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프라임보이, 차메인 정규앨범 [20]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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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9 18:32:44

제이문(JayMoon)의 ‘Special Day’, 더콰이엇 정규 앨범 수록곡 ‘Be About It (feat. Babylon)’ 등으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Primeboi(프라임보이)가 차메인의 정규 앨범 [20]의 메인 프로듀서로서 작업기를 공개했다.


by Primeboi(프라임보이)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던 힙합 아티스트의 앨범이 나온 후에 작업기가 공개 되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몇 번이고 읽어보며 꿈을 키워 온 지난 날들이 생각이 났다. 지금 역시도 스물하나의 어린 나이이고 아직 서투른게 많아 배워가는 중이지만,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을 많은 친구들을 위해 차메인 정규앨범 \'20\' 의 작업기를 전한다.


1. INTRO
이 곡은 올해 5월 즈음에 작업을 했던 곡이다.
색소폰 샘플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작업을 시작했고, 어쩌다 보니 색소폰 샘플이 아웃트로로 밀려나버렸다. 개인적으론 랩을 올리지 않고 인스트루멘탈로 작업을 했던 것은 이 곡의 자유로운 편곡 흐름과 앨범 전체의 무드 조성을 위해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2. Money On My Mind (feat. X.Q)
차메인과 함께 도끼, 콰이엇 형들을 만나러 가기 30분 전 작업실에 있다가, ‘붐뱁스타일에 랩하는게 익숙한 차메인에게 알앤비와 팝적인 요소들이 있는 음악을 접목하면 어떤 느낌이 나올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곡이다.

일단 이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를 조성하는데에 비중이 컸던 건반악기의 테마를 맨 처음에 구상하였다. 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일부러 건반의 톤과 느낌을 무겁게 잡게 되었다. 앨범에 싣게 된 버전이 아닌 이전 러프스케치 버전에서는 마지막 훅에 나오는 무게만큼이나 비트가 전부 꽉 차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나온 버전은 내가 좋아하는 프로듀서 ‘Dress’형의 조언으로 어설프지만 담담하고 호소력 있는 차메인의 보컬과 가사를 살리는 것을 위해 녹음을 받는 과정에서 악기를 많이 빼낸 걸로 기억한다.

이곡에서 사용된 스네어 샘플은 콰이엇 형 앨범에도 수록된 ‘Be about it’에 나오는 스네어 소리와도 같다. 이 샘플을 다듬는데에 꽤 오랜 시간을 투자했기에 앞으로도 자주 쓰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애착이 가는 샘플이다. 건반과 808베이스 또한 무게가 있는 편이며 전체적으로 곡 분위기가 무거웠기에 높은 음역대에 있는 소리들을 날카롭지는 않으면서 최대한 선명하게 들릴 수 있게 만드는 편곡법을 선택하였다. 사실상 악기가 한 섹션에 그렇게 많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여러가지 악기를 한 번에 쓰지 않고 곡의 파트에 따라 나눠서 쓰면서 곡의 지루함을 덜어 주는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단순한 루프만 반복되는 형태의 구성을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3. Interlude
제이문의 멋진 피아노 연주를 녹음 받고, 내가 몇가지 사운드들로 무드를 완성시키게 된 트랙.


4. 클럽에서 (feat. Babylon)
차메인을 작년 이맘때쯤 만났다. 당시 차메인은 방송이 막 끝난 후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으며, 그 분이 그의 첫사랑이었다고 한다. 11월 수능을 볼 즈음에, 차메인과 같은 고3이었던 그녀는 메인이와 결별을 고하였다. 메인이는 그 후로 몇 달간 정말 힘들어했던 것 같다. 우리가 처음 레이블에 대한 얘기를 하고 만남을 가진 곳이 홍대였고 어쩌다보니 메인이를 데리고 클럽에 가게 된 적이 있다. 차메인은 그 상황에서 영감을 얻어왔고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곡이 이 곡이다. (단언컨데, 우리는 제이문을 제외하곤 클럽을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단지 좋은 음악, 좋은 사람, 좋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한다.)

나 역시 그러한 차메인에게 영감을 받은 후, 피아노 루프를 먼저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곡 또한 원래는 피아노 루프가 반복되면서 드럼의 강약만 바뀌고 악기들만 더 추가되는 형태이 편곡이었지만, 8월 즈음에 자이언티 형이 이 곡을 들어보시고는 기타로 편곡하는 방법을 제시해주셔서 벌스에 직접 기타를 직접 녹음 받아서 지금의 ‘클럽에서’라는 곡이 탄생하였다. 가장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은 원래 편곡에 사용했던 힙합 드럼의 강한 질감이 지금의 기타 소리에 많이 묻지 않아서 드럼 톤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되었다.

