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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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0 19:31:02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이제 인스타 글이 15개가 남아서 15번까지 하고 올리려고 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앨범이 쏟아지더군요

고민 끝에 1-10번은 여기 올리고, 다음 편은 11-15번 + 글로 못 올리는 앨범 간단히 훑기... 뭐 이런 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대망의 피날레는 닷원이라는 래퍼의 (후략)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LOLLY - 헤이트 모텔 (2021.3.23)


 "헤이트 모텔"은 LOLLY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No Suicide" 이후 8개월만인 LOLLY의 새 앨범입니다. 수록곡 중 "마지막 희망"은 "Last Hope"라는 영문명으로 2월에 싱글로 선공개되었는데, 당시 미국 래퍼인 STOCKZ와의 콜라보를 알리며 '미국 진출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계획이 정말 있는 것인지 긴가민가하지만, 적어도 "헤이트 모텔"은 미국 진출용 앨범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헤이트 모텔"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보너스 트랙인 두 곡도 외로움을 소재로 한단 면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진 않습니다. 붉은색으로 점철된 커버처럼 "헤이트 모텔"의 감정은 대체로 격앙되어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LOLLY의 작사 스타일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지만,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된 사건들의 파편이 여기저기 난무하며, 여기에서 느끼는 사랑, 그리움과 배신감, 분노가 뒤섞여 절망과 질투로 묶여 사건과 사건의 사이를 빼곡히 메우고 있습니다. 특히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 초반 LOLLY의 랩은 하드하게 때리며, 심지어 전주나 후주의 공간도 거의 남겨두지 않습니다. 5분이 넘는 곡도 앨범 전개 동안 두 번 등장하죠.


 그전 두 앨범 ("A.S.H.A." "No Suicide")을 들으며 저는 LOLLY를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전작의 "Battle"과 "Anti Society" 같은 서로 다른 트랙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이런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통일성 면에서 해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헤이트 모텔"은 어느 때보다 규모가 크지만, 뚜렷한 서사와 감정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통일성이 확보가 되고, LOLLY가 어떤 래퍼인지 좀 더 잘 잡히는 느낌이었습니다. LOLLY 앨범에 대해 얘기할 때 'raw함'을 장점이자 단점으로 얘기하곤 했는데, 여기에서도 박자가 흔들린다든지, 목소리가 너무 쌩으로, 혹은 거칠게 느껴진다든지 하는 부분은 있지만 이번에는 이런 감정 흐름에 어울리게 들려 좋았습니다. 전반의 격한 랩과 후반의 감성적인 싱잉의 간극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추다보니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더군요.


 중요한 문제는 18트랙이나 되는 규모를 어떻게 흡입력 있게 끌고 갈 것이냐 이겠습니다. 말했다시피 여기엔 LOLLY의 사랑 이야기가 굵직한 서사로 준비되어 괜찮은 흡입력을 행사합니다. 다만 서사가 모범적으로 짜여있진 않습니다. 부분적으로는 LOLLY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대변하는 장치로 보이기도 합니다 - 그 자체로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지만 풀리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허나 첫 두 트랙에서 엉뚱하게 자신의 랩 실력으로 스웩을 부리는 부분은 이해되진 않습니다. 또, 사랑 이야기는 대략 "사랑"을 기점으로 마무리되고 그 후 에필로그가 길게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좀 중복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네 곡이나 있을 필요 없이 절반 정도의 길이였다면 여운이 훨씬 강했을 것 같습니다 - "사랑" 자체로도 찡한 마무리를 주는 곡이기도 하고요.


 계획적인지 실제인지 모르지만 이성적인 계산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들은 있지만 컨셉에 맞추어 긴밀하게 흘러가는 서사를 즐길 수 있는 앨범입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진출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물론 어느 때보다 랩 스킬적으로 다양한 걸 보여주기도 했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서사를 희생시키면 앨범의 큰 부분을 잃어버리는 거라서요. 더불어 영어 문장이... 해석 안 될 정도로 이상한 게 좀 많더군요. 뭐 미국 진출까지 제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고, LOLLY 본인 커리어에서는 제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2) 김고야드 - unplugworld (2021.3.25)


 "돈보다 위"부터 김고야드의 앨범을 늘어놓으면 그의 랩에서 뚜렷한 변화의 궤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트랩이라는 넓은 틀은 유지하되 세게 때려댔던 랩은 점차 다른 방향의 느낌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톤도 개방하는 스타일에서 목소리를 억제하여 (이게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려 했습니다. "unplugworld"는 정확히 그 궤적의 연장선에 위치한 앨범입니다.


