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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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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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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2-17 16:42:12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LE는 오늘도 불타고 있네요. 음.. 저는 음악을 듣겠습니다.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Briel - luvtape (2021.1.26)

    Briel - hustletape (2021.1.31)


 Dbo의 크루 FPL 소속 멤버로 알려진 Briel이 새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앨범 단위 결과물로는 거의 2년만이며, 따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앨범 제목이나 Banncomhere라는 메인 비트메이커의 존재 등을 보면 연작 개념으로 두 장의 앨범을 연이어 발표한 것 같습니다 ("luvtape"만 있는줄 알고 글을 쓰려다 뒤늦게 "hustletape"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이란...).


 "luvtape"과 "hustletape"은 사이드 A와 B처럼 서로 다른 주제를 Briel의 음악으로 소화하였습니다. 충분히 연상 가능하지만 전자는 사랑 노래를, 후자는 좀 더 하드코어한 얘기를 풀었죠. 본격적으로 Briel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우선 귀에 들어오는 건 탁하면서 늘어지는 그의 보이스톤입니다. 어떤 면으론 Ja Mezz가 연상되고 어떤 면으론 B-Free의 일부 랩이 떠오르는 그의 스타일에 1차적으로 어울리는 건 "hustletape"이긴 합니다. 특히 "우리집"에서 살짝 더 힘을 줘 랩하는 것과 요근래 Owen의 베스트 벌스였던 것 같은 "Khalifa" 등이 마음이 더 가게 하는군요. 영어 랩도 한국적 액센트가 가미되어 뻑뻑하면서도 꽤 자연스러워 독특했고요.


 이 느낌이, 싱잉 랩을 가미했다는 면은 다르지만 "luvtape"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luvtape"에서의 조합은 불협 화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나름 이 역시 독특한 바이브를 풍겨 괜찮은 매력으로 승화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Briel의 랩은 몽롱하고 나른하군요 - 클라우드 랩의 정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런 특징을 유지한 채 두 장의 앨범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에 맞추어 변용시키는 점은 그의 실력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으레 트랩 곡들이 그렇듯 기승전결 없이 단조로운 반복이 많지만, 의도한 바일테니 취향에 맞춰 들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취향의 영역으로 넘어가자면 저와 완전히 맞진 않지만, 적어도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야하는 아티스트인지는 분명히 보여서 좋네요.



(2) Lil Tachi - Forever Young (2021.2.4)


 생각보다 오랜 공백을 가지고서 나온 새 앨범입니다. "Boom Bap Mixtape 2"의 패기를 보아선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낼 줄 알았더니 꽤 오래 걸렸군요. "Forever Young"은 그 공백에 비하면 살짝 작아보이긴 하지만, 기존의 매력을 보존하여 완숙해진 Lil Tachi의 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는 트래퍼란 인상이 강하지만 앨범에 담긴 곡들을 들어보면 단지 한 가지 장르에 국한하긴 어려운 거 같습니다 - 애초에 "Back to the SWAG" 같은 곡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럼에도 트래퍼란 인상이 강한 이유는 여전히 애띤 목소리에 패기가 넘쳐흐르는 발성과 플로우로 자유분방함을 어필하고 있기 때문인데, 조금 어설프지만 그 어설픔도 매력으로 승화시켰던 전작에 비해 본작에서는 좀 더 유연하고 쫄깃한 그루브를 만들어 고전적인 의미의 '잘하는 랩'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Forever Young"은 사실 즐길 거리가 많은 앨범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 "Boom Bap Mixtape 2"는 다듬어지지 않는 톤을 되는대로 뱉으면서 느껴지는 날것의 향취가 꽤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별로 없어서 살짝 뻔해진 모습도 있습니다. 인스트루멘털인 "Walking"부터의 세 곡은 그 뻔함을 타파하려는 시도였는지, 전반적인 앨범 분위기로 보면 상당히 뜬금 없는데 오히려 살짝 앨범의 집중도를 흩뜨리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쌔끈한 랩 앨범인 건 맞지만, 신선함이 좀 떨어졌달까요? 뭐, 그렇다면 쌔끈함과 신선함 두 가지 중 감상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겠군요. Lil Tachi의 랩 스킬을 부정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좀 자주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거.



