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살펴보기 018. 로스 [SKANDALOUZ]
로스(Los) [SKANDALOUZ]
2021. 10. 17
로스의 정규 1집 <SKANDALOUZ>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진정한 웨스트코스트씻이 나온걸까요??!
피지컬은 VMC 스토어를 통해 한정판매되었는데
하루만에 품절이 나버렸습니다
다들 앨범 쩌는 건 다 알아가지고..
피지컬의 구성은 주얼케이스와 함께
공식 머천다이즈 박스로 이뤄져 있습니다
먼저 MD 구성부터 살펴볼까요
후면에는 로스의 사인이 대문짝만하게 있습니다
오픈!
VMC 피지컬이면 당연히
빠방하게 들어있는 스티커팩
그리고 반다나
보들보들한 재질이 마음에 듭니다
정중앙에 SKANDALOUZ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습니다
SKANDALOUZ 반다나가 보이면 바로 튀어
다음은 CD를 볼까요?
비닐의 스티커는 깔끔하게 잘라내서
보관해주는게 미덕
오픈 케이스
참고로 케이스를 연 이후부터는
로스형님 욕하면 큰일납니다
CD 뒤에서 다 듣고 계심 ㄷㄷㄷ
부클릿도 살펴봅시다
부클릿을 꺼냈을 때도
로스형님 욕하면 큰일납니다
첫 페이지에서 듣고 계심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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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펑크는 상대적으로 비주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덕션을 통해 지펑크의 사운드를 구현하고자 한 앨범은 여럿 있었으나 장르에 내포된 정서까지 재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이 음악의 원류에 녹아있는 갱스터의 삶은 우리나라에서는 여건상 온전히 구현하기 힘든 부분이 많고, 설령 이를 곡 안에 녹여냈다 하더라도 단순 기믹 이상으로 감흥을 끌어오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진짜 갱스터 출신 래퍼라도 오지 않는 이상 한국어로 이뤄진 제대로 된 지펑크를 접하긴 힘들것입니..다...네? 누가 왔다고요..? 로..스? 데뷔작 <SNAKES IN THE GRASS> 이후 2년 만입니다. 첫 정규앨범 <SKANDALOUZ>는 로스의 자전적 경험담과 그의 눈으로 바라본 거리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SKANDALOUZ> 속 이야기는 누구나 그럴싸하게 지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로스가 마이크를 통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 이야기들은 묵직한 현실로 다가옵니다. 불타는 빌딩 숲, 경찰차 사이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총구를 겨누는 항쟁. 앨범의 커버 아트에는 로스가 살아온 거리, 그리고 자신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Intro"에는 갱단 시절의 일화를 짧지만 강렬하게 그려내며 작품의 첫인상을 공고히 합니다. 이윽고 "LA 2 Korea"는 로스의 삶이 함축적으로 그려지고 "Skandalouz"는 그곳에서 있을 법했던 거리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잠깐의 순간(Intro)에서 개인의 삶(LA 2 Korea)으로, 그리고 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Skandalouz)으로 시야가 확장되며 <SKANDALOUZ> 세계관은 완성되었습니다. 앞의 세 곡으로 작품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이상, 뒤따라 오는 곡들의 주제가 어떻든 간에 청자들은 로스의 이야기에 설득당하고 맙니다. "Smile Now Cry Later"에서 '10년 전이었으면 난 이미 탄창을 비웠어'라는 라인은 절묘한 은유일 수 있어도 로스가 이야기하니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발화자가 가지는 설득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앨범의 중심서사는 로스가 '갱스터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가'보다는 그의 삶 자체,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것이 <SKANDALOUZ>가 단순한 갱스터 랩 앨범을 넘어 로스의 개인적인 앨범이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고난의 삶, 이를 벗어나기 위한 성공에 대한 열망과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함께한 내 사람들과의 신의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앨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 적에게 탄창을 비우는 행위만 빠진다면 우리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첨가되는 로스의 삶은 굉장히 독특한 맛이죠. 일반적인 서사가 로스의 특별한 이야기와 맞물리는 순간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유니크한 매력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각 곡의 주제와 어울리는 피처링진의 참여는 앨범을 더욱 빛냅니다. 타이거 JK, 화지, 미루(meeruu)의 존재감은 특히나 강렬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SKANDALOUZ>에 몰입이 가능한 이유는 이뿐이 아닙니다. 앨범의 프로덕션이 로스의 랩과 기민하게 맞물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지펑크를 접할 때 으레 들었던 신디사이저 음은 둠스데이가 프로듀싱을 맡은 "Intro"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사라지고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인트로를 제외한 앨범의 전체적인 프로덕션은 UGP가 담당했는데 신스 대신 차진 드럼을 중심으로 지펑크 장르 고유의 사운드를 그려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과잉되지 않은 사운드는 로스의 퍼포먼스를 빛내주고 있으며 로스의 랩 역시 미니멀한 구성으로 이뤄진 비트의 여백을 메꿔주며 곡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SKANDALOUZ>에서 느낄 수 있는 웨스트 코스트 힙합 감흥의 절반은 온전히 UGP의 공입니다.
제대로 된 지펑크를 보여주고자 한 로스의 목표는 <SKANDALOUZ>를 통해 성공적으로 달성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음악적 성취를 넘어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성공했습니다. 총을 내려놓은 로스의 손에는 이제 펜이 쥐어져 있습니다. 한 사람만 노릴 수 있는 총알과는 달리 그의 펜에서 나오는 한 줄의 가사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제 로스의 펜은 총보다 강합니다.
https://blog.naver.com/okonechu/22259940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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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이즈님! 항상 음반리뷰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리뷰글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