 더욱 누르고 쥐어짠 목소리와 장난끼는 저번 앨범보다 더욱 unofficialboyy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습니다. 여기에 비트 초이스가 확 달라졌는데, Laptopboyboy나 측근들을 생각나게 하는 단순하고 몽환적인 루핑 비트가 앨범을 채우고 있습니다. 김고야드의 라임은 이번에도 정확하게 규칙적인 위치에 박혀있고, 과한 스킬을 완전히 제거하고 비트와 같은 맥락으로 단순하게 축약하고 자른 가사는 내용보다는 리듬감과 바이브를 전달하는데 더 치우쳐있습니다. 이런 방법론만 보면 이번에는 Mac Kidd가 연상되기도 하는군요.


 지난 디스코그래피를 통해 정확하게 저의 취향의 영역에서 직선으로 벗어나버렸기 때문에 객관적인 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쨌든 트랙들은 제자리에서 맴도는 듯한 단순한 패턴에 기반하고 있는데다, 톤마저도 '터뜨려주는' 것의 정반대 방향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소리적으로 꽂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취향 외에도 만약 김고야드의 초창기를 기억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의 이미지를 쌓은 분이라면, 저번 앨범 "Justdoitlikeme"까진 그럭저럭 들어도 이번 앨범에 와서는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 가사 표현과 딜리버리, 그리고 라임에서 보이는 재치가 동일인물이라는 증거처럼 남아있을 뿐입니다.


 다만 말했듯 이는 지난 세 장의 앨범에서 꾸준하게 보여준 변화의 연장선이라 이제 와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도 웃길 것입니다. 그렇게 보자면 "unplugworld"는 새로운 김고야드의 현재로써의 완성형이고 앞으로의 그의 음악에서 기대할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정표가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이준희 - 수용성 스트레스 (2021.3.29)


 "수용성 스트레스"는 스트리밍 사이트 기준으로는 이준희라는 래퍼의 첫 작품입니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면 이준희는 2010년 경부터 음악을 해왔으며 이때부터 MunchiKing aka Jun2, CoCoNuts 같은 이름을 쓰며 작품을 만들어온 것 같습니다. 사클에 남아있는 작품을 토대로 보면 믹스테입도 한 장 있었던 것 같으나 정확한 흔적을 찾긴 어렵군요. 아무튼 그러한 시기를 거쳐 첫 공식 작품은 그의 본명으로 발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힙합엘이에 본인이 직접 올린 작품 후기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앨범 제목은 '자신을 무너지게 하지만 실은 샤워 한 번에 날아갈 우울'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듯 이 앨범은 이런저런 현실적인 고민들로부터 출발하며, 그 고민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음악을 놓지 않는 이들이 으레 하는 얘기들입니다. 이준희는 이런 주제들을 담백한 랩으로 얘기하며, 가사를 보지 않아도 편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딜리버리와 난해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은 농도의 비유를 적절히 섞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우울'을 다뤘지만 '샤워 한 번에 날아갈' 거라는 낙관이 자리했듯, 각 노래들은 골치 아픈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잘 될 거라는 희망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흐름은 비슷한 처지에게 있는 청자에게는 위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 "T.I.E."처럼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는 곡도 있고요.


 다만 결국 재밌는 랩, 재밌는 힙합을 들려주는가를 얘기하자면 머뭇거리게 되긴 합니다. 어찌 보면 짬이 많지 않은 래퍼가 '현실적인 주제'를 '담백한 랩'으로 풀어내고자 했을 때 자주 맞닥뜨리는 문제 같습니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형식적인 기교에 치중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공감하지만, 그럴수록 기반이 되는 그루브나 센스의 부족은 더더욱 드러나기 마련이죠. 해서 플로우 패턴이 내내 비슷하게 들리고,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닌 끊겼다 이어지는 느낌만이 남을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택1"에서 보여준 플로우나 톤이 다른 곡과 다르고 좋았는데, 특히 톤의 경우 역으로 다른 곡에선 왜 이런 톤을 안 썼지?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대개의 곡에서 톤은 꾸밈이 없고 평이한데, 이 상태에서의 "겁의 냄새"의 후렴이나 "야경"의 레게톤 노래 같은 시도는 조금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이 앨범을 듣게 된 계기였던 후기 글은 이준희가 앨범을 작업할 때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임하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글은 믹싱/마스터링 등 사운드를 잡을 때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집중적으로 기술하였는데 제 귀가 이런 부분을 캐치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앨범 감상을 할 때 놓친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그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지 선택하는 과정에도 들어갔을테고, 과연 적어도 메세지적으로는 그런 노력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원초적인 '청각적 쾌감' 면에서는 많이 아쉽군요. 제가 트렌드에 너무 찌들어버린 것인지, 화려한 랩을 보여주려 만든 앨범이 아니란 건 알지만 그럼에도 무난무난하기만 했던 랩과 비트는 아쉬웠습니다. 알맹이는 튼실하지만 매력적인 꾸밈이 못내 아쉬운 작품입니다.



