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하반기 국내힙합 주요앨범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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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12-21 16:46:31

2021 하반기 국내힙합 주요앨범 결산

정규앨범을 기준으로 하며, 발매일 순으로 정렬되어 있습니다.

 

 

 

1. natural high - nafla 

2021.08.31

아티스트의 작품적 수준과 청자의 기대가 완벽히 일치될 때의 발현되는 카타르시스는 희귀하고도, 위력적이다. 애당초 본인의 실력을 과하게 부풀리면서, 억지로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쳐지나갈 트랙이 하나도 없다. 나플라,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트랙들을 빈틈없이 배치함으로써, 기술적으로 풍성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사운드의 밀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본인의 실력적 위치를 꽤나 체감하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와, 나플라 특유의 도발은 각 트랙 속에 흐릿한 크로마키처럼 스며들어 있으며, 이는 청자로 하여금 트랙을 즐기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추천트랙 : Track 3. run! (feat. JUSTHIS)

 

 

 

 

2. 이수린ackermann - unofficialboyy

2021.09.09

‘변곡점의 탄생’ 이라고 칭했던 그의 행보들은, 폼을 잃지 않고 끝없이 나아간다. 전작이 본인의 가능성을 두고서 벌어지는 수근거림을 단숨에 일단락시키는 외부를 향한 공표와 같았다면, 본인의 이름 석 자로 시작하는 이번 작품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적응’과 ‘대응’을 각오한다. 스스로에게 새기는 문신인 셈이다. 그는 종종 설익은 몸짓이 용인되던 보통의 어린 래퍼로써의 모습을 최대한 멀리하고, 책임져야 할 것과 성장시켜야 할 것들을 명확하고도 빠르게 인식한다. 그리고,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들은 ‘ackermann’에 담겨있다. 이수린은 여전히 할 말이 많고, 보여줄 것들이 그득하다.

추천트랙: Track 7. legacy (feat. gamma, Swervy) 


 

 

 

3. avante - 기리보이

2021.10.14

푸르고, 화창하며, 모든 사물들이 제 자리를 지키는 듯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푸른 천정을 조각내면, 잿빛이 된 두 눈동자만이 자리한다. 인위적인 청상(淸爽)들을 강박적으로 그려내고, 칠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함으로써, 철저히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에만 몰두한다. 넘쳐흐르는 명(明)으로 암(暗)을 표현한다. 어두운 땅과 푸른 하늘 간의 위치를 뒤집는 극단에 치닫아야만, 모든 일들이 고요해질지도 모르는 화자의 불안정성. 그의 트랙들을 뒤집어 바라볼 때, ‘그땐 어렸기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고, ‘우리의 관계는 결국 그렇게’, ‘추락’했고, ‘돌아섰다’. 모든 것들을 상실했기에, ‘내일을 마주하기는 죽을 만큼 싫다’. ‘사자(使者)’가 움직인다.  

추천트랙: Track 6. 그럴 수도 아닐 수도 (Feat. JINBO) 


 


 

4. SKANDALOUZ - Los

2021.10.17

‘SKANDALOUZ’는 자전적 앨범의 기본공식에서 진일보한다. 로스는 그만이 내어놓을 수 있는 독보적인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시공간적 이동을 시도한다. 그럼에도 술자리에서 무용담을 늘어놓는 식이라거나, 대뜸 소리부터 치지 않으며, 평정심을 유지한다. 무엇보다도 감정과 언어의 정제를 통해서, 누구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재현한다. 원인 모를 파열음과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들이 청자의 감각을 더욱 세밀하고 날카롭게 만듦으로써, 그의 이야기에 더욱 강력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로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늘어지는 루프 위로, 삶을 재생한다. 이전 공간에서의 과거를 보여주나, 새로운 공간에서의 미래를 시사한다.

