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상반기 결산-20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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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3 02:23:32

2021년 상반기에 좋게 들었던 트랙, 20곡만 추려서 올려봅니다.


평소에 저는 주로 앨범 단위로 리뷰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앨범의 서사를 설명하기 때문에 글이 장황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짧은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굉장히 동경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저 또한 짧게 쓰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습관은 쉽게 버릴 수가 없었고, 앨범 단위의 리뷰에서는 아무리 써도 A4 한 페이지 분량은 가뿐히 넘더라구요.


아무래도 트랙 단위로 곡을 적으면, 앨범 단위로 적을 때 보다는 짧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연습삼아서 적었던 글입니다.


Verbal Jint-공인 (feat. Swings, 한요한)

[과연 연예인은 공인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대중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기에,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은 합당한 듯 보인다.


버벌진트는 분명 음주운전이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었고, 끊임 없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것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 혹은 그저 떠들기 좋아하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 그를 깎아 내린다.


평생의 과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반성하되, 합당하지 않은 비난들까지 수용할 정도의 대인배는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 곡이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는 주장 이전에, 과연 래퍼가 연예인인가부터 따져볼 필요성은 있겠다만…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입장인 스윙스의 피쳐링이나, 대중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한요한의 목소리로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도 이 곡의 플러스 요인이다.


Don Mills-대박인생 (feat. Northfacegawd, UNEDUCATED KID)

분명 이 곡의 참여진은 각자가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벌스 속에 담긴 메시지는 모두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남들의 기준에서 볼 때 멋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이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훅의 가사를 풀이해보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멋대로 살던 놈들이 이제는 성공을 이뤄냈다는 듯이 들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우린 멋대로 될 대로 ㅈ 대로 꼴리는 대로 살아 그래도 어차피 결과는 대박’이라는 구절은, 마치 자신들의 성공을 미리 짐작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보인다.


멍청 트랩이라 불리며, 단순한 라이밍과 중독성 있는 훅으로 주목 받은 그들이다.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이 곡의 메시지는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김태균(Takeone)-홍대 (feat. 손심바)

사랑을 노래하는 상업적인 앨범에서, 유일하게 힙합을 주제로 한 트랙이다. 스스로를 ‘찌질이’ 혹은 ‘병신새끼’라 지칭하면서도, 본인의 음반(녹색이념)만 내면 ‘왕’ 혹은 ‘제일의 악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에 있어서는 찌질한 남자일지 몰라도, 본인의 음악에 있어서는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트랙을 통해서, 지난 앨범 ‘녹색이념’에서 이념의 죽음을 선포했었는지, 돈이나 대마초 등 무겁고 불편한 주제들을 노래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사랑 얘기가 가득한 이번 ‘상업예술’에서 가장 ‘예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트랙이라는 생각도 든다. 당초 킬링벌스를 통해서 이 곡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앨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트랙일지가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홍대’라는 트랙은 ‘녹색이념’과 ‘상업예술’ 모두를 관통하는 곡이자, 테이크원이 힙합에 임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곡이었다.


권기백-투팍

2Pac의 ‘Ambitionz Az a Ridah’를 샘플링한 비트, ‘2Pac같이 전설로 죽어’라는 구절과 함께 시작되는 벌스, 마찬가지로 2Pac의 ‘Hail Mary’를 오마쥬한 훅.


이 곡의 가사만 놓고 본다면, 그저 어린 래퍼의 치기 어린 가사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장치들과, 강렬한 드럼 위에 특유의 낮은 목소리 톤으로 뱉어대는 강렬한 랩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의 말에 설득 당하는 기분이다. 정말로 전설이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앨범의 다른 트랙들에서도 영화 같은 연출이 돋보이지만, 특히나 이 트랙은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으로, 그의 작업물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까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Futuristic Swaver-화안났어 (I <3b00mbAp) (feat. 짱유)

작년에 발매된 STAREX 크루의 컴필, ‘The Starex Tape’는 리스너들에게 강한 인상을 안겨준 트랙이었다. ‘어린 놈이 돈을 잘 버니까 다 화났어’라는 가사를 시작으로 머니스웩을 늘어놓는 이 트랙에서 가장 인상적인 라인은, 누가 뭐래도 ‘붐뱁하는 새끼들은 다 뒤졌네’가 아닐까 싶다.


