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하고팠던 말의 변주곡(4주째.(연휴 전전야)
 
1
1
  473
Updated at 2017-09-27 15:08:23

 

1. 비스메이져컴퍼니(VMC) - Visty Boyz

발매 : 2017.09.08.

 

- 2013년 상반기의 끄트머리를 책임졌던 힙합 씬의 화제는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와 비스메이져(Vismajor(이하 VMC) 크루의 합동 앨범 발매였다. 특히나, 아직은 결집을 도모하는 단게에 머무르고 있었던 VMC의 컴필레이션 앨범 [Run VMC]는 투박하고 묵직한 크루 본연의 정체성은 살렸으되, 매끈한 작품성을 성취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VMC는 크루를 넘은 사업적 결정체의 모습으로 훨씬 큰 무게감을 지니는 집단으로 거듭났다. 라인업은 물갈이 없이, 그저 누군가의 역할이 좀 더 깊어지거나 늘어났을 따름이다. 그릇이 커진 묵직함을 대변하기 위해 나타난 듯한 VMC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VISTY BOYZ]는 제대로 성장한 메인 캐릭터(오디(ODEE), 넉살(Nucksal)을 위시한)들의 쉴 틈 없는 플로우로 꽉 채워져 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작품 전체의 탄탄한 유기성을 따진다면 전작의 여백을 본작이 충실히 메꾼 셈이다. 그것은 VMC에 포진된 프로듀서 라인이 든든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보컬의 음색만큼이나 홀릴만한 감각을 갖춘 벤(VEN)을 비롯해, 탁월한 비트 프로덕션을 선보이는 버기(BUGGY)TK 등이 중심이 된 본작의 프로덕션은 기조의 변화 없이 둔탁한 비트를 활용해 진행된다. 이를테면 티키타카’, 'Visty Loop'을 위시한 붐뱁의 원초성과 우미관’, ‘Limbo' 등이 시종일관 터뜨리는 트랩의 호전성이 작품 곳곳에 갖춰져 작품의 역동성이 극대화되는 식이다. 모두가 과감한 묘사와 치열한 랩핑으로 경쟁과 각축을 수놓는 와중에도 유독 돋보이는 것은, 여러 면에서 씬 내외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넉살의 뚜렷하고 유려한 플로우와, 명시된 나이에 반비례할 존재감을 뿜어내는 오디와 나름의 입지를 축적해온 우탄(Wutan)의 흡인력 있는 가사 전개이다. 그리고 그 부분과는 별개로, 전반적 비중을 놓고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참여임에도 어느덧 경력이 찬 베이비나인(Babynine(9C) 역시 기본 이상의 실력을 담아냈다. 레이블의 존재양식을 가늠하는 본작의 전투적인 랩 대전은 전작보다 훨씬 살벌하면서도 살발하다.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지 않고도, ,조연을 막론한 VMC의 보편일반적 열렬함이 본작의 프로덕션을 더욱 단단하게 엮었다. 그 과정에서 산출된 몇몇의 영광은 본작의 추가적 옵션에 불과하다.

 

2. 노엘 - ELLEONOEL

발매 : 2017.09.02.

 

- 노엘(NO:EL 장용준)은 맞춤형 랩 선발전 고등래퍼를 통해 은근히 저돌적인 랩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는 인간적인 입장에서 존중받을 수 없는 일련의 가족적 논란’(?) 때문에 단시간에 그 도전의식을 접어야만 했다. 사건의 소용돌이가 쉽게 가라앉지 않은 순간에도, 그는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하듯 랩퍼로서의 행보와 도전을 꺼려하지 않았다. 그 일환으로 출전한 쇼미더머니에서 그는 가사의 반을 절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며 다시금 랩퍼로서의 면모를 구겼다. 그러나 그가 가사를 절었던 지점에서 그의 첫 정규 앨범 [ELLEONOEL]의 가치가 확인된다고 생각한 바 있다. 그가 제대로 전하지 못한 가사가 담긴 제목미정이란 곡이 노엘의 본작에서 일종의 소소한 분기점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앨범의 성격 탓인지, 노엘은 본작에서 매우 열성적으로 랩을 늘어놓는다. 그 때문에 본작은 로꼬(LOCO)와 함께한 타이틀 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악에 받쳐있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그것을 치기 어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의 플로우는 분명 하나의 재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상을 알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본작의 전반을 수놓고 있는 탓에, 본작은 어딘가 급조되었다는 티를 느끼게 한다.('Hate Being A Rapper'로부터 이어지는 구간이 그렇다.) 그리고 더 깊은 의미에서 본작은 한편으로는 노엘 본인이 위태로운 감정선 속에서 헤매고 있는 듯 하면서도(그것이 애증이란 키워드로 풀어질 수 있는 필자의 인상이라면, 본작의 후반부에 수록된 부모라는 노래가 그 예로 적절할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말쑥한 트랩 프로덕션(보너스 트랙을 비롯해 몇 곡의 프로덕션에 참여한 프라임보이(PrimeBoi)의 감각이 돋보이는 지점)이 채워져 있어 작품의 모호성을 가중시키는 듯하다. 분명한 건, 침울한 무드가 느껴지는 전달력을 가진 노엘의 랩이 본작에서 과도한 스웩과 악에 받쳐져 있는 탓에 갈피를 못 잡았다는 것이다. 정제된 작품성을 갖춘 랩퍼 노엘로서의 도약은 앞으로도 충분한 시기에 걸쳐있다.