(4) Paul Blanco - Lake of Fire II (2021.4.1)


 만우절에 발매된 Paul Blanco의 신작 "Lake of Fire II"는 공식적으로 그의 첫 앨범이었던 "Lake of Fire"의 뒤를 이어 2년만에 나온 후속작입니다. 특히 이 앨범은 그동안 감미로운 R&B 보컬인 '척'했던 ("Bipolar"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사실 환희와의 콜라보 같은게 더 기억에 크게 남아있습니다) Paul Blanco가 오랜만에 육중한 무게감을 발휘한 작품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는 전작 "Lake of Fire"가 내뿜던 아우라를 계승하는 의미도 있죠.


 Paul Blanco가 가진 제일 큰 장점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한국 힙합에서 마약을 팔고 총을 쏘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코미디에 가까운 기믹으로 다뤄지곤 합니다. 하지만 Paul Blanco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록 거의 전부 영어라 전달에 한계가 있을 지라도) 묘사와 표현이 비장하고 강렬한 데다 Paul Blanco의 절절한 창법 혹은 파괴적인 랩 플로우가 겹쳐 남다른 포스를 발휘합니다. 여기에 Paul Blanco의 성장 배경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 그리고 약간은 외모적 (...)인 부분까지 합쳐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자아내고, 기믹으로 만든 노래와는 전혀 다른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Paul Blanco의 보컬 능력은 뛰어납니다. "Art of War"에서 보여주는 드릴 특유의 타격감을 문제 없이 소화하는 모습 외에도, 발음을 밀고 당기며 끊는 창법과 두꺼운 목소리는 노래의 호소력을 한층 배가시켜줍니다. 게다가 전곡 Paul Blanco가 찍은 비트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무시무시하다'는 표현이 지나친 과언은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앨범의 단점을 꼽으라면 길이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Lake of Fire II"는 8곡 전곡 2분 전후의 짧은 길이를 갖고 있죠. 언뜻 사소해보이는 이 점은, 실제로는 더 큰 포스를 발휘할 수 있었던 곡들의 힘을 깎아먹고 여운을 해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들으면서 초반을 넘어서는 곡들이 인상에 안 남고 흐리멍텅하단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좀 더 들어보니 곡의 퀄리티 문제보단 뇌리에 새겨지기 전에 곡이 끝나는 부분이 컸습니다 - 초반 두세 곡은 워낙 곡 자체의 파워가 세니까 극복되는 부분이지만, "Nothing"부터는 그런 배경이 없습니다. 적어도 나머지 곡과 내용적으로 차별화되는 마지막 트랙 "Gone"이라도 3-4분 대의 길이로 곡의 개별성을 극대화하고 여운 남는 마무리를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Lake of Fire II"는 이미 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확인한지는 좀 되었던 Paul Blanco의 면모를 보란듯이 다시 증명하는 앨범입니다. 미국의 트랩 힙합과 비교해도 큰 차이 없는 내용과 음악은 한국 씬에서 그를 대체 불가한 인물로 만드는 주요한 강점입니다. 다만 요즘 들어 더욱 자주 보지 못하는 그라 절반이 잘려있는 듯한 앨범의 러닝 타임은 못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군요. 이것만 달랐다면 "Lake of Fire II"는 그야말로 불타는 호수를 담은 앨범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5) TOIL - Curtain Call (2021.4.4)


