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o (of Epik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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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3 00:00:00
세 번째 앨범, Swan Songs 로 음악적 퀄리티 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Epik High. Tukutz, Mithra 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과 지면상 담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Balck Swan Songs 의 활동까지 마친, 지난 달 \'갑작스레\' 만나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담아 보았다.
힙플: 음반레이블을 기획 중 이시라 던데, 사실이에요?
Tablo: 하나의 꿈입니다. 아직 확실한건 없지만, 인디 레이블을 만드는 건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던 것 같아요. 에픽하이가 에픽하이를 위한 독립 회사를 만든다는 게 아니라, 인디/언더 뮤지션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할 수 있는 작은 레이블 말이죠. 뮤지션들의 목표는 터치하지 않고, 프로세스는 같되, 더 많은 공연과 공연장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끔, 그리고 앨범이 더 많은 리스 너들에게 전달되게끔 도와주는 거죠.
여러 레이블들 (언더나, 인디)을 검토해봤는데, 아이러닉하게도, 어느 인디 레이블들은 매 이져 레이블들과 지향하는 이미지나 정신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목표나 결과를 추구하더라고요. 쉽게 말해 큰돈을 벌려고 해요. 물론 돈은 벌어야겠죠. 허나 회사 규모도 작고 PR 능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경영자들이 비합리적인 야망을 갖는다면, 결국 소속 뮤지션들이 피해볼거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뮤지션 본인도 자신이 결정한 틀 안에서 최상을 꿈꿔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틀 이상의 결과를 원한다면 본인도 그 틀을 벗어나야죠.
부당한 욕심은 버리고, 인디/언더 음악의 자유나 순수성을 아끼는 동시에 한계들도 인정하고, 더 현명하게 일을 진행해서 천천히 더 좋은 환경을 만들자... 경영자와 뮤지션이 이런 마음만 있다면, 놀라운 일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로선 힘들겠지만, 비슷한 마인드를 가진 주변인들이 많아서 자신 있어요. 깊게 생각중입니다.
힙플: 아무래도 Tablo가 사장 이라면, Tablo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Tablo가 걸었던 길을 걷는다. 라고 생각 할 것 같아요.
Tablo: 저는 저나 에픽하이가 걸어온 길을 비추천도 안하고 추천도 안 해요. 본인의 선택이죠. 허나 만약에 신인이나 후배 뮤지션이 저에게 도움을 청할 때, 원하는 게 스타가 되는 거라면, 솔직히 얘기해줘야죠. 나는 너를 스타로 만들어줄 능력도 없고 힘도 없고 자신도 없다. 하지만 네가 하는 음악을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다. 원하는 게 그 이상이라면 큰 회사를 소개해주겠다 (사실 제가 이런 식으로 도와준 뮤지션들은 몇명 있어요).
힙플: 연예인도 공인인가요?
Tablo: 음.
힙플: public people?
Tablo: 이상적으론, 퍼블릭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고, 퍼블릭을 움직이는 사람도 아닌, 퍼블릭을 위해 움직여야하는 사람이라고 봐요. 그건 연예인/스타 본인이 풀어야할 숙제죠.
힙플: 3집 음반에 이르러,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런 반응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Tablo: 그런 생각들이나 그런 말들을 누가 하면, 그래도 우리에게 애정이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니까, 자극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제가 이 힙합씬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대중적인 스타가 되어서 그게 힙합에 도움이 됐는지 안됐는지는 누구도 문서로 뽑아서 결과를 보여 줄 수는 없잖아요. 모르겠지만, 예전에 힙합 음악을 아예 안 듣던 사람들이 저에게 팬레터를 보내며 Immortal Technique 이야기를 하고, AZ 이야기를 하고, Illmatic을 샀다고... 그럴 때 기분이 좋아요. 제 홈페이지나 에픽 팬까페 이런 곳에서 우리의 팬들이 Quiett, Palo Alto, 각나그네 얘기를 할 때 행복해요. 예전엔 몰랐는데, 이제야 듣고 얼마나 좋은지 느끼고 있구나... 하면서.
이런 현상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죠. \'뭐하려고 힙합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듣게 하냐?\'...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근데 누가 태어났을 때 부터 힙합에 대해 박식했나요? 지금 힙합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도 힙합이 무엇인지 몰랐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꼭 무슨 종교처럼 전파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고 제 인생에 도움이 됐고, 제가 살면서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을 때, 누구도 내 목소리를 안 들어준다고 생각했을 때, 마치 누군가는 내 입장을 이해해 주는듯한 그런 음악이 힙합이었거든요. 그런 힙합음악을 제가 소개 해줄 수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전 할래요.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에요.
