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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니토 Gaia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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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5-18 23:17:13

 

 

평소에 이그니토와는 다른 느낌의 외로움을 쓰는 사람입니다. 분명 본인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느낌을 완벽히 서술할 수 없다는걸 압니다.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100명의 시선이 있다면 100개의 해석이 됩니다. 전 이 해석이 가장 근접하다 생각하지만, 다른 분들에겐 전혀 딴소리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원곡자인 이그니토 본인도 저의 글에 동감을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가 여태껏 살아오며 느낀 저의 감정과, 경험하며 굳어진 저의 시야를 이그니토의 음악에 마주대어 해석하고 받아드린 글입니다. 그 점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같은 예술을 보고 다른 해석을 서로 내놓고, 의견이 충돌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남겨주십시오. 여러 의견이 있으면 있을수록 예술은 더 흥미로워지고 그로써 완성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힙합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장르의 음악도 많이 듣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그니토의 스킬적인 면이라던가에 대해선 전혀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느낀점만 말하자면 언제 들어도 참 깔끔하고 가사 전달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 <Gaia> 라는 앨범이 마일드비츠의 2<Beautiful Struggle> 의 마지막 트랙 <회귀, 반복>의 원본 이라고 느끼고 들었습니다. 그 점도 참고해 주세요.

 

1. Genesis

제목 그대로 탄생이다. <Gaia> 라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이고, 굳이 말하자면 10개의 목차(트랙)중 가장 오랜 시대를 품은 이야기이다. 지구에서의 생명의 탄생 즉 가장 뚜렷한 의미의 가이아가 시작부터 소멸 그리고 재탄생을 겪는 오랜 시간을 이야기한다.

그 시작은 우연히, 작은 씨앗이 홀로 뿌리를 내림으로써 시작된다. 그 씨앗은 가이아의 시작이고, 모든 생명의 어머니가 된다. 그렇게 탄생된 생명은 소멸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을 끝없이 반복하며 진화한다. 가이아는 탄생과 소멸을 매개체로, 우로보로스처럼 끝없이 삼키고 삼켜짐을 원형으로 반복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가이아의 모습은 인간이 탄생함으로써 정체기를 맞이했다. 인간은 자연의 순례인 멸종을 막으려 씨앗을 보존하고, 생명체를 교배시키며 종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호박에서부터 고대 생물을 되살리려는 시도도 괘씸히 감행한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젠지는 알 수 없어도, 우리 인간도 그리고 우리가 보존했던 그 모습들도 결국은 소멸할 것이고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갔을때에, 원형을 되찾은 가이아는 우연처럼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땅에 떨굴 것이다.

 

2. 불모지대

결국 원형을 되찾고자하는 가이아의 관성처럼 파괴는 시작되었다. 그 원인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발발해 결국 인간이 자랑하던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이미 무너진 건물들은 옛날의 영광을 조금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먼지더미에 가려졌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오만에 빠져 신을 믿지않는 자들이 늘어났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갖은 사치를 누렸다. 모든 걸 다 잃고 난 뒤 그들은 두려움 속에서 뒤늦게 신을 찾지만 이미 신은 그들에게 대답해 주지 않는다.

물론 그 시간중에도 새로운 탄생들은 탄생했고, 아픈 시대의 잔재인 어른들은 그들이 겪은 파괴의 아픔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봤던 행복했던 시절만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들이 서있는 곳은 풀 한포기 살 수없는 메마른 땅이지만, 그들은 절망속에서 희망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아이들이 커서, 이곳을 예전과 같은 땅으로 만들기를 바라며.

 

 

3. Metal Rising

무너진 땅에 혁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혁명가들은 그들의 군대를 이끌고 시대의 남은 잔재들을 하나씩 소멸시키며 나간다. 군대는 잘 훈련되어 말 그대로 백혈구같은 단합력으로 사상의 병균인 잔당들을 제거해 나간다. 그들의 사고회로엔 더 이상 생명의 존엄성은 찾을 수 없다. 배운 것이라곤 그들의 사상과 사람을 죽이는 방법 그리고 열을 맞추는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목적을 위해 죽일 뿐이었다. 전 시대 어른들이 그들에게 기대했던 행복한 땅의 탄생을 위해, 그 아이들은 죽이는 방법을 택했다. 모든 것을 갈아엎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들이 인정하는 지배자를 섬기며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생각과 감정은 사치였다. 건물을 무너뜨리고 불태우며, 과거의 흔적을 모두 지우는 청소부의 역할을 해낸다. 이는 어찌보면 이미 문명의 시작부터 정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위해 자신들이 기꺼이 희생한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고 다시 줄 맞추어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4. Sun

