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블랙넛 논란, 더이상 힙합을 방패막이로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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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5-06 23:07:54



이번에 발매된 저스트뮤직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효과의 수록곡 ‘too real'에서 블랙넛이 여성 래퍼 키디비를 성적으로 입에 담았다. 작년 발표한 노래 ’indigo child'에서 키디비를 보며 마스터베이션을 했다는 가사를 쓴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 키디비는 마음은 상하지만 웃으며 넘기겠다라고 아량을 보여줬지만, 이번엔 고소하겠다고 엄포했다. 블랙넛은 이런 논란을 일으킨 게 한 번 두 번이 아니다. 데뷔하기 전 만든 졸업앨범에서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가사를 썼고, ‘higher than e-sens'에서 윤미래를 성적으로 모욕했고, 'indigo child'에서 키디비는 물론 세월호까지 건드렸다. 그런 행태에 거의 사회적 수준의 비난이 일자 맞디스 곡‘ ’part 2'를 내며 나는 안 할래 착한 힙합이라며 반성할 의지를 버렸다.

 

저스트뮤직은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팬층이 두터운 레이블로 알려져 있고, 블랙넛은 일베·디씨 성향의 젊은 남성들에게 큰 충성을 얻는 래퍼다. 이런 논란이 생길 때 마다 팬들이 비호하기 바쁜데, 늘 읊어대는 레파토리가 그거다. “힙합은 원래 이런 음악이다, 원래부터 상스러운 음악인데 뭘 바라냐, 선비질하지 말라.” 블랙넛 역시 ‘part 2'에서 자신을 향한 비난에 "black music은 좋은데 black's music 뮤직은 싫대"라고 대꾸했다. 한 마디로 에미넴은 좋다면서 블랙넛은 싫다는 건 위선 아니냐는 거다. 지금도 정확히 이런 논리로 키디비를 비방하는 이들이 많다. 래퍼가 디스로 받아치든가 고소가 뭐냐, 힙합 한다면서 디스도 이해 못 하냐, ’리얼 힙합이 뭔지 정녕 모르는 거냐 등등.

 

힙합은 돈을 뺏고 마약하고 여자를 ‘Bitch'라고 부르는 음악이다. 하지만 그건 장르적 특수성 안에서 일어나는 클리셰다. 에미넴이라고 저런 가사 쓰고 욕 안 먹는 거 아니고 사과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이런 장르적 클리셰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실에 실존하는 특정한 인격을 공격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누아르 무비는 힙합처럼 말로만 사람을 쏴 죽이는 게 아니라 총알과 핏물을 눈 앞에서 뿜어대는 장르지만 연출의 일환이랍시고 실제로 사람을 쏘는 게 용납되는가? 힙합이 아니라 시체성애 영화라 해도, '허구'를 넘어 현실을 향해 폭력을 저지를 변명거리는 안 된다. 예술이건 오락이건 장르이건, 그게 무엇이건 간에 사람의 기분을 달래기 위해 만든 수단이다. 힙합이 대관절 뭐라고, 무슨 위대한 신앙이길래 사람 위에 올라타 인격을 짓밟을 권한을 준단 말인가.

 

한 번이야 그럴 수도 있다. 키디비가 대인배처럼 웃고 넘어갔으면 마음을 고쳐 먹든가,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대안적 방식을 찾아야 할 거 아닌가. 이건 그냥 상대방의 인격, 여성이란 정체성을 가사를 푸는 노리개로 집요하게 희롱하는 거다.

 

예전에도 리미라는 여성 래퍼가 있어서, 자신을 성희롱하는 가사를 쓴 남자 래퍼와 고소까지 간 적이 있다. 이 사건은 비프'라는 맥락 위에서 상호 치고받기로 이해할 여지라도 있었고, 리미가 자처한 'Bitch' 캐릭터가 품은 독소에 관해 비평할 소지가 있었다(그 일이 스스로를 'Bitch'라고 부른 리미 탓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키디비는 뭔 잘못을 했길래 블랙넛하고 엮인 것 하나 없이 영문도 모른 채 언어폭력에 연거푸 얻어맞아야 하나.