(3) Dbo - Wonderful Disaster (2021.2.4)


 전작으로부터 4개월만에 나온 Dbo의 새 EP. 재밌게도 전작이 2이고 이번이 1입니다 - 역순으로 나온 것이죠. 비장한 분위기에 예측 불허하게 진행되는 Dbo의 싱잉 랩은 여전합니다. 앨범 소개글 "Love is a wonderful disaster"를 참고하면 사랑을 주제로 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사 자체는 중간중간 뜨는 성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사랑과 직접 연결시키기 애매하며, 직설적인 표현들이 추상적이고 난해하게 배열되어있어 기묘한 느낌을 줍니다.


 들으면서 문득 Dbo를 '멍청 트랩'으로 분류하던 저의 판단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두 장의 EP에 걸쳐 Dbo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정말 신비롭습니다 - 어떤 면으로는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Dbo의 싱잉은 음정이나 발성은 물론, 일반적인 노래의 규칙을 어기고 갑자기 음조를 뒤바꾸거나 들리지도 않을 저음으로 중얼거리거나, 돌연 소리를 지르는 등 설명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입니다. 이는 소위 멍청 트랩에서 나올만한 것이 아니며, 특히 YUNHWAY의 허밍으로 분위기를 배가시킨 "Earthquake" 같은 곡은 매우 감각적인 목적을 가지고 계산된 곡이었습니다.


 본작은 전작의 프리퀄을 자칭하고 있지만 전작보다 훨씬 raw하게 들립니다. 몇 차례 돌리고 나니 일명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라고 통칭하는 난해한 곡들에 Dbo의 노래가 끼지 못할 이유가 없어보였습니다. 그럴수록 일반적인 방법으로 즐기기는 어려운 앨범인 건 사실이지만, 마치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듯한 자세로 듣자면 갈수록 흥미로워지는 아티스트가 Dbo인 듯합니다.



(4) Babylon - Hardy (2021.2.4)


 2년 4개월만의 새 앨범입니다 - 사실 전 오래간만이라는 것보단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러갔다는 점에서 놀라고 있습니다... 전작 "CAELO"와 마찬가지로 13곡 꽉 채운 정규 앨범이며, 역시나 피쳐링진에 보이는 많은 래퍼들의 이름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개인적으로 "CAELO"와 "Hardy"로 Babylon의 스타일을 얘기하자면, 상당히 전형적인 모습의 R&B를 하는 보컬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표현력이 별로지만, 아무튼 얼터너티브 R&B의 유행 속에 Babylon의 노래는 예전에 듣던 진한 R&B의 느낌이 있습니다. 전작은 그게 좀 팝스럽게 가벼웠다면 이번에는 앨범 초반을 여는 슬로우 잼 바이브부터 착 가라앉은 마지막까지 무게 있게 진행됩니다. 앨범 소개글에 따르면 시간의 진행에 따라 앨범이 전개되도록 의도한 것 같지만, 대체로 새벽과 밤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많아 딱 그런 모습이 드러나진 않습니다.


 요즘 R&B 스타일에 익숙하다면 과하다고 느낄 부분이 있을 거 같은데, 이건 위에서 말했던 묘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래퍼보다 여타 R&B 보컬과의 콜라보로 중화시키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한편 전작에도 단체곡 "Karma"가 있었지만 본작에는 동전 한닢 수준의 초대형 단체곡 "Going In"이 있는데, 사실 이게 R&B 가수의 정규 앨범에 굳이 수록되어야했나는 의문이 남습니다. 곡에 대해 할 말은 많긴 하지만, 워낙 초대형 단체곡이다보니 애초에 만족스럽게 뽑히긴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앨범 한 번 쭉 돌리기 버겁게 만든다는게 아쉽습니다.


 앨범 초반을 지나 뒤로 가면서 장르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뀝니다. Babylon이 내는 감성은 거의 유지되지만 좀 잡다한 느낌은 있군요. "CAELO"에서도 약간은 느꼈던 부분이라, 어느 정도는 Babylon이란 가수가 가진 특징의 일부라 생각됩니다. 화려한 피쳐링진과 절절한 가창력은 앨범의 강점이지만, 신선한 걸 듣고 싶은 사람은 굳이 챙길 필요 없는 앨범 같습니다.



(5) Leebido - Young Demian Life (2021.2.6)


 올해 LBNC가 작년보다 더 뜨거운 활동을 예고한 가운데 소속 래퍼 Leebido가 첫 EP를 발표하였습니다. Mon Navy이던 시절부터 여러 콜라보 앨범을 내왔고 솔로 믹스테입도 있지만, 어쨌든 정식으로는 첫 솔로 앨범인 셈입니다.