혁명은 성공적이었다. 전에 군림하던 지배자의 목은 광장 한가운데에 걸리고 그들이 섬기는 혁명가는 지지자들을 모아 왕좌에 앉아 지배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바라던 이상적인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윗세대를 지배하던 악법은 형태만 조금 바뀐채로 새로운 이름을 달고 그들 위에 자리했고, 악한 문화는 반복됐다. 하지만 이미 세뇌된 군인은 착실한 시민이 되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나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증오가 한계치를 넘을 때에 다시 혁명이 시작되고, 또 형태만 바꾼 지배자가 군림할 것이다. 그건 아마, 우리의 유전자속 깊이 내포된 형질인지도 모른다.

결국은 파괴되어, 시작으로 돌아가려는 가이아의 뜻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벗어나려해도 우리 인간은, 가이아의 아들은 그 광대한 우주적 원형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은연중에 알려주는 것이다.

 

5. Moon

잠시일지는 모르지만 만족스러운 세상이 온 듯 보였다. 시민들은 혁명에서 얻어낸 전유물을 장식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다시 건물을 짓는다. 하지만 폭동의 전조는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반란의 씨앗이 몇몇의 무의식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은밀히 자신들의 힘을 키울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그 광기를 보여줄 때를 기다릴 것이다. 그들은 과연 영웅일까 아니면 시대가 만들어낸 폭력적인 부적응자일 뿐일까. 답을 당장 알 수는 없다. 그들의 흐름은 모든 경우의 수를 거쳐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6. Flower

그는 예술가다. 하지만 비주류의 예술을 하고, 그 사이에서도 소외된 예술가다. 그의 하루는 항상 빛이 들지 않는 방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시계와 거울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상쾌하고 활기찬 아침은 그에겐 없다. 의식적으로 무거워진 몸뚱이를 이끌고 책상에 앉아 그의 작품을 시작하려 하지만, 뚜렷한 형태는 만들어지지 않고 끝내 흐릿한 느낌만 표현될 뿐이다. 항상 시작만은 당차게 흰 백지를 자신의 예술로 가득 채우리라 다짐하지만, 이미 꽉차서 그 주변에 떨어지는 쓰레기가 될 뿐이다. 그도 알고 있다. 주류의 예술을 하면 된다는 것을. 그들과 닮아가면 된다는 것을. 자기가 한번만 미친척 행동하면 이런 감내의 고통은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믿고있다. 언젠가 그의 예술은 그 뚜렷한 형태를 완성할 것이라는걸.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이 그 날 봤던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날이 분명 올 것이라는걸.

 

7. Maria

딸의 첫사랑은 아버지, 아들의 첫사랑은 어머니라고 한다. 우리는 어머니의 탯줄과 이별하며 이 삶을 시작하지만 끝내 평생 반복되는 이별과도 친숙해 지지못하는 외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어머니와 닮은 향기의 여인을 찾아 평생을 헤매이고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채우려 발걸음을 바삐 옮긴다. 결국 우리는 태어났을 때와 같은 알몸으로 어머니가 아닌, 사랑하는 여성에게 안긴다. 그리고 어머니가 우리의 우주를 창조해준 것과 같이, 아직 미숙한채 우리는 새 생명에게 우주를 쥐어준다. 이그니토는 자신의 음악에 회귀와 반복. 그리고 미완성된 신화를 우리 삶에 투영한다. 결국 우리는 어머니와의 첫 이별을 메꾸려 한 평생을 살며, 끝내 완전한 충족을 이루지 못한채 새 생명에게 첫 이별과 첫 우주를 선물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우리에게 그랬듯이. 그 생명도 언젠간 다른 생명을 탄생시킬 어머니가 될 것이고, 끝내 완성되지 못할 어머니와의 이별들을 영원히 탄생시킨다. 시지프의 신화처럼.

