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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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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대음 힙합 & 알앤비 음반후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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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2-28 13:30:03

블로그하며 쓰는 글들 모음집임미다

 

원래 음반사진 중심으로 글쫙쫙써버리구

앨범에 대한 내용은 짱짧게 돌아보는 형식으루 기획했던건대

그지가튼 투머치토커 성격 못버릴까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네문장이 네문단이 되는 마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에버랜드임 에버랜드 환장의나라로 오세요임 아쥬...


아무튼 귀차니즘으루안퍼지구 기적적으로

2021 한대음 힙합음반 및 알앤비음반에서 노미네이트된 10개의 작품 리뷰가

기적적으로 한대음 수상 발표 당일(!!) 마무리 되어 올려봅미다

힙합음반 부문 & 알앤비음반 부문 각각 5작품씩 해서 총 10작품입미다

 

사실 KHA 후보 앨범들도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대

올해는 그러지 못했네여.. 8ㅅ8.. 내년에는 같이 써보는걸로?!


참고로 비프리 프더비는 초심잃지 않구 짧게 쓰기로 맘 먹엇을대 쓴 글이라

내용이 쫌 짧아여


즐겁게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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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리 - FREE THE BEAST


게임에서 '딜찍누'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게임상에서 적들의 패턴 파훼 그런 거 없이 단순한 공격력(딜량)으로 적을 찍어누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FREE THE BEAST] 역시 딜찍누 성격이 가까운 앨범입니다. 정확하게는 음악으로 찍어눌러버리니 음찍누네요. 그만큼 이번 비프리는 그간의 논란과 별개로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앨범을 들고 왔습니다.

 

앨범의 분위기는 표지가 이미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이라이트 레코즈 시절의 비프리는 저돌적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미지였죠. 하지만 이제는 악에 받치고 모든 것들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타이틀 말마따나 '짐승'이 되었습니다. 이미 앨범 초반부부터 이 앨범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멤피스 사운드(로-파이(Lo-fi)한 소스를 활용하여 조악한 음색을 연출, 음산한 분위기를 내는 사운드)를 차용한 작품의 분위기는 혼란하고 그로테스크합니다. 메세지 역시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발산하는 비프리의 공격성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최후반부에서는 한 층 진정되며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FREE THE BEAST]는 그의 최고작인 [KOREAN DREAM]을 넘어 또다시 최고작을 경신한 작품이고, 2020년 최고의 한국힙합 앨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퀄리티로, 그리고 기존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또 다시 커리어하이를 맞이한 비프리였습니다.




쿤디판다 - 가로사옥


믹스테입 [쾌락설계도], 프로듀서 비앙과의 합작 [재건축]에 이은 쿤디판다 건축 트릴로지(제가 맘대로 붙인 이름입니다)의 완결편 [가로사옥]입니다. 지난 두 장에 걸쳐 펼쳐낸 이야기들이 이번 작품에서 정리되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됩니다.

 

전작까지는 사회 구조 및 그 안에 속한 자신의 위치를 조명하며 가감 없는 생각을 표현한 쿤디판다지만, 이번 [가로사옥]에서는 그 시야가 외부로 뻗어나가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더욱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과거 자신의 모습부터 시작해 뮤지션으로의 커리어를 막 쌓을 때를 그려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냅니다. '네버코마니'는 아이오아의 건조한 비트 아래 쿤디판다의 일대기를 그려냅니다. 재밌는 점은 그의 발자취가 한국힙합 씬의 확장 과정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입니다. '1. 인터넷에 자신의 작업물을 업로드하며 커리어를 시작 -> 2. 네임밸류를 높이기 위해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 -> 3. 작품의 수상을 받으며 음악적 성취를 이룩한다'라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2010년대 중후반에 커리어를 시작한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정석적인 루트를 그려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쿤디판다 역시 주변에 널리고 널린 뮤지션들 중 하나였다는 소리죠.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가로사옥]의 중심 소재인 쿤디판다의 내면이 본격적으로 그려지는 계기가 바로 '네버코마니' 일대기의 1과 2 사이에서 느낀 '열패감'이라는 것입니다. 이후 [가로사옥]은 쿤디판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열등감으로 방황하고 극복해나가며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쿤디판다는 널리고 널린 뮤지션 A에서 유니크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및 소재를 앨범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와 현장감을 부여하며 마디마다 박히는 타이트한 랩으로 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치밀하게 그려냅니다. 비앙과 아이오아를 중심으로 빚어진 프로덕션 역시 각 트랙의 주제들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뮤지션으로서 나아갈 청사진을 그려낸 [쾌락설계도], 이를 토대로 뮤지션의 기틀을 다지면서 자기가 속한 사회 속 수많은 관계 안에서 자신을 조망해본 [재건축], 그리고 이러한 계획과 고뇌를 통해 완성된 [가로사옥]은 쿤디판다가 내면에 지녔던 열패감이 성장의 양분으로 승화시킨 결정체입니다. 하지만 작품 말미에 '삶은 고민의 연속'이라는 메세지를 던지며 동시에 자신이 세운 건축물은 끊임없이 확장될 것이라는 여지 또한 남기고 있습니다.