 "Young Demian Life"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는 돈에 관련된 가정사, 돌아가신 할머니와 관련하여 Leebido가 풀어놓는 이야기입니다. 이 두 가지는 그가 여태껏 보여주었던 흔해빠진 트래퍼식 돈 얘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가사의 울림을 더해줍니다. 특히 마지막 "Knockin' on Heavens Door"가 전하는 희망적인 메세지는 이야기의 훌륭한 마무리 역할을 해줍니다. 본작은 전형적인 트랩 랩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 어떤 면으로는 이모 힙합 같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붐뱁 같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야기 주제에 맞춰 다양한 음악 색을 보여주는 앨범입니다.


 허나 이런 세팅이 유기성에 도움을 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앨범의 유기성을 칭찬하는 사람이 많지만, "후두둑" "뚝뚝"의 스웩과 "엘스 15" "맨드라미"의 감성이 쉽게 이어지진 않습니다. 이는 워낙 규모가 작은 EP여서 생긴 한계였을 것이고, 역으로 EP에까지 유기성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득이 되는 방향으로 플롯이 쓰여졌다고는 생각이 안 드네요. 그리고 여전히, Leebido의 랩 무게감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캐릭터가 강한 LBNC 안에 있어서 그런지, Leebido의 랩은 아직 맥아리가 없게 느껴집니다 - 발성 문제보다는 톤이 아직 단단하지 않은 거 같아요 ("졸부" 1분 쯤에 '어디야!'하고 치는 애드립이 문제의 제일 대표적인 예시 같습니다). 다만 곡의 기승전결에 따른 무드의 고저 조절, 그루브감 있는 랩의 연결 등은 발전의 진행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Leebido의 존재감을 조금씩 더 크게 피력하는 과정이란 점에서 이 앨범은 그럭저럭 성공이라 보입니다. 특히 트래퍼에게 과소평가되기 쉬운 스토리텔링 능력을 훌륭하게 소개했죠. 지난 콜라보 앨범 "Buck Foys" "Hot Stuff"도 좋았지만 사실 파트너가 워낙 강력해 가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렇게 혼자 마음껏 활동할 자리를 만들 때가 이제 왔습니다. "Young Demian Life"를 시작으로 LBNC의 허슬링에 동참하여 발전하는 모습 자주 보여주길 바랍니다.



(6) Astral Swaggy - Kyoto Capybara (2021.2.7)


 Astral Swaggy라는 이름은 스카이민혁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데뷔부터 스카이민혁 앨범 피쳐링을 통해서 시작하였으며, 사운드클라우드 씬 안팎에서 아주 많은 콜라보를 보여왔었죠. 그래서 비슷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기 쉽습니다 (물론 스카이민혁의 날것 느낌은 없지만...).


 "Kyoto Capybara"는 일본에서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만든 앨범으로, 자연히 기존에 보여주던 스타일에 훨씬 감성적입니다. 이별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이별 후의 찌질함을 다섯 곡에 가감 없이 담아냈으며, 때문에 기존에 생각하던 Astral Swaggy의 곡과는 좀 결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내가잘못했다고빌면" 같은 발라드 감성의 곡은 그에게는 흔치 않죠. 하지만 크게 보아서 특유의 (의도된) 서투른 랩과 직설적인 가사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기존 그의 음악에 대한 감상과 이번 앨범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입니다. 이는 이런 사클씬에 만연한 한국형 트랩의 한 갈래에 대한 호감 여부로 이어집니다.


 이런 다듬어지지 않은 색을 진솔함으로 해석한다면 "Kyoto Capybara"는 그중에서도 더 솔직하게 자기 얘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좋게 들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이 실연 후에 느끼는 슬픔, 외로움, 쓸쓸함을 담아내기엔 너무 얕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대자면 어린 아이 같은 스타일이고, 어린 아이가 표현하기엔 너무 깊은 감정이라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색다른 시도일지언정, 음악적으로 안 맞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무리입니다. 그래도 안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거겠죠.



(7) Dopein - Trick (2021.2.7)


 R&B 씬, 특히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인디 씬에 지식이 별로 없는 저에게 Dopein이란 이름은 피쳐링을 통해 접한 게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피쳐링마다 인상적인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씬 스틸러 역을 해온 그녀는 솔로 커리어로 따져도 이미 활동한지 6년 정도 되어가는 잔뼈 굵은 아티스트입니다.


