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콘다(음악으로써 음악씬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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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27 00:48:51

2015년, 자전적 서사의 극을 달린 이센스의 에넥도트, 2016년 리드머에 의하면 "헬조선 관람기"를 그린 Zissou 모두 한대음 수상작으로 자신의 서사를 너무나 잘 그렸다. 이러한 서사 과정속에 아티스트와 동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기도 하면서 나의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필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그 아티스트가 아니였으면 겪지 못했을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빌린것이다.

 

하지만 아티스트는 때때로 어떤 것을 기술하는걸 떠나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러한 생각은 마르크스의 다음 문장과 같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만 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 마르크스

 

그럼 아티스트는 무엇을 바꾸고 싶어하는가? 이러한 주제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음악씬 외적인 것의 변화, 두번째는 음악씬의 변화이다.

 

첫번째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로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기존의 많은 래퍼들이 정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청자들과 희열을 나누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희열속에는 힘의 과잉이 있다. 어떠한 힘의 과잉인가? 아티스트가 인지도를 얻게 된 계기는 순전히 음악을 통해서이다. 그래서 그의 힘은 음악을 통해 얻은 힘이다. 그런 그가 음악을 통해 정치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음악에서의 힘이 정치적인 힘으로 옮겨지는, 힘의 남용이 어느정도 나타난다. 즉 음악에서 얻은 권력을 정치에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 이야기를 하는 음악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음악은 힘의 남용과 동시에 '음악을 통해 정치 이야기를 한다'는 시너지가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러한 힘의 남용이라는 단점은 그리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 두번째, 아티스트가 음악씬의 변화를 이야기하면 어떨까? 자신의 음악을 증명하고 그것을 통해 이 음악씬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 자신의 자격을 증명함과 동시에 비판을 하는 너무나 멋진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는 어떠한 힘의 과잉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아티스트의 넘치는 열정만 느껴질 뿐이다. 김태균의 Come Back Home이 이를 보여준 멋진 노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의 귀가 어두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앨범단위로 그러한 서사를 보여주는 앨범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당장 기억나는건 버벌진트의 누명화나의 화나콘다이다. 그래서 화나의 이번 앨범에서 버벌진트의 누명이 오버랩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버벌진트의 누명과 더불어서 작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버벌진트는 누명을 통해 '랩장인 버벌진트 - 구역질 나는 힙합씬 - 누명을 뒤집어씀 - 힙합씬(음악씬)을 떠나게됨 - 해탈' 이라는 서사를 그리게 된다. 그리고 버벌진트는 이러한 앨범을 통해 충분히 그가 이루고자 하는 변화를 이루었다. 그는 '힙합 지진아'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증명해냈다. 구역질나서 은퇴 선언을 한지 1년도 안되어 The Good Die Young 이라는새로운 앨범을 냈다는 것은 이 씬에 변화가 생긴것에 대한 방증이다. 변화가 없었다면 버벌진트는 그대로 은퇴를 했을것이기 때문이다. 누명의 앨범커버처럼 혁명가의 모습답게 그는 힙합씬에서 변화를 이루었고 운동권에서 정권의 노른자 위로 안착했다. 그의 앨범은 성공적인 변화를 야기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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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화나의 모습은 어떨까?

 

화나는 어글리 정션을 통해 힙합씬에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 그는 어글리 정션을 "유배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화나에게 있어 유배지는 스스로 택한 유배지이다. 자본에 의한 정치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택한 유배지인 것이다.

 

난 어엿한 Underground 영혼 판 도적단이 쪽쪽 빤 이 더러운 판 위 떳떳한 못난이 손아귀 속 결단의 도전장 그리고 절대 꺾일 수 없는 내 연필 끝내 여길 때려치울 생각 없어 고된 현실 괴롭힐 때도 밀어붙여 버텨 내온 길 

내 성질 계속 실패로 - 유배지에서 

 

이러한 유배지에 대한 찬양 덕에 화나는 스스로를 '순교자'에 비한다. 그리고 자신의 순교 행위가 언젠가는 변화를 일으키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런 갖은 황폐에도 싹은 발해 순교자는 화해 아름답게 그 날을 향해 - 순교자찬가

 

그가 어글리 정션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돈? 명예? 천만에, 그는 재미를 벌기를 원한다. 

