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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Ugly Junction, 몇 안 남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를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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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6-25 19:55:34

 (사진제공: Heigraphy)

 

 5월 26일 어글리정션 리뉴얼 기념 오픈파티가 열렸다. 흔히 힙합 공연하면 떠오르는 곳은 홍대, 합정이겠지만, 어글리정션은 광흥창역 주택 단지 어느 지하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한 어글리정션이지만, 관객이 입장하고 집들이 파티가 시작됐을 때 어글리정션이 어떤 공간인지 느낄 수 있었다. 래퍼든 아니든 같은 공간에서 서로 대화하며 자신의 작업물을 주고받는 풍경이 어글리정션 말고 또 어디 있을까? Mingling 파티가 끝나고 공연이 시작됐을 때는 공연장이 꽉 차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였다. 게스트로 온 Dino.T, FANA, Huckleberry P는 그러한 관심에 부응하기라도 한 듯, 모두 최선을 다한 공연을 보여줬다. 공연이 끝나고 에프터 파티에서는 관객들 중 공연하고 싶은 사람들이 무대로 올라와, 화나와 다이노티와 함께 무대를 멋있게 꾸몄다. 힙합플레이야에서는 이번 공연을 촬영하여 어글리정션의 ‘멋’을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어글리정션에 대한 기획기사를 작성하였다. 그럼 이제 영상과 기획기사를 만나보자.

 

 

 

 

          

 

‘재미를 벌어. 그 재미를 털어, 다시 내기를 걸어. 내일을 열어. TUJ People What up. 이렇게 힘을 얻어.’

(FANA - 유배지에서 中)

 

  어글리정션은 사실 힙합 팬들에게 어색한 공간이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는 뮤지션’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주체는 보통 뮤지션 개개인이거나 크루 혹은 레이블과 같은 집단이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 역시 매우 박수 받을 일이고, 스윙스, Jay Park 등 그 역할을 매우 훌륭히 수행한 뮤지션들도 있다. 하지만 그 주체가 개인이나 레이블로 한정되면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한계를 갖는다. 한 개인이나 단체가 감당할 수 있는 뮤지션의 수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어글리정션은 ‘발아’와 같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연을 통해, 신인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하다. 점점 신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에서 어글리정션은 신인들에게 거의 유일한 기회의 장이 되어왔다.

 

  앞서 어글리정션이 신인들에게 꾸준한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하다고 표현했지만, 그 공간이 운영되는 측면에서는 매우 불안정한 구조이다. 2012년 ‘어글리정션’이라는 공연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2015년 광흥창에 어글리정션이라는 공연장이 설립된 이후 그 공간을 유지하는 것은 ‘화나’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물론 어글리정션에서 많은 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아티스트도 만나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라인업이 신인 혹은 무명의 아티스트로 채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페스티벌식 공연 틈 사이에서 어글리정션의 티켓파워는 약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적자’라는 짐은 화나가 떠안아야 했다. 2016년 봄부터 어글리정션은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적자와 빚으로 점철된 1년을 보냈다. 2017년 화나의 3집 ‘FANACONDA' 발매와 어글리정션의 운영이 병행될 수 없다는 판단에 사실 올해 3월에 어글리정션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진제공: Heigraphy)

 

'지금 이런 바보 천치들이 이레 많아. 웃긴 건 나도 그 바보라서 이해가 가.'

(FANA - POWER 中)

  