해당 라인을 뱉었던 퓨쳐리스틱 스웨버는, ‘화안났어’라는 곡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해당 라인을 언급한다. 자칫 디스처럼 들릴 수 있었던 라인을 유머로 승화한 이 곡은, 마치 ‘나는 화 안 났는데, 이거 듣고 화를 낸다면 그게 문제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듯 했다.


앞서 언급한 라인은 해당 곡의 훅으로도 쓰였지만, 벌스의 내용은 붐뱁이나 트랩 같은 장르와는 전혀 상관없다. 심지어 피쳐링으로 참여한 짱유의 벌스도 마찬가지도. 그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얘기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훅 만큼은 굉장히 도발적이다. 붐뱁이라는 단어 뒤에 방구소리를 효과음으로 사용한다던가, ‘우리가 다 해먹어서 삐졌네’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하는데, 보통은 무거워야 할 사과의 표현이 이 곡에서만큼은 오히려 가볍게 느껴진다.


진지하게 파고들어서 해당 곡을 디스하는 누군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유머로 생각하고 넘길 것이다. 실제로 붐뱁이 죽은 것도 아니고, 네오 붐뱁이라는 새로운 기류도 보여지고 있지 않은가. 곡의 당사자, 퓨쳐리스틱 스웨버의 의도도 그저 유머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릴트롯,우한량-헌집줄게새집다오

한국적인 힙합에 대한 고찰은 한국힙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가리온처럼 영어 사용을 최대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사를 적는 이들도 있었고, 원썬처럼 국악과 힙합을 결합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불한당가’라는 멋진 클래식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방법론은 올드하거나 특이한 것으로 치부된다. 원썬이 쇼미더머니를 통해 개그 캐릭터가 된 것도 벌써 몇 해 전의 일이지만, 바로 작년도 쇼미더머니9을 통해 얼굴을 비췄던 우한량의 경우도 개그 캐릭터로 편집되지 않았는가. 당시 우한량은 판소리에 가까운 랩을 선보이는 래퍼이다.


또 다른 한국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는 트로트. 바로 그 트로트와 힙합의 접목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하회와 모아이가 그러했고, 이 곡에 참여한 릴트롯 또한 그러한 인물이다.


이렇게 특색 있는 둘의 합작은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발매되었다. ‘어린이들도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소개와 걸맞게, 해당 트랙은 모두에게 친숙한 전래 동요를 차용하여 만들어졌다.


한국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그들의 컨셉과도 맞는 부분이지만, ‘헌 집’과 ‘새 집’이라는 키워드를 힙합에 접목하여, ‘돈’이라는 주제와 연관시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 ‘씨팔새끼들이 전부 자수성가래’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사람-강남이야기(k-angnam)

이번 앨범 ‘한(恨)’의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있어서 한국사람 본인의 성격적 결함이 생기게 된 원인을 설명하는 트랙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트랙이다. 그리고 이 한 곡만 떼어놓고 봐도, 곡 제목에 ‘이야기’라는 표현을 쓴 만큼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이야기를 들려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이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곡의 도입부에서 들리는 싸이렌과 기타리프,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훅은 7~80년대 올드락을 연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벌스의 끝에도 ‘강남 얘기하다 부부싸움은 왜 하시는걸까?’라며 질문을 던지는데, 이것은 어린 나이에 본인이 느꼈던 의문임과 동시에, 이야기를 듣는 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역할도 하였다. 뒤이어 뉴스 기사를 샘플링한 것은, 이제는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씁쓸한 부분이다. ‘나는 다음에 또 태어나서 꼭 강남에서 태어나야지’라고 읊조리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비앙, 손심바-그들의 말로

전설이라는 이름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의 표현처럼 말에 불과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결국은 대다수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앨범은 전설을 언급한 다른 앨범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며, 특히나 마지막 트랙이 그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전설, 사람, 그리고 귀신. 이 키워드들은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그리고 전설이라는 단어만큼은, 계속해서 불분명한 발음으로 흘려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트랙의 마지막 구절에 다다라서야 분명하게 발음된다.