 

첫 솔로앨범이자 그간 자신이 쌓아올린 서사를 마무리하는 작품, 굉장히 모순된 표현이지만 [가로사옥]은 이걸 해냅니다. 이 표현만큼 쿤디판다의 내면 역시 모순된 감정이 가득했지만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웅장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것도 가로로 길게 뻗은 건물입니다. 세로로 높이 솟은 건축물은 하늘과 더 가까울지언정 위태롭습니다. 가로로 길게 뻗은 건물은 높이 솟은 건물에 가려져 하늘의 빛을 더 많이 받지 못할 수 있지만 안정적입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큰 흔들림이 올 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높은 건물과 달리 쿤디판다가 세운 [가로사옥]은 미동도 않은 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넉살 - 1Q87


2016년 1집 [작은 것들의 신] 발표 이후 넉살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장르팬들의 잇따른 앨범에 대한 호평, 쇼미더머니 참가, 그리고 각종 방송의 출연으로 자신을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자연스레 그의 네임밸류는 높아져 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앨범은 이러한 기류를 타고 넉살의 성공 스토리가 가득 담긴, 적당한 캐주얼함과 VMC만의 색채를 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작품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앨범에 앞선 선공개 싱글 <AM I SLAVE>는 이러한 생각을 뒤집어버렸죠. 넉살은 자기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들이 바라던 '나름의 성공'을 얻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것들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어원은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의미합니다. 넉살 역시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대가 맞는지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렇기에 타이틀 역시 상술한 소설에서 차용한 [1Q87]입니다. 앨범 안의 서사는 검은 옷으로 자신을 꽁꽁 싸맨 커버 아트처럼 외부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그의 내면세계에서 빙글빙글 맴돌고 있습니다. 어조 역시 시니컬하고 호전적입니다. 그의 랩과 앨범의 프로덕션 역시 내면세계를 투영하듯 어둡고 어지럽습니다. 버기, 홀리데이, 프레디 카소, 코드 쿤스트 등 많은 프로듀서들이 [1Q87]의 사운드를 주조하고 넉살은 그 위에서 뛰어난 랩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1Q87]에서 넉살이 바라본 세상은 디스토피아였습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편적으로 'AKIRA'에서 나타나고 이 속에서 자신이 끊임없이 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고찰하는 구간이 'AM I SLAVE'와 'WON'입니다. 이후 'Crack Kidz'로 넘어가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담아내고 있기에 제삼자의 시각으로는 어렵거나 익숙지 않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를 넉살의 탄탄한 랩 퍼포먼스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앨범이 가져다주는 몰입감은 뛰어납니다.

 

기분 좋은 반전이었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넉살의 기분도 좋았을까??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자신 없게(중요) 답할 것입니다. [1Q87]은 넉살의 혼란을 양분 삼아 자라난 작품이거든요. 모두의 예상대로 정규 2집은 그의 '성공'을 다룬 작품이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향은 사뭇 달랐습니다. [작은 것들의 신]이 높은 평가를 받던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이야기를 보편적인 경험으로 확장시켜 듣는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1Q87]은 정반대입니다. 철저하게 넉살 자신을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실은 한 층 단단해졌습니다. 방황 끝에 넉살이 당도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마지막 트랙 '추락'에서 넌지시 암시는 했지만 아직은 확실치 않습니다. 그의 다음 앨범에서 나름의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딥플로우 - FOUNDER


