬로우(Sean2slow)가 작품의 얼개를 각자만의 방식으로 매만진다그들은 그 질감이 작품의 곡을 떼어놓았을 적엔 괴리가 될 테지만작품을 이루는 구성미를 사유할 적에는 분명한 조화가 된다는 이치(?)를 작품 속에서 증명한다가리온의 송가의 위치에 있는 타고난 붐뱁 넘버 생명수는 피아노로 인한 활기로 꽉 차 있고그 흐름을 이어 생동하는 힙합 문화에 대한정취를 설파하는 소리를 더 크게로 대변되는 작품의 후반부는 더욱 기막힌 인상으로 자리한다이같은 후반 지점이 동태적(動態的순수를 끊임없이 전하는 가운데 본작은 그리고 은하에 기도를이라는 동양적 마감재를 통해 느닷없는 득도에 이른다불교적 사운드스케이프 위로 흐르는 가리온의 랩은 갑작스럽게 추상적 하늘을 향해 승천한다그렇다면 작품의 전반부는 어떠한가? ‘약속의 장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전반부는 생이라는 굴레 아래 가리온이 깔아둔 여러 상징들로 진행된다그것은 삶의 흥망성쇠(‘산다는 게’, ‘객석’)와 파란만장(‘복마전’, ‘본전치기’)이 집약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필자는 이것이 한편으로는 다면적인 진실인 것임에도작품이 종결되는 은하의 지점과의 유기성에 있어 불분명한 역학 관계를 이룬다고 생각했다프로덕션의 이 촘촘한 능선 속에서작품은 전반적으로 일그러진 테마 때문에 주춤한다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아쉬운 것인지에 대해 청자의 입장에서 자문해본다면그렇지는 않다그것은 MC 메타가 작품 속 유일한 솔로곡(비망록과도 같은)인 '12월 16'이라는 트랙에서 전하듯 균열 속의 균열과 균형 속의 균형이 더 큰 궤적을 둔 채 공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한다순수를 이상의 상태로 착각하려는그 엉터리 유혹의 지점에서 필자는 항상 본작을 꺼내 귀 기울이곤 한다이것은 그 사실에 대한 필자 나름의 소회이다. [가리온 2]는 점묘화에 가까운 이승에서 삼라만상을 마주하는 상징으로서의 하늘에 달하는 열정의 대장정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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