 흔히들 제일 가는 허슬러로 Leellamarz를 꼽지만, 사실 이 씬에서 제일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TOIL일지 모릅니다. 비트메이커와 래퍼의 직접적 비교는 어렵긴 하지만 TOIL은 그 많은 Leellamarz 앨범에서 (다른 비트메이커와의 콜라보 앨범은 물론 제외하고) 항상 큰 비중을 차지했고 Wayside Town 멤버들이나 ASH ISLAND 등 다른 뮤지션들의 앨범도 도맡다시피 했습니다. Leellamarz와 함께 Wayside Town의 색깔을 규정한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보여준 것이 워낙 많다보니 TOIL의 스타일을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Leellamarz가 "MARZ 2" 시리즈를 낼 때는 심플한 이모 트랩 느낌이었고, "ASH"나 "Silence of the Lambs" 즈음에는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비트를 특기로 하는가 싶었는데, 솔직히 이제는 안 해본 스타일을 꼽는게 훨씬 더 빠를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첫 단독 앨범 "Curtain Call"은 자연스럽게 컴필레이션 느낌을 띕니다. 오랜 짬을 통해 TOIL은 다양한 악기의 색을 알고 그것들을 풍성하게 버무리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Curtain Call"은 다양한 스타일인 것과 동시에 하나 같이 균형이 잘 잡혀있어 고급 뷔페를 연상시킵니다. "너 포에버"나 "Ugly Life with Pretty Thangz" 등은 와중에 새로운 맛을 가미시킨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동시에 TOIL은 항상 모험을 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대중적인 곡들을 해왔습니다. 방금 위에서 언급한 두 곡을 제외한다면 마찬가지로 비트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모든 비트메이커가 신기하고 독특한 걸 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이는 언젠가 TOIL이 '하이브로 라디오'에서 비트메이커는 래퍼나 싱어의 서포트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던 것과 일치합니다. 허나 조금 더 불평을 하자면, 참여한 래퍼들도 전부 안전한 곡들만 만든 거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 두 곡을 제외하면 결국 뻔한 스웩 아니면 뻔한 슬픈 사랑 노래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너 포에버"와 "Ugly Life~"는 안 뻔한 사랑 노래, 안 뻔한 스웩으로 볼 순 있겠네요). 결국 9곡은 전부 준수하지만 그 정도 인상을 넘어서는 곡은 기대보다 적습니다.


 이런 결과물은 어찌 보면 TOIL에게 완벽하게 예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말했던 대로 그냥 각 뮤지션이 자기가 맡은 바가 있는 거라면, 생각보다 큰 단점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첫 단독 앨범은 보통 커리어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지만, TOIL은 그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기 비트를 내놓을테니 아쉬워할 틈도 없이 우리는 TOIL 비트를 계속 듣고 즐기게 될 것입니다.



(6) Verbal Jint - 변곡점 (2021.4.6)


 원래 표독스럽고 날카로웠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유해지고 순응적이 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됩니다. 가장 솔직한 장르 중 하나인 힙합을 듣는 우리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비단 주변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가 즐겨 듣는 뮤지션에서도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Verbal Jint 또한 활동 초창기에 쓴 악플에 가까운 뮤지션 평가글, Overclass 크루 시절의 (당시로는 파격이라 할만한) 거만함, 여러 디스전의 주역이 될 때만 해도 "좋아보여" "충분히 예뻐" "완벽한 날" 같은 곡을 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실로 오랜만의 정규 앨범입니다. 지난 앨범 "Go Hard Pt.1"이 6년 전이라는게 새삼 놀랍군요. 그 사이 그는 음주운전이라는 과오를 저질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둔하면서 몇 개의 싱글과 '업무보고서' 시리즈로 우리를 감질나게 했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다가온 "변곡점"은 그의 레이블 Otherside에서 발표하는 앨범으로 현재의 VJ를 제일 온전히 담은 앨범입니다. 14곡에 달하는 꽉 찬 트랙리스트 동안 그는 최근 그의 삶 속 변화와 그에 대한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합니다.


 VJ의 랩은 참 무난하면서 독특한 데가 있습니다. 한동안 King of flow로 자칭했던 그지만 사실 그의 랩에 대단한 기교나 기술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탄탄한 톤과 매력적인 발음, 그리고 수려한 라임으로 정석적으로 그루브를 창출한 건데, 같은 길을 걸은 이 중에서는 Beenzino 정도를 제외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뿐이죠. 근본적으로 별다른 장치가 없는 랩이기 때문에 VJ의 랩은 빼어나면서도 편안합니다. 당대의 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컨셉과 디테일한 일화의 활용, 지극히 일상적인 구어체의 사용도 한몫하여, VJ의 랩은 마치 넉살 좋은 형의 흥미로운 인생 얘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그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앨범에 이런 스타일은 더할 나위 없는 환상의 조합입니다.