전작 [양화]로부터 5년 만입니다. VMC는 이제 어엿한 레이블로 자리매김 하였고, 딥플로우의 위치 역시 달라졌습니다. [1Q87]의 넉살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격변을 맞이한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에 따른 잡음들도 뒤따라 왔습니다. [양화]에서 보여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서의 우직한 모습은 장르팬을 비롯 많은 동료 뮤지션들에게 리스펙을 받아냈지만 이후의 행보는 모두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뭐.. 그것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고 싶진 않습니다. 솔직히 잘못했다고 생각지도 않지만? 아무튼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모습에 대해 실망할 여지는 분명 있었고 그 이야기들이 다시금 불거진 2020년은 딥플로우에게 그야말로 고난의 한 해 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에 대하여 정면으로 돌파하는 작품이 바로 정규 4집 [FOUNDER]입니다.

 

[FOUNDER]는 대단한 힙합 엔터테인먼트 앨범입니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창립자(創立者) 딥플로우의 일대기를 맛깔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시작해 한 레이블의 수장이 되기까지, 그리고 수장이 되고 나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까지 모두 딥플로우 본인이 아니면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은 VMC를 정식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하여 겪었던 과정들을 생생하게 풀어내는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더불어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의 이야기를 꾸미기 위해 아낌없이 조연으로 출연하였으며, 적재적소에서 작품의 풍미를 더해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탄탄한 서사 아래 펼쳐지는 딥플로우의 랩입니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탄탄한 랩 퍼포먼스를 만나 거침없이 나아갑니다. 주제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감정선은 그때마다 변화하는 딥플로우의 톤에서 캐치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합니다. 레이블 설립 이전의 모습을 회상하듯 그려내는 초반부와 레이블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후반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앨범의 서사에 힘이 들어간 데는 프로듀서 반 루더의 공 역시 큽니다. VMC 소속 프로듀서 TK의 또 다른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반 루더는 밴드 프롬올투휴먼과 NP 유니온의 힘을 빌려 아날로그 사운드로 앨범을 가득 채웁니다. 밴드가 빚어낸 빈티지한 질감의 프로덕션은 [FOUNDER]가 한 편의 누아르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딥플로우가 근래 보여준 행보에 각자 다른 생각을 가졌어도 이 앨범이 가져다주는 설득력이 굉장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FOUNDER]가 전달하는 호소력은 짙습니다. 앨범 안에는 오랜 기간 언더그라운드 씬에 몸을 담았던 뮤지션으로서의 자부심과 현 VMC 레이블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뒤섞여 있습니다. [양화]로부터 5년의 시간 동안 그는 커리어 사상 최대의 격변기를 맞이하였고 지금 그 시작 지점에 놓여있는 셈이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네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음악으로 증명해낸 그의 역량은 고난 속에서 어떤 때보다 빛을 발했습니다. 더욱더 커지는 VMC 레이블, 저는 그 안에서 보여줄 딥플로우와 소속 뮤지션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빌스택스 - DETOX


2018년 대마초 적발 이후 빌스택스가 발표한 싱글 <Idungivaㅗ>는 여러모로 놀라운 곡이었습니다. 붐-뱁 위에서 뛰놀던 그가 트랩대디가 되어 트랩 비트 위에서 끈적하게 랩을 뱉는 모습, 나아가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메세지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습니다. 이전에도 故 아이언과 같이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다' 류의 의견을 견지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의 음악을 통해 대놓고 합법화를 주장하는 뮤지션은 없었거든요. 더욱이 그는 대마초 외에 문신, 동성혼 등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난 것들을 터부시하면서 다른 해로운 것(곡에서는 술과 수면제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은 용인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점을 꼬집으며 사회에 뿌리내린 이러한 독들을 '해독'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이러한 주제가 확장된 앨범이 바로 [DETOX]입니다.