  사실 한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업가 입장에서 화나의 선택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 여기서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상투적이지만 ‘자본’의 증식이다. 자본이란 쉽게 말해서 ‘돈이 돈을 낳을 때’ 이를 자본이라고 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사업에 투자된 돈이 자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흔히 그 것을 실패했다고 일컫는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어글리정션을 통해 얻는 총수입이 총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1년 넘게 빚을 떠안으며 공연장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실패’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적어도 힙합팬들에 한해서는 어글리정션에 대한 가치평가를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힙합이라는 것이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문화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물론 힙합이라는 문화를 단 몇 줄로 정의하기도 힘들고, 한국 힙합 문화 안에서 일반적으로 중시되는 가치가 시간에 따라 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항상 상징처럼 중시되는 가치는 ‘독립성’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래퍼들이 독립성을 가져야할 대상은 상업화이기도 했고, ‘쇼미더머니’이기도 했다. 요즘은 특정한 대상으로 부터의 독립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이용할 건 이용하되 자신의 음악에 대한 확실한 독립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흐름의 옳고 그름을 떠나, ‘힙합이라면’, ‘래퍼라면’ 시스템 같은 것으로부터 독립적이기를 요구 받았고, 그러한 스탠스를 취하는게 일종의 미덕이 되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푸샤티가 드레이크를 디스할 때 드레이크가 얽힌 회사 관계를 비꼴 수 있었고, 기성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힙합 팬과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는 빈지노가 많은 사람들의 탑5에 항상 꼽힐 수 있었다. 또한 ‘came from the bottom', 'rap money'와 같은 클리셰적인 표현들이 ’멋‘으로 치환될 수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봤을 때, 힙합이라는 문화에서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은 ‘합리성/ 현실성’과 같은 시스템 내 일반적인 가치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해도, 자신의 가치 혹은 이상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에 열광하고 이를 ‘성공’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이는 한 래퍼가 음원사이트 1위를 했다고 해서 힙합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고, 한 래퍼가 기존 음원 유통시장 시스템에 대항하여 자신의 앨범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자 많은 힙합 팬들이 이에 대한 리스펙을 보냈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화나의 어글리정션을 돈이 자본으로서 기능을 했을 때 ‘성공’이라고 칭하는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소수 위주로 돌아가는 페스티벌 식 공연과 대학 축제에서 벗어나, 언더그라운드의 다양한 뮤지션들에게 설 자리를 제공해주는 그의 행보는 철저히 자본에 독립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화나의 어글리정션은 실패로 치부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많은 뮤지션과 리스너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제공: Heigraphy)

  

‘가격대에 맞춰 예술을 차별 대우해. 양 쪽에 죄 가로세워 나열해대’

(FANA - 가족계획 中)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한 사업이 유지되려면 비용보다 수입이 높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지속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어글리정션은 바로 그 문제에 직면했었고, 이는 단순히 리스펙 같은 피드백으로 해결될 수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글리정션은 'UGLY by The Ugly Junction (Under Ground Lives in You)'으로 개편되었다. 기존에 화나가 홀로 운영하는 구조에서, 총 네 팀 ‘Move the Crowd', 'A.Tino', 'BlackMusic X B&M', ’천재미소녀‘가 공간쉐어링을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자세한 내용은 어글리정션의 홍보담당 천재미소녀의 블로그를 참고하자.http://blog.naver.com/sunny98989/221000642986) 물론 화나 혼자서 운영하는 것에 비해 네 팀이 운영하는 것이 부담도 적고 지속성도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힙합팬들의 꾸준한 관심과 어글리정션 방문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최근 많은 재능 있는 신인들이 등장하여 들을 것도 볼 것도 많다. 그렇기에 아직 무명이고 증명되지 않은 뮤지션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안 떨어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슈퍼루키로 등장한 많은 뮤지션들이 발판삼아 올라갈 수 있었던 어글리정션에 서포트를 보내야할 때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Heigraphy)

 

기사 | 임도현 (HIPHOPPLAYA.COM)
촬영팀 | Filot Club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ilotclub/

                            사운드클라우드 https://soundcloud.com/ziorpark

사진 | Heigraphy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eidiijin/

UGLY by The Ugly Junction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UGLYxTUJ/?fref=ts

FANA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euglygob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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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6-12 17:11:19

이런글이 힙플에도 올라오네; 오랫만에 좋은기사 읽었네요 

2017-06-13 01:27:34

멋져요

2017-06-19 16:49:28

 아 저기에 웬 큰 카메라 들고 인터뷰하는거 보이던데 이기사였군요

2017-08-15 06:23:19

어글리정션이 실소유주가 화나인 줄 알았는데 임대였군요. 본인 땅도 있으면서 왜 계속 빚 이야기를 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였다니 저의 짧은 생각이 부끄럽습니다. POWER 속 화나의 후렴이 오버랩 되면서 울컥하게 되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우리화나하고싶은거다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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