 또한 그의 프로듀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트 역시도 화려한 악기가 쓰인 것은 없어요. 피아노, 기타, 브라스 등 으레 등장할만한 악기의 구성에, 음들이 길게 끌거나 겹치지 않고 무난하게, 종종 스타카토로 연주되기 때문에 그의 비트는 마찬가지로 편안합니다. 허나 역시 이 평범함으로 매력을 창출하는데 VJ는 도가 텄습니다. 이는 그의 랩과 좋은 짝이 되며, 역으로 피쳐링진들의 벌스가 어색하게 들리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 말마따나 그의 비트는 랩 잘한다고 자랑할 곳이 아니라 그냥 넉살 좋은 형의 말동무를 해야할 자리입니다.


 개인적으로 기승전결이 엄청 분명하다고는 못 느꼈습니다. 그보다는 전곡의 사운드와 가사에 일관성 있게 걸친 편안한 분위기가 주는 통일성이 좋았습니다 - 오히려 반복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보는게 맞겠습니다. 11번 트랙, 일명 "비.세.피.음."의 배치에 대해 얘기가 많던데, 저는 그 곡이 VJ의 유머 센스를 공유하면서 무난했던 분위기를 타파하는 역할을 한다 생각해서 불만은 없었습니다 (마미손의 피쳐링이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피쳐링 래퍼 중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 하나만 굳이 찝자면 "공인" "내가 그걸 모를까" 같은 장황한 훅이 조금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공인"이란 곡은 의도는 재밌었는데 나레이션, 훅, 각 벌스의 온도차 (+스윙스와 VJ의 온도차) 등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네요.


 "변곡점"의 커버는 VJ가 그동안 냈던 정규 앨범의 커버들을 감상하는 자신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6장 밖에 안 나왔다는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걸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 중일까가 궁금해지네요. 아홉수라는 주제로 벌스를 세 개나 뽑을 수 있을 정도로 활동이 길어진만큼 수많은 변화와 사건과 함께 한 그가, 7번째 정규 앨범에서야 Otherside라는 새출발을 하면서 변곡점 (f''(x)=0인...거 말고 기울기가 변하는 지점...;)을 맞이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Brand New에서 나온 것이 대중 음악과 거리를 둘 수 있어진 거라 하는게 적절할지 몰라도, 저는 이번 앨범에서 거의 속세를 떠난 도인의 경지를 보았던 듯합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앞길은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하군요.



(7) Zonna Strong - UNDERRATED (2021.4.7)


 Zonna Strong은 2019년부터 작업물이 나오기 시작한 래퍼입니다. 아마도 "수퍼비의 랩학원"을 통해 처음 접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을 펼친 건 아니었지만 이름 하나는 잊혀지지 않는 걸 보면 랩네임 하나는 제대로 고른 거 같습니다. 아무튼 그의 확인 가능한 디스코그래피에서는 첫 앨범 단위 작업물인 EP "UNDERRATED"가 발표되었습니다.


 앨범 소개를 보면 "UNDERRATED"는 의도부터 잡다하게(?) 짜인 앨범입니다. 1, 2번 곡은 IDM과의 접목과 심오한 주제라는 본인으로써는 실험적인 시도였고, 3, 4번 곡은 평소하던 것의 발전형, 마지막 트랙은 '듣기 좋으라고' 넣었다고 합니다. 얘기만 들으면 들쑥날쑥할 것 같고 실제로 곡 간의 차이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의외로 교집합 있게 들리는 건 Zonna Strong의 요란스러운 트랩 랩이 일관되게 등장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게 만약에 좀 더 분량이 큰 앨범이었고 뒤로 적절한 곡들이 이어졌다면 꽤 수긍했을 거에요. 다른 말로 포장하면 다양한 비트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강한 컨셉을 정했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죠.


