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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그니토(Ignito), “인간들이 이 땅 위에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역사를 다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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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6-21 19:42:21

 

HIPHOPPLAYA (이하 힙) : 안녕하세요 이그니토씨,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그니토 (이하 I) : 아 네, 영광입니다.

 

힙 :  먼저 인터뷰를 보시게 될 팬 분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드려요.

 

I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정규 앨범으로 11년 만, 그냥 앨범으로는 6년 만에 돌아온 이그니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힙 : 5월 4일에 정규 2집 [Gaia]가 발매되었어요. 말씀하신대로 무려 11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입니다. 작년에 헝거노마(Hunger Noma)와 함께 한 싱글을 발표하고, 중간 중간 피처링 작업도 하셨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I : 말씀하신대로 중간에 싱글 작업이나 피처링 작업, 그리고 간간히 공연, 대학원 생활도 있었고요. 학교 출강하면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도 있었고, 제일 중요하게 했던 건 역시 2집 작업이었죠. 앨범 작업 계속하면서 지냈습니다.

 

 

힙 : 대학원을 지금 다니고 계신 건가요?

 

I : 다녔다가 지금은 안 다니고 있어요.

 

힙 : 대학 출강은 어떤 강의를 하시는 건가요?

 

I : 요새 랩 가르치고 있어요. 예술전문학교 같은데서 힙합전공들도 개설되면서 학생들도 꽤 많이 들어오고, 거기서 본의 아니게 랩을 가르치고 있죠.

 

힙 : 이번 앨범은 세상을 떠나게 되신 컨트릭스(Kontrix)님이 전곡을 프로듀싱하셨는데요, 언제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어떤 과정 속에서 나오게 된 앨범인지 작업기를 부탁드릴게요.

 

I : 좀 얘기가 긴데요, 제가 [Black] 앨범을 발매하고 2집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식의 주제로 이야기를 할지는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있었는데, 비트 부분이 전혀 해결이 안돼서 곡을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녀서 몇 개도 받고 그랬어요. 근데 마음에 들거나 앨범의 방향성을 전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비트들을 못 받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때 데모 메일이 왔어요. ‘저는 신인 비트메이커 누구고,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하드코어 힙합을 정말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서 이그니토님께 메일을 보냅니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런 식의 메일이 종종 오는데, 사실 대부분은 들어보면 수준 미달일 때가 많고 비트들이 영 쓰기 그러면 거의 답장을 안 하거든요. 그때도 반신반의하면서 들어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데모곡들을 듣자마자 제 2집을 어떻게 해야 될지가 착착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짜고짜 제가 정규 2집을 만드는데 무조건 전곡을 다 맡아달라고 얘기를 했어요. 신인 비트메이커 입장에서 제 정규 앨범을 총괄한다는 것에 대해 컨트릭스 본인도 좋게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같이 작업을 하게 됐죠. 그때 메일에 포함되어있던 데모곡들이랑,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추가로 곡 작업을 해서 곡을 완성한 게 2012년까지였어요. 그때 이미 지금 앨범에 수록된 10곡이 다 정해졌고, 거기에 주제를 정해서 앨범 작업을 시작했죠.

 

힙 : 작업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컨트릭스님이 세상을 떠나게 되시면서, 작업 방향에 변화과정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I : 변한 건 전혀 없어요, 어려운 부분들은 있었죠. 제가 비트를 다 받아놨다고 해도 그 자체로 편곡이나 완성이 된 게 아니라, 제가 랩을 해서 녹음을 하면 편곡을 하고 구성을 수정하고 그렇게 진행됐어야 되는데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은 그냥 루프(loop) 위주로 컨트릭스가 보내놨던 구성 그대로 수록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편곡이나 세션, 다른 악기를 추가하는 것들을 배제하고 무조건 컨트릭스가 남겨놓은 대로 하려고 했죠. 연기된 건 있었어요. 2015년쯤에 제가 앨범을 스퍼트를 내서 마무리하려고 하던 와중에 갑자기 그렇게 되면서, 15년이랑 16년 초까지 작업을 못했죠. 그 곡들을 완성하려고 작업에 임하기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다시 들을 때마다 컨트릭스가 생각나니까 작업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가 2016년 중순이 지나고서야 정신을 가다듬고 작업을 해서 이제야 발표를 하게 됐죠. 곡 수습하는 과정도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힘들었어요. 처음엔 곡 수습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어요. 컨트릭스가 형제도 없고 부모님하고만 살고 있었는데, 부모님들은 일단 컴퓨터를 잘 다루시지 못하시잖아요. 그래서 어머님과 연락을 해서 제가 가서 컴퓨터를 키고 내용물을 뒤져서 수습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전문프로듀서가 아니니까 프로그램 다루는 것에 대해 좀 부족했어요. 그때 도와준 친구가 싸이코반(psycoban)이에요. 싸이코반이 다른 이유는 아무 것도 없이 단지 제가 벅와일즈(Buckwilds)로 같은 크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인은 생전 친분도 없는 컨트릭스의 집에 저랑 같이 가서 프로그램적인 일을 다 해줬어요. 프로그램 내에서 곡 작업 파일이 많이 유실되어있었거든요. 샘플도 경로가 다 실종되어있고, 베이스도 가상악기가 사라져있고, 제가 했으면 절대 못했을 일들인데 그 흔적들을 보고 그대로 다 복원을 해줬어요. 그래서 정말 너무 고맙고, 싸이코반한테는 그 은혜를 앞으로도 계속 갚아야죠.

 

힙 : 죄송하지만 혹시 컨트릭스님이 어떤 일로..

 

I : 저도 어머님께 자세히는 못 여쭤봤는데, 정말 그냥 아침에 쓰러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심근경색, 흔히 얘기하는 심장마비 그런 걸로 알고 있어요.

 

힙 : 곡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을 찾아뵙는 것도 굉장히 곤혹스러우셨겠어요. 생전에 컨트릭스님은 어떤 분이었나요?

 

I : 제가 지금도 미안하고 아쉬운 부분이 인간적인 유대를 많이 쌓지 못했어요. 2011년에 알게 돼서 몇 년 동안은 존댓말을 하고 지냈고, 작업적으로 사무적으로 지냈어요. 그 당시에는 네이트온, 그 뒤로는 카카오톡으로 주로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실제로 얼굴을 본 건 총 3번 정도 돼요. 그 친구 자체가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는 미술을 전공했다고 알고 있고, 미술이나 고전문학이나 다른 음악에 대한 조예가 굉장히 깊었어요. 문학작품이나 음악을 저한테 가끔 추천해줄 때도 있었고, 그 친구만의 세계가 있었어요. 특히나 힙합 중에서도 미국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 힙합에 대한 굉장한 애착과 조예가 있어서, 그런 장르를 하고 싶다고 했었고. 컨트릭스 어머님이 자기가 가요계에 아는 분이 있는데 소개해줄 테니까 작업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도 하셨대요, 그런데 컨트릭스는 ‘아니다, 나는 이 사람들이랑 더 해보고 결정할거다.’라고 했다고 해요. 이 친구가 나이가 적지 않거든요. 저보다 2살 어린데 서른이 넘는 나이에도 계속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는 점에서 본받을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던 친구, 더 보여줄 게 많았던 친구인데 너무 아쉬웠어요. 바이탈리티(Vitality)에 소속된 뒤로도 크루 모임에 한 번도 안 나와서, 크루 친구들 중에서도 컨트릭스를 생전에 못보고 장례식장 가서 보게 된 친구들도 있어요. 그러다 말을 놓고 ‘컨트릭스야’, ‘이그니토 형’ 하고 지낸지 얼마 안됐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서, 제가 적극적으로 해줬어야 될 부분이 많은데 죄책감이 항상 뒤따라요.

