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감상 싹 다 하기 프로젝트 pt.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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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1 16:35:06

리뷰라기보다는 일기장에 쓸만한 글을 옮겨왔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앨범 소감문입니다.

저의 전역일은 4월 16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합니다 (전역 전 휴가 일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가닥이 잡힌다' 정도로.. 원래는 4월 25일)


대상: 

적어도 세 곡 이상의 앨범.

내가 아는 / 어디서 들어본 아티스트 + 뭔가 지나가다가 추천 받거나 들어주세요! 했던 거라든지... 그런 앨범들


주의:

음알못. 특히 사운드알못.

붐뱁충.



(1) Songwaygoya - 음악소년 (2021.1.17)


 평소보다 짧은 텀을 두고 나온 Songwaygoya의 신작입니다 - 2021년의 허슬을 예고하려는 걸까요?! 알 수는 없지만, 여튼 이번 앨범은 6곡짜리 앨범입니다. 전작에서 생각보다 Ourealgoat와 너무 유사하게 느껴져서 실망했었는데, 일단 이번 앨범에서 그런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이유는 아마 랩적으로 의도했든, 앨범 전체의 컨셉 때문이든, 차분하고 느려진 비트에 맞춰 공간을 많이 두고 뱉는 랩 때문일 겁니다. "Way Go Yard" 때의 느낌은 이번에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독특한 목소리로 하는 구슬픈 랩과 노래가 신선한 느낌은 있습니다.


 앨범은 조촐합니다. 사실 너무 조촐하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수록곡 중 세 곡이 1분 대이며, 여전히 8마디 훅이 시작과 끝을 맡는 구조이기 때문에 벌스의 비중은 적습니다. 여기에 비트도 이번에는 특히 더 비게 만든 느낌이라, 조촐함은 허전함으로 변합니다. 타격감이 좋은 래퍼로 거론되는 Chillin Homie와 Rohann이 참여했지만 별 차이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음악소년"은 비슷한 바이브만 이어지다 어느새 끝을 (그것도 예고 없이) 내버리는 느낌입니다. 이런 전법은 어찌보면 Ourealgoat의 전작들에서도 (카피했단 뜻이 아니라 전략의 얘기) 많이 봤던 터라, 그와 마찬가지로 짧은 앨범들을 많이 내면서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럴 생각이라면, 허전함만 주 감상이 되어 인상이 잊혀지기 전에 반전을 주었으면 좋겠군요.



(2) Epik High - Epik High is Here 上 (2021.1.18)


 꽤 오랜 시간 두문불출했던 Epik High가 드디어 새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두 앨범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Sleepless in ________"에서 Epik High는 매너리즘에 빠졌단 비판에 직면했었고, 그런 비난을 고려할 필요 없는 위치에 있는 그룹이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이번 앨범은 그 두 앨범의 '파스텔 칼라'를 탈피하려 노력한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꽤 어두침침한 앨범이 되었기에 "Remapping the Human Soul"과 비교하는 의견도 많이 보았습니다.


 뜬금 없이 제 베스트 트랙을 꼽는다면 "End of the World"입니다. 메인 악기인 기타는 앨범에 주축을 맡은 로파이한 키보드와 대비되는 청량감이 있고, GSoul은 본인 특색을 살려 노래를 불러줬으며, 각 랩 벌스도 적당한 리듬의 밀고 당김이 있었습니다. 특히 Mithra의 싱잉 랩스러운 플로우가 오랜만에 그의 존재감을 살게 했습니다. 이 곡이 베스트인 이유를 뒤집으면 다름아닌 Epik High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보입니다.


 Epik High의 매너리즘 얘기는 비단 말랑한 바이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그들은 안전한 노선으로만 곡을 만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스킬리스트가 아닌 둘이었기에 제한적이었던 랩 리듬 패턴은 이 틀에 박힌 느낌을 극대화시키곤 했습니다. Tablo와 Mithra의 비중 불균형 문제도 빠질 수 없습니다 - Mithra는 언제나 Tablo가 마련한 틀에서만 랩을 해왔고 대개는 그의 두꺼운 저음 톤이 의미 없이 낭비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힘 빼고 랩할 때...).