 

[DETOX]는 <Idungivaㅗ>처럼 직접적으로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대신, 자신의 일상에 대마초를 자연스레 녹여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하는 것을 계획했기에 나눈 A-Side와 B-Side 파트 역시 사티바(Sativa)와 인디카(Indica), 대마초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심지어 두 대마초의 성질까지 음악색으로 승화하였습니다. 사티바는 소위 헤드하이(head-high) 타입으로 기분을 굉장히 즐겁게 만들어주는 데서 착안, 강렬한 트랩 비트 기반의 곡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디카는 반대로 몸을 나른하게 만들어 주는 바디하이(body-high) 타입이기에 느릿하고 차분한 빌스택스 만의 감성이 녹아있습니다. 결국 대마초는 전면적으로 나오지 않을 뿐 [DETOX] 전체에 이를 차용한 컨셉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그의 음악적 여정을 함께해 온 장르팬들이라면 [DETOX]의 음악적 감흥은 진하게 다가옵니다. 마스터플랜을 거쳐 지기펠라즈, 저스트뮤직, 그리고 지금의 모습까지 빌스택스는 언제나 한국힙합 장르씬 안에서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강렬하고 빡센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던 그가 칠(chill)한 바이브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렇기에 '대마초 합법화'라는 메세지가 은연중에 깔려있지만 그는 결코 이를 강성적이거나 심각하게 풀어나가지 않습니다. 작품의 피쳐링진과 프로듀서진 역시 대부분 신예를 기용하여 그 중간중간 퀄리티가 약간 아쉬울지언정 새로운 사운드로 신선함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전면적으로 스타일의 변화를 꾀했을지언정, 그 저변에 깔려있는 탄탄한 기본기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게 생각하는 명반의 기준은 '뛰어난 음악성' 뿐 아니라 '해당 작품이 장르씬(대중문화예술로 치환할 수도 있습니다)에 있어 어떠한 변화를 끼치는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DETOX]는 의심할 바 없는 한국 힙합사의 명반입니다.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소재를 자신의 음악을 통해 다루며, 나아가 이를 토대로 (비록 코로나 때문에 불발되었지만) Thur'sday와 같은 직접적인 움직임을 통해 기존 헤게모니에 대한 재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가끔씩 사회적 통념이나 윤리관을 뛰어넘는 메세지를 던지며 기존의 시스템과 부딪히며 대립했고 그때마다 조금씩 그 인식의 장벽을 밀어 나갔습니다. [DETOX]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각자가 세운 논거에 근거하여 개개인이 다를 것이고, 이로 인해 아직 넘어가야 할 산도 많습니다. 비록 그 시기는 아직 요원하지만 빌스택스의 바람이 이뤄졌을 때, [DETOX]는 대중음악사에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하나의 작품이 될 것입니다.

 

 


서사무엘 - UNITY II


이번 앨범의 정신적 전작이라 할 수 있는 <UNITY>는 여러모로 눈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자아(Ego)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정규작과는 달리 화합(Unity)을 강조하고 거의 혼자 도맡아 하던 프로듀싱 역시 밴드 사운드를 적극 활용, 연주자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보여줬습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주목하여 만들어낸 곡들 역시 한 층 무겁게 다가오던 정규작과 달리 산뜻하고 가벼웠습니다. 이러한 컨셉에서 나아가 소재를 다룸에 있어 캐주얼함을 유지한 작품이 <D I A L>이라면 이번 <UNITY II>는 장르적인 흥취가 더 진해진 앨범입니다.

 

<UNITY II>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들은 곡의 이름만큼 단순명료합니다.하지만 <UNITY>와는 달리 '화합'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느낌이 약간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원"과 "이음"에서는 나와 너의 연결을 이야기하지만, 이후에는 코로다 시대로 인한 현실이 가져다주는 우울함과 답답함이 앨범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청"에서는 고독에 대한 우울한(blue) 감정을 토해내고, "굴레"에서는 답답하지만 어떻게든 굴러가는 시간을 노래하며 희망을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서사무엘은 여전히 화합에 대한 노래를 하고프지만 현실의 여건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이 단어는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낯설게 다가오니까요.

 

하지만 서사무엘의 보컬은 이에 저항이라도 하듯 한 층 더 자유로이 곡 위를 거닐고 있습니다. 애초에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힘들었던 그의 음악이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한 층 탄탄해진 밴드 사운드와 보컬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층 더 진해진 네오소울의 자취가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짧은 문장의 반복을 통하여 형성하는 그루브, 중간중간 갑작스레 들어오는 즉흥적인 가사처럼 규격에 얽매이지 않은 서사무엘의 재지한 모습이 수많은 연주자들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메세지로서의 화합은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소망과 위로에 그쳤지만, 음악적인 화합은 한 층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 앨범을 발표한 2020년은 여러모로 '화합'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네요. 그렇기에 모두가 다시 모이기를 소망하며 위로와 희망을 건네고 있는 서사무엘의 메세지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를 통해 뱉어낸 언어들은 풍성한 밴드 사운드 안에서 자유로이 노닐고 있습니다. 어떤 빼어난 뮤지션이라도 발표하는 모든 앨범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란 힘듭니다. 하지만 서사무엘은 연 단위로 지속적으로 작업물을 내고 있음에도 모든 앨범이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UNITY II>는 어쿠스틱한 사운드 안에서 서사무엘만의 진한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이었습니다.