힙플: 요즘 공연장 등에, 이른바 힙합 여고생, 힙합 여중생 생긴 것이..
Tablo: 몰라요, 제가 그것에 도움이 됐는지 안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힙플: 개인적인 생각인데, Tablo가 걷는 길이 서태지가 걸었던 길이라 비슷하다고 느끼거든요.
Tablo: ?
힙플: 왜 일본에 진출하려면, 일본문화 스타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한국 가요계에 접근을 하려면 결국은 피디들이 원하는 그런 것들을 충족시켜 주면서, 자기가 파워를 갖고, 그 파워를 위에 올라가서 내린다는..약간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거든요.
Tablo: 제가 처음부터 그런 거대한 플랜을 만들고 움직일 만큼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신 것 같아요. 저를 잘 아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저 살짝 바보에요. 제가 잘 알고 잘 하는 몇 가지 외에는 거의 뭐.. 바보죠. 꿈도 소박하고. 계획적으로 내가 어느 위치를 잡아서 그 위치에서 누군가를 끌어올려야지, 무슨 사회주의처럼 모든 걸 퍼뜨려야지.. 제가 아직 그렇게 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무슨 10년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힙플: 서태지라고 10년 계획 짰겠어요?
Tablo: 저를 서태지 선배님과 비교 할 수 없죠!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힙플: 서태지도 과대평가를 받고 있잖아요, 물론 서태지가 뛰어난 사람인데, 10년 계획을 처음부터 짰을 것 같지는 않아요. 남들보다 보는 눈이 더 넓었다. 라는 거죠. 지금 처한 상황에서 가요계를 들어와보니까, 이렇구나. 저렇구나. 를 느끼면서, 재밌는 것들을 많이 해가지고 한국을 뒤 흔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Tablo: 서태지 선배님과 저를 비교하는 칼럼을 본 적 있어요. 비슷한 면이 많다고...그걸 보고 저는 당황했죠. 비교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요. 일단, 서태지 선배님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써 하나의 가요계를 창조한 사람이고, 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가요계에 그냥 잘 적응한 사람이라... 제 존재는 작죠. 물론 시장의 레벨이 틀리지만... 그때랑... 그때는 몇 백 만장씩 팔리던 시절이고...
힙플: 그때는 행복했겠어요..
Tablo: 선배님들 만나면 다 그 얘기해요. 참 불쌍하다고.. 어려울 때 음악시작 했다고.
힙플: 이제 인터뷰 쪽에 몇 개.. 점을 찍어야 되는데...
Tablo: 관련 없는 얘기지만, 이미지라는 게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좋은 이미지가 있는데, 알고 보면, 인간이 별로 일 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이미지는 진짜 안 좋은데, 알고 보면 완전 \'soul’그 자체에요. 사람이 좋은 이미지를 가졌다고 진실 된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안 좋은 이미지를 가졌다고 꼭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까, 저는 그게 좋아요. 막 순진한 척, 순수한 척 하는 것 보다는 순수성을 가졌으면서도 전 인류가 가지고 있는 미완 벽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런 사람들. 제가 존경하는 인물들도... 저는 마틴루터킹 주니어보다 말콤엑스가 더 좋아요. 킹은 대중적으로는 훨씬 더 접하기 쉬운 인물이죠. 역사적으로 이미지가 좋잖아요. 허나 그 당시 정말 필요했던 티칭은 말 콤이 했던 것 같아요. 결국 킹도 깨닫고‘말 콤이 하는 말이 맞았구나. 힘을 합쳐야겠다. 했을 때... 안타깝게 둘 다 암살당하게 된 거죠. 말 콤은 천상의 꿈을 품고 인간답게 싸웠던 사람이라 좋아요. 2pac도 그래서 좋고.
\"이미지 관리\"... 때때로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정말 싫어요. \'좋은 이미지\'와 \'좋은 성품\'은 같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힙플: 뮤직 웹진인데, 자꾸 인생이야기로 빠지네요..
Tablo: 아, 형식적인 인터뷰의 시작? 일단 3집을 끝낸 기분은 홀 가분 하구요... (모두 웃음!)
힙플: 자, 첫 번째, 요즘 근황은요?!
Tablo: 3집 활동은 끝났고요, 모든 일이 잘 되어서 너무 기쁘고요.. 아.. 그렇습니다. 솔로 프로젝트 앨범과 에픽 4집은 동시에 작업 중입니다. 또,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아서... 미국과 일본에서... 미국이 특별히 그래요. 제가 영어로도 랩을 하니까, 그게 또, 어느 어느 손에 들어 갔더라고요...