 이 문제점들은 이번 앨범에서도 재현됩니다. 의외로 많은 외부 프로듀서진과 협업하였지만 앨범 내내 깔려있는 먹먹한 로파이 사운드는 그들이 해왔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Rosario" "End of the World"는 그나마 예외로 삼을만 합니다. "Leica" 같은 장조 느낌의 멜로디도 어느 정도는?). Epik은 대부분 피쳐링 보컬의 가사와 멜로디를 직접 썼는데, 이번에도 그래서인지 HEIZE나 김사월, Miso가 지나치게 묻히는 감이 있고요. 단체곡 "정당방위"와 Tablo 솔로 영어랩 트랙 "Lesson Zero" (+"Social Distance 16"까지), 발라드 넘버 "내 얘기 같아"는 요근래 Epik High 앨범 수록곡의 전통을 매우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그토록 빛을 발하던 Tablo의 가사도 왠지 물려갑니다 - 두 마디를 빌려 의미심장한 비유를 탁 던지고 표현력을 강조하는 전법, 너무 남발된다고 느낀 건 저뿐인가요? 마지막으로 힘을 빼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둘의 랩 역시 기존 문제의 부활입니다.

 

 우리가 어두워진 앨범의 색을 환영하는 것은 Epik High가 날카롭고 빠꾸 없는 그룹이었던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허나 "Sleepless in ________"가 나왔을 당시 그들은 인터뷰에서 나이가 드니 센 곡이 부담스럽다고 했고, 이번 앨범 관련 NAVER NOW 방송에서 Tablo는 베스트 트랙으로 "내 얘기 같아"를 꼽았습니다. 그만큼 셋은 나이가 들었고 취향이 변했으니 전과 같은 걸 하길 바라는 건 무리일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와 함께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는 과거를 보았기에 더 안타까운 게 있는 거죠.


 안 좋은 얘기를 많이 썼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겐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Epik High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앨범이니 예전의 암울함을 살짝 되찾은 것만으로 팬들은 좀 더 자연스럽게 익숙한 바이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위에서 말했듯, 그들은 이런 비난을 고려 않고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좀 더 밝은 음악을 담을 것으로 예상되는 하편이 기대되는데, 최근 Epik High가 밝은 음악을 거의 한 적이 없어서 ("99"의 실패가 쓰디썼을지도...) 의외의 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다만 코로나가 종식되어야 나올 수 있을 거 같다는데 그러면 이번 생애는 틀렸 (후략).



(3) GOND - I don't care about your love life. (2021.1.18)


 앨범 단위 작업물은 "typeface: GROTESQUE"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입니다. 활동은 빈번하지 않지만 처음 이현준 "Analog TV"에서의 충격이 있어 반가운 이름이군요.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노래 겸 랩을 본인이 맡았지만, 역시 귀가 가는 건 그의 비트입니다. 잔뜩 노이즈가 낀 '고장난 축음기' 같은 샘플들을 한데 뭉쳐 만든 사운드는 최근에는 접하기 쉽지 않아진 감흥을 갖고 있으며, 그 커다란 덩어리가 무거운 몸뚱이를 움직이는 전개는 웅장하면서 살짝 기괴함을 더해줍니다. 여기에 얹혀지는 GOND의 노래는, 여러 가지 이펙트가 있지만 상당히 대중적인 칼라를 갖고 있지만 비트의 아우라와 조합되면서 신선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번 앨범에선 생각보다 특색 없는 대중적인 곡들이 좀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EP는 세 곡 뿐이지만 GOND의 이름을 되새기기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의 목소리 뿐 아니라 더 많은 뮤지션들과 콜라보하는 걸 들을 수 있길 바랍니다.



(4) Pe2ny - Ordinary People (2021.1.18)


 무척 오랜만에 보는 이름입니다. 마지막 앨범이 2018년 초에 나왔으니 거의 3년만에 보는 이름이군요 - 그동안 어디 참여했었는데 제가 까먹은 걸 수도 있지만... 전작 "Hommage"처럼 "Ordinary People"도 인스트루멘탈 앨범입니다. 랩을 얹기 위한 게 아니라 감상용으로 만들어진 비트라 곡 내에 풍성하게 어우러진 악기 소리들이 주요 감상 포인트가 됩니다. 여느 인스트루멘탈 앨범처럼, 아침에서 밤으로 가는듯 에너제틱하게 시작하여 점차 차분해지는 방향이지만, 초반의 에너지를 유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앨범이 밝고 화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큰 실험적인 요소나 대단하게 짚어낼 부분은 없지만, 생동감 있게 선명한 색을 띄고 전개되어 듣기 그다지 지루하진 않군요. 여유로이 음악 감상하기 좋은 음반, "Ordinary People"입니다.