결국 어쿠스틱 드럼 소스들을 섞어 귀에 살짝 걸릴 정도의 강하지 않은 질감을 뽑아내면서 곡 작업이 마무리 되었다. 사실 편곡가로 써 이 곡의 감초는 벌스 2에 나오는 전화기 이펙터가 걸린 스트링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5. 창문너머 (feat. Owen Ovadoz)
나는 붐뱁 계열 음악에 많은 경험이 없었다. 그럼에도 너무 시도해보고 싶은 스타일이었기에 시간을 들여 인터넷 자료들과 폴더들을 뒤져서 붐뱁에 대해 연구한 후 붐뱁 질감의 드럼 루프를 먼저 메인에 올렸다. 그리고 나서 추가로 드럼 소스들을 레이어링 시켰다. 하지만 뻔한 붐뱁곡이 되지 않토록 이 곡은 드럼 라인을 선명하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Owen ovadoz 씨의 녹음까지 끝난 후 GVOY의 실장 누님과 이 음악을 미리 들어봤던 친구들이 이 음악의 가사와 전체적인 바이브가 지하철에서 들을 때 정말 많이 와 닿는다는 얘기들을 해줬고, 지하철역에서 들리는 소리들을 샘플링하여 훅 부분에 작게 깔았다. 이러한 작업을 계기로 이런 디테일한 소스들이 청자들을 음악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훅에 나오는 건반은 제이문이 직접 어레인지 하고 연주했다. 개인적으로 이 연주가 없었다면 곡이 많이 심심해졌을거라 생각한다. 제이문은 스페셜한 랩퍼이다. 어떨 땐 무시무시한 랩괴물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건반 앞에 앉으면 소년이 된다.


6. Just Now (feat. Jay Moon & Mailo)
마일로 형의 멜로디와 제이문의 아웃트로 피아노 라인이 인상깊었던 노래다. 나는 높은 음역대의 슬랩베이스를 사용하여 기타인지 베이스인지 구분이 안 가게끔 만들어 그루브감을 더하는 기술을 즐겨 사용한다. ‘클럽에서’도 마찬가지고. 개인적으로 이 노래 너무 좋다.


7. I.F.L (I Feel Love)
이 또한 차메인의 순수한 이야기들과 제이문의 소년 감성에 의해 나온 곡이라 들었다. 제이문의 말을 들어보니 본인 작업실에서 시퀀서 위에 피아노 가상악기 한 대를 대뜸 불러와놓고는, 차메인이 요구하는 대로 그 자리에서 작편곡과 녹음이 원큐에 끝났다고 한다. 미친놈.


8. Good Vibes On You (feat. Dok2)
나는 주말마다 작업실에서 개인 레슨수업을 하고 있다. ‘Cash Note’형은 올해 초에 내 수업을 수강했던 분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작업보다 내 수강생들과의 작업을 즐긴다. 내가 모든 곡을 나오는 족족 잘 파는 프로듀서는 아니지만, 제이문과 차메인이라는 휼룡한 노예들이 있기 때문에 레슨생들이 작업한 비트들을 들어보고 내가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거나 정말 괜찮은 곡들이 나오면 같이 편곡을 하거나 해서 제이문과 차메인에게 넘긴다. 이 곡을 같이 작업한 Cash Note 형은 내가 가지지 못한 음악적 재능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나는 음악을 학교나 학원에서 정식적으로 배워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직 음악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으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메꾸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Cash Note 형은 이런 나와는 다르게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는 분이고, 나에게 많은 고마운 도움들을 주신다. 이 곡은 Cash Note의 피아노 라인으로 먼저 곡이 시작되었고 내가 추후 편곡과 사운드를 메꿔나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평소에 너무 좋아서 저장해둔 색소폰 샘플을 Cash Note의 피아노 라인에 찹한 후에 엇박의 드럼룹을 만들었다. 어느 부분에선 말이 안될 정도로 리듬을 밀거나 당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귿 바이브 랩을 선물해주신 도끼 형과 차메인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 곡의 전체적인 아이덴티티는 Cash Note 형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곡의 주연이 아닌 조력으로 이름을 올리려 했고 결국 그렇게 하게 된 이유이다. 날 믿어줬던 사람에게 좋은 곡을 작업할 기회를 줄 수 있었고, 또 함께 멋진 트랙을 완성해줘서 너무 고맙고 뿌듯하며 많은 애착이 가는 트랙이다.


9. BVO (feat. Jay Moon)
원래는 건조한 트랩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첫번째 루프 자체가 마이너하게 나와서 ‘이 곡의 바이브는 아티스트들이 소화하기에 너무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분명 힙합을 좋아하는 프로듀서지만 범대중적인 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딥하고 어려운 음악들은 잘 듣지 않게 된다. 처음 이 루프를 만들었을때 그림이 괜찮긴했지만, 어중간하게 갈 바에는 차라리 훨씬 어려운 느낌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결국 내가 여태 작업한 곡들 중에서 가장 실험적인 음악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브랜뉴뮤직 소속 아티스트 ‘캔들’ 의 싱글, \'GVO\' 부터 나는 트랩리듬과 붐벱 질감을 섞는 작업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왔고 이번 곡 또한 그러한 방식을 통해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믹스가 많이 아쉬웠다.