까데호 - FREEBODY



 정규 2집이라 2CD입니다. 3집에서는 3CD로 나오겠죠? 헛소리였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공연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 까데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앨범 작업에 대신 쏟아부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19곡의 풍성한 볼륨을 가지고 있는 [FREEBODY]입니다. 세 명의 멤버들(기타리스트 이태훈 / 베이시스트 김재호 / 드러머 김다빈)이 만들어내는 연주에 집중하며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까데호는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한 인스트루멘틀 밴드이기에 [FREEBODY] 대부분의 트랙은 세 명의 악기로 빚어내는 연주로만 진행됩니다. 보컬은 절반이 약간 안되는 분량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보컬이 없는 곡에서 까데호의 목소리를 대체하는 장치는 이태훈의 기타 연주입니다. 저변에 깔려있는 탄탄한 드럼 & 베이스 사운드를 바탕으로 기타 퍼포먼스가 전면으로 치고 나와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방식입니다. 후반부의 곡에서는 현란한 트럼펫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이태훈의 기타가 현란한 사운드로 앨범의 흐름을 이끌어나간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은 밑바탕에 깔린 베이스와 드럼입니다. [FREEBODY]는 힙합, 알앤비, 스윙재즈 등 다양한 블랙뮤직의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곡마다 다른 바운스를 주조하고 맛깔나게 살리는 역할은 김재호와 이다빈의 몫입니다. 현란한 기타 연주 아래에는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가 있기에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악기들의 조화 안에서 까데호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자유로움'입니다. 현란한 기타라인과 다양한 장르색으로 경쾌한 무드를 연출하고 중후반부를 넘어갈 때 즈음부터 차분하고 잔잔한 톤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마무리 짓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타이틀 [FREEBODY] 안에는 흥겨운 리듬 안에서 몸을 자유로이 놀린다는 의미와 차분한 무드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있는 셈입니다.

 

아소토 유니온을 거쳐 윈디시티나 펑카프릭 부스터로 뻗어나가는 한국 블랙뮤직밴드의 계보는 잠시 그 존재감이 미미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장르팬들에게 블랙뮤직을 표방하는 밴드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근래 NP 유니온이나 프롬올투휴먼을 비롯, 까데호와 같은 블랙뮤직 밴드가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는 점이 굉장히 반갑습니다. [FREEBODY]는 이러한 연장선에서 맞이한 블랙뮤직밴드의 웰메이드 앨범입니다.




