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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이크

[앨범 리뷰] 비앙 & 손 심바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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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2-08 22:17:02

https://blog.naver.com/386chiefmafia/222518169852


 

한국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래퍼라고 하면 손 심바만한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소위 말하는 앨범 외적인 사건에 대한 말을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전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손 심바를 둘러싼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과 발언 및 에티튜드, 그리고 그가 들어왔던 여러 비난들에 대한 맥락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한국 힙합에서 가장 문학적인 앨범을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전설』을 꼽을 것이다.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복선, 주로 순문학 작품에서 이용되는 여러 문학적 기법들의 적절한 활용은 이를 반증한다. 직관적인 예시로는 "원숭이띠로부터"에서 사용된 시점 변환 기법과 앨범 전반에 걸쳐 깔려있는 은유가 있겠다.

 

『전설』의 서사는 이러한 문학성 아래 손 심바—화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있다. 화자가 받는 따가운 눈초리들을 노래한 "무덤 앞의 개", 화자의 눈에 비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야기한 "귀신이 되어"와 "그게 사람" 등, 손 심바라는 중심 주제 하에서 각각의 단락별로 서사를 풀어나간다.

특히 인상깊은 부분은 "원숭이띠로부터"에서 "전설들의 불빛", "사수자리에게"로 이어지는 서사이다. 오버클래스 시절 김진태가 한국 힙합에 심은 빛의 씨앗과 실패, 그리고 이러한 좌절이 화자에게 미친 영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해당 단락은 화자가 그간 행해왔던 행위와 그의 신념 사이에서 중추적으로 작용해 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부여한다.


이러한 앨범의 서사 이면에는 서사에 대한 몰입도와 동시에 청각적 카타르시스를 야기하는 사운드적인 이점이 숨어있다.

손 심바의 랩핑은 정적이면서도 타격감이 큰 편에 속한다. 여기에는 손 심바 본인이 굳이 자극적인 랩보다는 그렇지 않은 랩을 선호하는 개인적 기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특징은 래퍼 Roc Marciano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특이한 인상을 준다. 또한 4음절 이상의 라임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특유의 플로우를 형성해 기술적으로도 수준급의 랩을 구사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손 심바의 랩에 내재된 강점들은 『전설』의 감흥을 배로 증폭시켜주었다.

비앙의 프로듀싱 또한 매우 인상깊었다. 급박한 분위기와 정적인 분위기를 순식간에 넘나드는 특유의 사운드 구성은 앨범을 감상하는 내내 압도당하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여러 샘플들을 잘개 쪼개어 곡의 전개에 따라 각기 다른 질감의 샘플들을 조화시키는 그의 샘플링 능력은 가히 완벽에 가까웠다. 만약 비앙이 본 앨범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전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다소 아쉬운 앨범이 되었으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올해 2021년, 대한민국 힙합 씬에서 수준이 상당히 높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레디와 스월비의 합작 앨범인 『Heartcore』, 제이호의 『Locals Only』, 키드밀리와 dress의 『Cliché』 등 좋은 앨범들이 잔뜩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손 심바와 비앙이 찍어낸 『전설』은 앞의 앨범들 이상의 평가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25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트랙들이 비슷하게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어 듣는데에 다소 피로감이 생긴다는 점은 아쉬웠다. 여기에는 단순히 사운드 적인 부분만이 아닌, 손 심바 특유의 플로우도 크게 기여한다. 물론 "원숭이띠로부터"나 "전설들의 불빛"과 같은 트랙들을 통해 이러한 피로감을 해소하고자 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고,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긴 하였으나 여전히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사 또한 조금 아쉬웠다. 래퍼 손 심바에 대한 정보들을 사전에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몰입이 가능한 서사 구조는 『전설』을 통해 손 심바를 처음 접한 이에게는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서사의 각 단락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형태가 아닌 다소 파편적으로 떨어져있어 하나의 단락에 집중하는 데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본 앨범을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손 심바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의 진솔한 서사와 유려한 랩핑, 그리고 비앙의 탁월한 프로듀싱에서 기인한다.

『전설』은 손 심바 그 자신을 통째로 엮어낸 한 편의 소설과도 같다.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손 심바는 당당하게 전설이 되어보였고, 비앙은 다시 한번 자신의 실력을 완벽히 증명해냈다.

 

 

386 패밀리 리뷰

Written By 마늘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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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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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22:38:36

 진짜 전설까진아니고 비유로 전설앨범속 전설정도..

2021-12-08 22:53:25

서사에 이렇게 집중하고도 굉장한 퀄리티를 가진 작품은 오랜만이여서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네요!
리뷰 재밌게 봤습니다!

2021-12-09 23:04:01

맞아요 서사가있는 앨범같습니다..

2021-12-08 23:04:43

손심바가 심바자와디 맞나요 ?

2021-12-08 23:08:29

맞아요.

2021-12-08 23:11:14

아.. 이름을 개명했구나.. 처음알게된게 쇼미때 랩 잘했는데 떨어지더군요.