앨범의 앞선 트랙들을 모른 상태에서 이 곡만 듣는다 하여도, 손심바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곡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집안이 담은 과거’. ‘저주와 다툰 삶’등으로 표현된 사건사고들을 거쳤고, ‘말에 불과하지만 말은 불과 같이’라는 표현처럼 불과 같은 말들에 많이 데이기도 한 삶이다.


적지 않은 이들의 미움을 사는 캐릭터이기에, 손심바가 아무런 설명 없이 스스로를 전설로 포지셔닝했다면 반발이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전설’이며, ‘그것은 고귀하며, 동시에 한 순간에 하늘로’사라질 수 있는 하나의 개념일 뿐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앞선 트랙들을 통해 귀신이 된 모습, 사라져가는 전설들의 모습을 내비쳤기에 전설이 되어 보이겠다는 마무리의 타당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귀신이 될 바에는, 전설이 되어 보이겠다라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설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서리(30)-골로가 모텔

서리라는 크루는, 그 이름만큼이나 차가운 이미지로 각인되어왔다. 그들의 이전 컴필 앨범 ‘THE FROST ON YOUR HEAD’는 날이 선 비트 위에 빽빽한 랩핑이 인상적이었고, 그 점은 이번 작 ‘THE FROST ON YOUR KIDS’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앨범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친숙한 비유들로 인해 듣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만화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따온 비유들은 듣는 재미를 더해주면서도, 결코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골로가 모텔’은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었다. 훅에서부터 ‘난 고길동 다음 가는 검성’이라는 비유가 나오는데, 이는 당시에 유행하던 ‘애기공룡둘리’밈을 차용한 것이다. 유행하는 것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리스너들의 손쉬운 접근을 유도함과 동시에, 이어지는 ‘골로가 깝치면 골로 가’라는 라인과의 연계로, 서리 크루는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놈들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라인은 쿤디판다의 ‘뻔뻔한게 죄면 난 지금 임펠다운 Lv.6’ 라는 부분인데, 이 앨범 직전에 내놓았던 ‘가로사옥’에서 보여주었던 열등감은 전혀 느낄 수 없는, 180도 달라진 이미지 변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Khundi Panda-Rarebreed (feat. 넉살)

해당 앨범 ‘MODM : Original Saga’의 소개를 보면, ‘가로사옥 때 의도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부분의 리미터를 걸어놨다면, 이번에는 최대한 자극의 끝까지 만져보는 건 어떨까.’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해당 트랙은, 그야말로 자극의 끝이라 할 수 있다.


쿤디판다와 넉살은 현란한 스킬을 뽐내면서도, 곡의 제목처럼 남들과 다른 희귀종임을 끊임 없이 어필한다. ‘넌 지불해도 못 사는 customer’, ‘내 캐릭 꾸미는데 10년을 썼지’등의 가사가 그러하다.


쇼미더머니9 음원미션 곡이었던 VVS가 흥행하며 졸지에 차트 1위 래퍼가 되어버린 쿤디판다나, 마찬가지로 쇼미더머니6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에 예능에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넉살이다. 이러한 특이점이 다른 래퍼들과는 다른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본업은 래퍼이며, MC라는 단어의 뜻처럼 관중을 휘어잡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이 트랙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입증했다고 할 수 있겠다.