 

 

힙 : 이번 앨범 [Gaia]가 이그니토씨의 2집이면서, 컨트릭스님의 유작이기도 해서 책임감도 다른 때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I : 그렇죠, 싸이코반의 도움으로 곡을 수습한 이후에도 쉽사리 손이 안 가서 작업을 오랫동안 못했어요. 그러면서도 항상 컨트릭스 어머님께 죄송했죠, 빨리 아들의 작업물이 나오는 걸 당연히 기다리실 테고. 제가 늦어지는 부분에 대한 책임감과 컨트릭스 개인에 대한 죄책감이 컸어요. 기본적으로 곡을 받은 게 2012년인데 몇 년간 작업을 끌다가 그렇게 된 거니까. 컨트릭스는 제가 앨범 곡에 랩을 녹음한 걸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제가 개인적인 나태함으로 랩을 완성시키고 녹음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거죠. 컨트릭스도 그 사이사이에 본인 작업물들을 냈지만, 얘가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던 건 이그니토 2집이었기 때문에.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제가 빨리빨리 하지 못해서 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평생 가져가야될 죄책감인 것 같아요.

 

힙 : 컨트릭스님의 남겨진 미발표곡이 있다면, 이번 앨범 이후로도 다른 비트에 랩을 얹어 곡을 발표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I : 제가 수습해온 것 자체는 이 앨범 수록곡 10곡만 가져왔어요. 더 이상 하드를 뒤져볼 여력이 없었는데, 어머님 말씀으로는 곡들이 더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그래서 하드를 복사해놓으셨다고 해요. 지금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 곡들을 되살리는 과정이나 방법 자체가 고통이잖아요. 제가 음악생활 자체에 여유가 있어진다면 언젠가는 크루와 함께 컨트릭스의 미발표곡들을 확인해보고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힙 : 비트가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수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믹싱, 마스터링 등 앨범 작업 후반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I : 곡들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특별한 구성적 아웃트로(outro)가 있는 곡이 거의 없어요. 갑자기 딱 끝나거나 페이드아웃(fade out)이 되거나, 곡 중간에도 메인 루프인 벌스랑 훅을 제외하고나 변주 같은 게 거의 없고요. 보컬을 씌우면서 서로 합의하고 편곡을 했어야하는 과정인데, 그런 걸 전혀 못했죠. 그래도 제 관점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곡을 마무리하는데 가장 핵심이었던 건 컨트릭스의 흔적에서 아무 것도 추가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힙 : 이 앨범의 완성도를 채우기보다는 경의의 의미로 그렇게 하신 건가요?

 

I : 완성도라는 게 쌓고 추가한다고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이 상황에서는 컨트릭스의 흔적과 자취를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게 진정한 완성도라고 생각해요. 

 

 

힙 : 현재 소속사가 없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회사가 없이 앨범을 만들어서 발매하기까지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I : 이게 항상 저한테 힘든 문제에요. 소속사가 없는 채로 활동한지 오래 됐잖아요. 자잘한 일을 하는 것도 물론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이긴 한데, 제일 슬픈 거는 뮤지션으로서의 자존감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대하고 만날 때가 아티스트가 아니라 사업자가 되는 느낌이 있어요. 제가 가사에서는 막 되게 모든 걸 통달하고 있고 높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서술을 하잖아요. 근데 실질적인 업무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항상 굽혀야 되고, ‘내가 씬에서 이 정도 위치구나, 나의 경제적 가치는 이거구나.’라는 걸 다른 사람들의 발언과 눈빛을 통해 계속 확인하게 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내 돈으로 투자를 하고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작업을 해야 되는 것에 있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할 때 스스로 작아져요. 사람들에게 굽신굽신해야 되는 게 아티스트가 제일 힘든 거거든요. 회사가 있으면 회사가 그걸 대신 해주잖아요.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로서의 간지나 신비감을 지키고 차릴 수 있는데, 저는 제가 직접 만나서 바보 모드로 잘 모르는 척, ‘안녕하세요, 전 잘 몰라서.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이래야 되니까.

 

힙 : 아티스트로서는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계속 하시는 거네요.

 

I : 그렇죠, 감정노동뿐만 아니고 스스로의 가치도 계속 깎아먹는 느낌이 있어요. 사실 대외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제가 바보인 척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물론 그런 것들을 음악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되지만. 저만의 피해의식일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느끼기에 나의 음악까지도 우습게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죠.

 

힙 : 반대로 '이그니토 음악'하면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그 이미지랑 실제 성격이랑 싱크로율이 어떠세요?

 

I : 그건 사실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작업할 때는 내가 만들어내는 작품으로써만 대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하고, 나이가 들수록 일상에서는 심각하거나 진지한 얘기를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는 저도 마치 제 작품에 스스로 매몰돼서 같이 심각해지고 어두워지고 그렇게 살았거든요. 근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지금은 일상에서는 최대한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려고 해요. 평소에는 쓸데없는 말도 많이 하고 농담도 많이 하고, 공연 때도 보시면 알겠지만 일부러 쓸데없는 소리 중간중간 하고요. 나라는 사람까지도 무겁고 암울하게 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좀 더 편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SNS 방송도 일부러 더 하고요.

 

힙 : 힘든 과정을 거쳐서 11년 만에 정규 2집을 발매한 뒤의 소감은 어떠세요?

 

I :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걸린 거고, 안 좋은 일까지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엄청 큰 짐이었어요. 그래서 쉴 때도 항상 쉬는 게 아니었어요. 뭘 해도 항상 마음속이 불편하고, 어디 여행도 마음대로 못가고. 근데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완전히 끝난 건 아니고, 이 앨범을 이제 더 알리고 잊혀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남아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평소에 안하던 이런 저런 일도 하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힙 : 본격적으로 앨범 얘기를 시작해볼게요, 앨범명 [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만물의 어머니’에요. 앨범명에 담고 싶으셨던 의미는 무엇인가요?

 

I :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구를 가이아라고 하죠. 천문학적 관점인 행성으로서의 지구가 아니고, 우리가 실제로 딛고 살아가는 땅. 우리가 태어난 땅, 우리가 죽게 될 땅, 그 위의 모든 사람들, 생명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생명과 소멸이 이루어지는 터전인 지구. 사실 근데 우주적으로 생각하면 지구도 참 허망하죠. 엄청난 공간에서 계속 부유하는 별일뿐인데, 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근데 거기까지 생각하지 말고, 일단은 제가 있는 곳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힙 : 1번 트랙 ‘GENESIS’는 ‘기원’이라는 뜻인데요. 이 곡의 가사는 세상의 시작과 종말, 탄생과 소멸을 담고 있어요. 앨범 전체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인데요, 이 곡에 담고자한 의미를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I : 제가 우리가 사는 땅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결론은 땅이 문제가 아니고 그 위에 있는 생명체, 좀 더 좁히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생명체라고 이야기는 했는데 사실 동식물과 곤충에 대해선 다루지 못했어요. (웃음) 동식물과 곤충에 대해서는 거의 못 다뤘고 인간들이 이 땅 위에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그 역사를 다루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걸 압축한 제목이 GENESIS, 창세기잖아요. 근데 시작부터 멸망해요. 시작부터 멸망까지가 1번 트랙에 담겨 있잖아요. 인간사에서 문명의 발전들은 좀 압축하고, 그 문명으로 인해서 타락하고 소멸된 이후 시점부터 앨범이 전개되거든요. 아이러니한 제목으로 거기까지가 창세기라고 해놓은 거죠. 완전한 멸망은 아니고 멸망 직전까지, 망해가는 상태에서 앨범 곡들이 다 이어져요.