힙플: 메이져 급?
Tablo: 네. 그래서 일본이나 미국 왔다 갔다 하고 있고. 근데 섣불리 \'기회가 생겼다, 날름 잡아야지’이런 것보다는, 축복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어요.
힙플: 솔로 EP 작업은요?
Tablo: 상당히 많이 작업한 상황인데... 음... 만들다 보니까 좀 오래 걸리네요.
힙플: 타이틀도 그대로 가는 거예요? The Underground EP?
Tablo: 아니요, The Underground EP는 부제구요, 모든 곡들이 완성이 되면 제목을 정해야죠. 앨범이 너무 어두워가지고, 여름에 내기는 좀 그래요. 진짜 너무 칙칙해요. 여름에 듣기엔...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힙플: 여름에 METAL 들으면 되게 덥던데...
Tablo: 여름엔 쿨 이에요- (웃음), 아이스크림 사먹는 느낌~
힙플: 요즘 외부작업으로 해주신, 피쳐링 이야기 좀 해주세요.
Tablo: 음... 좀 많아요. TBNY 앨범에 2곡. 각나그네 앨범에 가리온 형들과 1곡. IF 신규에 프로듀서로 1곡, 피쳐링으로 2곡. Paloalto/Quiett 신규에 프로듀서로 1곡. 임정희 앨범에 프로듀서/피쳐링 1곡. 어느 단편영화 OST 1곡. 클래지콰이 앨범에 1곡, 이정 앨범에 1곡, 박정현씨 일본 싱글 1곡. 기억나는 건 여기까지네요. 근데... 피쳐링을 너무 많이 한 것같아요. 사람들이 제 목소리에 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분간 피쳐링 거의 안 할 생각이에요. 물론 다듀나 TBNY같은 친구들이 부탁하면 1000곡이라도 하겠지만 (웃음).
힙플: The Quiett 이나 이런 분들은 다이나믹 듀오나, 무브먼트 크루를 통해서, 알게 되신 거 아니에요?
Tablo: 아니요. Quiett 은 Pe2ny 통해서 알게 됐고, Paloalto는 Quiett 통해서 알게 됐고, 각나그네는 예전부터 원래 알았고. youngGM이나 넋업샨형을 통해서 만나게 된 사람들도 많아요.
힙플: Tablo는 소개를 통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는 뮤지션 인가요?
Tablo: 아니요. Quiett 같은 경우는 제가 전화했어요. Kebee도 제가 전화했고요..
힙플: 필요해서요?
Tablo: (웃음) 아니요~ Eluphant 음반, GM 차 안에서 들었는데, 너무 좋아가지고, 연락처 받아서, 전화해서 음반 좋다고... 되게 특이한 것들 많이 만든 것 같다고... 그냥 리스너 입장이에요. 좋아서 그런 거고... Quiett 같은 경우는 비트가 받고 싶어서 전화를 했지만, 만나보니까 좋은 동생이고... 작업하려고 제가 먼저 접촉한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일하려고 그런 거 보다… 그냥 만나가지고 그냥 얘기도 하고 싶고, soulscape형 같은 경우도, 예전부터 많이 봤지만, 대화를 깊게 해본 적이 없어서 soulscape이랑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그러니까 GM이 맞선 자리를 만들어줘서, 만나가지고 술 마시고 음악 이야기하면서 친해졌고.
힙플: 힙합씬에서 작업의뢰가 들어올 때, 거절하는 경우는 없어요?
Tablo: 있죠... 제가 다 못한 이유는 그 사람들과 안 친해서 그런 것보다, 어쩔 때는 음악이 나랑 안 맞을 때도 많아요. 제가 그 음악에 랩을 한다고, 그 음악이 더 멋져지는 상황도 아니고... 가끔씩 피쳐링을 부탁할 때, 그저 제 이름을 쓰려고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제 목소리가 여기 들어가서 이 음악이 더 좋아질 것 같진 않다고.
힙플: 그런 경우가 뮤지션들 끼리의 뒷담화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얘 쫌 뜨더니 피쳐링 거절한다\' 든지 하는.