 

어글리 정션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 기획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슬로건이 있어요. '재미를 버는 사업'이에요. 말씀드렸다시피 비지니스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돈을 벌자는 건 또 말이 안된다 싶었어요. 스스로 재미를 얻고 벌자는 생각이었죠. (출처:화나 인터뷰  | http://ch.yes24.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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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는 어글리 정션을 통해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아나콘다가 먹잇감을 잡아먹듯 이 씬의 버러지들을 숙청하고 싶어한다. 

 

온통 여긴 전염병이 덮쳐버린 공동묘지
저 뻔뻔히 겁도 없이 얼쩡거리던 버러지들의 종족번식

영역표시로 더렵혀진 역겨운 거리 - FANACONDA

 

조롱거리였던 Serpent
허나 여긴 나의 벌판 나의 정글
나의 덤불 나의 소굴 나의 터전
난 이 깊은 밀림을 지키는 Tarzan
용의 시대에 지배되기를 거부한 야생 이무기
이름이나 몸집 크기로 기죽지 않는
이 긍지의 삶은 B-Movie
우성이 아니라서 열성으로 맞서네
쉬운 먹잇감이라도 전력으로 단번에 - FANACONDA

 

화나의 적은 이 씬의 버러지 래퍼들 만이 아니다. 그들이 활개를 치게 만든 거대자본이다. 그러나 과연 화나가 거대자본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문화 시장의 불합리
숱한 시련의 틈바귀
수난기를 맞이한 음악인들의 줄타기
금박지 흑막 뒤 주사위 놀음말이 되어
물탄 Scene에서 모두 아가미와 물갈퀴를 달지
뚱딴지 대중화
대충 다 예측한 대로 실체는 박해
그 계층 아래 죄수가 된 예술가의 색은 바래
매순간 되풀이 되는 한계와 꺼뜨린 횃불 앞에
괴물과 대적하려면 스스로 괴물이 될 수 밖에 - 진실은 저 너머

 

화나는 스스로 "괴물과 대적하려면 스스로 괴물이 될 수 밖에"라고 한다. 하지만 화나가 그럴 수 있을까? 화나는 이 문화에 대한 열정 때문에 스스로 괴물이 되지 못한다. 또한 괴물이 되고자 했던 시도를 했던 사람들, 시스템에 나와서 시스템을 침뱉고 싶어했던 이들의 좌절을 보아왔다. 그래서 결국 화나는 괴물이 되지 못한다. 이에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네 녀석들한테 뭐라 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알아둬라, 악마는 나이가 무척 많아. 그러니 악마를 이해하려면 너희도 늙어야 해!

파우스트 2부 2막

 

[출처 악마는 은이다. 늙어야 악마를 이해할 수 있다|작성자 enhance

화나는 이 문화를 사로잡는 괴물을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스스로 괴물이 되지는 못한다. 그럼? 결국 그는 괴물을 이기기 위해 괴물을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괴물은 쉽지 않기에 화나는 괴물과 함께 계속 늙어간다. 화나는 그 늙어감을 어글리 정션과 함께한다.


혹독한 현실 앞에서도 놓지 않는

곧은 생각, 그리고 굳센 맘
그렇게 넘은 내 삶의 서른 계단
어느새 난 목숨의 반 이상을 거듭해

Rhyme에 쏟은 Rap판 터줏대감 - 유배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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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화나는 힙합씬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하지만 화나콘다의 서사는 절망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곳에서 버벌진트와의 대비가 이루어진다. 버벌진트는 무엇을 변화시키고자 했는가? 바로 '힙합 지진아'들 이다. 이들은 넓게 봐주어서 힙합 리스너들에 속한다. 즉 버벌진트는 자기의 음악을 듣는 사람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화나는 무엇을 변화시키고자 하는가? 힙합 리스너? FANACONDA 진실을 저 너머에서 '버러지 래퍼'들과 '문화 시장의 불합리'를 비판했다. 그럼 화나가 변화시키고 싶어하는건 이에 연관되지 않을까?. 가족계획을 들어보면 다음과 가사가 나온다.