 

힙 : 멸망부터 시작돼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창세기라고 표현하신 건가요?

 

I : 그렇습니다, 멸망이라고 하기보다는 문명이 발달하고 서로의 욕심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점에 도달한 순간을 얘기한 거죠. 또 크게 보면 말씀하신대로 앨범 전체를 압축한, 시작부터 종말까지의 얘기를 한 거라고도 볼 수 있겠죠.

 

힙 : 2번 트랙 ‘불모지대’는 일탈과 배니싯뱅(Banishit Bang)이 참여했어요. 두 분과 함께 1번 트랙에 이어 세상의 종말을 더 상세하게 서술해놓은 것처럼 느껴져요. ‘아무 것도 자랄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린 세상에 대한 일종의 묵시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파괴’라는 키워드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해요. 이 곡에 대해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I : 이 곡은 말 그대로 1번에서 이어지는 트랙이에요. 1번에서 뭔가 잘못돼서 안 좋은 상황을 맞이했고 그 상황이 불모지대로 이어지는 건데, 인간들이 세기말이 되면서 두려워했던 것들이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이런 것들이 있었죠. 90년대 말에 제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그런 것에 대한 작품이나 상상들, 일종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어 아마겟돈이나 그런 것들이 세기말에 유행을 했죠. 그 이미지를 담고 싶었어요. 폐허가 된 땅에서 한탄하고 슬퍼하는 이야기를 읊조리는 걸 저와 일탈과 배니싯뱅 세 명이 다른 관점으로 풀어냈죠. 인류의 과오에 대한 자조를 넋두리로 풀어내는 곡이고, 이런 가사에서 그 둘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힙 : 이 트랙에서는 오랜만에 바이탈리티 소속인 일탈과 배니싯뱅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어요. 두 분 다 현재 따로 음악 생활은 하고 계시지 않은 걸로 아는데, 두 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I : 일탈은 미국에서 작년인가 재작년에 박사과정을 마쳤고, 박사 후 연구원 포닥(Post Doctor)이라고 하죠. 그 과정을 미국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고, 미국에서 살지 한국에서 살지를 지금 못 정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대학교의 교수나 연구원으로 취업을 한국 쪽에 알아보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계속 연구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거나 할 것 같아요. 일탈은 그래도 자기의 음악에 대해 꾸준한 욕심이 있어요. 개인의 2집을 만들기 위해 자기가 프로듀서들도 컨택하고 있는 걸로 알고, 끝까지 음악은 놓지 않으려고 해요. 예전부터 말로만 해왔었는데 일탈과 저의 가장 큰 목표는 듀엣 앨범을 언젠가 내는 거거든요. 일탈은 아무래도 간간히라도 본인 작업물을 보여줄 것 같고, 배니싯뱅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원래는 미국에서 3D 그래픽을 석사까지 공부하고 왔거든요. 그걸로 게임회사에 들어갔는데 정작 들어갔더니 영어를 잘해서 해외 마케팅 부서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본인이 게임 개발에 대한 의욕을 놓지 않아서, 게임 개발을 하나 해서 스팀(Steam)에 등록된 게임도 있어요. 인디게임인데 'Pay To Win'이라는 어드벤쳐 게임이에요. ‘free to play, pay to win’이라는 게임계를 비판하는 말이 있어요. 캐릭터의 성장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과금을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게임은 공짜로 하되 이기려면 돈을 내라는 건데. 그걸 비판하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고 하더라고요. 게임 자체가 영어로만 돼있는 게임이거든요. 한국에 팔려고 한 게임은 아니고 게임 업계의 생태를 비꼬면서 외국에 팔려고 한 게임인 것 같은데. 저도 그 게임 동영상을 봤는데 보니까 별로 해보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웃음)

 

힙 : 일탈은 전공이 뭔가요?

 

I : 전자공학입니다.

 

힙 : 지금 보니 바이탈리티 멤버들이 다 엘리트, 재원들이네요.

 

I : 아카슬립(Akaslip) 형도 그랬고요, 대즈뎁스(Dazdepth)도 지금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다행인 건 그 당시에 마찬가지로 하드코어 힙합을 좋아했고. 처음에 시작된 건 동아리들끼리 교류에서 발생한 거거든요. 저랑 대즈뎁스는 인하대학교 힙합동아리였고, 일탈은 서울대학교 힙합동아리였고, 아카슬립 형은 연세대학교였는데 이상하게 홍익대 힙합동아리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동아리들끼리 교류가 있다가 되게 잘한다 싶어서 제가 친한 척한 게 일탈이었고, 동아리 모임에서 잘하는 분들이랑 친해지고 얘기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슬펐던 이유가 그러다보니까 음악보다 다른 길로 가게 돼서, 원래 처음 뭉쳤던 건 ‘다른 길로 가더라도 돈을 직업으로 벌 수 있으니까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 우리 스타일의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겠다’라고 해서 뭉친 거거든요.

 

힙 : 집중이 안됐었나요?

 

I : 집중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살면서 랩을 거의 안 접하고 사는 것 같아요. 요즘처럼 힙합이 대세인 시대인데도, 랩이랑 전혀 무관하게 그냥 진짜 아저씨들이 되는 거죠. 우리 크루 본인들도 다 인정하는 게, ‘직장을 갖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유지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구나.’라는 걸 저는 이 바이탈리티 실험을 통해서 깨달았죠. (웃음) 실패한 실험이에요, 불가능한 도전이고. 여러분도 혹시 투잡을 하면서 ‘난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을 거야, 난 열정이 있어서 얼마든지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다 우리 멤버들이 했던 얘기입니다. 절대 안돼요.

 

힙 : 이그니토씨는 전선에 직접 나와 계시는 상황인데 동료들한테 일갈을 가하거나 푸시를 하거나 그런 거는 없으세요?

 

I : 초반엔 했죠.

 

힙 : 지금은 받아들이시는 거에요?

 

I : 지금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거의 회생불가라고 생각을 해요. 그 사람들이 다시 음악을 시작하더라도. 예를 들면 스포츠선수가 운동을 몇 년 쉬다가 다시 현역에 복귀한다는 건 힘든 일이잖아요.

 

힙 : 동아리, 소모임 같은 느낌이 된 건가요?

 

I : 그렇다기보다는 이제 저를 지지해주는 외부인들이라고 생각해요. 일탈 같은 경우는 계속 하고 있지만, 다른 멤버들은 저를 도와주는 외부인들. 하지만 배니싯뱅 같은 경우는 제가 너무 좋아하고 아깝게 생각하는 친구라서, 제 앨범에 간간히 피처링으로 가사적인 참여를 해줘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힙 : 그럼 바이탈리티는 현재 해체 아닌 해체가 된 상황인 건가요?