(5) Neal - Black Gradation (2021.1.19)


 MBA 크루에서 비트메이킹을 전담해왔던 Neal이 개인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MBA 멤버들이 피쳐링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트랩 음반의 색깔을 띄고 있습니다. 들어본 분들은 대부분 타이틀곡의 충격적인 "남행열차" 샘플링이 인상이 깊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시퀀서가 좋아지고 샘플 클리어가 필수가 되면서 이런 노빠꾸 샘플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그런 부분에서 오랜만에 느끼는 재미였습니다 ("One Man"도 백조의 호수 멜로디가 들리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이처럼 비트가 흔한 트랩 리듬이면서도 센스 있는 구석이 군데군데 발견됩니다.


 잘 들어보면 대략 1-3번 트랙, 4-6번 트랙이 노래가 끝날 때쯤 앞 노래를 살짝 트는 방식으로 다음 노래로 바로 이어지게 해두었습니다. 피지컬이 당연하던 시절에는 은근 믹스테입 쪽에서 보던 형식인데, 스트리밍이라 트랙 간의 끊어짐이 있어 완전히 이어지지 않는 건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앨범의 후반 두 곡은 앞의 난리 난 분위기와 딴판인데도 신기하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납니다. 때문에 고무줄까지 왔다갔다 하는 무드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부드럽게 한 번 돌릴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에 맞게 극과 극으로 텐션 업 다운을 시켜준 피쳐링 래퍼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특히 안경잽이와 GV의 랩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비트가 인상적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상당히 착 달라붙더군요.


 Neal도 그동안 그렇게 존재감 있는 비트메이커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은 짧은 길이 동안이나마 흡입력 있게 제 귀를 잡아당겼습니다. MBA 내에서든 외에서든, 앞으로도 재밌는 작업물 많이 뽑아줬으면 좋겠군요.



(6) Ski Dash - COMICS: DIESKI (2020.1.19)


 du7 크루 멤버들이 하나씩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와중에 (물론 대부분은 과거에 믹스테입 등을 발표한 바 있지만), H!GHLY BASS, Bryn, Bangkokboy에 이어 네 번째로 Ski Dash가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 "격리해제"로 한 차례 자신을 소개한 것에 뒤이은 행보죠. 역시나 Lemac이 전곡을 프로듀싱했지만, Ski Dash도 프로듀싱에 함께 참여했군요. "YESSIR" 같은 인스트루멘탈에 가까운 트랙은 본인이 프로듀서였기에 탄생한 트랙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느릿한 저음 톤의 플로우는 du7 내에서 H!GHLY BASS와 겹치는 바가 있지만, 살짝 난해한 느낌이었던 그에 비해 Ski Dash의 이번 앨범은 유머러스합니다. 앨범 수록곡 비트들은 제목처럼 코믹한 효과음, 만화 주제가나 각종 이펙트를 샘플하여 만들었는데 재밌기도 재밌지만 맞춤형으로 수준급의 비트를 뽑아내는 Lemac의 능력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입니다. 단단하게 자리 잡힌 저음으로 뱉는 가사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축약되고 짜깁기된 느낌이지만 각종 레퍼런스와 애드립, 그리고 역으로 전혀 미동도 않는 그의 목소리가 합쳐져 확실한 조롱 효과를 선사합니다. 랩적으로, 발음을 늘이거나 짧게 끊으면서 맛깔나게 자아내는 그루브는 du7 멤버 중 최고인 듯합니다.


 곡들이 비슷한 느낌으로만 연이어 있고 기승전결이 없기 때문에 ("PACHINKO" 끝나고 한동안 앨범 안 끝난 줄 알았던...) 너무 가볍게 들릴 순 있지만, 지금까지의 Ski Dash 작업물 중 (적어도 제가 들었던 것 중에서) 제일 본인의 매력이 잘 살아있었고, 곡의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그 매력이 속을 꽉꽉 채워 허전하지 않았습니다. Bangkokboy 앨범 피쳐링 파트를 생각해볼 때 어울리는 비트의 폭이 살짝 좁을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지만, 적어도 어울리는 판 위에서는 늘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Nubset - Gold (2021.1.20)