 

8. Dear Jane Letter

그녀는 어떤 형태로든 그의 곁을 떠났다. 그녀는 그에게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눈을 주었다. 단 한번도 알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뒤, 다시 그 눈을 가져가버렸다. 그녀가 죽은 것인지, 떠남으로서 그의 마음속에 죽은 사랑만 남겨놓고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두려움에 그 죽음을 태워 남긴 재로 그 관계의 부재를 메꾼다. 살아있는 것은 잘 타지 않는다. 탄다 해도 그 냄새는 지독하다. 그리고 재가 고르지 못하다. 하지만 그가 뿌린 재는 완전히 소각된 것, 즉 완전히 죽은 것 을 태운 것 이다. 그 관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녀를 만나기 전,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당연하단 듯이 살아왔다. 그리고 그녀를 만남으로서 자신이 느꼈던 행복이나 슬픔이 어설픈 것이란 것을 알았다. 전보다 행복은 따듯했고, 아픔은 날카로웠다. 그녀는 그를 전혀 새로운 우주로 데려다준 것이다.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삶을 가지게 된 그는 이제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와 그는 이별했다.

이별은 하나지만 이별의 이야기는 두개이다. 이것은 그의 이별 이야기이고, 그녀의 답장은 오지 않을 것 이다. 결국, 관계도 이별도 완성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랑은 식어감으로서 새로운 사랑에 대한 자리를 내어준다. 직면한 그는 아직 모를 수도 있지만, 어느새 그는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랑을 새로 시작할 것이다.

 

9. Evil March

폭동인지 아니면 단순한 파괴에 대한 즐거움인지 모를 폭력이 시작된다. 모든 걸 원점으로. 여태의 혁명이 인간 부대였다면 이 부대는 그 어떤 의미로도 인간이라 표현할 수 없는, 한마디로 악마와 같은 모습이다. 달빛아래에서 다짐하던 자들의 본모습인가. 아니면 출신도 알 수 없는 곳의 전혀 낯선 자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목적도 알 수 없다. 얼굴의 표정도 알아볼 수 없다. 그들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연재해일지도, 어느 도시를 덮던 거대한 화산폭발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작품을 위해 매일 슬퍼하던 예술가도, 사랑하는 여인과 남자가 행복하게 꾸리던 가정도, 안타깝게 사랑과 이별한 어떤 연인들도 모두 그들의 희생 대상일 것이다. 한순간에 거대한 파도처럼 도시를 쓸어나가고 시야는 뿌연 먼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결국 이 땅의 모든 것을 파괴한 후 임무를 모두 마친 채로 다시 흙으로, 아니면 지옥으로 하나씩 돌아갈까.

 

10. Rain

이 폐허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곳에서 펼쳐지던 모든 풍경들과 감정들의 주인은 이제 없고 그들을 기록하는 자는커녕 기억하는 자도 없다. 조용히 비가 내리면서 먼지들을 씻어내린다. 이대로 이 추억들은 이 땅과 함께 검은 우주를 포근히 덮으며 사라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평생동안 채울 수 없는 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밟았던 땅과 마셔온 풀의 내음들을 다음 주인이 물려받고, 그건 그대로 좋을 것이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는걸 안다.

 

 

이 앨범은 탄생 - 파괴 - 재탄생 - 파괴 - 그리고 탄생의 씨앗을 담고 있습니다.

1번 트랙인 GENESIS 로 탄생하여 3번 트랙 METAL RISING의 파괴 그리고 4번 트랙 SUN에서 재탄생되고 마지막 9번 트랙 EVIL MARCH에서 다시 파괴된 후 마지막 트랙인 RAIN에서 탄생의 희미한 징후를 밝히고 마무리합니다.

앨범 전체적인 흐름으로 앨범을 해석했기에 트랙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그니토의 앨범은 첫 번째 트랙부터 펼쳐져 마지막 트랙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각 트랙사이의 인과관계를 전제로 작성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비트메이커와 한 명의 아티스트가 모든 트랙을 함께하며 이 정도의 짜임새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두 아티스트 모두 하드코어 힙합을 사랑하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겠죠. 비록 컨트릭스의 새로운 음악을 다시 들을 순 없겠지만, 이 앨범과 그의 유산인 <Legacy>로 그리고 그와 함께한 많은 예술가로 그를 기억합시다. 그리고 항상 같은 자세로 자신의 음악을 이어가는 이그니토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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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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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18:16:03

 

성의의 양질의 리뷰 닥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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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5-17 19:43:24

잘보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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