 새 EP "Trick"은 제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다루는 그녀 앨범이라고 하기 아이러니하지만 'Dopein의 얼터 이고'라고 우선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대략 그녀의 전 앨범 "L'hiver"부터 늘어놓고 들어보면 그녀는 늘 앨범, 싱글마다 새로운 모습을 시도하고 있었고, "Trick"은 직전 싱글 "그런 순간"에서 시도한 하우스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허나 이번 앨범에 함께 한 비트메이커 SKOPE는 칙칙하고 로파이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EDM 사운드를 찍어 그녀에게 선사했고, 이에 맞춰 Dopein은 평소의 날카롭고 청량한 목소리보다는 조금 톤 다운된 노래를 부릅니다. 첫 트랙에서는 랩을 구사하기도 하고, 마지막 트랙은 아예 Dopein의 보컬을 가지고 챠핑해서 만든 EDM 트랙으로, 짧은 앨범 속에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녹아있습니다.


 Dopein의 음악적 능력은 크게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 앨범은 가사 전체가 영어인데, 자세히 들어보면 어색한 부분이 꽤 있지만 대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전 앨범부터 들은 Dopein의 멜로디 메이킹에 비해서 본작의 노래는 랩과 섞인 면도 있고 조금 더 즉흥적인 멜로디에 기댄듯 음역대가 조금 좁고 뻔한 부분이 있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저는 사실 이 앨범을 먼저 듣고 예전 것을 순서대로 들었는데 처음 그 온도차에 탁 트이는 느낌을 받았달까요.


 위에서 말했듯 "Trick"은 Dopein의 얼터 이고로써 다른 모습을 보여준 앨범으로, 그녀의 역량이 발휘된 앨범임은 틀림 없지만 기대하는 게 무엇이었냐에 따라서 실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근래 작품에선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 중이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어도, 그중에 제가 듣고 싶은 Dopein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되는게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8) Icey Blouie - Eternal Truth (2021.2.7)


 "Eternal Truth"는 전작 "Me VS Me" 이후 3개월만에 나온 Icey Blouie의 새 EP입니다. 그 사이 Icey Blouie는 STAREX 크루에서 탈퇴를 하였고, 앨범이 나온 후 Futuristic Swaver가 자신의 비트와 피쳐링 벌스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하여 본래 12트랙 중 "나를 떠나도" "Ten Toes Down" "웃네" "Too Turnt Up" 등 Laptopboyboy 단독 프로듀싱 곡이 빠져 8곡으로 정리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신 Icey Blouie나 Benchpress180과 공동 프로듀싱한 곡들은 남아서 완전히 Laptopboyboy의 이름이 빠지진 않았네요.


 제가 전작 "Me VS Me"를 이 시리즈에서 얘기하지 않았던 것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Icey Blouie의 앨범과 비교하여 새로이 할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번 건너뛰었으니 이번 앨범은 글을 써보지만, 사정은 비슷합니다. 저는 4곡이 빠진 후에 앨범이 들었기 때문에 완전 버전을 못 들은게 조금 아쉽지만, 생각해보면 4곡을 포함해서 들었더라도 별 차이는 없었을 것 같군요. 오히려 Icey Blouie의 무드를 강하게 조성해주던 Laptopboyboy의 영향력이 떨어짐에 따라 그나마 다른 느낌이 조금씩 연출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Icey Blouie의 작업 방식을 모르지만, 훅 정도만 멜로디를 짜놓고 나머지는 녹음하면서 즉흥적으로 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가 박자가 틀리면 틀린대로 가고, 음정이 나가면 나가는대로 가는 거죠. 그래서 으레 생각하는, 연계된 라임의 박자 위 위치도 다르게 맞춰지고, 내용도 사랑 얘기를 했다가 돈 버는 얘기를 했다가 마리화나 얘기를 합니다. "555"에서 보이는 심하게 어긋난 박자도 사실 그의 음악에선 낯설지도 않습니다 - 그의 앨범에서 늘 한두 번씩 등장하는 패턴입니다. 이 모든게 처음에는 자유로운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면, 지금은 그의 모든 곡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되었을 뿐입니다.


 제가 장르에 대한 조예가 없어서 디테일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역으로 그 정도의 조예가 생길 때까지는 Icey Blouie가 새 앨범을 내도 딱히 손이 가진 않을 거 같습니다. 중간중간 후주가 상당히 긴 트랙들이 있는데, 저는 이게 처음에 언급한 문제로 벌스가 빠지거나 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더군요. 솔직히 말해 아무 랩 없이 인스가 나오는 구간 (드럼만 둥둥대는 것까지 포함)이 제게는 앨범 중 제일 프레쉬한 부분이었습니다.