머쉬베놈, 저스디스-옜다 (Take It)

쇼미더머니가 끝난 뒤에도, 같은 팀을 꾸렸던 이들이 곡을 발표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이처럼, 서로가 서로에 대한 리스펙을 표하며 서로의 라인을 차용한 곡을 발표하는 경우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머쉬베놈은 원래부터 유머러스한 캐릭터인지라, 다양한 요소들을 차용하거나 패러디를 한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저스디스는, 진중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최근에야 변했다 어쨌다 욕을 먹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스디스 스스로가 변화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가벼운 면모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에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해당 트랙에서만큼은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도 머쉬베놈은 말장난과 진지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래퍼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번 곡 역시 그러하다. ‘라임, 비트, 우리 할머니 말 따라 비즈니스 없어야 가족 있는 거다’라는 가사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저스디스가 피쳐링한 쿤디판다의 쇼미더머니 9 경연곡 ‘뿌리’, 그리고 인디고 뮤직의 단체곡 ‘Indigo’에서 차용해온 가사를 통해 굴젓팀의 관계가 단순 비즈니스는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저스디스는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면서, 제법 강도 높은 색드립 가득한 가사를 선보인다. 그와 더불어 뮤직비디오 속 모습이 제법 인상적인데, 차 안에서 여성들과 어울려 놀고 있고, 그 차 앞을 서성이며 멋쩍은 웃음을 내비치는 스윙스의 모습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다들 어디갔녜 18 허승, 야 너 3년 전과 똑같음 그게 더 문제 있다’라는 구절을 통해서 변화를 인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뮤직비디오 속 해당 장면을 통해서도 과거의 본인과는 달라진 모습을 연출하였다. 머쉬베놈식의 장난과 진지함의 경계를 오가는 모습을 저스디스의 방식으로 잘 소화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Lil tachi-Forever 0 (feat. Kid Milli, unofficialboyy)

이 셋의 벌스와 훅은 굉장히 동물적이며, 감각적이다. 그리고, 가사를 뱉는 순서 또한 빌드업이 확실하다고 느껴진다.


언오피셜보이는 통장 속 잔고에 찍힌 0과 점이라는 소재만으로 단순한 문장구조의 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릴타치는 ‘0 0 0 0’, ‘벌벌벌벌’ ‘덤덤덤덤’과 같은 말장난에 가까운 라임 배열을 보여줬으며, 마지막으로 키드밀리는 앞선 두 사람의 가사에 개연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꼬신 니 여자 넌 열 뻗쳐도 난 벌어 0 넌 . .’ ,  ‘100개의 flow 이건 덤 덤’ 같은 가사로 말이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트랩은 단순하고 멍청한 가사가 주를 이룬다. 언오피셜보이가 뱉은 단순한 훅, 그 단순한 훅과 연계해서 나온 릴타치의 단순한 라임배열과 같이 말이다. 그렇지만 그 속에 담긴 랩 스킬, 혹은 청각적 쾌감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정 단어의 반복 혹은 의성어 활용. 이러한 점이 트랩 음악의 매력이지만, 반대로 이러한 점 때문에 쉽게 물리기도 한다.


이 곡에서 키드밀리의 파트가 없었다면, 앞서 말한 트랩의 특징에 부합하는 곡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왔어도 릴타치와 언오피셜보이의 퍼포먼스가 워낙 훌륭하기에 충분히 좋은 트랙이었겠지만, 단순할 수 있었던 곡에 개연성을 더해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키드밀리는 이 곡의 씬스틸러라 할 수 있겠다.


Unofficialboyy & HAIFHAIF-대가리 (feat. Lil tachi)

이 곡의 핵심은, 훅 하나로 다 설명된다. 그 어리고 철 없던 놈들이지만, 지금은 각자 자신들의 크루를 이끄는 리더이다. 그리고 아직 어리지만, 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한 두 명이라 할 수 있겠다.