에이트레인 - PAINGREEN


첫 정규 [Hello, My Name Is Insecure.]를 지나 [PAINGREEN]까지, 에이트레인이 보여주는 음악색은 다른 뮤지션들과 차별화되는 몽환적인 무드를 선보입니다. 이번에는 울창한 숲이라는 하나의 큰 무대를 제시, 이 안에서 '고통'을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를 전개해나갑니다. 에이트레인의 보컬은 담담한 듯하지만 이면에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아슬하게 균형감을 타는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기교 없이 나긋나긋하지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는 마치 수많은 내적 갈등을 헤쳐나가는 듯합니다. 숲은 초록빛으로 물들었으며, 작품 속 화자는 그 안에서 내내 고통스러워합니다. 은은히 퍼지는 사운드는 공간감을 형성하여 사방의 풀잎에 소리가 반사되는 듯 느껴지고 에이트레인은 그 안에서 담담하지만 우울감 가득한 보컬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PAINGREEN]의 시작을 알리는 감정은 '황망함'입니다. 이 감정이 비롯된 연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서 오는 좌절감입니다. 작품이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가 '죽음'인 것으로 말미암아, 또한 앨범 안에서 상대방의 부재에 대한 슬픔을 노래하는 곡의 제목이 "추모"임을 보았을 때 상대방과 사별했다는 쪽이 맞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화자가 겪는 고통은 곧 그리움과 후회로도 치환이 가능합니다. 마음 안 넘실대는 고통은 숲이라는 공간이 되고 여기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감정은 숲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 체현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이 가져다주는 색깔은 초록빛입니다. 우리에게는 으레 숲이라는 공간이 치유의 공간, 마음에 안식을 가져다주는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이러한 나무들이 너무도 울창해져서 햇빛을 가리는 순간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되겠죠. 그렇기에 이 작품에서 초록 빛깔이 의미하는 바는 '고통'입니다. 화자는 결국 이러한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은 '죽음'이라 결론지으며 앨범의 긴장도는 최고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렇게 [PAINGREEN]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은유와 비유로 가득합니다. 그렇기에 들을 때마다 새로운 서사가 청자들의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 속에서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 '고통을 이겨낸 자들을 위한 찬가'입니다. 많은 이유로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고통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극복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죠. 하지만 [PAINGREEN]의 화자는 죽음의 직전까지 갔다 발걸음을 돌리고 '집에 가자'라고 합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안식처로. 이는 고통에 대한 체념일 수도, 혹은 감내하자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삶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기점으로 앨범이 주목하는 대상은 작품 속 화자가 아닌 우리에게로 옮겨집니다.

 

죽음의 유혹을 이겨낸 그가 말을 건넵니다. 고통을 겪고 있을 우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나침반은 고장 났어도 너의 마음속 나침반은 고장 나지 않았으니까, 너는 바다 위 코르크처럼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을 테니까 모든 것을 극복하길 바라고 안녕을 빌어주며 [PAINGREEN]은 마무리 지어집니다. 여전히 에이트레인의 보컬은 담담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이 겪어온 감정의 격류를 함께 겪어온 청자들에게 후반부에서 던지는 사소한 말들은 큰 울림을 줍니다.

 

이러한 앨범의 모든 장치는 에이트레인의 손에서 빚어졌습니다. 내면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하나의 공간으로 그려내는 표현력, 그 안에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비유, 조용하지만 힘 있게 나아가는 서사는 [PAINGREEN]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입니다. 가사를 보며 앨범을 다 듣게 되면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듯한 여운을 가져다줍니다. 우리의 삶 역시 초록빛으로 가득하지만 언젠가 이를 헤쳐나가 바다로 나아가리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2017년 이래로 폐관수련하듯 혼자의 힘으로 묵묵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갈고닦아왔던 에이트레인입니다. 그 여정의 종착지, 아니 앞으로도 쭉 먼 길 가며 거쳐가는 또 하나의 장소에 [PAINGREEN]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선우정아 - Serenade


<Serenade>는 'S'로 시작되는 트릴로지의 마무리 앨범입니다. 직전에 나온 EP <Stand>, <Stunning>에 이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선우정아 음악의 응집체입니다. 3개의 앨범 분량이 담긴 작품 아니랄까 총 16곡의 트랙 수에 1시간 분량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며, 이 안에는 정규 2집 <It's Okay, Dear>이후 약 6년 동안 보여준 선우정아의 음악적 정수가 한데 모여 있습니다.

 

앨범을 시작하며 우리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인터뷰"를 지나 앨범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도망가자"는 가벼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선우정아 목소리가 격앙될수록 켜켜이 쌓이는 관현악 사운드와 맞물려 풍부한 감정선을 제공합니다. 이후 타이틀곡 "Serenade"부터는 다른 작품들과는 구별되는 앨범의 독특한 맛이 우러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욕의 여행"에서 "SHUTTHEFXXKUP"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산뜻한 프로듀싱 아래 비속어가 가져다주는 모순의 쾌감이 강렬한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이후에는 선우정아의 작품을 꾸준히 체크해왔다면 익숙할 전작의 곡들이 있습니다. 앨범의 구성은 '<Serenade>의 신곡 → <Stand> → <Stunning>'의 순입니다. 단순히 각 앨범을 이어 붙였다 생각할 수 있지만 앞선 앨범이 모두 <Serenade>를 위한 준비였기에 앨범의 흐름은 자연스럽습니다. <Stand>의 곡에서는 삶 속 어려운 순간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Stunning>은 그 삶 속에서 가장 빛나며 아름다운 순간을 그려냅니다. 특히 스산한 일렉기타 사운드 안에서 배신을 의인화하여 이야기하는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와 어지러이 퍼지는 전자음 안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가 클래식이라는, 앨범을 전부 들었다면 누구도 부정 못 할 메세지를 던지는 "CLASSIC"은 각 구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러한 기나긴 여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사랑'입니다. 곡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랑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감정들입니다. "도망가자"의 저변에 깔려 있는 연민의 감정은 상대방을 사랑하기에 생겨난 것이고, "CLASSIC"은 자기애(愛)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바탕이 되는 곡인 것처럼 말이죠. <Serenade>의 모든 곡들은 상대방을, 혹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사랑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 셈입니다.

