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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의 오래된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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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4-05 05:46:08

(이 곡과 본문은 관계가 없습니다.)

 

한국은 지금 애국가를 힙합으로 편곡해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힙합이 대세다. 작은 미국이라 봐도 무방한 한국인들의 빈약한 정서를 고려해보았을 때, 이 붐은 아마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다가 5-10년 내에 미국처럼 주류문화의 일부로 완벽하게 정착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정도로 힙합은 21세기 한국(인)의 정서에 안성맞춤인 장르처럼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힙합의 바이브'가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인 데에는 흥미로운 구석이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볼만한 부분은 수직적이고 경쟁적인 한국사회가 '미국 힙합'이 극복해왔거나, 추구해 온 '그 무엇'과 상당히 닮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가 너보다 돈도 잘 벌고, 차도 집도 더 좋은 걸 소유해야 하고, 잘나야되며, 더 예쁘고 멋진 애인이 있어야 되고 등등 남과 나를 비교해 우위를 확인받길 원하는 한국인들의 -일종의-천박함은 할렘 출신으로 돈과 마약, 섹스를 노래하며 입지전적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90-00년대 미국 랩퍼들을 롤모델로서 한국 주류문화 속에 훌륭히 이식되었다. 2010년대 이후 탄생한 한국 '랩스타'들의 부귀영화와, 그를 추종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힙합은 맨땅에서 천지개벽급의 발전과 성공을 일궈낸 새마을운동의 21세기 버전이라 봐야 할 지도.


하지만 그 태생이 '강남'인 '한국 힙합'은 애초에 역설과 동행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듣자하니 요즘 고등래퍼에서 랩 좀 한다는 친구들이 다 분당 출신이라는 말도 있고, 다이나믹듀오(현대고 듀오)-버벌진트-흑락회(상문고 힙합동아리) 등에서 시작된 부르주아 문화의 '바이브'는 역시 속일 수가 없나보다. 뭐, 수많은 래퍼들이 이른바 '금수저'로 밝혀졌고(feat. '원래 음악은 그런 애들이 하는 거야'라는 워너비들의 자조섞인 푸념), 강남이든 어디든 '좀 사는 집안 애들'이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게 현실이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만, 평균 이상의 가정에서 평균 이상의 생활을 영위했을 확률이 높은 이들이 과연 '미국 힙합'의 작법을 빌어 무엇을 향해 흥분하고, 분노하고, 어떤 이들을 비난하고 깔보는 것일 지를 곱씹어보면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게다가 요즘은 외모도 곱상하고 간지가 철철 흐르는 90년대생 미국 교포들이 활동을 많이 하는데..뭐, 산이와 같은 케이스도 있을 것이며 래퍼들의 개인사와 정서를 일일이 알 순 없지만, 이래저래 편견이 작용할 여지가 참 많은 문화다. 한국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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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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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4 09:32:05

미국의 본토힙합과 한국의힙합은 장르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하신것처럼 아무래도 본토의 영향이 없을순 없다보니..
한국에서 소위말하는 게토출신이 아닌 래퍼들도

마치 본인이 개천에서 용난듯이 가사를 풀어내며 본인이 짱이다 라고 말하면 저도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다시한번 말씀하신것처럼 래퍼들의 개인사와 정서등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긴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7-04-06 20:11:00

너무 잘 읽었습니다

2017-04-10 10:16:4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2017-04-12 23:00:40

간만에 재밌는글 읽고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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