 

I : 사실 우리끼리 얘기를 하면서 2013년에 해체를 했어요. 그때가 제가 [Black] 내고 여포 2집 내고 그런 상황이었는데, 여포 2집의 실패로.. (웃음) 농담이고 그 다음에 멤버들을 불러 모으는 것도 너무 힘들고 크루 활동이 불가능하다보니까, 저는 음악을 계속 해야 되는데 오히려 크루가 희망고문의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깔끔하게 털고 가자고 합의를 했고 멤버들도 동의를 했어요. 근데 저희가 막 활동을 하고 있던 크루가 아니라서 그냥 말뿐인 선언이었고 실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거에요. 그러던 와중에 저랑 작업하고 있던 컨트릭스가 무료 EP를 냈거든요. EP를 낼 때는 크루 이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바이탈리티에서 내주시면 어떠겠어요?”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때 그러면 이름은 남아있으니까 바이탈리티 이름으로 앨범을 내자고 하면서 그 이름이 계속 연명되고 있어요. 그 뒤로 헝거노마가 EP를 만들어와서 저한테 들려주더라고요. 그럼 기왕이면 바이탈리티 이름으로 내면 어떠냐고 제가 제안해서 또 그렇게 내고. 그러다보니 크루 활동은 없는데 오히려 멤버가 불어난 거에요. 그렇게 개인 앨범들을 낼 때 어떤 표식처럼 이름은 남겨주는 정도로 하다가, 갑자기 심심해서 아카슬립 형을 불러서 마치 우리 크루 살아있다는 듯이 ‘V2'라는 싱글을 단체곡처럼 냈어요. 그렇게 근근히 연명을 하고 있네요. 이번에 또 제 앨범 나왔고, 헝거노마도 정규 1집을 낼 거고. 음악에 전념하고 있는 멤버는 저랑 헝거노마 정도만 있어요.

 

 

힙 : 다시 앨범 얘기를 해보면, 3번 트랙 ‘Metal Rising’ 역시 2번 트랙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불모지대 위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배자와 그에 따른 전쟁에 대해 서술하고 계신 듯해요. 마지막의 ‘세상에 뿌리를 내린 땅의 새로운 주인’이라는 가사가 주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I : 이 트랙도 세기말 감성이 담긴 트랙이거든요. 어떤 전쟁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는데 힌트는 다 넣어놨어요. 은빛의 살갗, 정보망 하면 연상되지 않나요? 영화나 소설에 나온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건데, 제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는 로봇전쟁이에요. 우리가 만든 노예들, 로봇은 노예잖아요. 우리의 일을 대신해주기 위해 만든 건데, 그들에게 인류가 쳐발리는 그런 내용이죠. 그런 힌트를 보고 확인하실 수 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이미지가 그려지셨을 테고, 그렇지 않아도 듣는 분 입장에서 어떤 전쟁이 일어나서 땅의 주인이 뒤바뀌는 역전이 일어나는 그림을 이해하실 수 있으니까. 너무 대놓고 ‘이거 로봇전쟁이야, 터미네이터야’ 이러면 좀 유치해보이잖아요. 그래서 은유적으로 숨겨놨어요. 그 빈 공간을 잘 채워주시는 게 청자 분들이 곡에 개입하는 이유인 것 같고요. 재밌으려고 만들어본 노래에요.

 

힙 : 3번 트랙에는 하드코어 밴드 13STEPS의 보컬 김동경(DOKYO13)이 참여해서, 강렬한 곡 분위기에 완벽히 녹아들었어요. 섭외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I : 예전부터 이런 걸 해보고 싶었어요. Necro 곡 중에 ‘Push It To The Limit’이라고 메탈코어 밴드인 Hatebreed의 보컬 Jamey Jasta가 참여한 곡이 있거든요. 거기서 래퍼가 랩을 하고 후렴에서는 하드코어 보컬이 샤우트하는 창법으로 하는데, 그게 너무 멋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죠. 13스텝스는 한국 하드코어의 독보적인 전설같은 그룹이거든요. 근데 김동경 형도 힙합을 되게 좋아하고 제 음악을 좋아하고 그래서 완성되었네요. GMC레코드라고 락 씬에서 하드코어 전문 레이블이 있어요. 그 레이블이랑 빅딜이랑 예전에 공동공연을 주최한 적이 있어요. 그때 교류를 하게 되고 친해지면서 서로 연락 주고받다가 이번에 앨범에서 이런 곡을 하기 위해서, 이 상징적인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동경이 형을 꼭 참여시키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됐죠.

 

힙 : 평소의 음악 취향이 힙합 말고 다른 장르도 하드코어한 거 위주로 들으시나요?

 

I :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제 작업할 때 외에는 마음을 식힐 수 있는 음악을 많이 들으려고 합니다.

 

힙 : 최근에 관심 있는 음악 장르는 뭔가요?

 

I : 요즘 노래들을 잘 안 듣고, 최근에는 예전에 활동하신 예민이라는 가수 분의 노래들. 그런 동요같고 마음이 씻어지는 그런 것들. 그 분은 진짜 멋있는 게 본인이 직접 가수활동 같은 걸 다 접고 분교를 돌면서 아이들 앞에서 공연하고 그걸 순수하게 즐기시잖아요. 그래서 그런 모습도 음악인으로서 존경받을 만하고, 마음을 좀 치유하면서 듣고 있습니다. (웃음) 아마 다들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거에요.

 

힙 : 헝거노마가 참여한 4번 트랙 ‘SUN’ 역시 이전 트랙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허울뿐인 진보, 반복되는 독재와 권력의 시민 개조라는 단어들로 이해될 수 있을 듯해요, 결국 과거의 재현과도 같은 ‘이름만 다른 독재’에 대해 이야기하신 게 맞나요?

 

I : 그렇죠. 이게 앨범 전체적으로 인류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 욕망이 커서 다루게 됐는데, 태양은 우리가 항상 바라보고 지구가 존재하는 건 태양의 영향 아래 있는 거잖아요.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을 태양이라는 말로 비유를 한 건데,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한 번도 지배자가 없이 살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완전 원시시대 그럴 때 말고는 지배자가 등장해서 부족을 이루고 국가를 이루고 국가연합체를 이루고, 언제나 그 우두머리와 수장은 있잖아요. 그 사람이 누가 됐던 간에 자리는 영원히 유지된다는 거죠. 그 자리 자체가 독재자라는 거에요, 누가 돼도 시스템 안에 있는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대통령이 바뀌면 영향도 크고 정책도 달라지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그 자리 자체는 변함없이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죠. 독재자라는 게 사람이 아니라 영원한 자리를 말하는 거죠. 사람들이 태양은 낮, 밝음, 긍정적이라고, 달은 밤, 어두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걸 오히려 역으로 배치해본 거죠. 태양은 부정적인 지배자고, 달은 지배 영향 아래에 있지만 그 안에서 광기로써 인류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숨은 영웅들, 그 독보적인 빛남.

 

힙 : 헝거노마와는 작년에 싱글 ‘Oracle’을 발표하셨는데, 앞으로도 합작물들을 더 기대해 봐도 될까요?

 

I : 당장 합작물 계획보다는 헝거노마 정규 작업물이 우선이 될 거에요. 거기에서 제가 참여할 게 있으면 하겠죠.

 

 

힙 : 제이통(J-Tong)이 참여한 5번 트랙 ‘MOON’은 앞 트랙에 나온 독재자의 지배에 굴복하지 않는 광인을 표현한 곡이에요. 달로 인해 정신이상을 일으킨다는 뜻에서 유래된 영어 단어 'lunatic'이 떠오르는데요. 어떤 모티브로 이 곡을 만들게 되신 건가요?