 "Gold"는 Nubset의 이름으로 나오는 첫 앨범 단위의 작업물입니다 (VANDA 시절에 두어 개가 있었고, 2019년에 Sylarbomb가 합작으로 "NUBSETLIST"가 나왔었죠). 지난 "WAFER 1.91"에서 Nubset은 그전 모습에 비해 더 진중하고 타이트한 랩을 했었는데요, "Gold"는 그에 비해서 기존의 과장된 억양과 흘리는 발음을 일부 되살렸습니다. 이는 크루 메이트인 Moldy와 일견 비슷해지기도 한 점이며, 듣기는 불편할 수 있지만 더 Grack Thany스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은 듣기 편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을 찾지 말아야겠죠. 받아들이기 살짝 버거운 전개의 가사를 의도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플로우로 거침 없이 늘어놓고 있으니까요. 비교적 직설적이고 단순한 표현을 애용하는 점은 Moldy와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과거에 보여준 dumb down된 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한편 이번 앨범에 제일 포인트가 되는 것은 '스피드'입니다 - "Speed"부터 "Equalizer"까지 Nubset은 숨가쁘게 달립니다. 그의 스타일 특징까지 맞물려 이 구간은 정말 정신 못 차리게 폭격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살짝 롤러코스터의 하이라이트 구간 같은 시간이 지나고 아웃트로인 "Sunday"에서 감속하는 부분은 감흥이 어쨌건 인상적이긴 합니다. 이 모든 흐름은 물론 Grack Thany 소속의 프로듀서들이 (주로 ORDNRYCITIZEN) 기틀을 마련했으며, 느낌 탓인지 Grack Thany하면 연상되는 귀 아픈 신스 사운드가 살짝 자제된 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말하라면 어떻게 말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좋아하는 깔끔하게 빠진 사운드와 반대편에 있다보니 듣기 편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귀 아픈'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 혼돈이 Grack Thany 사운드의 핵심이었기에 당연히 예상하고 들었던 부분이고, 그래서 불쾌하다기보단 기존 색깔을 잘 지키고 있구나 정도로 결론 지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Grack Thany에서 나오는 앨범을 듣다보면 아직 멤버들 간의 색깔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 있는데 (이번에도 Moldy와 겹치는 곳이 있었듯), 이건 계속 듣다보면 될지... 좀 더 생각해볼 부분 같습니다.



(8) Kim Addict - Lit Addict (2021.1.20)


 Kim Addict는 작년 7월 싱글 "Escape"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아티스트입니다. 비교적 짧은 커리어이지만 이번 "Lit Addict"는 두 번째 EP이며, EP치고는 꽤 큰 크기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양산형 한국 트랩 아티스트라 생각하고 처음엔 관심을 안 가졌지만, 전공과교양 유튜브의 '제로백 인터뷰'를 계기로 관심이 생겨 새 앨범을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가 음악에 몸 담게 된 데는 Tommy Strate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의 참여 프로듀서진도 Wiz World나 Tez_Toy, Santa Paine 등 Tommy Strate의 인맥들이 보이고, 랩 스타일도 꽤 비슷합니다 - 때로는 거의 발음을 안 했다고 봐야할만큼 의도적으로 대충 넘기는 발음과 느낌대로 이어가는 듯한 플로우란 면에서 일치점이 보이고, 높은 영어 비중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붐뱁을 좋아하는 제게 이런 스타일은 늘 곡 안의 래퍼의 존재감을 약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 어쨌든 비트에 콕콕 박히는 목소리는 아니니까요. 거기에, 오토튠으로 무장을 해서 거의 커버가 되지만 집중해서 들을 때 간간히 Kim Addict의 목소리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인상적인 톤이라고 말하기는 지나칠 거 같습니다.


 허나 장점도 뚜렷했습니다. 본래 훅의 비중이 크고 반복적인 패턴이 많이 등장하는 이 장르 치고 Kim Addict의 곡들은 벌스가 꽤 긴 편입니다. 긴 길이는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이 장르 (물론 제 취향 기준입니다...)에선 꽤 리스크가 있는 결정인데, 그 길이를 소화할만큼 반복을 피하는 플로우의 변화로 벌스를 무난히 통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벌스 전개로 처음 곡이 시작될 때 형성된 그루브를 꺼지지 않게 이어가는 것은 트랩 아티스트로써 큰 재능일 것입니다. (완전히 클리셰를 피하진 못하지만) 군데군데 개성적인 단어와 라임 선택도 이를 돕는 요소입니다. 또한, 앨범 전체에 걸쳐 연출하는 무드의 스펙트럼이 꽤 넓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얼핏 들었을 때는 흔한 한국형 트래퍼들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관심을 가졌을 때는 분명한 재능이 보였습니다. 특히 벌스에 마디가 남았기 때문에 의미 없이 스웩에 관련한 단어 한두 개씩 툭툭 던지고 마무리 짓는, 곡이 남았기 때문에 훅 한 번 더 반복하는 그런 무의미한 전개가 아니라 턴업된 분위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능동적으로 곡을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고무적입니다. 1년이 채 안 된 커리어를 고려해볼 때, 더더욱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게 되는군요. 취향의 벽으로 완전히 마음을 줄 순 없지만 꾸준히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9) 1DAY - 1Titled (2021.1.20)


