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IC 2 SEOUL》 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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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4-30 18:02:17

자신의 포부를 이야기하고, 내면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일상과 추억담으로 마무리하는 전개는 한국의 힙합앨범에서 거의 클리셰로 자리잡혀있다. 

 

이 앨범도 그런 전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포부를 드러낸 〈도입〉, 자기자신의 나태한 모습을 한탄하다가 그 모습을 똑바로 마주보고 변화를 다짐하는 〈거울〉, 부모에 대한 죄송함을 드러내는 〈당신〉, 자신이 존경했던 래퍼들의 길을 따라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는 〈클래식〉, 도시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희망을 찾아가며 과거의 자신처럼 암흑기를 거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각자의 도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이야기하는 〈인천 블루스〉, 래퍼로서 활동하면서 겪었던 일과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추억 리사이틀〉의 배치는 그런 전형적인 구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요리를 만든다고 해도, 어떤 재료를 쓰느냐, 그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 재료의 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앨범도 그렇다. 한국 힙합앨범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사운드일 것이다. 재지한 비트 위에서 강렬하면서도 비트에 잘 녹아드는 랩을 뱉어내는 첫 트랙 〈도입〉부터가 청자를 몰입시키며, 〈당신〉에서의 타이트한 플로우도 단연 눈에(?) 띈다. 아웃트로격이라 힘을 제법 뺀 트랙들인 〈인천 블루스〉와 〈추억 리사이틀〉에서도 랩이 제법 유려하게 흘러 거슬리는 느낌이 없다. 랩뿐 아니라, 비트도 한몫했는데, 2000년대의 소울컴퍼니 감성이 느껴지는 재지한 바이브가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이 바이브에서 살짝 벗어난 〈각자의 도시〉도 분위기에 어우러지면서 제법 괜찮은 조미료가 되었다. 

 

가사에도 굉장히 인상적인 구절이 많은데, '난 마이크로 귀를 뺏는 타이슨 (도입 中)', '내 아우성은 크지만 주변은 온통 거울이야 (거울 中)',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진 우리들은 모두 같은 나이 (각자의 도시 中)' 같은 구절은 굉장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특히 '내 아우성은 크지만 주변은 온통 거울이야'라는 구절은 머릿속에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게 했다. 

 

피쳐링진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서 듣는 즐거움을 주었다. 〈거울〉의 Jade-ring과 〈당신〉의 이진솔은 감정을 고조시켰으며, 〈클래식〉의 권기백은 이센스가 떠오르는 엇박랩으로 곡의 스타트를 잘 끊어주었으며, 루리는 몽환적인 음색으로 곡에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느낌을 실어줬다. 〈각자의 도시〉의 IC KID도 흘리는 발음과 묵직한 목소리가 빠른 템포의 비트에 의외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앨범의 수록곡들이 〈당신〉 한 곡을 제외하면 1분대~2분대라 앨범의 러닝타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더 느껴보고 싶은데 17분이면 어느새 끝나있다. 이런 바이브를 더 길게 즐길 수 있는 정규앨범을 기대해본다. 

 

P. S. 요새 힙합을 안 듣고 살아서 뻘글만 쓰다가 함 올려봅니다. 근데 권기백님 미성년자로 아는데 〈클래식〉 들을 수 있나요. 앨범 유일 19금 곡이던데 ㅋㅋㅋㅋ 위 짤은 인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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