 앨범에서 지적할 부분을 찾는다면 저는 첫 두 트랙의 '실험' 결과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난해하게 짜여진 두 곡의 비트에 Zonna Strong은 나름대로 타이트하고 하드한 랩과 각종 이펙트를 활용하여 묻어보려고 하지만 그게 그다지 좋은 케미를 발휘하진 못 하는 거 같습니다. 일단 접근 방법 자체가 너무 단순했던 것도 같고, 왠지 모르게 박자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게 느껴지는 건 저뿐인가요. 난해한 곡을 편하게 타려면 기술적으로나 센스 면에서 훨씬 연구가 있어야했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하던 걸 발전시켰다는 3, 4번 곡은 과연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단순하고 우악스럽게 질러대고 때려대는 랩이 질리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취향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 5번 트랙을 들어보면 스펙트럼이 그렇게 좁진 않다는 것도 알 수 있고요. 결국 Zonna Strong의 음악에 대한 설득력을 주는 건 세 트랙 뿐이라 어떤 아티스트인지는 조금 더 오래 들어야 알 것 같습니다.


 

(8) Royal 44 - Seasons Change (2021.4.11)


 Yng & Rich에 합류한 막내 Royal 44가 EP를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Yng & Rich로 처음 알게 된 이름이라 거의 이게 첫 활동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게 두 번째 EP더군요.


 Yng & Rich 합류 후 나왔던 "New King"이나 단체곡을 통해 생각했던 Royal 44는 좀 하드한 트래퍼였는데 "Seasons Change"로 접한 Royal 44는 정반대였습니다. 심지어 첫곡은 오토튠도 쓰지 않은 R&B 스타일의 노래였는데, 저는 이게 자신의 멜로디 다루는 능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수록곡들이 미묘하게 뒤로 갈 수록 하드해지는 면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Royal 44이 하는 랩은 듣기 편하고 멜로디컬합니다. 힘을 뺀 싱잉 랩인데도 맥 빠지게 들리지 않는 것은 기본이 탄탄하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China Street 2"나 "Luxury Flow"에서의 변화를 주는 랩은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사적으로는 진부한 표현으로 점철된 머니 스웩에 머무르는 점은 아쉽지만, 이 부분은 경험과 나이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렇기 때문에 Yng & Rich에 더더욱 어울리는 멤버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특히 가사에 집중하지 않고 들을 땐 크게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진 그가 가진 단점에 집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Slim 9lock이 디스곡에서 제기한 부분이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음악만 놓고 볼땐 미래가 많이 기대되는 아티스트인 것 같습니다.



(9) MUNCHMAN & xs - yessirskiii (2021.4.11)


 살짝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느낌의 콜라보 앨범이 나왔습니다. EP라고 하는데 규모가 12트랙이나 되는군요. xs의 음악은 아직 많이 접하지 못했지만 딱 생각했을 때는 강한 랩이 연상되는 MUNCHMAN과 대조적일 거 같은데 어떻게 어울리려나 궁금합니다.


 실제로 앨범은 MUNCHMAN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습니다. 훅을 MUNCHMAN이 담당한 것도 많고, 단순히 목소리가 커서 더 기억되는 것도 있고요 (...). MUNCHMAN 비트가 이번에 꽤 실렸는데 의외로 꽤 좋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하지만 xs가 묻혔다고 보기에는 xs도 상당히 선방을 합니다. 그냥 조곤조곤 랩할 것 같은 느낌인데 "x m a n" 같은 곡의 소리 치는 것도 꽤 자연스럽게 해냅니다. 기울어졌다는 건 xs의 비중이나 퍼포먼스보다는, MUNCHMAN이 좀 더 좋아할 것 같은 스타일로 xs가 많이 따라갔다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MUNCHMAN은 지난 짧은 EP에서 평소와 다른 싱잉 랩을 많이 보였고, 랩하우스 온에어에서도 이 장르에 대한 욕심을 많이 드러냈는데, 실제로 이번에도 타이틀곡인 "c y b o r g"와 "c i t y l i f e"가 실려있습니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습이지만 워낙 다른 곡의 강렬한 모습이 더 큰 인상을 남겨서 상대적으로 빛이 바래는데다, 앨범 중간에 다소 뜬금 없이 껴있어서 살짝 이상하긴 합니다 (실수인지 의도인지 "w e l o w"의 마지막에 이상한 공백이 들어있어서 이런 뜬금 없는 배치가 더 드러나는 편).