 

I : 인류사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끈 사람들은 당대에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었죠. 갈릴레이, 고흐, 니체, 아인슈타인 이런 사람들의 독보적인 번뜩임들이 우리를 큰 변화로 이끌었고, 그 광인의 존재가 인류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 시대에는 그들이 배척받을 수도 있고, 히틀러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거죠. 독보적인 총명함과 재능들이 어떤 식으로든 발현이 돼서 우리한테 영향을 주고, 보통 사람들이랑 다른 돌연변이들이 항상 존재해왔고 필요하다는 얘기에요. 밤과 어둠을 상징하는 MOON이라고 표현한 건 앞의 SUN이랑 대비되는 배치죠. 광인의 탄생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누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광인’하면 흔히 일차원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그 친구를 바로 섭외했죠. (웃음) 마침 같은 크루 내에 있었고, 제이통이랑은 한 번 꼭 작업해보고 싶었어요. 재밌는 게 될 것 같아서 오랫동안 기대했던 작업이에요.

 

힙 : 제이통이 본인의 트랙인 ‘갈’, 지코씨의 ‘날’, 던밀스씨의 ‘쌀’에 이어 달(MOON)에 참여했다고, 라임이 맞는 곡명에만 참여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I : 사실 약간 의도했어요. 처음에 제목을 아예 달로 할까 하다가, 영어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SUN이랑도 대비시키면서 MOON으로 하게 됐는데. 다행히도 이걸 눈치 채고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앞으로도 랄 발 살 뭐 이런 거 할지도 모르죠, 이건 제이통 의견은 아니었고 제가 섭외하면서 달로 하는 건 어떻겠냐고 했더니 괜찮아하더라고요. MOON은 그런 재미의 요소가 살짝은 포함되어있는 제목입니다.

 

힙 : 2014년엔 크루 벅와일즈의 일원이 되셨어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기에 의외의 조합인데요. 화나는 똘배와의 다트 게임에서 져서 크루에 들어가게 되었다는데, 이그니토씨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신 건가요?

 

I : 저는 그런 건 없었어요. 제이통이 개인적으로 함께 하자고 얘기를 했고, 딱히 다른 크루원들의 동의과정을 거쳐서 들어간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벅와일즈 크루나 다른 외부 사람들한테도 ‘내가 벅와일즈다’라고 말하기 약간 부끄러운 게 있어요. 물론 나를 받아줘서 고맙죠. 이 시기가 2014년이었는데 제게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였어요. 비공식적으로 바이탈리티도 해체했었고, 삼단도 탈퇴한 뒤였고요. 그러다보니까 개인적으로 방황하고 혼자 고립된 것 같았는데 이런 제안을 고맙게 해줘서, 젊고 프레쉬한 크루의 느낌이 있잖아요. 이 친구들에게 내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히 좋다고 합류를 하게 됐고, 크루의 성향 자체가 통일성을 추구하는 크루가 아니라, 각자가 그냥 알아서 색깔대로 음악을 하는 크루잖아요. 그래서 제가 들어간다고 해서 변해야하는 부분도 전혀 없고,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죠. 이미 같은 크루였던 화나나 다른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훨씬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합류를 결정했죠.

 

힙 : 제이통과 그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거네요?

 

I : 네, 그 전에 조금씩 알면서 제이통 2집에도 제가 참여를 할 뻔했다가 못했어요. 그 뒤로 제이통이 나중에 크루하자고 먼저 얘기를 해줬고.

 

힙 : 6번 트랙 ‘FLOWER’에서는 비정상적인 구조와 체계에 맞서 홀로 자신의 길을 가는 예술가를 조용히 피고 지는 꽃으로 나타내셨어요. 이 트랙은 이그니토씨 자기 자신을 비유한 걸로 보이는데요. 맞나요?

 

I : 네 맞습니다. 제가 일반적으로 다른 곡들에서는 제 개인을 거의 드러내지 않거든요. 일부러 그렇게 하는 편이고, 그런 방법을 정착시키고 싶어서요. 힙합이라는 건 일단 자기 개인을 드러내는데 굉장히 집중하는 장르잖아요. 그 어떤 장르보다도 창작자이자 발화자인 본인을 드러내는데 초점이 맞춰져있고, 청자들도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보고 싶어서 듣는 장르가 힙합이잖아요. 저는 그걸 비틀어보고 싶어서, 저 자신은 실제의 존재를 숨기고 다른 관찰자의 시점으로 화자가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해왔어요. 근데 이 노래에서 만큼은 제가 비교적 드러나는 편이에요. 1집을 말하자면 ‘Life’같은 노래가 있는데, 그것도 자세히 들어보면 고통이나 고독감은 드러나더라도 저 개인이 드러나지는 않아요. 근데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음악인이라는 구체적 표현은 안 나오더라도, 예술가로서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고 뭉뚱그려서 표현을 하거든요. 이 노래는 제가 음악을 하면서 가졌던 창작자로서의 외로움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저의 입장과 감정을 비교적 많이 담은 노래죠.

 

힙 : 구체적인 시기로 나누자면, [The Anecdote]와 [양화] 이후로, 눈에 띄게 한국힙합에서 래퍼들이 실체적인 자기서사를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런 욕구나 창작의지가 들지는 않으세요?

 

I :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고, 부정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게 진짜 힙합의 원동력이고 랩 음악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 또한 그런 부분에 큰 관심을 가지니까요. 그런데 가끔 보면 개인사가 지나치게 넘쳐난다는 생각을 좀 해요. 개인사의 공해라고 해야 될까요. 그 개인사들이 뜯어보면 다 비슷해요. 특출난 개인사는 거의 없죠. 비슷한 성장시기와 비슷한 경제사정, 우리나라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에야 거의 다 서민이니까요. 근데 그 서사들이 반복되니까 듣는데 피곤함은 있어요. 근데 저는 그 훨씬 이전부터 그런 부분을 일부러 피하려고 해서. 힙합도 문학이나 영화 같은 다른 서사물들처럼 작가의 작품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림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질문하신대로 저도 제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들이 조금씩은 있어요. 폄하하려는 건 아닌데, 어떻게 보면 그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훨씬 용이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집중시키는데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근데 아직은 아니고, 좀 더 나이가 들고 성숙해진 뒤에 삶을 더 멋있게 돌아볼 수 있을 때 그때 하고 싶어요.

 

힙 : 그렇다면 현재의 한국 힙합씬을 바라보는 이그니토씨의 시선은 어떤가요?

 

I : 어떻게 보면 나태한 모습일 수도 있는데, 요즘 세대들의 활동과 음악에 대해서 최근에는 최대한 일부러 안 보려고 하고있어요. 제 정서를 보존하고자 피하는 것도 있죠. 이게 나쁜 뜻이 아니고, 저의 색깔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한 것도 있어요. 아무래도 듣다보면 자꾸 영향이 올 수밖에 없잖아요. ‘이 사람들은 요즘 이런 음악들을 하고 있는데, 나는 이런 음악을 한다’라고 또 다시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나를 외부의 시선에서 보게 되니까. 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대강 어떤지만 이해하려고 하고 있어요.


힙 :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무언가’에 참여한 벌스는 이그니토의 가사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실체적인 가사였어요. 콕콕 정말 잘 짚어낸 가사였는데, 무언가 가사를 보면 힙합씬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곱게 보지는 않다는 걸 짐작할 수도 있는데요.

 

I : 네, 중요한 얘기네요. 제가 실체적인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제 음악이 아닌 피처링이나 다른 곡에선 종종 했거든요. [Black]에서 하기도 했고, 그래서 제 정규 앨범으로 치지 않는 거고, 그걸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제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생각하는 건데, ‘씬이 이래서 안 좋아, 이건 부정적이라서 나는 그런 거 안 할 거야, 너희는 잘못 됐어’ 이런 말을 작품으로 하는 거 자체를 저는 좋아하지 않아요. 장르 내적인 비판을 작품에서 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봐요. 저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걸 노출하는 게, 어떻게 보면 자신의 위치를 어느 정도 확보하려는 하나의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걸 최대한 피하고 싶은 입장이긴 해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올바르고 의미있는 주제를 담은 작품으로 보여줘야 씬을 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부정적으로 봐도 씬은 돌아가고, 그건 현실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세대들의 방식인 거고, 그걸 얘기하는 순간 제가 꼰대가 되는 거죠.