 작년 여름에 Urban Fisher와 합작 앨범을 발표했던 Wayside Town의 1Day가 이번엔 솔로 EP를 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DRUNKIES"보다는 규모나 활동이나 조금 더 소박하단 느낌이 있습니다. 곡들은 락 베이스의 밝은 싱잉 랩으로, Wayside Town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스타일 (특히 Jayci Yucca 쪽?)입니다. 때문에 이번에도 TOIL이 전부 프로듀싱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Text라는 낯선 이름의 비트메이커를 주축으로 몇몇 프로듀서들이 참여하여 비트를 제공하였군요. 그리고 아마 Leellamarz가 음악을 그만 두기 전에 남겼을 수많은 벌스 (...) 중 일부도 여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런 Wayside 스타일의 곡들에 익숙하다면, 수록곡들은 큰 저항감 없이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포인트가 그리 많지 않은 소박한 스웩과 사랑 노래들이 앨범을 채우고 있으며, 베이스가 되는 락 사운드는 조금 시끄러운 느낌입니다 - 믹싱의 문제였을까요? 실은 1DAY의 목소리가 좀 거친 색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덜 깔끔한 느낌이 드는 것도 엔지니어링의 문제였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외에는... 나름 기억에 남는 훅이 조금 있었지만 대체로 휘발성이 큰 곡들입니다. 음역대가 넓지 않아 특기할만한 포인트 없는 탑 라인이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입니다.


 "DRUNKIES"에 비해서도 좀 더 평이한 패턴에 매몰되어있고 스펙트럼이 좁은 곡들이라 앨범이 거창한 의도를 갖고 만들어지진 않았을 거 같습니다 - Wayside는 특정한 목표 없이 재미로 음악을 하는 집단이라고 인터뷰에서 강조한 적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변호할 순 있지만,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한다면 앞으로의 활동에서 증명해야할 게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 Munchman - EATITUP#1[VITAMIN] (2021.1.20)


 Munchman은 진지한 래퍼보다는 코믹한 캐릭터로 인지되는 부분이 더 컸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웃통을 벗어제끼는 헬스남이라는 이미지로, 앨범의 부제 "VITAMIN"도 그런 프레임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랩 스타일 자체도 간단하기에 더 꽂히는 것에 포커스를 두어왔기에, Munchman의 곡들을 즐기면서 기대되는 루키로 선뜻 꼽기 망설였던 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 허나 분명 G2나 B-Free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하여 꽤 탄탄한 퍼포먼스를 간간히 보여오기도 했죠.


 그의 첫 앨범인 "EATITUP#1"은 짧지만 본격적으로 음악적 능력을 보여주려 승부수를 던진 앨범입니다. 수록곡 "MANGCHI FLOW"는 위에서 언급했던 전형적인 Munchman의 모습이 담겨있고, "무공해"까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합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곡은 싱잉 랩, 그것도 꽤 감성적인 장르를 택했습니다. 이렇게 보게 된 그의 새로운 모습은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중저음의 톤이 단단하게 잡혀있다보니 노래를 해도 허전하지 않게 곡을 채우는 듯합니다 - 살짝 Skinny Brown이 연상되었네요. 좀 더 크게 보았을 때 곡은 무난하고 전형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싱잉 래퍼로써 엄청난 포텐셜이 보였다든지 하는 반전은 없으나, 긍정적인 메세지와 간단한 가사라는 장점은 장르를 바꿔도 어느 정도 녹아있는 듯합니다.


 아마 제목을 보면 시리즈 물로 나올 것 같은데, 이후로 나오는 앨범에서도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려 시도할 것 같기도 하군요. 어떤 면으로는 반가운 일입니다 - "딱딱해" 이래로 이어져왔던 스타일이 이제는 살짝 물릴 때도 되었어요. 사실 그런 밈적 매력 없이도 무게감 있고 정확하게 날리는 랩이 그를 준수한 트래퍼로 만들어왔기에 얼마든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킬 준비는 되어있었다 봅니다. 다만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명분 하에 너무 지나친 무리수만 피해준다면 좋을 거 같군요. 본 앨범이 무리수였나 아니었나를 따지기엔, 아직은 보여준게 너무 없으니 2편이 나올 때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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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2-02 10:11:59

페니 앨범을 듣고 싶은데 어디에도 올라와 있지 않더라고요...ㅜㅜ 어디서 찾으셨나요??

WR
2021-02-03 19:34:43

사클에 페니 계정이요!

2021-02-06 15:12:22

아아 그랬구나 감사합니다!

 
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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