뭐 인맥힙합이다 말좀 있었던거 같은데 그 일 이후로 알게됐습니다 팔로알토와의 언쟁..

2021-12-09 23:04:51

저는 개인적으로 군대후임이 심바랑 같은작업실썻어서 알고있는데 그냥 기믹이아니라 진짜 힘들게 살아왔다들어 더욱 감정이입이되네요..

2021-12-08 23:13:43

그때 쿤디판다도 비슷한 이유로 떨어졌었죠
둘이 같은 회사들어가서 친하게 지내는거보면 웃기죠ㅋㅋㅋ

2021-12-08 23:14:51

맞아요.. 쿤디판다도 그때 떨어졌어요.. ㅋㅋ 가로사옥 네버코마니 가사에서 다시 한번 당시 상황을 알게 됐어요 ㅎ 최애트랙입니다 네버코마니. 킥아웃코드 ㅎ

2021-12-09 18:32:49

ㅋㅋㅋㅋ 도끼가 궁디팡팡 해줘야겠네 하면서 떨궜던게 기억나네요

지금은 역으로 궁디팡팡

2021-12-08 23:16:28

비와이가 쇼미5 2차때 쿤디판다랑 심바자와디 떨어진거 벌받았다고 얘기해놓고 지금은 둘다 데리고 있죠 ㅋㅋ

2021-12-08 23:17:42

그러니까요.. 역시 사람일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드네요 데자부그룹소속 래퍼가 됐죠 전부? ㅋㅋ

2021-12-09 23:05:23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적은 내일의동지

2021-12-09 23:04:12

같은사람맞습니다..

2021-12-10 01:45:56

ㅎㅎ blue님이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어요 플레이야님도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ㅎ

2021-12-08 23:09:11

손심바 올해들어 폼도 좋아진거 같고 가사도 깊더라고요 더 성장할거 같은 래퍼입니다

2021-12-09 23:05:38

맞는말씀이십니다.

2021-12-09 00:19:57

손심바 이름 바꾸고나서부터 기분탓인지 몰라도 랩실력이랑 폼이 절정이더군요 전설 너무 잘듣고있습니다

2021-12-09 23:05:47

이름바꾼계기가있나요?

2021-12-10 01:06:57

추측되는 이유는 있으나, 본인이 껄그러울 수 있으니 섣부른 추측은 삼가하는게..

2021-12-10 01:24:26

아하 넵..

Updated at 2021-12-11 22:38:37

생각해보니 이름 왜 바꾼건지 모르겠네요 

2021-12-09 02:15:24

약간 편견이 있었던 래퍼인데 이 앨범으로 싹 걷혔습니다~ 아주 좋게 들었어요

2021-12-09 10:05:56

저두 신기루 이후로 편견이 좀많았는데 이 댓글 킹정합니다

2021-12-09 02:58:14

랩 진짜 많이 늘었어요

2021-12-09 10:05:23

이거 인정띠 예전에는 그렇게 막 잘한다?
이런 느낌은 못받았는데 지금은 걍 랩 개잘함;;

2021-12-09 23:05:59

저도 킹정입니다1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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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9 22:38:16

엘이에서 님 글을 종종 봤었는데, 힙플 진출 축하드립니다..(?)

2021-12-09 23:06:54

엘이에서도 유명인인가요 ㅋㅋ

WR
2021-12-09 23:08:23
원래 저희가 엘이에서 활동을 했었거든요
앞으로는 힙플에서도 활동해볼 생각입니다
2021-12-09 23:13:52

아 좋은글 감사하죠 근데 저희면 다른분들도계시는건가요? 

WR
2021-12-09 23:14:27

글쎄용

2021-12-10 01:02:58

언제나 제 마음의 고향은 힙플입니닼ㅋㅋㅋㅋㅋ

2021-12-10 01:24:55

제가 힙합커뮤니티는 플레이야가 처음이라 LE도 좋은점이있나요?

 

WR
2021-12-10 01:26:53

사람은 많아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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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0 01:28:33

오히려 컨텐츠 토크쇼만봐도 플레이야 제공하는게 더많은거같아요 내일의숙취라는가 황치넉치라는가 그래서저는 그냥 여기서 쭉있을랍니다

2021-12-10 02:28:50

ㅋㅋㅋㅋㅋ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

2021-12-10 12:39:30

심바는 names때 스타일이 제일 좋았는데...

1
2021-12-11 22:39:06

인정합니다 이센스부터 롤렉스까지 진짜 빼놓을만한 곡이 없었는데 

2021-12-22 01:45:19

이 앨범 전설 발음을 계속 전ㅅ로 하다가 마지막에 전설 이라고 발음할 때 진짜 소름 돋았어요

2021-12-25 19:41:22

이거 피지컬 있?

2021-12-26 02:35:59

비트가 되게 좋았던 앨범이네요 

2021-12-26 11:29:07

잘 읽었습니다

2021-12-26 18:06:57

쥐어짜는 듯한 랩스타일 때문에 좀 불호인데 비트는 진짜 좋더라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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