빈지노와 에픽하이 등을 언급하며, 그들을 뛰어넘고자하는 야망을 선보이는 언오피셜보이, 마찬가지로 ‘형들이 하고 나면 우리 차례’라며 선배에게 예의를 갖추는 듯한 릴타치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리스너들이 말하길 미국 힙합 개간지 but 국힙은 에바지 그래 그래 내 말이 쏴 죽이지’, ‘세계를 바꾸지 lil tachi & unofficialboyy’처럼 통해 당찬 포부를 드러내는 모습이나, ‘우린 사자로 태어났지’와 같은, 남들과는 다른 존재임을 어필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미노이-우리집 고양이 츄르를 좋아해 (feat. 염따)

앞서 릴타치의 곡을 설명할 때 말했던 트랩의 작법들을 그대로 활용한 곡이다. 양산형 트랩들을 비꼬기 위해서 이런 곡을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것보다는 뮤직비디오 속 미노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좋아해주는 리스너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사실 이 곡은 굉장히 장난스러운 곡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리스트에 이 곡을 포함시킨 이유는, 지금의 국힙 씬은 음악의 완성도나 곡의 가사만큼이나 캐릭터가 우선시된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곡 이전부터 미노이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다양한 매력을 어필해왔고, 염따 또한 캐릭터 이전에 음악이 훌륭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유의 귀여운 매력을 가진 미노이, 그리고 본인의 강렬한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염따라는 조합으로 이 곡이 발매되었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지, 동일한 주제와 동일한 가사를 가지고 다른 뮤지션들이 곡을 발매했다면 욕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염따의 가사를 보면, 염따는 츄르가 뭔지조차 모르고 있지 않은가.


양홍원-0001

양홍원의 ‘오보에’는 추상적인 가사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분명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이 토론 중이지 않은가.


해당 곡 또한 분명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앨범에 삽입했겠지만, 앨범에 삽입한 의도를 배제하고서, 이 곡 안에서 보여준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특이하게도 이 곡은 하나의 플로우만으로 곡을 이어가고 있으며, 라임 또한 몇 번 안 바뀐다. 이런 방식으로 곡을 내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 대부분은 시도하지 않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양홍원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짧은 러닝타임으로 곡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스스로의 랩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곡을 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SILKYBOIS-Bomaye

이 곡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블랙넛은, 과도한 표현으로 인해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특정 대상을 지칭한 가사로 인해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일을 겪었으면 몸을 사릴 법도 한데, 블랙넛은 여전히 뒤가 없는 듯한 가사를 선보인다. 그리고 지미 페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곡은 [예술작품 속 표현의 수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명제를 던지는 작품이라 할 수있다. SNS가 발달하면서, 누구나 쉽게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변해버린 시대에 대해 누군가는 ‘시민 독재’라는 표현까지 사용하지 않았던가..


이 곡은 나름대로 철저한 자가검열을 거쳤는데, 문제시 될만한 표현들을 묵음처리 했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러면서도 가장 문제시 될 만한 라인인 ‘Then Imma just go out trappin like 범키’라는 표현은 범키라는 특정 아티스트의 이름이 그대로 쓰인 펀치라인인데, 뮤직비디오 크레딧에 thanks to로 범키가 언급된 것을 보면, 아마도 직접 허락을 맡은 듯 하다.

* trappin은 트랩 음악을 한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약을 판다는 의미도 됩니다. 범키는 과거에 마약 판매 및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성적이나 폭력적인 묘사가 난무하는 곡이지만, 그보다 앞서서 곡의 초반부에서는 ‘I’m back on fake gangsta shit’이라 말한다. 즉, 꾸며낸 가짜 갱스터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 라인이 상징하는 바는, 앞서 말한 [예술작품 속 표현의 수위]에 대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꾸며낸 가짜 이야기이기에, 이 곡에서 말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I’m back’, 즉 다시 돌아왔다는 가사를 넣은 이유는 이전 곡들에서 쓰인 표현들도 가짜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살인자 배역을 맡았다고 한들, 실제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Kid Milli & dress-Challenge

키드밀리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에는, 진짜 개나 소나 다 키드밀리를 따라 했었다. 특유의 플로우는 아예 버퍼링 플로우라는 명칭으로 따로 지칭되었을 정도였고, 그의 패션은 마찬가지로 그와 비슷한 패션을 선보이는 딘과 엮이며(실제로 당시 스타일리스트가 같은 분이었다고 함) ‘딘드밀리룩’이라 불리며 홍대 거리를 물들였다.