Tablo: 그런 경우도 있어요. 사실. 만약에 뒷담화를 하면.. 어차피 저한테 접촉을 했을 때부터 그 의도가 불순 한 거잖아요. 정말 순수하게 음악으로 다가왔던 사람이라면 제가 음악으로 거절을 하는데 그걸 이해 못할 리 없죠. 저랑 친한 뮤지션들도 제 음반에 피쳐링 거절한 경우 많아요. (웃음). 곡이 안 맞는다. 그래서 다른 곡에 할 때도 있고, 다음에 하자 그래서 다음에 한 적도 있고. 그래도 뒷담화 하는 사람들은 그냥.. 저를 잘 모르니까... 뭐 상관없어요. (웃음).
힙플: 힙플은 요새도 종종 보세요?
Tablo: 네.. 가끔 봐요. 그게 약간 마약 같더라고 (모두 웃음)
힙플: 이른바, 매니아분들이 에픽 3집내고 나서, 안 좋은 소리 하는 거 혹시 보셨어요?
Tablo: 봤죠... 저한테 쪽지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
힙플: 쪽지요??
Tablo: 팬레터인데, 이런 곡들은 좀 그렇다, 하면서 보내는.
힙플: 아티스트 입장에서 그런 거 보면 어떠세요?
Tablo: 한때는 상처 많이 받았어요. 근데, 성장하고 있는 뮤지션으로서, 가끔 쓴 소리를 듣는 건 좋은 것같아요.
힙플: 랩이나 프로듀싱에 의심의 여지는 없지만, 음반에 보컬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어떤 오버씬에서의 전형적인 형식을 차용했다는 것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꽤 있었거든요.
Tablo: 저는 그 형식을 좋아해요. 에픽하이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나온 \'I Remember\'도 그 형식이었고. 랩도 좋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부르는 멜로디보다 아름다운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컬 부분을 포함하는 게 왜 비판받을 일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다양한 음악을 좋아해요. 하나를 하기 위해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건 두렵고 싫어요. Yesterday 같은 노래도 하고 싶고, Follow the Flow도 하고 싶고, Fly나 평화의 날 같은 노래도 하고 싶어요. 다 해도 되지 않나요? (모두 웃음) 다 하면 안 될까요? 다 해도 되요? 우리 회사에선 맘대로 하라는데... (모두 웃음)
힙플: 1집은 그래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곡이라던가..
Tablo: 통일성이 좀 있었죠.
힙플: 힙합앨범에 많이 가까운 앨범이었잖아요.
Tablo: 그렇죠.
힙플: 2집을 거치면서 Lesson 3 나, Follow the Flow 이런 곡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굉장히 충실한 곡들인데, 반해서, 플라이나 Let It Rain 이라든지..
Tablo: Let It Rain의 경우는, 종완이의 보컬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평범한 힙합 곡이 될 수 있었죠.
힙플: 그러니까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그런 곡들 때문에 3집이 힙합앨범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거든요.
Tablo: 그죠, 그렇죠. 그게 근데 그렇게 중요한건가요? 그 어느 힙합 그룹도,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어느 한 곡에서 힙합적인 요소들을 버려야 한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봐요.
힙플: 그럼 에픽하이는 힙합그룹이 아닌 건가요?
Tablo: (웃음) 우리한테 어느 한정된 전형적인 힙합그룹의 이미지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피카소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마티스의 그림들만 있다면, \"뭐야, 피카소 전시회에 왔는데 피카소가 하나도 없잖아, 짜증나네.\"라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아무런 기대 없이 여자 친구가 끌고 간 전시회에 갔을 땐, 어떤 그림들이 있든 간에 좋기 만하면 좋은 데이트가 되는 거잖아요. 에픽 4집은 현재 텅 빈 갤러리에요. 어떤 그림들로 채워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좋은 그림들을 그리도록 노력해야죠.
힙플: 그런 에픽하이한테 힙합에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absolute 힙합을 기대하는 분들이요.. \'에픽은 그걸 잘하니까‘, 그것을 요청하는 분들 말이에요.. .
Tablo: EP!
힙플: 3집의 몇 몇 사랑이야기가 부각이 되었던 듯싶어요.
Tablo: 대다수의 곡들은 사랑노래들이 아니에요.
힙플: 그러니까, 안 그런데, 그건 일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너무 드러내서..
Tablo: 시디를 사서 들었으면 좋겠어요. 시디를 사서 앨범을 포괄적으로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들어주면 좋겠어요. 몇 곡만 듣고 에픽하이는 이런 그룹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는 거는 나무 하나를 보는 거지, 숲을 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absolute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힙합은 사랑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정말 말이 안돼요. 사랑이야기를 당연히 해야죠.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인데, 아니 힙합자체가 One Love 라는 단어를 쓰는데... 그것 때문에 음악을 하는 거잖아요. 제가 보기엔 힙합 쪽에서 사랑노래를 꺼려하는 이유는 가요계가 이미 사랑노래로 가득 차있어서...