 

 

3. 아이유 - 꽃갈피 2

발매 : 2017.09.22.

 

- 보컬로서 아이유가 갖고 있는 장점은, 서글서글한 음색에서도 비조(悲調)를 띤 감수성이 구현된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뿐만은 아니다. 아이유의 음색에서는 여러 색채의 감각들이 흩어져 나온다. 그 장점을 세대 간의 교차로에서 더 구체적으로, 준수하게 모색한 작품이 지난 2014년 발매한 [꽃갈피] 앨범이었다. 옛 의미와 정서를 다채로운 음색으로 선보인 것은, 그 자체로 아이유 자신의 의미를 축적함과 동시에, 누군가에겐 낯선 시간적 감성의 안내서가 되었다. 두 번째 [꽃갈피 2] 역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그렇지만 본작에서는 그 감성의 밀도가 약간 어긋나는 지점이 확연히 포착된다. 타이틀 다음으로 이어지는 어젯밤 이야기는 엉성한 드럼에 아이유의 목소리가 머쓱하게 씌워져 있을 뿐, 별달리 좋은 인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원곡의 분위기에 충실하려고 했던 노력이 너무나 엉망인 프로덕션으로 허물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지점을 제외하면 아이유의 음색이 결코 원곡의 가치에 소외되지 않는다. 특별한 울림을 선사하는 타이틀 곡 사이의 양갈래길에서 비밀의 화원개여울이 본작의 빼어난 사운드스케이프를 이루고 있다. 특히나 개여울에서 아이유는 부담을 덜고, 진중한 입모양으로 시구를 전한다. 그 시구가 온전히 여울에 닿기에는 아직 미숙한 듯한 발걸음을 연상케 하는 아이유의 풋풋함이 묻어있는 것 같지만, 끝내 그 진정성마저 감화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는 매일 그대와의 포근함으로 아이유 본연의 음색적 장점을 살리며 본작은 다시금 짤막한 가을의 선율을 매듭짓는다. 약간 삐걱거리긴 하였음에도, 순수한 진정성의 자취가 지금의 꽃갈피에도 스며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4. 차붐 - Sour

발매 : 2017.07.21.

 

- 진창의 원색적 묘사와, 날 것 그대로의 지역적(안산) 감수성을 탁월하게 녹여내는 랩퍼가 이 나라의 씬에서 차붐(Chaboom)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싶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습한 환락의 거리에 뜬 별 한 조각 역시 차붐에게는 묘사의 대상물이 될 것 같고, 개발독재의 정권을 거쳐 이루어낸 경제적 열락 속에서(그것이 비록 표피적인 측면이라 해도) 차붐은 그와 같은 자본주의의 오만방자한 기적을 냉소적 진실로써 표현한다. 물론 거기에 진술의 장본인이 피력하는 욕구 역시 거세된 적은 없다. 차붐은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자면, 동일한 가치를 어그러진 맥락 속에서 파헤치는 이야기꾼으로 비춰진다. 이미 주지하였듯, 진창의 감성을 풀어내는 이같은 차붐의 랩 경향은 올해 7월 발매된 10곡짜리 EP [Sour]에도 반영되어 있다. 순수로이 여전한 형식으로만 따진다면, 더블 타이틀 리빠똥안산 블루스가 그것의 산물들일 테지만, 또 다른 더블 타이틀 에쿠스는 거기서 더 뜬 감각을 연출한다. 이른바 한국적 비즈니스 간지로 명명할 수 있을 네 명의 사장들의 위엄이, 마진초이(Margin Choi)가 촘촘이 쪼개놓은 프로덕션 위를 끼고 돈다. 영원회귀적인 중독성을 낚아챈 훅(Hook)은 물론이고, 딥플로우(Deepflow)의 목소리가 뒤집어 쓴 오토튠의 신박함까지, ‘에쿠스는 미각으로 묘사되는 본작의 작품성에 시큼한 감칠맛을 더한다. 작품이 신 맛을 지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본작은 원색적 묘사와 한국적 스웩을 거쳐, 급기야 뒤를 잇는 트랙들의 애잔하고 텁텁한 밀도로 문학적 정체성을 성립하기에 이른다. 생을 이루는 고통을 목격하고 체험한 바 있는 차붐의 지독히 현실적인 운율들은 거개가 매우 쓰다.(그런 의미에서, ‘소주가 달아의 아이러니함은 본작의 중점이다.)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부모의 존재 앞에서 그저 순수한 삶의 안위만을 바라고 또 바라는 인간 차종혁의 마음이 구슬프게 드러나 있는 몇 밤 더 자고가의 울림 역시 그런 쓴 맛의 동일선상에 있다. 본작은 여러 맛들이 대략 네 개의 구간으로 나뉘어진 미각의 지대에서 버무려지는 매력을 담지하고 있다. ‘로얄제리, 보너스 트랙 장미등의 후반부에서 열렬하게 느껴지는 단 맛을 생각함에, 끝내 본작은 미각의 최대치를 원초적인 차붐의 이야기 속에 담아낸 셈이다. 핍진한 감성과 꽤 흘러넘치는 듯한 물질성이 본작에서 동침하고 있는 작품의 역설적 면모가 본작의 탁월성을 받치는 지점이 아닐까.

NO
Comments
아직까지 남겨진 코멘트가 없습니다. 1님의 글에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