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학] 한국 시와 한국 랩 음악 비교 3

 
1
  1554
2012-05-14 14:35:20

3편!





2) 한국 랩 음악의 초기 형태

한국 랩 음악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장르의 탄생은 그때까지 이어져온 흐름에 의한 것이지, 분절적인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랩 음악의 탄생 또한 몇 가지 사건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1989년 옥슨80 출신의 로커 홍서범은 모든 가사를 랩으로 처리한 「김삿갓」이라는 노래를 선보였다. 이후 현진영이 본격적인 힙합 앨범인 『New dance 2』(1992)를 발매하고, 같은 해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앨범인 『서태지와 아이들』(1995)에 수록된 「Come Back Home」은 주목할 만하다. 비록 당시 미국의 갱스터 랩처럼 욕이나 저속한 말, 강한 사회비판을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가출 청소년에 관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룸으로써 랩의 메시지 전달 기능을 충실히 재현해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랩 음악을 하는 많은 뮤지션들이 등장하게 된다. 다음은 1997년 발표된 김진표의 곡 「오늘도 난 학교에 간다」로, 초기 랩 음악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해도 안 든 개도 잠든 해도 너무한 새벽
깨어나는 건 꽤 크나큰 벽 또 한 번만 개겨
겨우겨우 들려오는 어머니의 비명
워우워우 토해대는 시계만의 사명

이 곡에서 김진표의 라임(rhyme, 압운)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해도 안 든\', \'개도 잠든\', \'해도\'가 라임을 이루는 동시에, \'해\', \'개\', \'새\', \'깨\', \'꽤\', \'개\'처럼 \'ㅐ\' 모음을 자주 사용해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행도 마찬가지로, 두 행은 행 전체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사를 읽으면 알 수 있듯이, 라임을 맞추는데 집중한 나머지 가사는 전달력을 상실했다. \'해도 안 든 개도 잠든 해도 너무한 새벽\'이라는 말이나, \'시계만의 사명\'같은 말들은 그 뜻이 명확히 와 닿지 않는다.
랩 음악의 \'음악\'이라는 말은 라임을 담보로 하고 있다. 라임을 배치시킴으로써 운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국 랩 음악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나타난다. 영시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영어라는 언어에 있어 라임이라는 요소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향유했던 압운, 그리고 압운법은 한시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우리말로 라임이 포함된 랩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이것이 한국의 랩 음악이 처음부터 스스로에게 물어온 질문이었다. 이런 고민에 따라 초창기의 랩 음악은 조악한 라임과 부족한 전달력의 가사를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저번 게시글에서 어떤 분이 랩 음악의 탄생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셨는데, 제가 하고자 했던 말은
\'흑인의 백인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 그리고 그것을 나타내려는 욕망이 랩 음악에 반영되었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 코멘트 감사합니다!

1
Comment
2012-05-14 21:53:54

시계의 사명...ㅋㅋㅋ 잘읽었습니다~4편기대할게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