힙플: 거기에다 몇몇 뮤지션들은 \'내 유일의 사랑노래에요\' 하며 공연하는 실정이에요.
Tablo: 사랑이란 주제를 억지로 피하지 말고 힙합만이 그릴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힙플: 누차 말씀 드리지만, 에픽하이의 1집 때를 자꾸 생각하는 것 같아요. 힙합플레이야로 예를 들면 앨범, 아티스트부분 1위..이 정도로 애정이 대단했는데, 에픽하이는 그거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것이 애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Tablo: 네,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고마워요. 우리가 좀 말을 안 듣긴 하죠.
힙플: 그 왜 기사 중에 에픽하이는 힙합그룹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글들을 정말 많이 접했거든요. 사실이에요?
Tablo: 힙합그룹이 아닌 듯싶을 때도 많아요. Fly나 Paris같은 경우는 우리가 힙합을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에픽하이만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러면서 또, Yesterday나 Lesson 시리즈, 이런 노래들을 할 때는 힙합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고. 모르겠어요... Andre가 Hey Ya!를 만들었을 때, 본인을 힙합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을까요? 그냥 뭔가 Fresh한걸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힙플: 제가 보기엔 그래서 음악가들이 성장 하다 보니까, 다른 장르를 접하고.. 좋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다 좋잖아요 음악이란게..
Tablo: 음악이 좋으면 좋은 거죠.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넘어지면서라도.
힙플: 그러니까 한 장르 안에서 장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 거예요?
Tablo: 아, 한 장르에서요? 음... 그건.. 제 솔로앨범이 나와 봐야 알겠죠.
힙플: absolute 힙합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Tablo: 우리는 오픈 마인드로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여러분도 오픈 마인드로 다가오신다면,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을거에요. 에픽 4집과 타블로 솔로 EP 많이 사랑해주세요.
힙플: 이제 질문 끝났나?
Tablo: 좋아하는 연예인? (모두 웃음)
힙플: 최근 감상한 힙합앨범?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한국 앨범들 말이죠.
Tablo: TBNY 1집, Eluphant, Q Train... 너무 좋아요. 아직 안 나온 IF 2집도 대박이에요. 그리고 Pe2ny가 만든 노래들... 개인적으로 친해서 그런 것도 조금은 있겠지만... 진짜 다 좋은 것 같아요. UnknownDJs도 요즘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고 있던데... 나오면 다 놀랄걸요.
힙플: Pe2ny 하고는 어떻게 만나신 거에요?
Tablo: Been a long time... Pe2ny가 우리의 1집 Watch Yaself 만들었잖아요. 그 곡을 녹음하고 있던 와중에 느닷없이 군대를 갔어요. 본인도 갈 줄 몰랐는지 그냥 말없이 어느 날 사라졌어요. 믹싱을 해야 되는데, 소스들도 안주고 그냥 간 거예요... 그래서 마냥 기다렸어요. 100일 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죠. (웃음).
휴가 때 믹싱을 하고 Pe2ny는 군대로 돌아갔고, 몇년이 지나서 에픽이 3집을 한참 작업하고 있을때 전화가 왔어요. 그때 엑스맨 찍고 있었는데... (웃음) 제대했다고 그래서 약속을 잡았죠. 만났더니 Pe2ny가 근심이 많더라고요. 오랫동안 공백 기간이 있었으니까... 음악은 계속 하고 싶은데, 너무 오랫동안 안 해서 되겠냐 하면서...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그날 당장 에픽 3집 프로듀서진에 합류시켰죠. (웃음). 운명인 것 같아요. Yesterday라는 곡에 Pe2ny를 다시 만나면서 느낀 향수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힙합 언더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Pe2ny의 이름이 많이 보여서 너무 행복해요. 오랫동안 친구였던 만큼, 함께 고생한 만큼 잘 되서 기뻐요~
힙플: 그 외 되게 기본적인 질문들은 이메일로 보내드리면 안 될까요?
Tablo: 저 이메일이 없어요. 그런 거 잘 몰라요 (웃음).
힙플: 돈은 많이 벌었어요?
Tablo: 네, 많이 벌었죠. 1,2집땐 정말 거의 한 푼도 못 벌었어요. 1집땐 25만원 벌었어요. (웃음).
힙플: 마지막으로 힙합씬을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주세요.
Tablo: 냉정과 열정사이.
인터뷰 / 김용준 (hiphopplaya@gmail.com) 김대형 (811kim@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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