 

각종 폐해 낳고 생색내는 각본 대회가 널 세뇌
화려해 보이는 여긴 힙합 연예계
반면에 꽤 가까운 곳에 내다본 세곈
판돈에 의해 굴러가 독재에 자본 체제

가격대에 맞춰 예술을 차별대우해 - 가족계획

 

화나가 변화시키고자 하는건 쇼미더머니와 같이 힙합을 팔아먹는 프로그램, 그리고 힙합을 좀먹는 자본, 즉 버벌진트가 변화하고자 한것에 비해 너무나 거대하다. 그래서 음악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것으로 충분한 버벌진트와 달리 화나는 너무나 큰 힘을 필요로 한다. 결국 화나는 그 힘을 얻지 못해 좌절하고 만다.

 

어떤 이들을 여전히 내 족적 뒤를 따라오고 있네

난 그저 시댈 넘길 때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그 고민의 고릴 떼어주고 싶기에
이제야 뒤를 보네
힘을 원해
하지만 현실은 벽에 - Power

 

화나는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넘어서, 자신의 음악을 듣지도 않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힙합을 마구 재단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를 변화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변화가 가능할까? 쇼미더머니 때문에 더욱더 작아진 자신의 입지에서 음악으로 음악씬의 변화를 야기한다라. 정말 바라는 바지만 현실은 너무나 좌절스럽다.

 

제가 이렇게 앨범을 내도 옛날에는 공연 섭외라 이런 거를 기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회도 없고..... 안타까운 것 같아요 - 출처 :화나 7IN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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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콘다의 마지막은 Do Ya Thang이 장식한다.

 

산을 넘어 산을 넘어 산인가 봐 앞뒤 상하 좌우 동서남북 온통 막힌 상황 그런 바보 같은 표정만으론 변하지 않아 뭐라 말들은 많으면서도 더 바꿀 노력하긴 하나 모자람이나 감추려고 찾는 편협한 일반화 하나같이 판에 박은 변명과 그 뻔뻔한 뒷담화 왈가왈부 잘 꾸며놓은 말투 벌써 딱 티가 나 가식의 탈은 벗고 참다운 너로 살길 바라 제발 - Do Ya Thang

 

말 그대로 Do Ya Thang,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와 함께 그냥 너의 걸 하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이러한 메시지는 어글리 정션을 유지하려는 화나 자신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Power라는 노래를 통해서 자신은 힙합씬를 변화시킬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Do Ya Thang을 외치는 것은 너무나 절망스럽게 들린다. 긍정적인 노래 분위기가 오히려 가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자신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마치 너무나 슬퍼서 웃는것 같이 들리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 자신은 이러한 씬을 변화시킬 힘이 부족하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이것 뿐이야! 라는 메시지로 결국 현실의 벽을 뚫지 못한다.

 

그러나 비록 지금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서 영원히 그 가능성이 없는것은 아니다. 화나는 어글리 정션을 통해 후배들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글쎄..... 감히 누가 어글리 정션의 후대가 이 씬에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화나는 이 씬에 있어서 거대한 스승임이 분명하다. 그 스승에서 나올 제자를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완벽한 좌절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직 한계에 있지 않은 다른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화나는 스스로 "평생 완벽하지 않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했다. 평생 완벽하지 않기에 좌절도 하고 때때로 희망도 찾아가면서 자기의 길을 그리는 그런 모습이 그가 그리던 아티스트의 모습이 아닐까. 언젠가는 화나가 그리는 문화를 이룰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하고 또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화나를 응원해주고 싶다.

 

필자는 화나의 이번 앨범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5만 2천원의 CD를 구매했다. 필자가 좋아하는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앨범을 사는것은 너무나 커다란 기쁨이기 때문이다. 음악으로써 음악씬을 변화시키고자 하는는 앨범, 그런 앨범은 정말 오랜만이다. 언더그라운드씬에 있어 화나 만한 스승이 몇이나 있을까, 그가 이 씬을 당장 바꿀지 모를지라도 그 씬을 바꿀 수 있는 태도는 모두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모여 이 씬이 언젠가 독자적인 장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어디에도 쉽게 휩싸이지 않은, 그 어떤 자본보다 우위에 있는 문화가 되는, 바로 그런 독자적인 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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