 

블랙넛이 고소를 당해도 그 고소 때문에 당장 타격을 입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될 공산도 있다. '힙합 신의 악동 블랙넛' '한국의 에미넴 블랙넛' '일베 래퍼 블랙넛' 같은 '악인 캐릭터'가 무르익을 거고 착한 힙합싫어하는 사람들은 더 열광할지 모른다. 하지만 힙합은 원래 그런 음악이니까, 힙합은 대마 빨고 '계집'을 함부로 다루는 게 '개간지'니까, 같은 변명거리가 언제까지나 통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르는 어떤 교집합을 가진 작품들이 누적한 관습의 총체일 뿐이지, 창작자 개인이 저지른 비행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저렇게 개인의 잘못을 장르의 이름으로 덮으려는 행동은 그 개인을 넘어 장르의 얼굴에 오물을 뿌리는 행동이다. <쇼미더머니>가 힙합을 키웠다고 하지만, 이 프로그램과 거기 출연하는 래퍼들이 뿌린 수많은 논란에 부정적 인식도 만만찮다. “힙합은 양아치 음악이다” “강자 앞에선 약하고 약자 앞에선 강한 래퍼들” “돈 자랑에 허세나 떠는 한국힙합 싫다”. 단적으로, 이게 어떤 대중들이 힙합에 관해 품은 생각이다.

 

무엇보다 저런 가사는 저스트뮤직 차원에서 피드백을 줘서 걸러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저 가사가 어떤 논란을 일으키고 키디비가 어떤 상처를 받을지 불 보듯 훤하잖은가. 기엔 키디비 뿐 아니라 장애인 혐오도 시뻘겋다. "휠체어 끼릭끼릭"이라니. 이건 지체 부자유 상태를 경멸하고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 가사는 모든 의미에서 끔찍하다. 

저스트뮤직은 스윙스와 바스코, 씨잼과 노창, 블랙넛 같은 악동에 마초에 광인에 '센 캐릭터'의 래퍼들이 모인 레이블이고, 블랙넛은 선정적 가사로 유명세를 키웠다. 하지만 얼마 전엔 과거 스윙스가 쓴 고 최진실 씨 가사가 재차 물의를 일으켰고, 블랙넛은 잊을만하면 사건을 터트린다. 이런 식으로 계속 논란에 올라 봐야 도움 되는 거 절대 없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지금 당장이야 저런 걸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선정성으로 이목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행사와 방송 같은 더 많은 대중과의 접면을 잃을 수도 있다. 힙합을 넘어 쇼프로와 드라마, 영화도 그렇고, 덩치가 큰 엔터테이먼트 회사라 해도 도덕윤리와 사회적 기준, 여론을 이런 식으로 무시하면서 좋은 꼴을 보기 어렵다. 저스트뮤직 같은 작은 회사가 풍파의 연속을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지금이야 <쇼미더머니> 특수가 최고조인데다 중고등학생들이 저스트뮤직에 충성을 바치고 있지만, <쇼미더머니>는 천년만년 하고 힙합은 행사장 평생 vip일 거 같은가? 젊은 사람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계층이라 언젠가는 다른 유행을 찾아 떠난다. 대중 앞에서 장르의 이미지를 파먹으며 물의를 일삼는 건 자신들이 활동하는 기반, 나아가 다른 래퍼들이 활동할 기반을 깎아먹는 자충수다. 힙합은 뭔 짓을 해도 용서받는다고 믿는 팬덤의 경호를 받으며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언젠가 정말 큰 코 다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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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7-05-06 10:24:48

애초에 '원래 그런 것'은 아무 것도 대변할 수 없죠. 원래 그런 것이면 그게 맞는 건지 따져봐야하는 겁니다.

그리고 선수대선수의 싸움판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한 여성의 성적인 부분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조롱한 거죠. 랩으로 받아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요. 실력이나 태도가 구리다고 생각해 깐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사람 성희롱 한 후에 '이것이 뤼얼히빱?' 그렇다면 힙합은 ㄹㅇ양아치문화죠.

뭐 글쓰기는 귀찮았는데 제 생각과비슷한 방향의 글을 봐서 그냥 댓글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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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5-06 14:11:53

공개적 성범죄가 힙합이란 허울 좋은 명목아래 스웩 = 예술이 되어가는 미친 세상.

 

오지 않을 그 날. 

2017-05-06 22:58:17

저는 일단 이런 글이 논란을 키운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애시당초 음악에 캐릭터를 입히기 좋아하는 레이블이었고 그에 걸맞는 뮤지션이 속한레이블입니다.

그것이 쇼미빨이든 중고등학생 한정 반짝인기이든간에

씬에 먹히고 있고 그보다 매력적인 제안을 하는 래퍼가 적을 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05-06 23:07:54

생태계에 종이 다양해야 건강하듯이

이런 래퍼들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고생각합니다.

다만 작성자분이 이전글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스웨거" 단일종이 우점종이 되는 상황은 원치않습니다만

지나다보면 자정될 것이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두서없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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