 이를 더 이상하게 만드는 요소이자 어찌 보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문제는 믹싱입니다. 이번 믹싱/마스터링이 MUNCHMAN이던데... 저는 사운드 퀄리티를 논할 정도의 귀를 갖고 있진 못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거의 노래방 녹음을 연상시킬 정도의 이상한 믹싱들이 있습니다. 비트의 볼륨도 곡마다 들쑥날쑥하고 오토튠 걸린 보컬은 너무 난잡하게 들립니다. 이 사태에 피해를 보는 건 다름이 아닌 xs로, MUNCHMAN의 쭉 뻗는 목소리와 상반된 그의 독특한 톤이 전체적으로 덜 깨끗하게 들리는 편이며, 볼륨이 커진 비트에 묻히기도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 앨범을 듣든 사운드 퀄리티 부분은 감안해야할 것이고, 아티스트에게는 앞으로 개선해야할 부분 같습니다.


 안 좋은 점을 많이 적었지만, 순수히 랩만을 놓고 본다면 듣는 재미도 꽤 있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콜라보였던 MUNCHMAN과 xs의 케미는 예상보다 좋습니다 - 위에서 말했듯 xs가 조금 더 맞춰준 것 같지만 어쨌든 결과물이 좋으니까요. MUNCHMAN의 랩이 향상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랩은 단어 선택이나 라임이나 플로우를 밀고 당기는 데 있어 전보다 훨씬 센스가 향상되어 보입니다. 더 이상 그를 "딱딱해" 류의 음악만으로 먹고 사는 파워캐로 보아선 안 되겠습니다. 단점이 워낙 뚜렷하여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MUNCHMAN의 발전과 xs의 랩에 대한 귀중한 데이터라는 점에서는 좋은 청취 경험이 되어준 앨범, "yessirskiii"였습니다.



(10) Kim Addict - Addicted (2021.4.12)


 지난 4개월간 Kim Addict는 매달 뭔가를 내놓아왔으며, 4월은 오늘 얘기하게 될 "Addicted"가 장식하게 되어있습니다. 본작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정규로 분류되어있습니다 - 저번 EP "Lit Addict"가 12곡인데 왜 7곡이 정규인가 싶지만 뭐 이건 전혀 중요한 부분은 아니죠. 아무튼 이게 맞다면, Kim Addict의 첫 정규가 되는 셈입니다.


 전 앨범 "Lit Addict"와 비교하여 "Addicted"는 텐션이 높습니다. 특히 앨범 초반부에서, 프로듀서진이 거의 동일함에도 비트의 속도감과 통통 튀는 느낌이 훨씬 분명해졌죠. 이 위에 올라탄 Kim Addict도 같은 맥락으로 에너지를 더 실어 랩을 하고 있고요. 전작 얘기할 때 말했듯 그의 랩은 거의 같은 플로우를 재활용하지 않고 계속 패턴을 바꾸면서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bar를 뱉게 하는 센스와 리듬감은 확실히 장점입니다.


 하지만 텐션 높아진 사운드 탓인지, 이번에는 단점도 보였습니다. 방금 장점으로 언급했던 부분은, 말만 보면 상당히 다이나믹하게 랩을 할 것 같지만 실은 일정 범위의 힘과 속도 안에서만 변하는 느낌이 큽니다. 즉 플로우는 현란하게 바뀌기는 하는데, 한발짝 뒤로 물러나 들어보면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인식되는 겁니다. 벌스는 물론 후렴도 비슷한 톤으로 이어지다보니 피쳐링 벌스를 제외하면 곡을 뇌리에 새길만한 구심점이 될 포인트가 부재하고, 살짝 물리게 됩니다 - 프리스타일 같이 들린달까요. 이는 부분적으로는 Kim Addict의 톤이 '야마' 없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지나치게 꾸밈 없는' 목소리가 자꾸 들리면서 김이 새곤 합니다. 예를 들어 "Over"의 첫 도입부는 좀 더 빡세게 (멜로디도 좀 더 코드가 맞게) 들어가줬으면 했습니다. 추임새나 삑사리 같은 목소리 운용의 효과도 덜해지는 거 같고요.


 이런 문제는 아마 전작에도 있었을 겁니다. 다만 이제 와서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체적인 사운드가 세졌기 때문에 무난무난한 랩과 톤이 좀 더 대비가 되고, Kim Addict가 저에게 '구면'이어서 조금 더 냉정하게 듣게 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원래 녹음할 때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여러 테이크를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끝내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게 나름 다작하기에 쉽고 특유의 삘도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멋'의 보충이 필요한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작업 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다음 앨범을 볼 것 같은데, 당장은 아니라도 본인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해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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