10. 20
앨범 발매 1주일 전에 작업한 곡이다. 다른 것보다 ’20’이라는 이름의 곡이 필요하다고 느껴 급히 작업하게 되었는데, 나도 이런 드라이한 질감의 붐뱁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곡 부분부분 가사에 맞춰서 편곡에 변화를 주었다.


11. 니가 잠든 밤 (feat. Crucial Star & The Quiett)
이 곡의 드럼을 작업 했을 때, 쏟아질듯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에 맞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피아노 루프 샘플 악기를 사용하였다. 오해의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직접 연주하지 않았다. (자메즈 씨의 ‘깔깔이’에 쓰인 것과 같은 샘플악기라고 한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루프 하나로 계속 가는 음악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벌스의 백그라운드에 깔린 샘플은 내 목소리다. 내 목소리에 오토튠을 걸어서 뒤에 넣어놨더니 너무 좋게 들리길래 그대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훅에는 낮은 음역대의 브라스가 깔리면서 크루셜스타 씨의 무디한 보컬이 잘 묻을 수 있는 편곡을 구상하였다. 콰이엇 형의 벌스는 앨범 발매 이틀 전에 도착하였다.

스케쥴이 한창 바쁘셔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너무 완벽한 벌스가 배달되어서 바로 포장지 뜯고 감탄하며 듣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콰이엇 형 의 ‘Nothing’과 비슷한 류의 바이브를 가진 비트라고 생각한다.


12. 작은거인 (feat. QUAIMO)
전형적인 팝음악의 편곡법을 선택하였다. 드럼 톤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있다. 하지만, 내가 머리속에 구상해놓은 드럼톤과 비슷하게 작업이 완료되긴 했다. 하이가 거의 없는 킥과 얇고 가볍게 터져주는 올드스쿨 808 스네어 소리가 피아노 소리의 무드를 깨지 않고 음악을 이끌어나갈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있었다. 큰 그림을 보았을 때 의도한대로 작업된 곡이긴 하지만 ‘트렌드에는 약간 뒤쳐진 소리를 쓴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계속 하게 되는 곡이다. 벌스 3에서는 악기를 비우는 대신 피아노 리버브의 양을 가사의 감정선에 맞게 오토메이션으로 조절하며 곡의 바이브를 연출했다. 콰이모가 보컬 파트를 감동적이게 잘 짜주어서 곡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이 곡의 후렴에 깔리는 코러스는 내가 해보았다. 이 쪽으로 재능이 좀 있는거 같다. 하하하.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차메인’이라는 힙합 아티스트의 행보를 정통적인 힙합 프로듀서가 아닌 내가 맡게 됨에 있어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도 많은걸 배움과 동시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었다. 인스트루멘탈에 대한 좋은 반응들을 많이 보여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다.

사실 이 앨범은 올해 초, 3월에 나왔어야 했다. 이 앨범의 대부분의 곡들은 작년 2월에 이미 거의 다 완성이 되어 있던 상태였다. 차메인과 나는 쇼미더머니 출연자의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가는것을 포기했으며, 사실 우리가 밀물일 때에 반대 방향의 먼 바다로 나아갈 수 있을 만한 충분한 힘과 경험 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발매 전 까지 내내 편곡과의 씨름을 했고, 결국 값진 경험들로 인해 성장하고 완벽하진 않아도 더 나아진 앨범을 완성할 힘을 갖추게 되었다.

이 앨범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에 의해 만들어 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쳐가는 말로 툭 던지며 얘기하는 것처럼, 단순히 의리와 인지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앨범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서포트와 많은 자금보다, 그저 우리가 꿈꾸는 것들을 실현하자는 의지를 키우고 지켜가며 매순간 일에 임하였고, ’GVOY’ 라는 레이블 안에서 순수하게 이 앨범을 작업했으며, 여러가지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CD를 직접 프레싱하고 앨범을 발매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좋은 기운을 지닌 좋은 음악들을 그저 꾸준히, 또 건강하게 들려주고 싶다.

아직 오피셜한 런칭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도 어느정도 언급한게 있는 현재, ‘GVOY’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에게 좋은 기운이 깃들길 ‘Good Vibes On You’



프라임보이 http://instagram.com/primeboi95
차메인 https://instagram.com/chaman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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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10-29 18:56:02

리스펙

2015-10-29 22:33:41

무한재생중 리스펙

2015-10-29 22:39:16

전체 두번 돌렸어요. 살짝 싱거운 부분도 없지 않앗지만, 각개로 따지면 진짜 좋던..페이보릿 몇개 챙겨놨습니다!

2015-10-29 22:39:57

아 그리고 인트로 비트 너무 좋아요ㅠㅠ

2015-10-29 22:40:21

진짜 좋음 특히 니가 잠든 밤 취향저격 탕탕탕

2015-10-29 23:42:45

진짜 비트미침. 너무 좋게 잘듣고 있습니다

2015-10-30 00:18:33

이번앨범 비트 굿인데 인스 풀어주셨으면..

2015-10-30 00:23:22

훌륭한노예ㅋㅋㅋ

2015-10-30 07:26:26

프라임보이 비트진짜 좋아요 ㅠ 앞으로 GVOY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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