그리고 키드밀리는 과거, 인디고 뮤직의 컴필 ‘im’의 수록곡 ‘Credit’에서도 자신을 따라 하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따라왔다 싶을 때 난 더 멀리에’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었다. 어쩌면 키드밀리의 시선에서는 그 때 자신을 따라 했었던 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따라 할 것을 찾는 중이라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Challenge’에서 말하듯 ‘다 혼자서 제 발을 저리는’ 상태일 것이다.


물론 첼린지 자체를 꼭 나쁘다고 할 수 만은 없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 또한 시대에 맞춰서 변화하는 것이고, 홍보하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홍보를 하는 이들이나, 그런 홍보를 보며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이들이나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다만, 힙합이라는 경쟁적인 장르 안에서 끊임 없이 연구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첼린지라는 명목으로 누군가에게 따라 해 줄 것을 부탁하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따라 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유행을 만들어낸 이의 입장에서 이런 점들을 지적하니까, 제 발 저리며 찔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일 것이다.


얼돼(Errday Jinju)-경찰서 (Thieves) (feat. QM)

얼돼와 큐엠, 이 둘은 한국 힙합씬에서 과소평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명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얼돼는 2020년, 큐엠은 2021년 한국 힙합 어워즈 올해의 과소평가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큐엠의 경우는 수상까지 했었다.


해당 곡에서도, 자신들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를 자각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내비친다. ‘얼돼 독보적 그래서 안 부럽 내가 봐도 나는 저평가 마치 Tesla’라는 가사가 특히 그러하다. 그러면서 자신을 따라 한 이들에게 ‘이 도둑놈들아 내가 너의 경찰서’라고 말한다. 비록 저평가 당할지라도, 자신은 누구를 베낀 적은 없음을 당당히 드러내는 멋진 라인이었다.


큐엠이 본인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방식은 조금 다른데, 벌써 몇 해가 가도록 이어져온 VMC와 저스디스와의 디스전 떡밥을 여기서 다시 던졌다. ‘10만 대 2천만 딱 괜찮은 갭’이라며, 조회수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하였고, ‘북산의 등장 관중은 야유해 넌 누군데’라며 스스로를 언더독으로 포지셔닝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북산을 언급한 라인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과거 넉살의 ‘악당출현’ 속 딥플로우의 ‘계속 야유해 우린 유유자적히 입장한 북산’이라는 라인을 연상시키며, 자신의 팀 VMC를 또 한 번 샤라웃했다는 점이다. 해당 라인은 단순히 언더독에 비유한 펀치라인을 넘어서, 이 디스전을 저스디스와 딥플로우, 개개인의 디스전이 아니라 저스디스와 VMC의 디스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Bully Da Ba$tard-Sober

불리 다 바스타드는 ‘GANG生’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불안정한 자신의 모습을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을 내비쳤다. 해당 컨텐츠를 통해서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과거의 여러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그의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이후에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여했음을 고백하며, 자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 그래도 이미지가 안 좋게 각인되었던 시기에 자수 사실을 밝힌 탓에 더욱 안 좋게 보일 수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자수야말로 진정 갱생의 의지를 보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정신과 약과 마약에 찌들었던 그에게 맨 정신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약을 끊고 맨 정신으로 살아가도, 여전히 솔직한 그를 사람들은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해당 곡에서 ‘미친놈답게 거짓말 안 하니 내 옆에 사람들 다 진심이야’ 라는 라인을 뱉은 것은, 여러 사건을 겪은 뒤에도 자신을 믿고 남아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솔직한 자신이 대다수의 놈에는 미친 놈으로 보여도, 진심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약을 끊고 난 뒤에야 깨달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생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심하게 방황을 했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 또한 굉장히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자수라는 선택, 그리고 힘들게 되찾은 맨 정신의 자신을 다시 놔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싶다. 최근에 불미스러운 폭행 사건에 엮였던데, 본인의 주장대로 정당방위건, 아니면 죄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건 간에, 한 명의 팬으로써 이제는 제발 철 좀 들어서 보다 성숙한 음악을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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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1-07-13 15:27:33

와 투팍 사운드 미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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