 

 

힙 : ‘무언가’의 벌스는 디테일한 오퍼에 의해 나온 건가요? 아니면 뭔가가 확 터진 시점이었나요?

 

I : 디테일한 오퍼가 있었던 건 아니고, 씬을 바라보는 관점을 얘기하자고 했었죠. 저는 이런 소재를 다뤄야할 때는 주로 비판을 씬 내부를 향해 하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비판이 외부 미디어나, 리스너 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리스너 욕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해요. 항상 래퍼들을 향해 써요. 그 래퍼들의 행테 자체가 결국 잘못된 거라고 언제나 얘기를 해왔거든요. 미디어적인 부분도 결국 우리가 만든 거고, 리스너들의 가벼움도 다 우리가 만든 거 아니냐, 이런식으로 비판을 하려고 해서, 무언가를 보면 헉피씨나 저나 메타 형님이 겨누고 있는 대상이 다 살짝씩 달라요. 그게 아마 포인트인 것 같아요.

 

힙 : 6번, 10번 트랙에 보컬로 참여한 신(SIENE)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데요, 어떤 분이시고 어떻게 섭외하게 되신 건가요?

 

I : 신 형도 안지가 꽤 오래된 분이에요, 신이라고 이름을 말하면 아무도 모르는데, 왜냐면 이름을 바꾸고 처음한 작업이 저랑 한 작업이거든요. 원래는 썬로우라는 예명으로 한국 펑크씬에서 알 사람들은 다 아는, 더스트라이커스(The Strikers)라는 밴드를 오래하셨던 분이에요. 한국에서 스케이트 펑크를 최초로 하신 한국 펑크 1.5세대, 펑크락씬의 굉장한 선배에요. 이제는 이름을 신으로 바꾸고 개인 솔로로 음악성향을 달리해서 활동하실 거에요. 얼마 전에 싱글도 하나 나왔어요. 이제 EP도 바로 나올 거고, 저도 참여했어요. 원래는 기타를 굉장히 잘 치시는 분인데, 제가 보컬에서 흑인음악적인 요소를 내고 싶지 않았어요. 일반적으로 힙합 트랙의 보컬들은 알앤비 보컬들이 많이 참여하잖아요. 근데 저는 오히려 밴드하시는 분의 느낌을 받고 싶어서, 이 형님한테 부탁을 하게 됐죠. 워낙 베테랑이고 잘하시니까 충분히 잘 해주실 거라고 믿고. 저도 의아했는데 사람들이 처음에는 여자 보컬이라고 오해를 많이 했더라고요. 저는 남성 보컬의 가느다란 음성이라고 들어야 더 곡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힙 : 7번 트랙 ‘MARIA’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성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되었고, 어머니와의 분리로 인한 결핍을 해소하고자 우리는 새로운 이성을 원하며, 그 결합으로 인해 다시 생명을 잉태한다는 순환에 대해 노래하고 계세요. ‘MARIA’와 앨범명인 [Gaia]가 의미적으로 유사하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I : 원래 이 곡의 가제가 'Gaia'였어요. 이 곡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앨범 전체 주제를 압축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척추죠.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남성 위주의 가사인데, 제가 남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창작자고 화자니까. 남성에게 여성은 어머니, 그 다음 아내로 이어지는 거죠. 사랑의 대상에게서 자신의 근원을 찾는 거고, 결혼과 연애라는 게 본인의 결핍으로 충족을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우리가 땅으로 떨어져 나왔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려한다는 것으로 가이아라고, 어머니와 여성을 대지에 비유한 거죠. 언덕, 구름 이런 것들로 약간은 섹슈얼한 은유가 들어있는 그런 곡입니다. 그런 부분 못 느끼셨나요?

 

힙 : 느꼈죠.

 

I : 이 정도 은유는 거의 대부분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너무 노골적이었나 싶어서, 난 누가 이렇게 알아보면 ‘아 너무 쉬웠나’ (웃음) 이런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런 남성 화자로서의 근원 찾기에 대한 곡이었습니다.

 

힙 : 8번 트랙 ‘Dear Jane Letter’는 앞 트랙과 이어지는 사랑과 이별, 그에 따른 슬픔에 대한 내용이에요. 많은 리스너들이 기대하던 '이그니토식 사랑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앨범의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의외의 곡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 : 설명을 듣고 나면, ‘아 그래서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거에요. 표면적인 이야기는 이별이잖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하면 사별이고. 근데 단순히 그런 얘기는 아니었고, 간단히 말하면 절대적인 존재를 잃어버린 그 상실감이거든요. 절대적으로 자신을 존재케하는 존재를 잃어버린,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을 잃어버린 인간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인류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그랬잖아요. 근대가 되면서 인간은 신을 잃어버리죠. 아직도 이슬람이나 인도같이 종교문화권 안에 있는 나라는 신 안에서 태어나고 신 안에서 죽지만, 현대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물론 신을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류가 현대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신에서 분리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니체의 ‘신은 죽었다’ 선언이 그런 맥락인데, 신을 잃어버리고 신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그럼 우리는 어디서 온 거지? 어디로 가지?’라는 의문들을 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허허벌판에 남겨진 듯한 감정을 갖게 되고, 개인과 주체에 대해 더 많을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이야기한 겁니다. 은유적으로 이야기했는데, 그 부분은 굳이 제 설명이 없으면 그렇게 해석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보여요. 이건 곡 들으시기 전에 꼭 해설을 먼저 하려고 했던 곡이에요. 신을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얘기고, 신을 마치 사랑하는 대상이었던 것처럼 여성으로 표현했죠. 그건 제가 남성화자이기 때문입니다.

 

힙 : 곡의 여성을 ‘Jane’이라는 인물로 설정한 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I : 그렇게 설정한 게 아니라 컨트릭스가 이 곡 비트를 보내줄 때 ‘Dear Jane Letter’라고 가제를 달아서 그렇게 보내줬거든요. 그 제목 그대로에요, 컨트릭스가 붙여준 가제 그대로 쓴 게 ‘불모지대’랑, ‘EVIL MARCH’ 그리고 이 곡입니다. 거기서 착안을 해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맞추어 넣었고, 사실 이 표현은 영어권에서 쓰이는 표현이에요. 여성에게 이별을 고하는 편지를 ‘Dear Jane Letter’, 남성에게 이별을 고하는 편지를 ‘Dear John Letter’라고 한다고 해요. 

 

힙 : 한국의 남자로서 결혼에 대해서는 현재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획하시나요?

 

I : 전혀 없습니다. (웃음) 너무 허무한가. 아니 뭐 배제하는 게 아니고, ‘안 할 거다’ 이게 아니고 뭐 언제가 된다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계획이 없습니다. 왜죠? 누구 뭐 좋은 분 계신가요? (웃음)

 

 

힙 : 워낙 비유가 많은 가사를 쓰시니까, 듣는 입장에 따라 어쩌면 앨범을 관통하는 서사 자체가 음악세계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해요, 앨범 내의 ‘세상’은 한국음악계 또는 힙합씬이 아닐까. 그 정도까지 생각하는 건 확대해석일까요?