추천트랙: Track 9. Hustle 2 (feat. Chin, CHANGMO) 


 



5. PAID IN SEOUL - DON MALIK

2021.10.19

당신은 도시 또한 인간처럼 늙어간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늙어가는 것들 안에서, 늙어가는 존재인가. 그러나, 도시는 늙어갈 뿐, 죽지는 않는 반면, 우리는 죽음으로써 사라진다. 서울이라는 세계 속에서, 작은 세계들이 수놓이듯이 움직인다. 즉, ‘불멸’ 속에서 ‘소멸’ 은 살아가는 셈이다. 그렇게 인간이 생을 향해서 발버둥치다가 도시의 어느 구석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한다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려는 찰나의 순간, 던말릭은 반문을 제기한다. 한 공간 속을 거니는 6명의 던말릭은 사라지는 우리들을 대신하여 탄생되며, 영원히 사그라들지 않을 유무형의 것들이 존재함을 기어코 증명한다. 이를테면 음악같은. 따라서, 다시 한번 더 재정의한다. ‘소멸’ 은 ‘불멸’ 을 잉태한다.

추천트랙: Track 4. Be a pro 


 



6. 독립음악 - 최엘비

2021.11.07

우월감을 사악한 감정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우울감보다는 훨 나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둘 중 하나로 점철된 삶은 극구사양한다. 결국, 우리는 양가의 감정들로부터 말끔하고, 확고하게 독립해야함을 깨닫는다. 사실 ‘독립’ 이라함은 앉아있다가 일어서는 것과 다를 바 없을 만큼, 막상 하고나면, 터무니 없이 보잘 것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세상이 뒤집히고, 손가락이 여섯 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그 순간들이 생각나 실소가 터진다. 그러나, 단 한 가지가 달라진다. 앉아있는 것과는 다르게, 일어서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최재성 씨’가 조금 더 ‘살아가야 할’ 이유들이 도처에 있다. 우월 혹은 우울의 늪으로 돌아갈 바에는 차라리 한바탕 신명나게 ‘도망가기’를 바라면서. 

추천트랙: Track 5. 독립음악  



 


7. 박쥐 - Conda

2021.11.08

콘다는 개별적인 사운드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본성(nature)을 몸소 파악하고, 이해할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해치지 않는 경계를 놀라울 정도로 능숙히 지켜가면서 사운드를 배치한다. 다양한 소리의 범주들을 마치 물결처럼 통합해내며, 악기소리와 음성을 각각 분리하여 대하기보다는 하나의 소리 아래 묶어낸다. 그래서 아티스트의 음성들은 종종 내레이션처럼 들리기도 하며, 특정한 뉘앙스들로 명명되는 ‘박쥐’의 트랙들은, 감정과 상황을 정확히 묘사해내는 표현물로 승화된다. 잎의 맥과, 꽃의 결들을 헤아릴 줄 아는 정원사의 솜씨는, 가끔씩 그의 손이 녹빛으로 보이게끔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작업하는 콘다의 손을 곁눈질로, 몰래 살펴봐야할지도 모른다.

추천트랙: Track 9. 재 (Feat. 이현준) 

 



 

8. UNDERGROUND ROCKSTAR - CHANGMO

2021.11.11

피터 파커와 창모와의 상관관계를 비교연구해볼 이들을 찾는다. 붉은 옷을 입을 때, 나는 누구인가. 스파이더맨의 심정. 올라갈수록, 멀리 보이고, 많은 것들을 손에 쥐나, 아무도 없다. 내려갈수록, 미래보다는 과거의 나를 되찾으며, 왠지 모르게 꿈은 멀어진다. 지상으로부터의 위치가 곧 모순, 고독, 불안정 따위의 것들로 변환되는 원리를 가진다. 창모는 보다 더 영악하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언더그라운드’와 ‘락스타’ 중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시선들을 돌파하기로 결심한다. 어쩌면 그의 붉은색 F8처럼. 창모는 다시 한번 자신이 동경하던 예술적 자아의 롤모델을 불러 모으며, 그들을 향한 기억들을 출력-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창모적 사운드의 동력을 공급한다.

