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한국사람-한(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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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02:21:05

 

한국사람의 음악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것은 물론, 플로우나 톤의 변화도 다채롭다. 거기에 더해지는 난해한 가사는 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의 음악은 가사를 곱씹어보는 맛이 있다. 이 구절에 이 단어는 무슨 의미로 썼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여러 번 돌려 듣게 된다.

 

이번 앨범, ‘()’ 또한 예측이 안 되는 앨범이었다. 그간 수록곡의 일부를 조금씩 공개하기도 하였는데, 앨범이 발매되기 전까지도 각각의 곡이 앨범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이 앨범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지난 1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꿈을 좇다, 때로는 꿈에 잡히기도 하고, 다시 꿈을 좇는 과정을 굉장히 복잡하게 그려낸 앨범이었다. 그리고 이번()’에서도 꿈이나 환상 같은 소재가 빈번히 사용된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말하는 꿈은 대부분은 사랑의 대상을 비유하는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첫 트랙나는 슬플 때 힙합춤을 춰에서는나 좋자고 죽이기 싫어서 결국 내가 먼저 접어 그만뒀지라며 복선을 깔아두는데, 본인의 성격이 결함이 되어 상처가 줄 것을 걱정하는 가사다. 이어지는 ‘over the rainbow’에서는나는 살고 있지 꿈에서라며, 본격적으로 사랑의 대상을 꿈에 비유하기에 이르는데, ‘망설임의 잔을 깨준 너에게라며 감사를 표하지만, 대부분 잔이 깨진다는 것은 불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로 나타내지 않는가. 이렇듯 이 앨범은 초반부부터 여러 복선을 깔아놓는다.

 

권기백과 함께한東方不敗에서는, 앞선 트랙에서오만하게 살아왔어라며 가볍게 어필한 것과는 대조되는, 강한 어조로 본인의 성격적 결함을 드러낸다.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이어지는약속2021’에서는 연인이 꿈처럼 사라질 것에 대해 불안해하며, ‘청룡열차에서는 그 불안이 집착 혹은 광기처럼 다가온다.

특히하늘에선 용이 뛰어놀고 땅바닥은 지옥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 연인을 하늘에,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땅바닥, 즉 현실을 지옥에 비유하였다.  청룡열차같이 제자리로 돌아서 왔지요라는 구절에서는, 하늘과 땅바닥을 반복해서 오갔지만 결국 땅바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다.

 

‘한()’에서-死死(444)’까지의 전개를 통해, 한국사람 본인이 왜 그런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강남이야기(k-angnam)’에서는 어려서부터 느껴왔던 부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며, ‘-死死(444)’에서는 남과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겠다는 강박이 느껴진다. 특히다시는 죽을 수는 없어라는 가사를 통해, 가난했던 과거의 자신은 죽었음을, 그리고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두 트랙의 중간에 위치한도산대로, 빠른 속도감의 비트를 통해서, 강남의 가운데에 위치한 이 공간이 앞서 ‘over the rainbow’에서 그렸던 양화대교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비싼 차들로 수놓은, 그러면서 동시에 과속운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도로를 표현하는 것에는 한마디 말조차 필요치 않았다.

 

이어지는구원은 찬송가가 연상되는 잔잔한 비트부터가 확실히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데, ‘넌 마귀 같은 나에게 온 구원’, ‘나의 왕이시여등의 가사를 보면, 정상적인 사랑의 행태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성격에 본인마저도 지쳐버린 나머지, 연인에게 더더욱 의존하는 듯 보인다. 앞서청룡열차에서 ‘4885’를 언급하며, 영화 추적자에 비유한 집착을 보인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라는 점이 더욱더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의 순종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이어지는낙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에서는너의 현실을 바꿔주고 싶어 왜냐면 내 삶 속은 꿈이거든이라 말한다.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자주성을 띠지 않고서야 불가능하지 않은가?

 

이어지는빈정마왕()’을 통해, 다시 한번 흑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일 처리도 다 못했다네라며 연인보다는 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이어, ‘제자리가 제자리를 술래잡기라는 구절을 통해 앞서청룡열차에서 말했던 하늘과 땅바닥이 다시 반복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 또한 인상적인 표현이었다.

‘癌人월드!’을 통해서 다시금 사랑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려 시도한다. 하지만내 자신을 또 돌아봐, 고장 나서 난 어려워라는 가사로 미루어 볼 때, 잘못된 성격인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쉽사리 고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환상1899-0893’은 다소 충격적인데, 힘든 일을 겪는 연인을 귀찮아하며 모진 말을 내뱉는 모습을 보인다. ‘빠져나갈 수가 없는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에는 무얼 잊나요 그 꿈속 뭐가 있나요라는 구절과환상이라는 제목을 통해, 꿈이나 환상처럼 결국 관계가 깨져버린 상태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특이한 것은 ‘1899-0893’이라는 번호는 마약 퇴치본부의 전화번호라는 점인데, 앞서癌人월드!’에서암 같은 사랑이라 비유했듯이 마약처럼 강렬한 사랑이었다는 비유일지, 아니면나의 왕이라고까지 표현했던 연인을 약에 비유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다양한 장르의 활용, 강렬한 곡과 잔잔한 곡의 대비, 다양한 플로우와 톤의 활용으로 인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전 앨범들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내비쳐왔었지만, 화자의 감정변화에 따라서 곡의 분위기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연출은 이번 앨범에서 더더욱 빛을 발했다.

사랑에 대해서 노래한 다른 앨범들, 특히나 TAKEONE(테이크원)상업예술과 비교를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사람만의 전개 방식은 다른 앨범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나올 음악들은 더더욱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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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1 13: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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