 

I : 저는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절대로 음악이나 힙합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그렇게 안하기 위해서 이런 가사들을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음악씬에 대해 얘기하는 건 물론 래퍼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거죠. 자기가 몸담고 있는 현실이고 세계니까, 근데 밖에서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힙합씬이 어떻게 되던 안 되던 그게 인류와 인간에게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힙합씬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해 저는 환멸을 느껴서, 오히려 다른 얘기들을 창작자로서 세계를 창조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리스너들이 도리어 길들여져있는 것 같아요. 어떤 노래를 듣던 간에 래퍼들은 다 힙합씬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닌 얘기조차도 ‘이거 래퍼들 돌려 까고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해버리는 것 같아서 그런 게 아닌가하는 슬픈 생각도 들어요. 옛날에 제 1집을 듣고도 ‘이건 거대한 힙합씬에 대한 은유인가?’하는 얘기를 듣고, 저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11년 후에도 여전히 똑같은 얘기들이 있더라고요.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힙 : 같은 크루 화나가 참여한 9번 트랙 ‘EVIL MARCH’는 첨단과학 아래 윤리가 경시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인류의 종말이 다가올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결국 문명은 발달했지만, 사회의 문제점은 고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인데요. 곡에 대해 추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I : ‘Dear Jane Letter’에서 ‘EVIL MARCH’ 넘어가는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곡의 흐름들이 잘 가다가, 사랑과 이별에서 갑자기 악마의 행진이 나오니까 단절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아까 제가 한 해설이랑 곁들이면 신이 없는 것을 인간들이 자각하고 믿게 된 건 이성과 주체거든요. 그 전의 진리는 신과 교리와 계명들이었고 다시 신으로 돌아가는 게 진리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진리를 찾아야 돼서 과학이나 의학이나 기술에 인간들이 절대적 가치를 두잖아요. 지금은 거의 과학맹신주의사회잖아요. 과학이 신의 자리를 대체했죠. 합리성 효율성에 근거를 둔 모든 움직임이나 개발, 전진을 다 용인한다는 거죠. 이성중심주의가 무시하고 가는 것들을 못 보고, 과학적 진리를 찾는 맹목적인 전진 자체를 악마의 행진이라고 얘기를 한 거죠. 과학을 무조건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러한 시각을 랩으로 한 번 풀어보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 해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이전 트랙과 연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힙 : 화나와는 딥플로우의 작두 Remix 버전인 ‘Good판’에도 함께 참여하셨잖아요. 화나와는 언제부터 가깝게 지내신 건가요?

 

I : 지금도 안 가까운 것 같은데.. (웃음) 누구랑 가깝냐고 질문 받는 게 제가 가깝다고 그러면 그 당사자 입장에서 황당할까봐 그런 말을 잘 못하겠어요. 화나 입장에서는 또 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사적으로 막 연락하고 지내진 않는데, 사람들이 화나랑 저랑 세트로 묶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화나는 싫어할텐데. (웃음) 작두 리믹스 전에는 화나랑 작업한 게 딥플로우의 불가항력 하나밖에 없었어요. 정작 저희가 실제로 작업한 적은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한 계통으로 많이 분류하더라고요.

 

힙 : ‘무언가’의 영향이 아닐까요? ‘무언가’를 관통하는 애티튜드와 화나의 애티튜드가 묘한 일치감이 있으니까?

 

I : 근데 ‘무언가’도 2014년이니까 최근에 나온 건데, 그 전부터 뭔가 계속 묶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화나는 공통된 부분도 분명히 있고요. 화나도 아주 깊은 고찰로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고 가사를 잘 쓰는 친구이기 때문에 저랑 맞닿는 부분이 많이 있고, 작업하면 재밌는 것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좋은 친구에요. 크루도 좀 겹쳤죠, 삼단 때 같이 있었고 벅와일즈도 그렇고, 그렇습니다.

 

힙 : 가사를 쓰는 작법이 두 분 다 너무 확고하게 정해져있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묶어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 : 사실 옛날에 솔컴, 빅딜 시절에도 저랑 화나를 비슷하게 묶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 헤어스타일도 비슷했었고 그래서 그때부터 인연이 있지 않나.


힙 : 10번 트랙 ‘RAIN’은 모든 것의 종말 이후, 세상을 씻기는 비가 내리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셨어요. 그리고 그 세상의 끝이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고 해석되기도 해요, 곡에 담고자한 메시지가 무엇인가요?

 

I :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지는 않고요 그냥 끝납니다. 종말을 얘기한 거에요. 이 앨범의 주된 주제는 소멸이에요. 저한테는 제일 중요한 문제고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현실이고, 저는 우리가 소멸하고 사라지는 것 외의 진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곡에서 다 소멸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 곡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소멸의 종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브릿지에서 시야가 최초로 지구 밖으로 잠깐 나가요. 제 상상 속에서 제가 소멸되면 이 지구를 잠깐 떠나면서, 마치 유체이탈처럼 지구를 잠깐 바라보는 그런 표현이 나오고 끝납니다.

 

힙 : 앨범의 구조적 측면에서, 10번 트랙이 다시 1번 트랙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I : 그건 빈칸인 것 같아요. 우리는 무한한 빈칸 속에서 찰나도 안 되는 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빈칸을 우리는 전혀 모르죠. 언제 다시 되돌아올 수 있을지, 되돌아오기는 하는 건지. 근데 그건 다시 되돌렸을 때 1번이라고 듣는 분들이 그 빈칸을 채워주신 것 같아요. 제가 이 앨범에서 소멸에 대해서는 얘기하지만 순환에 대해서 얘기한 적은 없거든요. 순환은 제가 모르는 부분이에요, 빈칸이죠. 그 거대한 빈칸을 청자 분들이 들으실 때 다시 1번으로 순환시킬 수 있다고 여기신다면, 제가 의도한 바는 전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석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요.

 

힙 : 지금까지의 앨범 해석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나, 리스너들이 더 신경 쓰고 들어주었으면 하는 부분, 이 앨범을 들으며 느꼈으면 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I : 제가 이런 가사를 쓰면서 저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거든요. ‘저런 가사를 썼다, 특이한 거 남들이 모르는 거 썼다’라는 걸로만 그치지 않고, 이런 주제를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나만큼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자부심이 있고, 제가 단지 캐릭터나 특이함으로만 치부되는 건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한 문장 한 문장도 허투루 쓴 부분이 없기 때문에, 한번 뜯어서 들어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깊게 들어봐주실수록 제가 노력하고 신경 쓴 부분이 더 많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얼마나 세부적으로 구성해냈는가를 한번 들여다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려고 하지 마시고, 한번 깊게 참여하고 개입해서 이 앨범의 가사들과 문장들을 체험해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힙 : 이그니토의 귀환에 대한 호평이 있는 반면에, 일반적인 리스너들의 수준에 비해서 가사가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는 피드백도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 : 이 얘기는 항상 있었습니다. 저 [Demolish] 낼 때부터 레버넌스, 바이탈리티, 그 뒤로 제가 작품을 낼 때마다 항상 있었어요. 너무 당연하게 저도 예상하는 피드백이기 때문에 이제 저도 그러려니 해요. 제가 작법을 달리해서 청자들의 이해를 위해 더 쉬운 가사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게 저의 아이덴티티이고 제가 쌓아올린 성과이자 공든 탑이라고 생각해요. 그 자체를 좀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끔 보면 깎아내리려는 분들도 계세요. ‘지도 잘 모르면서 저런 말 한다, 저거 잘 뜯어봐봤자 아무 내용도 알맹이도 없는 헛소리다, 잘 아는 게 없으니까 허황되게 둘러말하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간혹 있는데 그런 건 혼나야 되는 소리고. 그렇게 하는 것보다 좀 더 깊이 저의 의도들을 뜯어봐주시면 재밌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깊은 은유까지 안 들으셔도 표면적으로 이야기줄기만 따라가도 무슨 얘긴지 들으실 수 있게끔 썼거든요. 은유나 상징은 나중 얘기고, 가사를 다 따라와 주시면 내용이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힙 : 철학과를 졸업해서, 대학원까지 다니셨는데, 이러한 학력이 가사 세계에 영향을 준 편인가요?

