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Khundi Panda-MODM : Original S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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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7 01:40:24

최근 들어, Khundi Panda(쿤디판다)는 정말 정신 없이 달려왔다. 2020년 한 해 동안 쇼미더머니 9과 더불어서 정규 1가로사옥을 발매하였으며, 올해 2월에는 본인의 크루 서리(30)의 단체 앨범 ‘THE FROST ON YOUR KIDS’가 발매되었다. 이 즈음했으면 휴식을 가질 법도 하지만, 곧이어 새로운 앨범 ‘MODM’을 예고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5 8일에 발매되었다.

 

앨범 소개 문구를 보면, ‘환기가 될 수 있는 작업’, ‘오락용 음악이라 말을 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게임 속 캐릭터 Somozu(소모즈)라 칭하며, 게임이라는 컨셉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의 이름, ‘MODM : Original Saga’또한 게임 타이틀처럼 꾸며놨다. 마치 출시 직전의 신작 게임을 기대하는 것처럼, ‘League of Legends’를 줄여서 ‘LOL’이라 부르듯이, 앨범 발매 전부터 ‘MODM’의 뜻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뜻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게 맞다 하며 인스타 라이브에서 얼버무리는(?) 모습조차도 게임 발매 정보를 슬쩍 흘리는 개발진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MODM Intro’와 마지막 두 트랙을 제외한 곡들 속에, ‘MODM’을 다양한 단어로 풀어냈다. 이것은 각각 트랙들의 주제를 알림과 동시에, ‘MODM’의 뜻이 한가지에 국한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뜻을 묻는 질문들에 정확히 답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것이리라.

 

랩게임에 발을 들인 처음을 묘사한 ‘Somozu Combat’에서는, 뉴비로써의 포부가 가득하다. 스스로를 신 캐릭터라 비유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음을 여러 매체에서 언급했던 ‘Epik High(에픽하이)’의 이름이 또 한 번 거론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 메인풀 Laser Sound Vision, Pento(펜토)의 비트를 소화하며 자신이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다. 실험적인 힙합음악을 선도하였던 살롱 01의 영향이 자신에게 남아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이런 어려운 비트도 본인에게는 쉬운 게임이라는 듯 유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트럼프쥬스는 이 앨범의 테마가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데, ‘전 판 너가 진게 문제라면 문제는 해결 안되지라는 가사, 그리고 이 트랙에서 ‘MODM’의 약어로 등장한 ‘Mission Off, Delightful Meal’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전 판을 쉽게 끝냈음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Yucked Up Clan!’‘Gacha Lord : 운칠기삼을 통해, 게임 속 여러 어려움을 드러내는 부분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다소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게임 속에서 겪는 고난과 역경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그리고, 이 두 곡에 참여한 인물들의 조합마저도 흥미롭다. ‘Yucked Up Clan!’에 참여한 CHOI LB(최엘비), Puff Daehee(퍼프 대희), Verbal Jint(버벌진트)는 각각 다른 크루 소속이며, 이들 크루는 현재까지도 각자의 자리에서 건재함을 과시한다. ‘Gacha Lord : 운칠기삼에 참여한 Summer Soul(썸머소울)은 쿤디판다와 비슷한 시기에 사운드클라우드 씬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뮤지션이다. 주제에 맞는 참여진들의 모습은 마치 게임 속 NPC의 대사처럼, 플레이어에게 여려가지 정보와 조언을 일러주는 듯했다.

 

이후 ‘Rarebreed’, ‘원시의 힘속에서도 피쳐링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넌 지불해도 못 사는 Customer’등의 가사로 자신의 남다름을 과시하는 쿤디판다의 벌스와 더불어, ‘내 캐릭 꾸미는데 10년을 썼지라는 넉살의 가사는 랩게임에서 살아남는 험난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자신의 남다름을 뽐내는 훌륭한 벌스였다. 그리고 원시의 힘속 개코와 화나는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뽐내는데, 곡의 주제처럼 원시의 힘을 지닌 선조가 지혜를 물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쿤디판다의 벌스 또한 선조에게 전수받은 지혜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 컴뱃, 전의 방식을 흡수해 재구성한 뉴 클래식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벌스가 그러하다. 그리고 이 곡에서 가장 흥미로운 라인은,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같아 싹 다 밀어, no bulldozer’라는 구절이다. 당연하게도 Dynamic duo(다이나믹 듀오)의 대표곡 고백의 유명한 구절과, Swings(스윙스)의 대표곡 ‘Bulldozer’를 인용한 라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쿤디판다는 ‘Bulldozer’를 오마주한 ‘Khundozer’라는 곡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no bulldozer’라는 라인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데,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되, 과거의 자신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가사라고도 해석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첫 트랙과 9, 10번째 트랙을 제외한 모든 곡에서 ‘MODM’의 약어가 나온다. 9번 트랙 토끼공주 빈데어는 마침내 공주를 구하며 클리어를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느끼기에, 앨범의 실질적인 엔딩 또한 9번째 트랙일 수 있다 생각되며, ‘Beta For More..’‘Coming Soon’이라며 다음 작품을 예고한다는 부분에서 그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질문도 바뀌어, Who에서 How’, ‘눈 떠보니 어느새 빌어먹을 고인물등의 가사로 이제는 자신이 베테랑이 되었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여전히 처음처럼 여전히 몰입중임을 나타내지만, 이제는 뉴비들이 조언을 구하는 고인물이 되었음을 드러낸다. 앨범 전체를 통해 게임에 비유하며 무덤덤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과거부터 그를 지켜본 팬들에게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소재와 앨범 소개만을 보고 생각했을 때는, 매우 가벼운 앨범일 것이라 여겨졌다. 처음 한 바퀴 앨범을 돌려봤을 때는, 그저 게임 속 타격감을 떠올릴만한 랩 스킬을 뽐내는 앨범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여러 번 돌려볼수록, 생각보다 치밀한 앨범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재건축이나 가로사옥에서 보여주었던 무게감과 진중함은 덜할지라도, 절대로 저평가할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앨범 소개에서 이야기를 내 얘기로 받아들이든 소모즈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든 그건 자유라고 말한 것 또한, 가볍게 즐길 수도, 혹은 이전 작품들처럼 쿤디판다 개인의 서사에 몰입하며 즐길 수도 있음을 나타낸 중의적인 의미였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그의 Next Stage는 과연 어디일까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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