 

세레나데는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에는 '저녁의 음악'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 만큼 앨범 <Serenade>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룸과 동시에 밤과 어울리는 무드의 곡들이 실려 있습니다. 풍성한 볼륨에 면면 모두가 빼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곡들, 그리고 이 중심의 서 있는 선우정아의 호소력 짙은 보컬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처럼 2019년의 끝을 아름답게 장식하였습니다.




추다혜차지스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당산(堂山)'은 한 고을이나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곳입니다. 하늘과 지상을 이어주는 존재, 그렇기에 이곳에서 천신을 맞이하기 위한 고사를 지내거나 굿을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당산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당산나무입니다. 즉 마을의 안녕을 기리기 위한 의식들은 당산에서, 특히 중심이기도 한 당산나무에서 치러지는 셈입니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민속신앙행위인 굿에, 그중에서도 무가(巫歌)를 적극 차용하여 밴드 사운드와 결합한 작품입니다.

※ 사족인데 딥플로우의 곡인 '당산대형'은 이소룡 주연의 영화 <당산대형(唐山大兄~The Big Boss)>에서 따왔습니다

 

추다혜는 락과 한국 전통민요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밴드 씽씽 출신의 보컬리스트(소리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지도?)입니다. 지금은 해체했지만 세상 힙한 퍼포먼스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았죠. 특히 근래 크로스오버 밴드 이날치의 범대중적인 선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뒤늦게 재조명되는 밴드이기도 합니다. 씽씽 해체 이후 추다혜는 자신을 주축으로 삼은 밴드 추다혜차지스를 결성합니다. 멤버들의 면면 역시 화려합니다. 윈디시티 출신이자 현 김오키뻐킹매드니스 소속의 기타리스트 이시문, 까데호의 멤버이기도 한 베이시스트 김재호와 드러머 김다빈이 추다혜의 소리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그룹 이름은 생소할지언정 밴드에 관심을 가진다면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멤버들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충격적입니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초/중/후반 세 파트에 각각 다른 지역의 굿소리의 특색을 담아냈습니다. 초반부는 평안도의 굿소리를, 중반부는 제주도의, 후반부는 황해도의 소리를 담아냈습니다. 그렇기에 서도민요가 바탕이 되는 초반부와 후반부는 중반의 트랙에 비해 떠는소리(요성)가 많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추다혜의 간드러지는 소리 아래에 곁들여지는 밴드 사운드는 그야말로 펑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앨범의 구성은 비단 창법에 따라 나뉜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신을 청하고 - 접신하며 - 명과 복을 비는 굿의 과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리추얼댄스'같이 제주 서우제 소리를 현대적인 사운드로 재해석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크레딧에 이 곡의 작사는 '미상'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가사의 내용 자체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특히 초반부의 '비나수+'는 안녕을 기원하는 과정에서 추다혜차지스의 상황을 가사에 적극 반영, 전통 굿소리가 우리에게 비단 멀게는 느껴지지 않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알면 알수록 대단한 작품입니다. 사실 굿이라는 요소도 우리에게는 적잖이 생소하기에 이 앨범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느낀 것들과 알고 있는 것조차 단편적이기에 들을 때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이러한 배경지식 없어도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운드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간 현대 사운드와 전통음악의 크로스오버를 꾀한 작품들은 많이 있었지만 무속 음악과의 접목을 시도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생소한 표현인'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밴드'라는 말은 추다혜차지스가 스스로를 정의한 아이덴티티입니다.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탐닉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2020년에 릴리즈한 국내 음악 중 짚고 넘어가야 할 음악을 찾는다면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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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09: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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