 

I : 아무래도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좀 더 고민을 깊게 하고, 내가 한 생각에서 한 발자국씩 더 들어가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당연히 저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런 제가 쓴 가사니까 당연히 영향을 받았게죠.

 

힙 : 앨범의 수록곡들이 다 제 자식 같으시겠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곡이 있나요?

 

I : 만족도라기보다는 애착이 가장 가는 곡이라면 ‘FLOWER’가 있어요. 컨트릭스 비트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곡을 무조건 타이틀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제가 하고 싶은 개인적인 얘기를 담아서 신 형 보컬까지 아주 잘돼서, 애착은 ‘FLOWER’가 제일 높아요.

 

힙 : 이번 앨범 발매 이후 어떤 방식의 활동들을 하고 싶으신가요? 


I : 제가 어두운 음악을 하지만 활동 범위 자체는 구속 받고 싶지 않거든요. 제 음악적 색깔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서 저를 따로 분류해놓고 빼놓는 느낌을 항상 받아요. 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저는 항상 특이한 캐릭터로 보기 때문에 저는 한 번도 합당한 평가나 존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제 음악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는 제 영역을 좀 넓히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오히려 제가 표시를 안 하고 가만히 있을수록 사람들은 저를 그냥 한쪽 구석 동굴 안에 쳐박아두고, 쟤는 저기 있는 상태로 혼자 만족할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에 대한 부당한 평가를 깨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걸 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다른 캐릭터나 가사적 요소들을 다 빼고 래퍼로서도 절대 어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것 말고도 충분히 잘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음악이나 활동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까,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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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 : 이그니토씨의 이번 음악 역시 하드코어하기 때문에, 대중의 입장에선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 인터뷰에서 ‘Army Of The Pharaoh’ 등의 예를 들며,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 힙합과 같은 음악을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걸 아쉬워하셨어요. 또 하드코어 힙합을 한국에 정착시키고, 미국처럼 이에 대한 팬덤도 형성되길 바라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으세요?

 

I : 실패했죠, 뭐 없습니다. (웃음) 보시면 아시다시피 저와 헝거노마 외에는 없죠. 가끔 관심을 보이고 이런 걸 하고 싶어 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어요. 메일을 보내거나 제자들 중에 그런 친구들이 있는데, 결국에는 다들 본격적으로 음악활동하게 될 때는 조금 변하는 것 같아요. 저도 새로 음악하는 친구들한테 이런 걸 바라고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을 해요. 본인들도 본인들이 살 수 있는 걸 찾아가는 게 맞는 거고, 그래서 하드코어 힙합의 정착이라는 대의명분적인 큰 목표보다는 이제 저는 제 음악을 하면서, 그런 요소들을 녹여서 보여주고 싶죠. 이런 걸 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는데, 제가 그래야한다고 말할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그 사람들 인생은 누가 책임져줍니까.

 

힙 : 음악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꾸준히 SNS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을 하고 계세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I : 사실 제일 큰 이유는 제가 심심해서 했거든요. 심심하고 외로울 때, 그래서 주로 주말 밤에 많이 해요. (웃음) 주말 밤에 더 쓸쓸하잖아요, 그래서 했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씩 켜서 쓸데없는 얘기들 많이 하고, 진지한 얘기하시는 분 있으면 제가 화내요. 들어와서 ‘누구랑 작업하실 계획인가요, 친한 래퍼 누구 있나요, 앨범 주제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이런 질문들 하면 제가 대답 안 해줘요. 왜냐면 가볍고 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저도 인간적인 면을 좀 더 보여드리려고 하는 거니까.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기 시작하면 그냥 그 방송 분위기가 내내 어두워지고 심각해지더라고요. 마치 지금처럼. (웃음) 농담이나 이런 게 끼어들 틈이 전혀 없어져버려서, 그런 질문은 이걸 보시는 분은 웬만하면 자제해주세요.

 

힙 : SNS 라이브에서 나이가 들면 트로트를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혹시 힙합 말고도 다른 장르도 직접적인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I : 그냥 막연한 꿈이에요. 제가 생각해본 결과 노래를 못해서 접어야 될 것 같긴 한데. 왜냐면 나이가 들수록 세고 공격적인음악보다는 좀 더 내면에 집중하고 슬픔이나 고독함을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트로트가 사람들이 뽕짝처럼 신나고 우스꽝스러운 음악으로만 여기는데, 굉장히 설움과 한이 담겨있는 음악이었거든요. 옛날 50년대 한국 전쟁 후 음악들 들어보면 엄청 슬픈 것들이 많아요. 가족과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정서들이 다 담겨있거든요. 그런 노래들을 듣다가, 나도 나중에 저렇게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에 대한 노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제가 50대 이후가 돼서 언젠가 마음이 맞는 작곡가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힙 : 인터뷰가 막바지인데요, 앞으로 가시화된 공연계획이나 활동계획이 있으신가요?

 

I :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하나도 못 짜놨어요. 앨범과 연계해서 앨범을 더 알릴 수 있는 라이브를 하고 싶은 게 계획이에요. 올해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구상 중이에요. 지금까지는 사실 앨범을 낸 후의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만한 게 하나도 없네요. 구상하고 있습니다.

 

힙 : 마지막으로 팬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릴게요.

 

I : 많은 팬 분들이 한국힙합을 비판하실 때 획일화되어가고 개성이 없어진다고, 주제가 단순해지고 깊이가 얕아진다는 비판을 많이 하시잖아요. 근데 오히려 그 정반대의 음악이 나왔을 때의 서포트는 굉장히 적은 것 같아요. 그것들을 비판하심과 더불어 그렇지 않은 음악들에 대한 서포트를 좀 더 해주시고, 본인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그런 음악들이 계속 뿌리를 박고 살아갈 수 있게끔 응원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굉장히 똑같은 것들이 계속 나올 때는 그것들의 안일함에 대해 비판하다가, 그렇지 않고 본인들의 취향이 아닌 음악이 나왔을 때는 오히려 왜 요즘과 맞지 않는 음악이냐고 비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순되잖아요. 그렇지 않은 음악들에 대한, 예를 들어 제 앨범 같은 음악들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네요. 힘들어요. (웃음) 감사합니다.

 

이그니토

 | https://www.instagram.com/…

 

인터뷰

 | https://www.instagr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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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2017-06-21 18:36:35

많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 -
이그니토도 힙풀도 화이팅 -

2017-06-21 23:58:11

정말 공감가네요. 왜 우린 여태껏 획일화된 음악은 잘도 비판하면서 정작 획일화를 탈피한 독보적인 음악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걸까요. 이그니토뿐만 아닌 외국의 제디 마인드 트릭스같은 하드코어힙합의 팬으로써 참 안타까운것같습니다.

2017-06-25 23:40:23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넘길 게 없었습니다. 요즘 이런 앨범이 나오면 정말 감사하단 말 밖엔. 

2017-07-22 17:50:33

너무 재밋게읽었습니다
최근 들은 앨범중 가장 재밋게 들엇기에....
직장인 크루 바이탈리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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