추천트랙: Track 6. Vivienne


 

 

 

9. GENERATION - 호미들

2021.12.14

호미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자신들의 두 손으로 일궈오던 힙합적 공간에서의 아이덴티티 ‘축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성장곡선의 ‘J커브’를 가감없이 드러내면서도, 미래에 대한 쟁취의 욕구가 여전히 유효함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는 과정은, 그들의 도착지점을 감히 단정지을 수 없도록 만든다. 지금까지 호미들이 그려오던 바이오그래피는 스스로가 가진 ‘존재성’ 자체에 대한 강도 높은 피력이었다면, 앞으로는 그러한 존재성을 바탕으로 풀어나갈 호미들과 힙합 간의 ‘관계성’의 피력을 기대하게 만든다. 씬의 구성원들, 모두가 호미들이 불러일으킬 ‘세대교체’의 광경을 목격할 준비가 되어있음은 물론, 목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추천트랙: Track 6. 리제로

 

 

 


10. FANATIIC - Fana

2021.12.24

초록색 카펫 위의 신뢰. 한 방향으로 덧없이 나아가는 일 자체가 그토록 불안과 혼란을 수반하는 행위인지를 몸소 보여준 이. 그가 거닌 발자국 수는 앞선 감정들의 증폭과 비례한다. 화나는 제 2의 ‘화나틱’을 통해서 굳건히 버텨준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향해서 보상한다. 세상에는 등장만으로도 기립박수를 받는 작품들이 있다. 모습을 드러내는 그 짧은 순간의 빛만으로도, 끄덕이는 고개들이 수없이 늘어나며, 언뜻 비치는 실루엣으로도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그런 작품들. 그의 이번 작품이 그렇다. 또한 화나는 이번 앨범을 통해서 변화하는 씬에 대한 메세지를 던져야겠다는 기능 혹은 목적을 일체 고려한 적도 없다. 그저 트렌드로 가득해진 공간 속을 덤덤히 걸어들어온 초지일관일 뿐이다.

추천트랙: Track 11. 발아

 

 

 


이외의 들어보면 좋을 주요 앨범들

 

  • SINCE 16' - SINCE / 2021.07.16

추천트랙 : Track 5. 탑승

 

  • City Of OSA : Family Pictures - 오사마리 / 2021.10.02

추천트랙 : Track 2. ROLLING STONES

 

  • Mantra - Deadbois / 2021.10.06

추천트랙 : Track 8. Need No (feat. Damndef, BoiB, Hangzoo) 

 

  • The Spoiled Child : 균 - Khundi Panda / 2021.11.29

추천트랙 : Track 4. Missing Heads


  • VIOLINIST2 - 릴러말즈 (Leellamarz) / 2021.12.14

추천트랙 : Track 8. Sisi La Famille (Feat. 김효은, The Quiett)

 

 

당신이 생각하는 올해 하반기 주요앨범은 무엇인가요?



2021 하반기 주요앨범 플레이리스트

멜론 (Melon) : 

 

https://www.melon.com/mymusic/playlist/mymusicplaylistview_inform.htm?plylstSeq=504296232&memberKey=&ref=facebook&snsGate=Y

 

유튜브 재생목록 (Youtube) :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fSZ2iFNs9uDDQFDAxpGJwpijpxF6Gtvo 


 본 주요앨범들은 담당 에디터와 힙합플레이야 에디터들의 투표와 의견을 종합하여 선정했습니다.

 

기획 및 작성 : Studio

 

 

 
이 게시물은 힙플님에 의해 2022-01-10 22:35:47'컨트리뷰터 게시판'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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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2-01-11 02:02:10

쿤디도 좋았구 엘비도 좋았구 데드보이즈도 좋았구 로스도 좋았구.. 하나하나 좋은 앨범들이 넘쳐나서 넘무 행복해요..

2022-01-13 21:31:47

화나 이번앨범 넘 좋아요. 특히 FANA FUNK .. 비트가 쩌네요

2022-01-14 19:07:14

와 정말 깔끔한 정리네요. 감사합니다^^

 
24-03-22
 
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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