(9) 하회 - HAHOE THE NEW MASK (2021.2.9)


 하회와 모아이로 한동안 활동해왔던 하회가 솔로 EP를 발표했습니다 - Rapideal로 활동하던 시절까지 포함하여 솔로로 내는 앨범 단위의 작업물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아시다시피 하회와 모아이는 스스로 '뽕 트랩'이라고 규정한 스타일로 나름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였고, 이것이 둘을 대표하는 색깔이 되었습니다.


 "HAHOE THE NEW MASK" 역시 어느 정도는 뽕 트랩의 연장선이긴 합니다. 하지만 본작은 훨씬 트랩 원류에 가까운 노래들이 담겨있고, 개인적으론 이것이 하회 음악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걸로 보입니다. 표면적으로 하회와 모아이의 음악과 비교해서 두 가지를 집을 수 있는데, 음역대가 조금 낮아졌다는 점 (좁아진게 아닙니다), 그리고 플로우가 좀 더 타이트해졌다는 점입니다. 두 가지와 함께 하회의 발성도 힘 있어져서 전체적으로 하회와 모아이 때의 음악보다 단단하고 파워풀한 느낌이 듭니다. 좀 더 쏘아대는 투의 랩이 나오는 초반 트랙은 Donutman이 살짝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룹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색은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뽕짝을 버렸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할지 모르겠지만, 마리화나 얘기가 훨씬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마리화나 옹호 랩을 듣는 건 한국 씬에서도 꽤 흔한 일이 되었지만, 하회와 모아이처럼 코믹하게 풀어내는 건 또 색다른 맛이 있는 거 같네요.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하회가 가진 개성에 비해 비트가 너무 전형적이고 밋밋했다는 점 정도가 있겠습니다. 그래도 "To the Moon" 같은 건 좋았어요.


 모아이도 은근히 솔로작품을 내면서 개별 노선을 가고 있던데, 이런 식으로 솔로와 팀 활동의 색을 달리 해서 가는 것도 괜찮은 전략 같습니다. 솔직히 '뽕 트랩'은 살짝 물려가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기에, 중간에 이런 식으로 자신의 기본 실력을 재확인시켜주는 게 괜찮았네요.



(10) 42kgb - 우는중 (2021.2.10)


 전작 "근육"은 저에게는 좀 충격인 앨범이었습니다. 개미친구 시절에도 우울을 표현하는 고유의 방식은 있었지만, 그래도 후반부로 가면서 풋풋한 사랑 노래도 많아지곤 했는데, 1집이었던 "Legacy"에서 심상치 않아보이더니 "근육"은 그야말로 42kgb만의 과격함으로 자신의 심리를 털어놓았던 앨범입니다. 저는 이 앨범을 들으면서 고통스럽다고 표현했고, 다시 42kgb의 신작을 들을 자신이 조금 떨어지면서도 이것이 향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했습니다.


 그 후 나온 두 개의 싱글은 어느 정도 유했던 반면 "우는중"은 다시 우울함을 한껏 머금은 앨범입니다. 의식의 흐름 따라 쓰는 그의 특유의 작사 방식은 42kgb가 된 후 더욱 독특하고 선명해진 듯합니다. 수록 비트들은 잔잔하고 조용하여 비트보다는 '배경 음악'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곡들은 저마다 사랑 노래처럼 시작을 하지만, 곡이 진행되면서 주제가 흐려질 때까지 의식에 따라 제멋대로 질주해버리곤 합니다. 어느 정도 비트의 분위기에 맞춰 톤 다운했다고 해도 그가 풍기는 우울감은 톤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래를 끄고 가사만 읽어보면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도 (물론 "이 컵라면이..."처럼 대놓고 이상한 것도 있긴 하지만) 특유의 주변 상관 없이 내달리는 랩 스타일 때문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곤 합니다 - 조용한 비트는 이런 혼돈을 더 가중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 42kgb의 음악은 고유의 그로테스크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게 그가 가지고 있는 미학의 핵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다만 이러한 의식의 흐름 때문에 어느 쪽으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긴 하겠군요. 여전히 듣기 매우 불편한 곡들이지만, 왠지 어떤 방향으로 그의 음악이 뻗어나갈지에 대한 호기심은 다시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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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2-17 19:52:05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구 역시 세태에 흔들리지 않구 꿋꿋하시네여 진짜 이남자 갖고싶다... 

WR
2021-02-17 20:33:39

어맛

Updated at 2021-02-17 23:02:31

요즘 워낙 바쁘기도 해서 국힙 소식은 영 접하질 못하네요
엘이는 또 불바다라니..
아무튼 덕분에 많이 쟁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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